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성의 닻

영벌을

2175년

행복하자 by 석유왕
38
0
0

WARNING : 우울의 직간접적 표현, 완결되지 않은 단어·문장의 반복된 나열 | PC 뷰잉 추천


시간이 달린다. 위태롭고도 평화로운 하루가 지난다. 언제나와 같은 물기 없는 추위 속에서 사람들이 벽 너머 눈 내리는 어항을 구경한다. 쉘터는 뒤집힌 스노우볼이다. 생명이 하루하루 피할 수 없는 멸망을 향해 몸 던져 곤두박질친다.

시간이 달린다. 다만 닉스 커시르만이 수일 시간이 멈추고 다시 수일 시간이 달리는 채로 찰나에 영겁을 담거나 영겁이 찰나에 흐르는 삶을 보낸다. 닉스는 첫 한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수개월을 의미 없는 외출과 관광에 가까운 산책으로 보냈고 다시 수 개월을 방에 처박히기를 반복했다. 오늘이 다시 방에 처박혀 문을 닫은 지 딱 한 달이 되었다. 커시르 부부는 감히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하나뿐인 자식을 아꼈으나 닉스 커시르가 웃음으로, 무표정으로, 무언과 발악과 다시 무기력과 유배로써 명백하게 모든 위로를 거부하고 있었으므로 할 수 있는 일을 알지 못했다. 고작 아침잠을 깨우고 식사를 준비해 주어 연명의 토대를 만들 뿐이다. 그러므로 다시 오전 여섯 시이다. 커시르가 닉스의 방문을 두드렸다.

닉스, 일어났니?

네, 닉스는 일어났어요.

엄마랑 아빠는 오늘도 일찍 나가볼게. 닉스가 좋아하는 새우 크로켓 해두었으니 밥 거르지 말고 챙겨 먹으렴….

오늘도 사랑한단다, 우리 딸. 메리 크리스마스.

닉스 커시르의 방이다. 거실과 이어진 문의 옆으로 일인용 침대의 헤드가 놓여 있다. 그 반대편 벽의 창문이 흰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침대 아래 이불이 널브러져 있다. 닉스 커시르,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선 채다. 검은색 펜을 든 왼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진다. 닉스 커시르, 펜 들어 움직이던 손이 멈춘다.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온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인 채 벽을 본다. 수려한 서체의 글씨와 갈겨 쓴 글씨가 벽에 붙은 커다란 전지 위에 난잡하게 배열되어 있다.

양들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불러도 답하지를 않네 돌아가야 할 것 같아 어디로? 아케르나

(산타 모자를 쓴 양 그림) 양은 원래 죽음의 집합이므로 그들은 울 수 없다. 거짓말.  —>  르

Nix, 그것 내 이름 Hello ¡Hola Bonjour Γεια닉스, 그곳은 없다는 건 누구든 알고 있잖아

닉스가 좋아하는 것 - Shelter Family ↑ 이거 알아들었어 싫어하는 것도 있나? 나 무서운 것

숨겨야 할 것 같아 Maylily Carol Star 있지 죽음 가끔 싸우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해

네. 닉스는 새

우 크로켓이 좋

다고 해요. 고

마워요

. 닉스는 괜찮아요. 돌아오

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닉스

는 닉스가 선물을 준비할 수 있으면

좋았을 거라고 여겨요. 메리 크리스마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