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헌우성 2세썰
* 설마 없겠지만 혹시 검색으로 들어오신 분들을 위한 주의문구
- 적폐캐해석, 설정과 고증오류가 난무합니다.
- 결론이 이상할 확률 100%, 두서없음 주의(보고싶은 걸 생각나는 대로 씁니다.)
- 도망수 소재(아니라고 느끼실 수도), 제목에도 있듯이 2세가 나옵니다.
고등학생 때 마음 확인해서 잘 만다가다 모종의 이유로 서로 마음이 남은(근데 상대가 마음이 남아있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20대 초중반쯤에 헤어지게 된 명헌우성. 이명헌과 헤어지고 나서야 2세가 생겼다는 것을 안 정우성. 안 좋게 끝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말할까 했지만 형이라면 자기를 위해(농구해야되니까) 지우라고 할 것 같아서 말 안 함. 이 때까지는 정우성이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 눈을 피해 한국 들어오는게 가능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 집에서 1년 지내다가 2세 낳고 딱 2개월 쉬어서 1년 채우고 바로 미국 들어감.
개인적으로는 수술 없이 남자도 애 낳는게 가능했으면 좋겠음. 그래야 흉터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이 없을테니까... 2세 낳고보니까 정우성 눈에는 이명헌을 닮아도 너무 닮음... 그래서 들킬까봐 속으로 많이 걱정하는데 사실 이명헌 잘 아는 사람한테나 의심할 정도지 생판 남이 보면 그냥 입술 좀 도톰하게 생긴 정우성 닮은 아기임. 그리고 웃을 때 정우성 미소랑 똑닮아서 광철, 어머니, 우성이, 2세 이렇게 넷이 사진 찍으면 누가봐도 한가족임.
출생신고는 해야되니까 부모 밑으로 넣을 건지 본인 밑으로 넣을건지 정해야할 때 고민없이 자기 아이로 신고할 것 같음.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같이 살거라서. 2세한테 광철,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자기가 아빠라고 알려줘도 된다고 하는 정우성. 굳이 농구 안 시켜도 되니까 하고싶은 거 하게해주고, 반찬투정해도 골고루 먹도록 해주고, 아빠가 지금은 같이 못 있지만 널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함.
몸이 튼튼한 사람은 회복도 빨라서 고생도 많이 안 하고 잘 먹고 잘 쉬니까 금방 컨디션 돌아옴. 복귀도 빨리 하고싶었어서 2개월만 쉬고 바로 미국 감. 농구를 포기할 순 없으니까 2세는 부모님한테 맡기고 미국에서 열심히 농구함. 2세 두고갈 때 미련 뚝뚝 떨어지는 얼굴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어떻게 안 사랑할 수가 있겠음... 좋아하는 사람 아인데.) 그만큼 농구도 사랑하고 중요하니까. 2개월 동안 친해졌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2세도 정우성이 떠날 때 울지 않음. 마치 다시 만날 것을 아는 것처럼.
정우성이 느바에서 뛰는 동안 2세는 한국에서 조부모님이랑 큼. 우성이를 보면 알겠지만 광철과 어머니가 주는 사랑? 결코 부족하지 않음.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큼 + 성격이 밝고 좋은편 + 주변에서 이상한 소리 안 함 3단 콤보로 잘 웃고 말도 많은 아이로 큼. 집에 농구대, 농구공 다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농구를 접하게 됨. 흥미도 있는 것 같아서 가끔 광철이 놀아줌. 체력이 예전만큼은 아니라 적당히...
2살 때쯤 우성이 사진 보여주면서 아빠라고 하니까 2세가 멍하니 사진 보다가 꽉 끌어안음.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고 그냥 반짝이는 눈동자 깜빡이면서 마냥 꼭 안고 있음. 그 이후로 걸려있는 정우성 사진 볼 때마다 곧잘 아빠, 아빠 함. 나이를 먹을 수록 말도 잘 하고 잘 뛰어다니고 하여튼 무난하게 잘 크는 2세... TV로 우성이 경기 틀어주면 눈을 반짝이면서 보는 2세. 왔다갔다 하는 화면 속에서 정우성만 쫓아다니는 시선에 광철과 어머니 좋으면서도 속상할 것 같음. 아빠 팀이 이긴 날에는 기쁘다고 밥 잘 먹고, 아빠 팀이 진 날에는 먹고 힘내야 한다고 밥 잘 먹는 2세가 기특할 것 같음.
