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로스

마왕 노모로스

5. 숨겨진 진실

스토리 by 가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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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인간들이 나를 기다린다고. ”

“ 그 말, 오늘만 벌써 9번째라고요.. ”

솔은 계속해서 인간계에 가고 싶다고 히스에게 징징거리며 떼를 썼으나, 히스는 자신이 지켜보고 있는 한 절대로 가지 못한다며 의견을 굳혔다. 히스는 앞으로 솔이 자리를 비우고 놀러 다니지 않게 둘 셈이었다.

진짜로 히스가 보고 있는 한 가지 못한다는 그 말 때문일까, 솔에게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깔끔하게 사라져 있는 참사가 일어났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장 처리해야하는 서류가 밀린 게 몇달치인데, 이러면 또 쌓이게 되고.. 아마, 마계가 멸망할 때까지 솔과 히스는 영원히 서류 작업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던 순간.

“ 히스 내가 하고 있을테니 좀 쉬어. 솔 때문에 고생이 많네. ”

“ 가, 가브님. 정말 고마워요. ”

차마 가브의 도움을 거절할 수 없었다. 서류뭉치들 중 중요한 안건의 서류도 있었기에, 스스로 확인해서 통과시킨다는 건 할 수 없었으니까. 물론, 스스로 했어도 솔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브라면 말이 달라지는게, 가브는 마계 간부들의 총책임자였다. 마왕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자였기에, 히스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 이게 대체 얼마 만에 자유야. ”

솔이 자리를 비운 게 좀 걸렸지만, 그래도 이런 여유가 생긴 건 오랜만이다. 히스는 마왕성 밖으로 나와 자유를 만끽하며 기지개를 핀다. ... 생각해보니, 고작 이렇게 시간이 좀 난 것 가지고 기뻐한다는게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히스는 솔과 함께 있는 시간들이 잊을 수 없을 만큼 항상 좋았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마왕성에 들어온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솔의 부재로 인해 지금까지 쉴 틈도 없이 달려온 것이.. 불만이 생기는 히스였다.

물론, 솔이 시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해온 것이긴 하다만.. 만약 하지 않았더라면, 마계는 아마 얼마 가지 않아 업무의 순환이 막혀 점점 망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까. 아니, 무조건 망했을 것이다. 그걸 또 가만히 두고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뭐라도 한 것이다.

“ 나중에 돌아오면 한마디 해야겠네. ”

실실 웃고 있는 히스였지만, 그 웃음에 살기가 실린 히스였다.

“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

루투스의 목소리가 너머에서 들려온다. 히스는 곧바로 무기를 꺼내들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건 칼도 마법봉도 아닌.. 서류에 싸인을 할 때 필요한 만년필 뿐이었다.

“ 안타깝지만 마왕님을 찾으러 온 것이라면 돌아가시죠. 저도 어디 가셨는지 모르니까요. ”

“ 그렇다면 경계할 필요 없다. 마왕이 아니면 온 이유가 없으니. ”

“ 그렇다면 싸울..네? ”

히스는 펜이 검보다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직전에, 루투스는 검을 거둔다.

루투스는 정말로 이상한 자였다. 그는 분명 마계의 2인자나 되는 강자임에도 불구하고(마왕과의 격차가 클 뿐이지.. 약하지 않다..) 마왕성의 빈 자리를 틈타 왕좌의 자리를 뺏거나 다른 자들을 공격하는 둥의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고, 목표는 오직 마왕의 왕위찬탈 뿐인 이상한 자였다.

“ 히스여, 마왕을 믿고 있는가? "

“ 어떻게 제 이름을?? ”

“ 마왕이 그대를 히스라 부르는 걸 들었다만? ”

루투스는 히스가 그대의 이름이 맞지 않냐며, 갸웃거리며 묻곤 히스는 머쓱하게 맞다고 한다.

“ 아무튼. 그건 무슨 뜻이죠? ”

“ 말 그대로다. 평화롭던 마계의 반을 파멸시킨, 마왕을 믿냐는 말이다. ”

“ 네..? ”

“ 모르는 건가, 잊은 것인가.20전이다. 선대 마왕을 죽인 후 그 힘을 받았지만, 힘에 잠식되어 폭주하는 마왕은 보이는 건 전부 부수고 다녔지. ”

“ 말 하고 계신 거에요? 하나도 안들려요. ”

루투스가 말하는 내용은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히스는 아마도, 솔이 무언가 조치를 해놓았을 것이라 어느정도 짐작이 갔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냥 알려주면 될 것을, 숨기는 이유가 있을까? 루투스조차 아는 사실마저 지금까지 본인에게 숨기고 있었다는 것에 히스는 솔에게 실망한다.

루투스는 히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검을 꺼내든다.

“ 내 특별히, 그 마법을 지워주겠다. 마왕의 추악한 진실을 모르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않는가. ”

“ 잠깐만요, 전 싫은데요?? ”

검을 꺼내든 루투스를 보곤 당황하며, 곧 날라올 공격의 대비를 위해 만년필을 꺼내들었지만, 루투스는 히스의 의견을 무시한 채 히스의 가슴을 검으로 꿰뚫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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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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