Dear Lee

No. S-1

TOHELL by TO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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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수애가 가기로 했지? 김수애 어디에 있어?"

"강원도요. 거기도 가이드 없어서 지원 나갔어요. 새벽에 갔으니까... 올 때 됐네요."

"해외 가이드 충원해준다더니, 대체 말만 몇번째야?"

"제 말이요... 이러니까 치유형 센티넬들만 죽어 나가지..."

"아무튼, 김수애 복귀하는 대로 가이딩 받게 준비시켜. 바로 출발이니까."

파일철을 닫은 남자가 재차 당부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화를 나누던 여자는 멀어지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남자가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건다.

"어, 나야. 강원도 팀 복귀했어? 김수애 회복실로 데려와."

[ 과장님, 얘 상태 좀 안 좋은데요... 차라리 김수애 가이딩할 가이드로 공격형 센티넬 가이딩 하면 되잖아요. ]

"아는 놈이 또 그런다. 그럼 치유형 센티넬만큼 효과 좋고 속도 빠른 가이드 데려와 보던가. 지금 비상대기 인원 빼고 전부 현장 나가 있어."

[ 하... 그런 가이드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

"좀 더 기다려봐. 위에서 해외 가이드 파견해서 인력 충원해준다고 했으니까. 가이드 인력난만 해결되면 치유형 센티넬들 개고생하는 것도 이제 끝이야."

[ 그러니까 그게 대체 언제... ]

"시끄러워. 30분 후에 인천 현장 출발이니까 그전까지 준비시켜. 가이드는 회복실로 보내뒀어."


"하아... 들었냐. 이게 나라에서 귀하다는 치유형 센티넬 취급이다."

"...어쩔 수 없죠... 가이드는 센티넬 한 명을 회복시킬 수 있지만, 치유형 센티넬은 체력이 닿는 곳 까지 치유가 가능하니까... 그리고 가이딩 받으면 또 회복하잖아요."

선배들의 투덜거림에 수애가 작게 웃음 짓는다. 현장의 가장 한 가운데에 있었던 탓인지 먼지와 피를 잔뜩 뒤집어쓴 옷을 내려다보며 두 사람에게 말한다.

"저 먼저 가볼게요. 회복실 가기 전에 씻어야 해서.."

"어. 그래, 그래. 시간 없다. 빨리 가 봐."

"네. 오늘은 복귀 못 할 것 같아서... 내일 뵈어요."

욱신거리는 팔을 주물럭거리며 회복실 옆에 딸린 샤워장으로 향한다. 찢어진 옷을 쓰레기통에 넣고 더러워진 몸을 가볍게 씻어낸다.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연결된 회복실로 들어서자 개별로 구성된 룸이 보인다. 제 이름이 적힌 방의 문을 열자 병원용 베드에 걸터앉은 가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애를 맞이한다.

"왔어요?"

"아, 대리님이시구나..."

"오늘은 저예요."

차게 식은 손을 주물럭거리던 수애가 자켓을 벗어 옆에 가지런히 개어둔다. 팔이 드러난 민소매 탓에 찬바람이 불어 팔뚝을 쓸어내린다.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넣던 가이드의 시야에 벗어 둔 자켓이 걸리자 뒤를 돌아 수애를 바라본다.

"음... 오늘은 포옹으로는 안 될 것 같아요. 시간도 없고..."

제 손에 들린 동그란 환을 수애의 손에 쥐여주었다. 파란색의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환. 회복실에서 종종 쓰이는 가글 대용 민트였다.

"수애 씨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알죠? 15분 후면 출발이에요."

"아뇨... 괜찮아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아요."

파란색 환을 입 안에 넣어 어금니로 씹는다. 톡 하고 터진 환 안에서 진한 민트향이 퍼진다. 보통 둘 중 한 사람만 먹는 것이 바른 사용법이지만 서로 복용하면 과한 민트향 덕에 혀를 섞는 이질적인 감각을 줄일 수 있어 수애가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실례할게요."

