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로스

마왕 노모로스

4. 기적과 재앙의 현장

스토리 by 가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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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하늘은 무너지고 있었으며, 지면은 갈라짐과 동시에 조각조각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무너진 하늘 그 너머에는 당장이라도 마계를 덮을 것만 같은 어둠이 존재했고, 지면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균열들이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떨어트려 삼킬 것만 같았다. 그 광경은 마치, 마계에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나려는 것처럼 보였다.

“ 하..하하 ”

마을은 무너졌으며, 가족들은 어디론가 전부 흩어졌다. 그녀는 매달리던 손에 힘이 점점 풀려가고 있었고, 저 균열 속의 어둠을 보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저 실없이 웃고 있었다.

요 근래 마왕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만, 어떻게 됐든 그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곳은 마계의 변두리로 마왕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고, 무엇보다도 평화로운 일상에 지도자는 필요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왕이 바뀌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는지,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재앙으로부터 도망쳐 조금이라도 삶을 연명하는 것이 전부인 이 상황에, 그녀는 원망하기보단 마왕을 찾게 되었다.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이라면, 제발 구해달라고 말이다.

“ 독립하면 남 눈치 안봐도 되니까, 하루종일 뒹굴거리면서 게으름 피우거나.. 누워서 아이스크림도 먹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고요 마왕님. ”

중얼거리며 하소연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아무도 없었고, 예정된 미래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손에 힘이 풀려,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

눈을 감고는 몸에 힘을 놓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사후세계는 어떻게 생겼으려나. 싶던 생각이 들 찰나, 무언가 몸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그 앞에는, 감정따윈 담기지 않은 무심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마왕이…

“ 마왕님!!!!! ”

책상에 엎드려서 졸고 있던 히스는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른다.

“ 무, 무슨 일이야!! ”

다급하게 문을 강하게 부수고 들어오는 솔이었다.

“ 히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아니면 누구야. 가브야 루투스야. ”

“ 그게 아니라, 그냥 꿈을.. ”

히스는 꿈에서 본 솔의 눈에 이질감이 들었다. 지금의 솔에게선 본 적이 없는 눈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꿈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아마 잊혀진 과거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당혹감과 걱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행동하는 솔을 보곤, 피식 웃으며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 별 일 아니에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운데, 그렇다고 문을 부수시면. ”

“ 음, 그러니까. 나는 다급한 상황인 줄 알고... ”

그리고 얼마 못가 문을 직접 고치는 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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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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