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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님 프로필 대필 작업물 / 24.02.14

예로부터 노란 머리 친구랑은 어울리는 게 아니랬다. 착한 아이들이여, 부디 옛 어른이 하는 경험의 말을 꼭 기억해 주길. 노란 머리 막내아들 그놈 K 인생에 깊게 관여하다간 필히 노이로제가 걸릴 것이다. 그 애 행실이 혹시 많이 안 좋아? 호기심 많은 불쌍한 어린 양들의 보통 질문에는 기꺼이 대답해주마. 행실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알 수가 없어, 사람이 힘들어. 느끼기엔 그래.

 

K, 스물하나, 185 장신의 남성.

서양학과, 물론 재수는 했지. 그래도 지금은 곱게 학교 다니면서 하는 건 그” 밴드의 보컬리스트.

 

어느 미래의 드라마의 표현을 따와서. 재수도 물론 없는데. 이 새끼는, 콤플렉스, 열등감, 선입견, 이런 게 없어.* 정답! 그러니까 꼬인 게 없죠. 다만 의문 하나. 그쪽의 새끼는 잘나서라도 그랬지, 그러면 이 새끼는 왜… 따위 말을 들은 이후 사람이라면 자연히 곧장 쏠리는 시선에도 K는 여전히 멋쩍게 웃는다. 그렇게 다 쳐다보면 쑥스러운데. K의 태평한 소리는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러니까, 어휴… 됐다 됐어. 응. 그리고 여기까지가 보통 그 노란 대가리와 함께하는 대화의 평범한 끝맺음이다. 그러고선 또 그 노란 대가리는 일 초 만에 다른 희한한 소리를 꺼낸다. 예를 들어, 지금 밖에 나가자! 하면 당연히 대가리 위 아가리를 향해 주로 돌아가는 건 차게 식은 시선이다. 우리 집념의 노란 대가리는 용케도 포기하지 않는다. 말을 열심히 잘 들어주는 누나 한 명을 잡아놓고 (K는 보통 그랬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편하며, 특히 선배나 윗사람을 더 좋아했다)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노란 대가리는 본인 할 말 못 하는 답답하고 한심한 사람들을 다른 종족으로 보아 싫어했기 때문에. 또 다른 문제 하나. 따위의 설득이란 보통 고작 이런 식이다. 논리적인 설명은 어디다 구워 먹은 제멋대로 단어 나열. 다시, 나랑 같이 가요. 이것이 연극 대본이었다면 필히 최대한 귀여운 소리로, 있는 힘껏 얼굴을 붙여 구긴 귀여운 척 행동거지를 하며, 두 가지 행동을 명령하는 문장이 양 옆으로 붙어있을 테다. 전매특허 뻔뻔한 행동거지는 간혹 도움을 줬다. 이 대본의 괄호 사이 지문은 K의 어느 노란 말에나 곧잘 쓰였다. 부탁할 때도, 싫다고 뻗댈 때도, 내지는 일상에도… 어쩌면 이제는 하나의 습관이 됐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 혹은 얼굴은 무엇보다 큰 하나의 무기. 그리고 강희연은 제법 좋은 무기를 곧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각설, 그렇기에 괴상한 지문을 살려 읊어내도 반절의 청자는 기꺼이 K에게 아이 귀여워 쓰다듬을 준다.

스물 하나짜리는 대부분 본인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제 슬슬 정신은 차려야지. 스무 살의 흑역사를 씻고 새 역사를 써보려 뺨 양쪽을 한 대씩 짝짝 스스로 후려갈긴 이후에 마음을 다잡는 것이 보통의 스물 하나짜리다. 다만 우리의 대가리 노란 K는, 그렇지. 그딴 게 없다. 그나마 노란 대가리 K가 부디 바라는 것… 자유! 그만은 부디 침범하지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물론 얼라리, 지금 시대서 이런 단어는 이야기하면 안 되나? 모 므, 뭐. 어차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세상은 넓어요. 아직 내가 다 경험하지 못한 게 많단 말이다. 이것 하나가 질리면 저걸 하면 되고, 또오 그게 질리면 다른 즐거운 걸 찾아가면 되고. 지금 당장 나 좋아하는 거 좇아 놀기도 바쁜데 뭣 하러 그런 걸 포기할까? K는 제가 다행스럽게 태어난 것을 안다. 힘든 이 시기에서 제법 나쁘지 않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했음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생각한다. 어차피 여기서 좀 망해도… 외국이나 나가지 뭐. 아주 희한하고 제멋대로인 방식으로. 왜냐? 당연히 그에게는 말짱히 잘 버텨줄 형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K는 전형적인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먹으면서 그 잘난 생활을 이어가는 망나니 도련님이 될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 서민들이여 일어나라. 저 배부른―물론 우리 잘 빠진 몸의 노란 대가리는 뚱보가 아니다. 안타깝게도!―부르주아 자식을 끌어내라. 이것은 우리의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이다. 그럼 또 노란 대가리는 느에엥 늘어지는 대답을 하며 휘적휘적 미필의 엉터리 경례를 한다. 몸을 굽히고는 얼굴을 붙여 물어본다. 그러면 이제 나는 효수되는 건가? 모가지 근처서 가지런히 끝을 모은 손을 달랑달랑. 즈음 되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 대부분은 대강 노란 대가리와 어울리지 말라는 우리네의 옛말을 아주 대충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소리를 지른다. 역시 재수도 없어!

 

1. 생긴 건 행실을 따라간다고, 밴드를 한 건 고등 시절서부터 주욱. 어릴 적 피아노 정도는 배웠으니 악보는 볼 수 있다. 아마? 왜 밴드서는 다른 악기를 하지 않느냐 하면, 이짝 노래에 냅다 바이올린을 섞을 수는 없으니까.

2. 노래하는 건 줄곧 좋아했다. 그렇기에 밴드 한다고 여태 쫄래쫄래 쫓아온 게 있기야 하지만… 말짱한 어른이 된 K가 좇는 것은 또 하나, 여자는 밴드 하는 남자더러 멋있다고 하잖아. 겉보기 키워드가 멋있기도 하구.

3. 그래도 밴드는 해서 다행이다. 그렇잖으면 있을 곳이 없을 뻔했다. 우스갯소리로 닫힌 교회의 기독교 부모님을 둔 K는 결국 얼마 전 집에서 쫓겨났다. 따라 현재 있는 곳: 어느 지하 작업실. 그러니 여러분, 마주친 K가 노란 대가리로 평소 같지 않은 꼴을 하고 있어도 부디 놀라지 마시기를.

4. 드물게 담배는 안 한다. 아직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탓인가? 물론 군대는 싫다고 죽어라 뻗대긴 했다. 술도 못 한다. 자유를 추구한다는 노란 대가리 치고는 제법 얌전한 사람이다.

5. 사랑―이것은 참 심장이 뛰는 단어가 아니던가! 우리의 달콤한 로―망스. K는 사랑을 제법 잘했다. 혹은 속된 말로 여자를 좋아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관계는 애석하게도 매번 오래가지 못했다. 싱싱한 노란 대가리 소년의 신선식품 사랑은 채 전부 먹기도 전, 도중에 시들어 곧잘 버려졌다.

 


늦게나마 주의사항을 일러두니 부디 주의할 것. 이러한 K의 이야기를 할 때는 꼭 뒤를 살펴봐야 한다. 노란 머리 K가 따위의 웃음으로 제 이름이 나오는 쪽을 빠안히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딱 저기 봐. 지금 낯짝에 올라간 저어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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