느바 활동하면서 정우성이 한국 들어온 횟수가 딱 2번임. 괜히 2세 보면 마음 약해질까봐(캐붕인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본가도 안 가고 형들이랑 놀고 혼자 시간 보냄. 산왕 모임에 당연히 이명헌도 오는데 둘 다 좋은 선후배 사이로 보일 것 같음. 서로 잘 정리해서 무난하게 지내는 것처럼. 정우성이 무의식에 잘난 척하면 현철이가 암바걸고 아프다고 하는 정우성 보면서 다같이 웃고. 다른 애들이 눈치 보는 거 없이 무난하게 즐거운 술자리임. 정우성 공백기였던 1년동안 모든 사람 연락을 끊어서 이유 물어보는 형들한테 그냥 슬럼프+좀 아팠음 으로 핑계대면서 돌림. 지금은 너무나 잘하고 있어서 쉬어서 더 좋아졌나보다 하는 형들. 2세 얘기는 입도 뻥긋 안 하는 정우성. 취해서 말실수 하는 일 없어야하니까 이래저래 신경쓰느라 가끔씩 닿는 이명헌의 시선은 눈치 채지 못 함.
2세가 세네 살일 때 말 없이 미국으로 가서 정우성 경기를 본 적이 있음. 정우성 부모님은 대중적으로 얼굴이 안 알려져있는 상태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2세한테는 마스크를 씌움. 코트 위에서 날뛰는 아빠를 보면서 웃고 박수치고 응원함. 광철은 2세가 정우성 보고 아빠아빠 하면서 부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한 번을 아빠라고 하지 않음. 경기를 즐기는 게 보일 정도로 신나 보이는 얼굴을 하고선 멋있다, 최고다, 신난다 같은 감탄사만 말함. 경기가 끝났을 때 아빠 보러갈까? 하고 묻는 말에 아니, 괜찮아. 하며 경기장을 나가는 2세. 목소리에 어떤 슬픔도, 원망도 없어서 광철과 어머니는 아이 심정을 짐작하기 어려웠음. 정우성은 나중에서야 자신의 경기를 보러왔다는 것을 알았고 부모님은 굳이 2세가 한 대답을 아들에게 알리지 않음.
두번째는 스물아홉살일 때. 2세가 대여섯살쯤 됐을 때임. 이번에는 본가에서 일주일을 보냄. 큰 캐리어 두 개를 양 손에 끌고 집에 갔을 때는 광철과 2세가 농구를 하고 있었음. 2세한테는 깜짝쇼 같은거라 말 안 해서 정우성 쪽을 보고 있던 광철이 먼저 "우성아!" 하니까 놀란 얼굴을 한 채로 뒤돌음. 정우성 입장에서는 반갑긴 한데 자기가 혼자 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선뜻 다가가지 못 하는데 2세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봄. 광철은 그제야 눈치챘음. 아이가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면 내가, 부인이, 우성이가 곤란해진다고 생각하는구나. 광철이 2세 어깨를 가볍게 감싸쥐고 아빠라고 불러도 돼, 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아빠- 하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정우성에게 달려감. 정우성 달려오는 아이 끌어안고 울었을 것 같음.
혼자 팅팅 부은 얼굴로 식탁에 앉아서 밥먹는 정우성. 2세는 조금씩 눈치보다가 정우성한테 말을 걺. 아빠 할머니 밥 안 먹은지 오래됐지 (밥 위에 계란말이를 올려주면서) 이거 내가 좋아하는 반찬인데 아빠도 먹어 나도 미국 갔었는데 거기 음식은 너무 짜서 잘 못 먹었어 나는 거기서 못 살 것 같아 아빠는 미국 음식 맛있어? 맛없으면 살기 힘들잖아 집에는 얼마나 있어? 아예 온 건 아니지? 나랑 농구해줄 수 있어? 나 아직 아빠만큼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슛은 잘 해! 그리고, ··· ··· 쉬지 않고 말하는데 그게 정우성 어렸을 때랑 너무 똑같아서 부모님 동시에 웃음 터짐. 원래 밥 먹을 때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애가 아닌데 아빠 만나서 신난건지... 그 말 들은 정우성 또 울컥하는데 2세는 자기가 말 많이 걸어서 그러냐고 미안하다면서 밥 열심히 먹음. 그런거 아니라고 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고 같이 밥 맛있게 먹는 정우성..
