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flamme

그랑플람 조각 모음

🅒 꺙님


그 힘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잊지 말게.

다룰 줄 아는데도 말이오?

그래. 원래 많은 것을 해칠 수 있는 힘은 함부로 꺼내 보여서는 안 되는 법.

이미 저잣거리에서 멋대로 쓰고 다녔는데 어찌하오?

농담할 때가 아닐세.

진심이오.

자네……!!

오. 화났다.

브루스 [하울링]


"저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홧김에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말을 하고도 아차 싶어서 아주 잠시 동안 머뭇거리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고, 답지 않게 조용해진 것을 보니 상처를 받았구나 싶어 사과하기 위해 입을 열 때. 그때 그녀는 크게 웃으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습니다. 두꺼운 목제 테이블을 주먹으로 콩콩 두드리며 한참 숨이 넘어가게 웃던 그녀는 끝내 너무 웃어 배가 아프다며 눈물까지 비치고. 브라운……이라기엔 빛을 받으면 맹수처럼 빛나는 금안으로 저를 빤히 바라봤습니다.

"이봐, 챌피."

"……네."

"너, 사과하면 지는 거다?"

깔깔! 다시 높은음으로 웃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어깨를 두어 번 툭툭 두드렸습니다.

"나도 너 싫어, 짜식아."

그녀는 티엔 정과 닮은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마틴 [사랑하면 닮는다던데, 저 둘은.]


누나는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소?

왜. 가버리면 좋겠어?

설마 그런 뜻으로 물어보는 걸까 봐.

농담이야. 으음. 난 여기 있을 거야.

엄마가 보고 싶다며. 머리에 그 리본도 엄마가 해준 댕기라고 했으면서.

이놈아. 세상 모든 관계는 양면인 법이다.

하도 소중히 여기기에 단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원래 빛 아래 그림자 없는 날 없는 거다, 이 어린 것아.

하랑 [소녀, 소년]


그녀는 맹수의 눈을 가지고 있소. 다른 조선인과는 다르게 밝은 갈색을 띠는 눈이 금색에 가까워서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데, 딱 한 번. 전장에서 재해를 부리는 여인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소. 그녀가 이질적인 이유는 고작 사람의 가죽 안에 담기엔 너무나도 큰 무언가가 들어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티엔 정이 그녀를 오랜 시간 닦아왔다 하던데 과연. 그 이유가 있었던 것이오.

모르는 이가 본다면 그녀가 순진한 소녀 같이 사랑놀음에 빠져 사내에게 간이며 쓸개 따위를 전부 내어주는 듯싶을 터지만. 아니.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오. 감히 길들일 수 없는 '리나'라는 맹수가 '티엔 정'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어 얌전히 제 목에 목줄을 채우도록 허락하고, 그의 손에 길들여지는 걸 직접 선택했다는 것을. 결과만 보자면 그녀가 그랑플람으로 떠나온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소. 저 호는 고작 조선 땅 하나로 품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하니.

음? 아아. 그녀와의 인터뷰는 내가 어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녀는 나를 썩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에 그다지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든. 글쎄. 나도 그녀에게 묻고 싶소. 그랑플람의 인물들과 두루 어울리다가도 나와 둘이 남는 상황이 되면 어찌 그리도 무뚝뚝하게 변하는지. 나만 유난히 미워하는 길고양이를 만났다,고 표현하면 이해하기 편할지도 모르겠소.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오. 우리는 같은 조선인데도 가장 서먹한 사이로 남아있다니. 그러니 당신이 리나를 만나거든 꼭 물어보시오. 어찌 하 태의를 그리도 피하느냐고. 아. 그 답을 받아온다면 내 의뢰비를 조금. 아주 조금 깎아드린다 약속하지.

테이 [의외의 인터뷰]

대체 왜 나만 미워하오?

미워하는 거 아닌데?

그럼 무엇이오? 나만 보이면 이리저리 피하지 않소.

너 동족 혐오라고 아냐?

……?

네가 그놈의 안대로 추억팔이 하는 거 보면 나 같아서 별로라고.

그리움은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아. 누가 나쁘대? 그냥 나도 저랬나 싶어서 보기 싫다고!

……잠깐. 저랬나 싶었다니. 내가 뭐 어떻다고 그런 말을 하오?

야. 저기 소년 하나도 씩씩하게 사는데 우리 나이에 고향 그립다고 징징거리면,

누나! 수련 중에 도망갔다고 사부 화났다!

아오! 너 때문이야!

왜, 왜 나 때문이오? 억울하오!

테이 [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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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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