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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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마환생 16화

며칠 뒤, 그들은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태권도 이름이 박힌 노란색 등원 차량이 아니라 검은색 밴이었다. 흠집 하나 없는 이 차량은 몽연이 가지고 온 것이었다. 당연히 운전도 몽연의 몫이 되었고 이자하는 조수석에 앉았다. 뒷좌석에서는 육합과 검마가 도란도란 서로의 근황을 묻고 있었다.

"경호 일 하면 다칠 일은 없소?"

"몇 번 있긴 했지. 가볍게는 돌 던지는 것부터, 심하게는 흉기를 들고 덤벼드는 일도 있고."

그렇게 말하는 검마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전생에 겪은 일에 비하면 그리 심각한 일도 아니다. 강호 제일의 심각한 사내였던 검마는 그러나 자신의 직업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 그는 담담히 자신이 몸을 던져 괴한을 막은 일을 들려주었다. 육합은 고생이 많다며 자신이 싸온 과일 하나를 작은 포크로 집어서 검마에게 건넸다. 검마는 그것을 기껍게 받아먹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과일 이야기를 했다. 육합의 말은 여러 주제를 돌다가 결국 기후 변화를 걱정하며 끝이 났다.

화기애애한 뒷좌석 분위기와 달리 평소 가장 말이 많은 둘이 앉아 있는 앞의 두 좌석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자하는 몽연이 왜 바다로 가자고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전생에 그가 스승과 함께 떠난 여행길이 바다를 보기 위함이었으니, 바다를 보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라 여긴 것이리라. 아니면 단순히 본인이 바다에 가고 싶었을 수도 있고. 사실 똥싸개의 생각 따위 알 바 아니었다. 다만 이자하는 전생에도 현생에도 바다에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로되, 변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아니, 인간도 인간일 뿐인가.

문득 전방 3km 거리에 휴게소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이자하의 눈에 들어왔다.

“화장실.”

“어? 그래.”

몽연은 순간 움찔하더니 차를 몰아 곧 휴게소 안으로 진입했다. 몽연은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갔다 온다.”

이자하는 그렇게만 말하고 화장실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몽연이 차 안쪽으로 불쑥 고개를 숙였다.

“사부님, 저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둬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역시 셋째 상태가 별로였군.”

육합은 자신이 가져온 복숭아를 우물거리며 뒤늦게 대화에 합류했다.

“우리 농원에 왔을 때도.”

“응?”

“농원에 일 도와주러 왔을 때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 생에 셋째를 자주 만나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전생처럼 시원시원한 느낌은 아니었다.”

“시원시원 하다기보다 미친놈 같았지.”

검마가 한마디 보태자 육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고쳤다.

“전생처럼 미친놈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광증이 없다고 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

“차라리 미친 티가 나는 게 더 나은 법이다. 속부터 천천히 미쳐가고 있다면 그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지. 막내야, 너도 그래서 나까지 바다 여행에 합류하라고 한 것 아니냐?”

몽연은 머리를 긁적였다.

“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옆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는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지.”

검마는 과일을 하나 집어서 몽연에게 건넸다.

“천천히 가자, 제자야.”

“예, 사부님.”

몽연은 복숭아를 입에 넣었다.


한참 후, 이자하는 간식거리와 마실 것을 잔뜩 사서 차에 올라탔다. 커피를 받아서 한 모금 쪽 빨아먹은 몽연이 이자하의 손에 들린 리플렛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뭐냐?”

그러자 이자하가 리플렛을 펼쳐 한 군데를 검지로 짚었다.

“유명한 절이 있대.”

“절?”

“가자. 밟아라, 똥싸개.”

몽연은 눈을 몇 번 깜빡이면서 뒷좌석을 돌아봤다. 검마는 말없이 이자하가 사 온 탕후루를 와그작 씹어먹고 있었고 육합은 마찬가지로 이자하가 사 온 감자 버터구이를 호호 불어가며 먹고 있었다.

몽연은 한숨을 내쉬며 안전벨트를 당겼다.


안녕하세요! 슬리퍼입니다.

늘 부족한 글이지만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y//y

피드백 주시는 분들도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늘 기쁘게 읽고 있습니다!^3^♥

결제선 아래에는 설정 주저리가 몇 자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적어두기에는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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