밥 다 먹고 농구하는 두 사람. 광철이 가르쳐준 덕분인지 제법 자세가 나오는 2세. 그래도 당연히 정우성보다는 못 하는데 안 봐주니까 계속 슛 막히고 스틸당하고 함. 그런데도 포기 안 하고 우는 소리도 안 하면서 열심히 농구함. 마지막에만 티 안 나게 살짝 실수해서 슛 들어가니까 엄청 좋아하는 2세 보면서 정우성도 웃음. 2세한테서 살짝살짝 이명헌이 보여도 생각보다 괜찮았음.
하루는 형들 만나서 술 마심. 다들 몇 년만이니까 반갑게 인사하고 술먹으면서 대화함. 이명헌과 정우성의 자리는 좀 떨어져있음. 이명헌이 오른쪽 끝, 정우성이 맞은편 왼쪽 끝. 정우성 옆자리는 항상 신현철인데 이건 헛소리할 때마다 암바 걸려고... 이번에도 문제 없이 근황 얘기, 사는 얘기, 무난무난한 얘기 하는데 갑자기 정우성이 형들 있잖아요, 함.
" 제가 은퇴하면 어떨 것 같아요? "
" ... "
" ...? "
" 야, 정우성. 너 어디 아프냐? "
당연히 분위기 착 가라앉고 형들 표정 굳어짐. 농구에 미친놈이 갑자기 은퇴 얘기를 꺼내니 당연함. 어디 부상이라도 당했나. 최근까지 경기 잘 했던 것 같은데. 무슨 큰 일이라도 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듦. 정우성 형들 슥 둘러보고 지금 당장 할 거라는게 아니고 그냥 물어본거라고 해명함. 근데 형들은 계속 추궁하고 정우성은 계속 그런거 아니라고 하고... 그러니까 정우성 손으로 뒷목 긁으면서 말함.
" 소중한 사람이 생겨서요."
소중한 사람 = 2세임. 2세를 계속 부모 없이 키우는 게 마음에 걸려서 서른즈음에 은퇴할까 고민했던 거 슬쩍 던져봤던 거임. 물론 농구 계속하고싶긴 한데 부모로서 책임도 지고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고민하는거임. 정우성이 말하자마자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신현철이 암바걸면서 이새끼가 사랑에 미쳐서 농구를 그만두려고 한다면서 막 뭐라고 함. 정우성 아 그런거 아니에요- 하는데 아무도 안 들어줌. 동오는 다시 생각해보라고 아니면 농구하는 걸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라고 하고 성구는 맞장구 치고. 이명헌 말없이 술 마시고 김낙수 이명헌 슥 쳐다보고 한숨 쉼. (김낙수 이명헌이 아직 정우성 좋아한다는 거 알고있음) 이 얘기는 유야무야 어떻게 잘 넘어가게 됨.
사실 헤어진 이유는 생각 안 해봤는데... 그냥 롱디니까 연락 잘 안 되고, 서로의 소식은 너무 늦게 닿고, 연애에만 힘을 쏟기엔 커리어가 중요하고... 등등 평범한 이유들로 이별했을 것 같음. 정우성은 정우성대로 형 잘 살고 있는데 내가 다시 껴서 초를 칠 필요가 있나 싶은거고 이명헌은 이명헌대로 지금 탄탄대로 걷고있는 우성이한테 도움도 안 되는 고백 다시 하고싶지 않은 거임. 어차피 똑같은 이유로 헤어질 게 뻔하니까.
한국에 있는 동안 놀이공원도, 동물원도 같이 가주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불안해서 결국 한적한 바다 보러 가는 걸로 결정함. 얼굴은 가리면 되는데 몸은 가린다고 티가 안 나지 않아서...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기 전에 가려고 그렇게 오래는 못 있다 오는데 그래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뭐가 좋았고 뭐가 재밌었고 등등 쉬지 않고 말하는 2세 보면서 나오길 잘 했다고 생각함. (내 세계관엔 휴가 온 느바선수한테 따라붙는 파파라치는 없음)
미국 가기 전 날에 농구 재방송 보면서 케이크 먹다가 정우성이 슬쩍 운을 띄움.
" 00아. 00이는 아빠 안 미워? "
" 응. "
" 왜 안 미워? "
" 안 미운 거에도 이유가 있어? 미울 때만 이유가 있는거 아니야? "
" 아빠가 00이랑 같이 못 있어주잖아. "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대화 이어나가니까 2세가 음... 하고 뭔가 생각하는 표정 지음. 그러다가 아빠 농구 좋아하잖아! 하고 헤헤 웃음. 정우성 무슨 흐름인가 이해하려고 머리 굴리는데 2세가 아빠가 자기 사랑하는 거 안다, 근데 그만큼 농구를 사랑하는 것도 안다, 미국에서 농구하고싶으니까 거기서 사는 거 아니냐, 자기는 여기서도 아빠 볼 수 있어서 괜찮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엄청엄청 잘 해준다 ··· 이런 식으로 얘기함. 정우성이 뭔가 말하려는데 2세가 먼저 말함.
