運命

엇갈릴 지언정 끊어지지 않는다.

Tokyo by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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叶いやしない
願いばかりが
積もっていく
大人になったんだな

운을 다했다는 말은 무책임하잖아.


어두컴컴한 직사각형 공간, 시간조차 가늠할 수 없는 독방에 홀로 갇혀있다 보면 비슷한 시간에 같은 사람이 찾아온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구두소리. 걸음걸이만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그 사이의 선이 분명한 관계. 리이치를 버린 나는 네 앞에서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너와 시선을 올곧게 마주했을지언정 속으로는 회피의 회피를 거듭하였다. 네가 전하는 말은 항상 나에게 비수가 되었기에. 그래서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안부와 상태만 묻고 떠나는 네가, 굳게 닫힌 문 뒤로 다시금 멀어지는 네 구두소리가.

의문은 남겨둔 자리에 그대로 뒀어. 너도 궁금했겠지. 내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하지만, ··· 이걸 전부 말했다가는 너에게 한 소리 듣는 걸 넘어 네가 실망해버릴까봐 무서웠어. 설령 네가 ‘뭐야, 그딴 이유로?’ 같은 말로 시답잖게 넘겨버려도···. 너는 워낙 확고하다 보니까, 네가 가볍게 하는 말도 내게는 조금 무거워서.


너와 함께 온 초묘를 보다보면 옛 고전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너와 나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마주한 운명은 같을지라도 다른 길을 걸었으며, 우연히 한 공간에서 만났어도 또 서로가 다른 길을 걸었다. 나는 너의 옆에서, 뒤에서. 지상을 누비며 세상을 지키는 이와 지하에 갇혀 세상을 파괴한 죄를 받는 이. 서로 같은 운세를 뽑는 날은 없었으며, 동시에 서로 같은 길을 걷는 일도 없었다.

졸업 이후, 나는 늘 멀리있는 너를 지켜보았던 입장인 듯했다. 네가 언젠가 나를 잡으러 올 거라 확신했다. 너는 유능한 형사임과 동시에 최고의 반열에 오른 주술사. 헛된 목표를 품은 도망자 하나 정도는 눈 감고도 잡았을 것이다. 오히려 운이 좋아서, 뽑지 않은 미쿠지가 소길, 길, 대길, 이어지는 행운을 가져와줘서. 너와 올바로 마주할 날을 지지부진 유예당했다 여겼다. 그리고 이 생각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아마도 영원히.

단단하면서도 정 많은 사람아. 네가 한결같은 친구로 나를 대하고, 짐승에게 ‘리이치’라는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 네 행동이 싫다는 게 아니라, 네 뜻을 거역하고 스스로 나를 짐승의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사실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 사람답게 살고 싶었고, 조금 더 온전히 죗값을 치르고 싶었어. 하지만, ··· ···


이해 못 할 인간은 나약했다. 같은 인간임에도 확연히 차이나는 걸 넘어 서로 다른 종으로 보일 정도로. 미천하고 발전하지 못한 놈은 여전히 바닥을 긴다. 회복이고 뭐고, 손으로 아무리 쥐고 잡아보려 애써도 흩어지는 걸 무력하게 바라만 보다 포기해 버린다. 다시 일어날 힘조차 낼 수 없다며 스스로를 바닥에 가둔다. 유감스럽게도 네가 마음을 줬던 친구는 이것밖에 안 되는 화상이다.

그래서 평생 미련하게 살기로 했다. 나를 소모하여 너희를 위한다. 내가 피에 절여져 죽음에 가까워질 지언정 생채기가 난 너희를 회복하며 살리라. 더더욱 네가 합리적으로 나 자신을 회복하려 들 때마다, 답잖게 명령에 수긍하지 않고 반항했던 이유는 크게 대단하거나, 논리적인 맥락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나보다 너희가 더 좋으니까.


네 시신이 널브러져있는 공간에 도달한다.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억지로 이끌어 기어코 마주하는 데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래도 무너진다. 나를 이곳으로 이끈 제 다리가 원망스러웠다. 평생을 외면하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 적어도 너는 그 미래를 바라지 않을 것 같았다. 목구멍을 타고 울분이 차오른다.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여 애처로운 울음소리가 만들어진다. 눈물이 얼굴을 지저분하게 더럽힌다. 서툰 슬픔은 나를 더 밑바닥으로 끌고 갔다. 네가 아니라 내가 죽어야 합리적이잖아. 유능한 특급을 살리고, 죄가 많은 반전술사를 희생시킬 수만 있다면. 기어코 돌아온 논리는 논리답지 못하였다. 네가 살아있었다면 쥐어박아서라도 정신 차리라고 했겠지.

죽어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원망은 전부 무용했다. 너는 듣고만 있고, 대답하지 않기에. 싸늘하게 식어있는 시신. 기어코 죽음을 맞이한 너의 얼굴은 무력하게 죽었다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워 보였다. 마치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다는 표정. 남겨진 사람은 이기적으로 너를 원망한다.

너희와 발맞춰 가고 싶었어. 특히 너는 누구보다 더 멋드러지게 성공했잖아? 그래서, 그래서··· 자리에 머물러있는 게 아니라 내가 나로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 그러다 일이 뒤틀렸고, 내가 미쳐서 수많은 죄를 저질렀어. 진짜 미안해. 용서받을 생각은 없어. 죗값을 치를 거야. 그리고, 네가 나에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해.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해줄 수 있겠어?


차마 전하지 못한 말이 머릿속에 맴돈다. 사과하고, 사죄하고, 물어볼 것도 많았는데. 차마 친구라 부르지 못하고, 거군다나 한 번도 마사루라 불러주지 못한 게 한이 되었다. 이어지지 않을 시간이 선명하게 드리웠다. 오늘따라 밤공기는 싸늘했고, 곁에 둘 사람의 온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철저히 고립되어 너희를 추모한다. 추모라기보다는 슬픔을 쏟아내는 데에 가까운,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이곳에 다 묻어두고 가고자 한다.

새벽 동이 튼다. 조금만 있으면 너희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마음을 추스른다. 네 시신을 수습한다면 총감부가 가족에게 인계해주겠지.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 거기까지이다. 나라는 친구의 존재가 네 삶 속 흠이 될 수 없기에.

나는 다시 어둠으로 돌아간다. 네가 이해하지 못할 어둠으로, 더 깊이, 더 깊이··· ···.

“마사루··· ···.”

내 운은 여기에서 다했다. 쌓고 쌓아 만든 대대길따위 내게 존재하지 않으나, 내 손으로 만들어갈 운명은 존재했다.

“나도, 나도··· 조금 더 열심히,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었어.”

다 쏟았다 생각되는 눈물이 네 옷자락 위로 떨어진다. 차마 평온해 보이는 얼굴을 더럽힐 수는 없어 황급히 고개를 돌려 눈을 질끈 감는다. 마지막 눈물까지 쥐어짜고 난 뒤, 너를 마주하고 말을 이어간다. 속으로 대단하다 생각하였던, 무의식 중에 부러워했던 너를. 너와 닮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은 단순했다.

“하지만, ··· ··· ··· 자신이 없어.”

해맑게 웃는다. 네가 마음에 들어했을 모습이다.

“그러니까, 나도 너랑 같이 걸어갈 수 있게, ··· 따라갈게.”

君はすっかり
変わってしまったけど
俺はまだここにずっといるんだ
汚れた部屋だけを残し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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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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