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白書

그저 작은 편지.

자캐커뮤 by 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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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하일에게,

언젠가 당신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죠, 하일. 저는 이미 당신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었고, 당신은 그에 상응하는 것을 항상 저에게 주고 있다고요. 네, 저는 항상 당신에게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오늘은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첫인상은⋯. 솔직히, 좋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할게요. 제가 사용하는 마법과 당신이 사용하는 마법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정말 상극이잖아요. 불과 번개, 어둠. 물과 얼음, 빛. 우리는 상성부터 서로에게 최악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초면인 저의 등장에 놀라서 물의 마법을 사용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죠. 물은 나에게 있어서, 최대의 약점과도 같은 것이니까.

연회 기간 동안, 많은 말을 나누지 못했던 것 또한 기억해요. 하지만, 딱 하나 정도는 알 수 있었어요. 마력의 방대함. 무심코 마법을 제어하는 것에 실패해 마법을 사용한 것도 그렇고, 반지가 마력을 제어하는 아티팩트라는 것을 눈치챘을 때, 이 사람이라면,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맞아요. 상성이 최악인 각 마법을 대상으로 술식을 교환해 사용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 그래서 당신이 마탑으로 들어왔을 때, 솔직히 조금 기뻤어요. 그래서 함께 연구를 하자고 제안하려고 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모르는 것을 계속 질문하기만 했죠. 당신이 아예 제 연구실로 짐을 모조리 옮겼을 땐, 기뻤어요.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저도 제 감정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그래요. 어쩌면, 서서히 스며들었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여지껏 마음을 주었던 상대들에게 받았던 것은 멸시와 하대, 그리고 천대였습니다. 불의 마법 사용자가, 끝에 다다르면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을 불길하게 여겼던 사람들뿐이었어요. 이것은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둠의 마법은 곧 저주와도 직결된 마법. 다들 기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만이 달랐던 거예요. 저의 연구를 도와주고, 장난을 걸어주고, 웃어주며, 최후에는 애칭까지 붙여주었죠. 어쩌면, 제가 당신을 좋아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으로, 당신에게서 따스하다고 느껴지는 모든 것을 받았으니까요.

경애하는 마음을 담아, 당신의 페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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