" 아빠 농구 그만 두지 마. 계속 해도 돼. "
하고싶으면 계속 해. 라고 해서 결국 울어버림. 2세는 울지말라고 토닥여줌. 정우성 은퇴 고민 싹 접음.
2세 방에서 새 거같은 농구공인데 선수 싸인이 그려져 있는 걸 발견한 정우성. (지금까지는 침대가 작아서 마루에서 둘이 이불 펴고 잤음) 저건 뭐냐고 물어보니까 2세가 좋아하는 선수 싸인 받은 공이라고 함. 좋아하는 선수가 누군데? 하니까 이명헌 선수라고 함. 정우성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음. 누구? 하고 다시 물어보니까 2세가 이명헌 선수라고, 할아버지가 아빠 학교 선배라던데 맞냐고 막 좋아하면서 물어봄. 정우성 빨리 표정관리 하고 맞다고 나중에 얘기해서 경기 표 구해다주겠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함. 나중에 광철한테 국내 프로 리그 보다가 자기랑 닮은 선수가 있다, 아빠랑 같은 포인트 가드인데 엄청 잘 한다고 하면서 너 볼 때처럼 눈을 못 떼더라 하는 얘기 들음. 공은 2세가 경기 보러갔을 때 앞에 앉았던 분이 이벤트로 받은 거 애기라고 선물로 주셔서 받은거임. 그래서 이명헌은 2세 이름도, 생김새도 모름.
일주일 정도의 짧은 휴가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와도 2세는 씩씩하게 밥 잘 먹고 잘 놀았음. 정우성 짐 싸는 거 도와주고 자신이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도 캐리어에 넣어줌.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작별인사 하는 아빠를 보면서도 웃으면서 손 흔들어 줌. 그래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정우성이 탄 차가 멀어지자마자 집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2세. 어른 둘이서 당황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눈물 슥슥 닦더니 화장실 가서 세수함.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벌써 보고싶어져서 울었는데 그렇다고 슬픈 건 아니라서 괜찮아질 때까지 울고 그친거라고 함. 거짓말은 아닌건지 일상생활 잘 하는 거 보고 그제서야 한시름 놓는 광철과 어머니.
서른까지 하고 은퇴하겠다는 거 바로 정해버리면 여기저기 곤란해지니까 미리 구단한테 슬쩍 말 꺼내놓았던 상태였었는데 다시 생각해봐라 이런 얘기 들었었음. 송태섭도 어디서 소식 듣고 와서 아직은 아깝지 않냐고 2년만 더 해봐라 이런 식으로 얘기했었고. 구단 측에서는 선수 더 찾아봐야하나 싶었는데 휴가 갔다온 정우성이 재계약 하겠다고 하니까 바로 연장함. 3년 정도 하면 어떻겠냐고 조건도 좋게 걸어줬는데 정우성이 2+1(2년은 무조건 연장, 이후 합의 하에 1년 연장 가능한 계약...인데 농구도 이렇게 계약하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설정 빌려다씁니다.) 선택함.
정우성과 송태섭의 농구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화제가 될만큼 놀라운 활약을 펼쳤음. 정우성의 재계약과 송태섭의 신규 계약을 함께 따낸 구단은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중임. 동양인 둘이라 오히려 리스크가 커진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팀플레이, 뛰어난 개개인의 실력으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는 정우성과 송태섭의 팀. 이듬해에는 정우성의 작은 부상에 몇몇 악재가 겹쳐 순위를 유지하진 못했지만 명성에 금갈 정도는 아니었음.
둘은 같은 구단에서 뛰게 되면서 룸쉐어를 함. 송태섭은 소파를 등받이 삼아 바닥에 앉아서, 정우성은 소파에 팔을 대고 턱을 괸 채로 결승 경기를 봤음. TV 화면에 눈을 두던 정우성이 피자를 먹고 있는 송태섭을 내려다 봤음. 다시 TV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을 검.
