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로스

마왕 노모로스

6. 사건의 전말

스토리 by 가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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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히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게 미안했던 솔은, 마계로 복귀하기 전에 인간계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들을 모두 구매해 포장하기 시작했다. (돈은 파란 친구에게 빌렸다!)

음식들을 양 손에 넘치게 포장하고, 마계로 돌아온 그때. 히스의 가슴에 꽂힌 검을 도로 뽑아서, 검집에 넣는 루투스를 마주치게 된다.

솔은 양 손의 음식들을 던지고, 곧장 히스에게 달려가 상태를 확인한다. 다행히 상처는 없었으나, 루투스가 히스에게 무슨 짓을 한 진 몰랐기에, 분노하는 솔이었다.

“ 히스 괜찮아? 루투스, 넌 오늘 선을 넘었.. ”

“ 솔, 진짜예요? ”

“ 뭐, 뭐가? ”

히스가 마왕님이 아닌 솔이라고 부를 땐, 정말로 진지할 때와 화났을 때 말곤 없었기에 솔은 본인도 모르게 긴장했다.

“ 솔이 마계의 반을 파멸로 몰아갔다던가, 제가 균열에 떨어져 죽을 뻔 한 것도 솔이 폭주해서 그런 것 때문이라던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

솔은 당황했다. 전부 히스에게 숨기고 있던 내용들인데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 왜 저한테 숨긴거예요? ”

“ 그, 그게.. ”

이런 중요한 내용들을 솔이 아닌 루투스에게 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히스의 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 그대가 마왕의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 이젠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마왕의 힘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수많은 백성을 죽인 마왕이, 그런 비극적인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루투스는 검을 들어, 짙은 마기를 두르곤 솔에게 내리꽂는다.

솔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공격을 그대로 허용하지만, 옷조차 아무런 흠집도 나지 않으며 오히려 마기를 두른 검이 부러진다.

루투스는 마왕의 역린을 건드린 것 같은 무언가 잘못된 상황을 직감하고, 다음을 기약하겠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빠르게 도망간다.

“ 그냥.. ”

솔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 지 몰랐다.

히스를 균열 사이에서 구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서 얼마 가지 못해 죽을 운명이었던 히스에게, 영생을 위해 마왕의 힘을 일부 전해주고는.

앞으론 좋은 일들로만 새롭게 채워 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솔은 히스의 과거 속 좋지 않은 기억들을 전부 잘라냈다. 그 중엔 당연히 솔의 과거도 얽혀있었다.

어떻게 보면 히스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앗아가고, 심지어 죽기 직전까지 만들어 둔 범인은 솔이다. 당연히 좋지 않은 과거로 남을 게 뻔하지 않은가. 같이 잘라냈을 뿐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솔은 우연히 히스를 만났고, 거기에서 대체 무슨 감정이 생겨서 떨어져 죽기 직전인 그녀를 직접 구해주더니, 이내 마왕의 힘을 주는 둥. 정신을 차려보니 솔은 마치 구원자 같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폭주하고 나서부터 무감정에 더 익숙했던 솔이,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감정이 생기고 그 마음을 전할 줄 몰랐던 서투른 방법이었다.

“ 솔, 제가 화난건요. 솔이 저를 신뢰하지 못해서 그래요. 불신은 한번 생기면 풀어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관계는 점점 멀어지니까요. 아무리 친했고, 신뢰했고, 사랑했던 관계였어도 그걸로 끝나는 거 알죠? ”

“ 정말로, 숨긴 건 그것뿐이야. 내가 잘못했어.. ”

솔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변명보다는 사과가 맞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생 처음으로 끝이라는 표현을 쓰는 히스를 보곤 경악하며 흔들리는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솔이었다.

“ 아, 그리고요. 조금씩 쉬는 날 좀 주세요. 제가 쉴 땐 일 하면 안되니까 직접 다 하셔야해요? ”

“ 응. 오늘부터 쭉 쉬어. ”

“ 아니.. 그건 조금 쉬는 게 아니잖아요. ”

“ 아, 그리고... 맛있는거 가져왔는데 같이 먹을래? ”

솔은 음식들을 가리키지만, 히스를 구하기 위해 본인도 모르게 음식들을 던져버려서 이미 난장판이 된 후였다.

저걸 어떻게 구매하고 포장해서 가져왔는데.. 솔은 머리를 싸매곤 절망에 빠지며 히스는 그 광경을 보곤 웃음을 참지 못해 하하 웃어보인다.

히스가 솔과 같은 마왕의 힘을 일부 가졌기 때문일까? 딱히 왜 그랬는지, 왜 숨겼는지 더 캐묻지 않아도 솔의 의도와 마음을 어느정도 알 것 같았기에.

히스는 긴 말을 하기 보단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 처럼 이번에도 솔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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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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