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n Bekenntnis.
하인하트 둔켈 → 이엘로 폰투스.
말을 할까 말까, 고민으로 밤을 지새웠어요. 저의 자세한 사정은 편지에 최대한 눌러 적었습니다. 입 밖으로 내뱉기는 조금 창피한 말들로 가득하니까요. 이 정도는 이해해 주길. 세상에는 부끄러운 것이 많다는 점은 하일이나 당신이 저보다도 더 잘 알 테니. 아,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황제 폐하께서 하사하셨던 약, 오늘 써보려고 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약, 어떤 종류인지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 예,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부 흑백으로 보이는 약입니다. 이걸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냥, 하일에게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그게 전부입니다. 하일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만약 싫다고 한다면, 제 쪽에서 곤란해지겠습니다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 굳게 믿어야겠지요.
하일은 언제부터인가 저를 안고 자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그의 품에서 나오느라 고생은 꽤나 했지만요. 아, 혼자 나온 이유는 약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선, 저부터 먼저 먹어둬야겠지요. 하일에게는⋯. 미안하지만, 물에 희석해서 먹일 계획입니다. 하일은 항상 자고 일어나면 찬물부터 찾으니까요. 그래도 의심 없이 먹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준 무엇이든 의심 따위는 하지 않으니까요. 가끔 이 신뢰가 무겁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요. 저도 그를 그만큼 신뢰하니, 솔직히 무겁다는 것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반을 먹고, 나머지 반은 물에 섞어두었습니다. 하일이 일어나면 필시, 이 물을 먹게 되겠지요. 하일도 양반이 되긴 글렀네요. 딱 좋은 타이밍에 기상을 했으니. 평소와 다름없이, 저는 아침 인사와 함께 물을 건넵니다.
“미안해요, 하일.”
“뭐가 미안해, 페인?”
“그 물에 제가 약을 섞었어요. 별 것 아니긴 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이 살짝 바뀌지 않았나요?”
“⋯. 약간? 무슨 약을 먹인 거야, 페인?”
“연회 때 황제 폐하께 받은 물약이에요. 좋아하는 사람 외에는 전부 흑백으로 보이는 약이었지요, 아마? 저는 당신 외에는 다 흑백으로 보여요.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도, 저 이외의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나요?”
“⋯. 나는⋯.”
“만약, 당신도 저와 똑같이⋯. 저 이외의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인다면, 우리가 같은 마음이라면⋯. 어때요, 하일. 연애, 해볼까요? 급하게 정하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기다리는 것 만큼은 아주 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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