" 태섭아. "
" 왜. "
" 네가 사 둔 푸딩, 내가 먹었어. "
" 어, 그래. "
" 재니퍼랑 마크 사귄다는 얘기 들었어? "
" 어, 들었어. "
" ... "
" 다음엔 이겨야 되니까 잘 봐 둬. 너도 분석하려고 보자고 한 거 아니야? "
" 나 사실 딸 있어. "
" 어, 알았다니까. 딸이 있... ...뭐? "
송태섭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정우성을 쳐다봄. 입에 있던 피자조각을 맥주로 대충 삼키고 소파 위로 올라와 앉음. 너 방금 뭐라 그랬냐. 나 한국에 딸 있다고. 설마 예전에 1년 한국 갔다 온 게 아이 때문이었어? 응. 야, 그게 몇 년 전인데. 초등학교 들어갔으니까 8년 전이다. 정우성 말하면서도 송태섭 안 보고 TV만 봄. 송태섭만 정우성 보고 있음. 곤란하다는 표정 지으면서 자기 뒷머리 슥슥 문지르다가 본인도 TV 보면서 말을 검. 당연히 농구는 눈에 안 들어옴.
" 그 사람은 알아? "
" 아니. "
" 말 안 할 거야? "
" 어. "
왜. 라는 물음에 정우성은 머리를 굴려봄. 얘기하면 형이 지우라고 했을 것 같아서. 이건 너무 형 쓰레기 만드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앞뒤 설명하기엔... 말이 너무 길어지는데. 말하기 싫어서. 그래도 말은 해야되지 않겠냐고 잔소리 할 것 같고. 침묵이 길어지다 결국 본인 욕심이라고 말하는 정우성. 그 말 들은 송태섭도 허, 하고 말아버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니까 뭐라 말을 덧붙이면 안 될 것 같아서 입을 다무는 쪽을 택함. 대신 자기 맥주병이랑 정우성 맥주병을 부딪혀 쨍 하는 소리가 나게 함. 정우성이 쳐다봤을 땐 이미 송태섭은 마시는 중이었고 정우성도 남은 맥주를 마셔버림.
그 이후에도 크게 변하는 건 없었음. 정우성은 정우성의 농구를, 송태섭은 송태섭의 농구를 했음. 대신 둘의 일상에 한 가지 추가된 것이 있었음. 2세에 관한 이런저런 대화. 뭘 좋아해? 고기면 다 좋아해. 사실 안 가리고 다 잘 먹어서 이거다, 라고 말할 수 있는게 없더라. 경기 보러 온 적 있어? 응, 그 때 이겨서 다행이지. 졌으면 울었을지도 몰라. 어째 니가 2세보다 더 우는 것 같다. 진짜 그런 듯. 이런 소리하면서 같이 웃는 둘...
정우성은 지금까지 받았던, 그리고 찍었던 2세 사진을 송태섭에게 보여줌. 이건 처음 걸었을 때. 이건 처음 이 났을 때. 이건 처음... 내 사진 보고 아빠라고 했을 때. 송태섭은 정우성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반응하기보다는 사진마다 귀엽다며 웃음. 그러다가 송태섭이 먼저 말문을 뗌.
" 안 보고싶어?"
" 보고싶지. "
" 아빠랑 같이 안 사는 건 괜찮대? "
" 응. 괜찮대. "
" ... "
" 2세가 뭐라는 줄 알아? 아빠 농구 그만두지 말래. 하고싶으면 계속 하래. "
" ...정우성. "
" 내가 뛰는 경기 볼 때 잘 먹던 밥도 안 먹고 눈도 못 떼면서 아빠 보고싶다고 떼 쓴 적은 한 번도 없대. ...아버지나 어머니한테는 이것저것 사달라고 한다는데 나한테는 뭐 하나 부탁하는 게 없더라."
" 정우성. "
" 솔직히 좋은 아빤 아니잖아. 그래서 너무 미안해. "
(태섭한나 요소가 있습니다.)
송태섭이 중간중간 정우성을 부른 이유? 애가 답지 않게 너무 깊이 생각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다 할 조언이나, 어울리는 공감, 위로를 할 자신은 없었음. 당연함. 본인은 애를 낳아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음. 한나와 사귀고 있긴 하지만 결혼 얘기는 해봤어도 아이 얘기는 안 해봐서... 어떻게든 말빨로 휘향찬란하게 위로할 수 있는 타입도 아님. 이래저래 곤란한 쪼푸임. 다행인건지 아닌지 정우성은 말을 덧붙이지 않음. 울 것 같이 굴었으면서 울지도 않는 애 등을 토닥여주는 것도 웃긴 것 같아서(사실 안 웃김) 그냥 가만히 기다려주다가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정우성 등짝을 때림.
