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리나 조각글 백업
🅒 엔코돌리님
여행은 즐거웠나?
제법 괜찮았던 것 같소.내 많은 것을 보고 오는 길이외다.
그렇군. 그렇다면 이제는 돌아갈 시간이다.
응. 데리러 와주어 고맙소.
귀찮다고 마냥 굶다가 아사한 것은 아닐지 걱정했는데.
뭐요?
살아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가?
당신, 농담도. 아무튼 갑시다. 곰 영감이 펄쩍 뛰겠구먼.
곰 영감이 아니라 브루스,
아아, 몰라! 성깔 더러운 노친네!
………돌아가는 길에는 네 얘기를 들을 수 있나?
그거야 당연히. 안 그래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소.
티엔 [여행이 끝난 후]
엄마 보고 싶다.
고향이 그리운 건가?
음……. 저는 절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좀 그런가 봐요.
떠나온 것을 후회, 하나?
아니. 그건 아니구요.
어째서지?
그리움에 후회까지 할 만큼 제가 부지런하지는 않잖아요.
리나 [다정한 게으름]
“거 수련 땡땡이 좀 쳤다고 너무 혼내는 거 아니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건가?”
“자꾸 잔소리하면 울어버리는 수가 있소?”
“네 마음대로 하거라.”
“힝.”
“나이에 맞게 행동하도록.”
“힝이구료…….”
울어버리겠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지. 늦은 시간의 볕을 담은 눈물 방울이 속눈썹 위에 닻을 내려 한참이나 반짝였다. 훌쩍이느라 여리게 물든 코끝,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색을 얹은 발간 눈 아래 뺨이, 이런 와중에도 수련만큼은 죽도록 하기 싫다는 옹고집을 품은 샛노란 눈동자와 불퉁 올라온 입술 산이.
‘어여쁘기도 하지.’
듣기 싫은 소리 좀 그만하라는 억지 눈물조차도 곱게 보이는 걸 보니,
티엔 [수련이 부족했나?]
리나. 정말 네가 저지른 일이 아닌 게 맞는 거겠지?
거, 사람을 뭘로 보고. 거기 봐봐요. 용의자가 남성으로 추정된다잖아요!
……믿어보겠다.
속고만 살았나. 흥!
리나 [남장]
작은 손이 사내의 흑색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반쯤 가려져 있던 얼굴이 슥 세상에 드러났다가 사라지고, 그 아래 숨어있던 까만 눈동자에 애정이 어릴 때. 똑바로 마주한 애정이 낯간지러워 바닥으로 향한 여인의 눈 위로 입맞춤이 떨어졌다. 눈꺼풀에 한 번. 눈꼬리에 한 번. 속눈썹 위로 한 번. 누가 보면 답지 않은 애정표현이라 말하겠으나,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그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티엔 [집중해.]
잠든 사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인은 살면서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맞이한 듯이 그 얼굴을 소중히 어루만졌다. 별다른 표정 없는 얼굴조차 마냥 좋게 보일 줄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길지 않은 삶에서 만나게 된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티엔 정을 사랑하게 된 것. 떠나지 않는 것에서 애정을 느끼고 있던가. 그것만이 연인 관계를 이어가는 이유라면……. 어떨까. 당신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곳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돌아가는 것이 귀찮아서 멈춰있던 곳이 운 좋게 당신의 곁이었다면. 그때도 나를 좋아, 해줄까?
리나 [그대가 말해봐.]
리나. 너와 내가 이별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아뇨.
그렇다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없어야지. 그렇지만 티엔이 제 스승이잖아요.
그래서?
당신이 보고 싶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배우지 못했습니다, 스승님.
티엔과 리나의 대화 [先]
드림 구몬 @드림컾 헤어지고 나면 드림주 반응 어때? 인용
티엔. 궁금한 게 있어요.
무엇이지?
만약에. 아주 만약에 제가 조선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을 수야 없지.
정말요?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든지 돌아가도 좋다.
바보. 하여간 말주변 되게 없다니까.
사람을 바보라고 칭하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그렇게 행동하잖아요. 바보처럼.
내 행동이 어땠기에 그러지?
표정이 죽을상이라구요. 그냥 ‘가지 마.’ 한마디면 되는 것을.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내게 있나?
그럼요. 당신께서는 제 사부님이 아니십니까.
리나와 티엔 [자격]
당신은 볼수록 하얀색이 잘 어울리는 것 같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은데.
그대, 눈을 자세히 본 적 있소? 하늘에서 내리는 거 말고. 바닥에 쌓인 눈 말이오. 그것은 다른 색을 다 쳐내는데 오직 푸른빛만을 품소. 그래서 쌓아둔 눈은 시퍼런 색으로 보이기 마련이오.
그래서?
당신 이름에 하늘이 들어가지 않나, 이 사람아. 인간이 감히 잴 수도 없는 푸름을 품었으니, 당연히 눈처럼 허연 것이 잘 어울리지 않겠소?
리나와 티엔, 항해 중. [天正]
CODE NAME: STRAIGHT
조각사의 행적
리나……. 정말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네요. 모를 리가 없죠. 이 조그마한 외곽 동네를 요란하게 만들었던 여인이었으니까요.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아는 이도 없을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더니 또 홀연히 떠나가고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모두가 그렇게나 보고 싶어 했는데…….