익숙하게 수애의 입에 입술을 누른다. 얇고 하얀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침대의 시트를 움켜쥐었다. 내키지 않은 입술을 벌려 빠르게 들어오는 혀를 받아내고 그 벌어진 틈 사이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일방적으로 탐하는 입맞춤의 형태에 가이드가 수애의 목덜미를 잡아 멀어지지 못하게 제 쪽으로 잡아당기었다. 더 깊이 엮여오는 혀 탓에 질척거리는 소리가 좁은 회복실 안을 울린다. 젖은 소리만큼 타액이 제 쪽으로 넘어올 수록, 혀가 더 농밀하게 엮일 수록 제 몸의 기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올라가는 컨디션과 반대로 조금씩 줄어드는 숨에 결국 가이드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밀어 입술을 떼었다.

"하아... 흐..."

"하... 수애 씨... 이러면 금방 못 가요..."

"죄송... 죄송해요... 숨이..."

"아직 기력은 덜 채워진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현장에서 가이딩 해야 할 수도 있어요. 그건 더 싫죠."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훔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고 그 안에 아직 모자란 기력을 채워야 했다. 방금처럼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가이딩은 수율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숨을 진정시키고 가이드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대었다. 먼저 혀를 밀어 넣어 다가오는 것을 빨아들이듯 훑어내린다. 응해오는 입맞춤에 목을 잡은 가이드의 손이 내려가고 빠른 속도로 기력이 채워졌다. 수애의 컨디션이 모두 회복 된 것을 느낀 두 사람은 느리게 입술을 떼었다. 대충 입술을 닦아낸 가이드가 옆에 벗어둔 자켓을 수애에게 건넨다.

"자, 빨리 가 봐요. 아마 오늘 배정된 일은 이번 게 끝일 거니까... 가이딩은 내일 일찍 나와서 손이나 포옹으로 해결하고요."

"...항상 고집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수애 씨 만 한 치유형 센티넬 없어요. 등급 높지, 젊지, 일 안 빼고 주는 대로 다 하지. ...너무 거절 없이 다 해서 걱정이긴 한데. 오늘같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면 센터에서도 최대한 편의 봐주는 거 알죠?"

"... ..."

"여기는 제가 정리할 테니까 빨리 가 봐요. 다들 기다리겠다."

짧게 묵례를 하고 회복실을 나선다. 걸음을 빠르게 옮겨 복도를 걸으며 입술을 조금 세게 깨문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임무를 나가야 하는 거지. 처음 능력이 발현되었을 무렵, 치유라는 드문 특성 탓에 가이드로 오판독되어 원하지도 않는 가이딩을 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접촉을 해도 미미한 회복력 탓에 파트너가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여러 명의 센티넬과 더 깊고 진한 가이딩을 해야 했었다.

능력이 가이딩이 아닌 치유형 센티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치유형 센티넬을 가이딩하던 때가 되어서야 겨우 정정된 진짜 능력 덕분에 센터가 발칵 뒤집힌 것이 고작 몇 달 전이었다. 일정 기간 근무 후 희망퇴직이 가능한 가이드와 달리 센티넬은 그 능력의 위험성 탓에 발현 즉시 센티넬로 등록되어 국가 소속으로 영원히 귀속된다. 확실히 다른 센티넬이었으면 더 빠르고 확실하게 회복이 가능한 방식의 가이딩을 강요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스킨십은 되도록 적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이유는 이러한 이전의 사건 탓임은 분명했다.

차라리 가이드일 때 도망쳤더라면.

속으로 중얼거린다. 물론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제 유약한 성격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가이드와 사랑에 빠져 영원히 한 명과 가이딩을 하는 센티넬도 있다던데. 꿈같은 이야기지만 사실 아무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 확률적으로는 더 나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이드일 확률은 아주 낮았고, 그렇기 때문에 연인을 두고 다른 이와 깊은 스킨십을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원치 않는 스킨십을 하는 것 만큼이나 내키지 않은 상상에 고개를 휘휘 젓고 두꺼운 철문을 열었다. 벽면에 걸린 수많은 군번줄 중 제 이름 아래에 걸린 것을 꺼내 목에 건다. 이동형 센티넬의 어깨를 잡으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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