" 오늘 2세 생일이었어. "
" ? 너 오늘 뭐 했냐. "
" 너랑 경기했잖아. 내가 이겼고. "
" 야, 그 소리가 아니잖아. 애 생일인데 전화라도 한 통 했어야지. "
" 내가 이동하는 시간에 한국은 새벽이고. 2세 깨어있을 때는 연습시간. 경기 끝나면 한국은 날이 바뀌어 있잖아. 다른 선수들 있는 공간에서 숨겨진 딸 있다고 공개할 일 있냐. 나라고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거 아니거든. (입술 삐쭉) "
" 아무리 그래도... "
" 미리 준비해서 두고 온 편지랑 선물은 잘 받았다고 연락 왔어. 조금 이따가 전화 하려고 했고... "
" 같이 해. "
" 뭘. "
" 통화. 영상통화로 해봐. 매번 사진만 보니까 목소리도 궁금해졌어. "
송태섭... 은근 어린아이 좋아한 것 같음... 결국 예정에 없던 불청객(?)과 함께 시작된 영상통화... (이 때 쯤이면 영상통화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합시다... 현대 au도 좋아요 뭐든 편하신걸로...) 키자마자 아빠! 하고 웃는 여자아이 얼굴이 보임. 머리에 생일파티용 고깔모자 쓰고 있음. 뒤에는 광철과 미사(우성이 어머니 이름이 나와서...)가 함께 있음. (원래라면 오전이라 학교 가야하는데 걍 땡땡이 치는 중임.) 사진으로 봐도 정우성 판박이었는데 움직이는 아이 보니까 더 닮았다고 생각이 드는 송태섭. 귀엽게 튀어나온 입술 빼고... 사소한 일상 얘기 하다가, 송태섭 소개도 해줬다가 눈치보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정우성. 어색하게 같이 생일 축하한다고 하는 송태섭...ㅋㅋㅋㅋ 2세가 막 좋아하면서 웃더니 자기 아직 생일 안 지났다고 미국은 아직 안 지나지 않았냐고 함. 그러더니 카메라 시야가 움직이더니 케이크가 올려져있는 책상이 보임. 앞에는 2세가 앉앉아있음. 아빠, 나 생일축하노래 불러줘! 정우성 입술 꾹 다물었다가 웃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줌. 광철이랑 미사랑 태섭이도 같이 불러줌. 촛불까지 불고 굿나잇 인사와 굿모닝 인사가 동시에 오간 다음에야 통화가 끊어짐.
이번 시즌은 정우성 팀이 우승함. 모든 경기를 끝내고 6월 말쯤 한국에 돌아옴. 조용히 들어온다고 한건데 어디서 정보가 센건지 공항에 스포츠 기자들 몰림. 긴 시간 비행+질문 세례 까지 마치니까 엄청 피곤함. 집에 가자마자 자야지, 생각했지만 마중나온 2세 보자마자 잠이 달아남. 저녁에 과일까지 먹고 동화책까지 읽어주고 나서야 같이 잠에 듦.
2세와 같이 놀다가 과일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말 꺼내는 정우성. 아빠가 욕심이 많아서 그동안 다른 아빠한테도 말 안 하고 꽁꽁 숨겼는데 이제는 말해주려고 하는데 2세 생각은 어떻냐. 네가 싫다고 하면 말 안 하겠다... 이런식으로 약간은 장난스러운 느낌을 섞어서 말함. 근데 2세가 " 다른 아빠는 내가 있는지 몰랐던거야? " 라고 물어봐서 고개 끄덕이고 진지하게 미안하다고 함. 그 때 이명헌한테 말한다고 해서 100% 지우라고 했을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순전히 정우성의 선택으로 2세는 아빠 한 명 없이 큰거라서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었음.
" 말해도 괜찮아. "
" 진짜? "
" 응. 근데 안 좋아할 수도 있는거지? "
" ...안 좋아하진 않을 거라고... "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 괜히 거짓말을 했다 아이에게 상처주기 싫었고, 그렇다고 아예 단정짓기는 싫었음. 끝맺음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리니 2세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임. 아빠가 괜찮다고 하면 만나고 아니면 안 만날래! 귀엽게 웃는 2세를 쓰다듬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에 익숙한 번호를 입력함.
(결제는 하지 말아주세요. 정리되지 않은 썰의 아아아아아주 일부분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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