어른들은 어디서 온 건지 모를 여인을 탐탁지 않게 여겼었는데 넉살이 얼마나 좋은지, 마을에서 가장 무섭기로 소문난 할아버지가 그녀를 어여쁘게 보고 매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기까지 며칠이나 걸렸는지 아세요? 이틀. 딱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그런 사람이었어요. 너무나 자유롭고, 게으르고, 여유로운. 보는 사람이 다 편안해지는 사람.
그녀는 마을에 있는 크고 작은 일에 나서서 도움을 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어린아이들을 봐주는 거였어요. 그 어린아이에는 저도 포함이었답니다. 이런 노인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저와 제 친구들은 그녀를 ‘언니’, ‘누나’라고 불렀었어요. 그렇게 부르면 방긋 웃으며 돌아보는데, 눈이 참 예뻤거든요? 아직도 그 웃는 얼굴이 눈에 선한데………. 오. 이런. 미안하지만 잠시 인터뷰를 쉬게 해줄래요?
-인터뷰이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문
언니가 어디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저희와 놀아주다가도 한 번씩 저 멀리, 창문 너머를 한참동안 바라봤거든요. 오죽하면 어른들 사이에서는 집안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헤어지게 된 연인이나 남편이 있을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었답니다. 후후. 언니가 들었다면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을 얘기죠.
으음. 아. 우리는 언니가 독실한 신자인 줄 알았어요. 저기, 지금은 다 낡아서 위험해 사람을 들이지 않는 낡은 교회. 저기서 매일 기도를 하고 손등으로 뺨을 슥슥 문지르며 나와서는 ‘아멘’하고 기도를 끝마쳤거든요. 그 모습에 소문은 더욱 확고하게 굳어져 갔고요. 아마 언니가 남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성격이었다면 소문을 퍼트린 사람을 가만 두지 않겠다며 날뛰는 걸 볼 수 있었을 텐데……. 참 아쉬워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랍니다. 화내는 모습이 유쾌했거든요.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심심해서 장난을 치는, 아, 꼭 장난감을 쫓기 바쁜 강아지 같았거든요. 후후.
-인터뷰이는 내내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과거
과거. 과거라. 아까도 말했지만 언니가 어디서 왔는지, 뭘 하다 왔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있었다고 해도 아이가 노인이 될 만큼의 긴 시간이 흘렀으니 살아있는 사람은 없지 않겠어요? ……오. 농담이에요. 저도 그저 언니가 어렴풋이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만을 느꼈지 다른 건 들은 게 없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주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말을 나긋나긋 해줬던 적이 있었어요.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저 잃어버린 것을 같이 찾아주겠다는 저와 제 친구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그건 유품이야.” 한마디와 함께 아주 슬픈 표정을 지을 뿐이었죠. 그렇게나 슬픈 얼굴은 본 적이 없어서 저희는 정말 그것을 찾는 걸 도와주고 싶었지만, 언니는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면서 더는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었답니다.
-인터뷰이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무리 어릴 적 약속이지만 그래도 비밀로 하기로 했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며 웃었다.
마지막 흔적
언니는 불쑥 나타났던 날처럼 불쑥 떠났어요. 언제나 돌봐주던 우리를 모아서 한 명씩 머리를 쓰다듬고,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양치질 잘하기, 싸우지 않기, 밥 잘 먹기, 편식 안 하기……’ 여러 약속을 하더니, 아무래도 잃어버린 것을 찾아야겠다며 떠난 후. 그렇게 홀연히 자취를 감췄어요. 저와 제 친구들은 리나 언니와 새끼손가락을 걸면서 꼭 ‘유품’을 찾아서 돌아오라고 했어요. 다시 돌아오는 날엔 찾은 것을 보여주기라고. 그럼 약속을 잘 지키겠다고 하면서요. 꼭 찾기를 바라는 만큼 약속을 잘 지킬 생각이었죠. 언니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 됐으니까요. 가장 좋은 친구라고 하면 웃을 건가요? 원래 친구 사이에는 나이와 성별이 크게 중요치 않답니다.
-인터뷰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어느 시절을 생각하는 듯 했다.
아직도 그 미소가 눈에 그려지네요. 고작 동네 언니라고 하기엔 리나는, 언니는 짧은 시간 동안 모두의 가족이 되었으니까요. ……그녀는 수 년 동안 깊게 그리워하던 것을 찾았을까요? 아니면 찾지 못해 돌아오지 못하고 길고 긴 세월만 흐른 걸까요? 정답은 그녀만이 알고 있겠지만, 우리와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아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괜찮으니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래서, 기자님. 기자님은 언니의 행방을 알고 있나요? 언니는 어떻게 살고 있나요?
-인터뷰이는 미제로 남은 ‘능력자 살해 사건’의 사체 이야기와 이후 근처에서 발견된 ‘용의자로 의심되는 여인’의 사체(사인: 자살) 기록을 전해 듣고 오열했다.
드림 구몬 @드림주의 드림캐 사망 if, 드림캐의 드림주 사망 if가 궁금해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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