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티투

*둘 다 3학년

왜 같은 무게여도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까. 아오야기는 이런 질문을 종종 던졌다. 물론 속으로만. 답의 실마리를 아예 못 잡겠는 것도 아니고, 명확한 정답을 원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사람은 다르다는 당연한 문장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오야기는 되뇌어야 했다. 몇 번을 해도 어색한 사람이 있으면, 처음 해봐도 능숙한 사람이 있다는 걸.

“생일 축하해, 아오야기.”

입술이 닿았다 떨어지는 순간의 감각은 섬광과 같았다. 놀란 아오야기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테시마는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또 이런다. 아오야기는 태엽이 멈춘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 제 몸이 원망스러웠다. 아오야기. 언제까지 그렇게 귀여울래? 목소리에 민망함이 묻어 나왔다. 테시마의 시선이 멀어지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붙잡을 순 없었다.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퍼뜩 떠는 아오야기가 테시마의 입장에선 의아할 법도 했다. 전혀 내색하진 않았지만 분명 걱정하고 있을 거야.

이제 갈까? 먼저 뒤돌아 걷는 테시마의 등을 보며 아오야기도 뒤따라 걸었다.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이른 시간, 아침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테시마가 집 앞으로 찾아온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방 창문으로 저를 기다리는 테시마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아오야기는 긴장했다. 자정에 나눴던 축하 문자에서는 온다는 말 없었는데. 싫다는 건 전혀 아니지만, 평소보다 10분 정도 당겨진 준비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져 배로 서둘렀다. 문을 여니 저에게 인사하는 테시마에게 왔냐는 말도 못 하고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이 끝나면 따로 얘기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미리 들렸다는 테시마의 말은 안 그래도 불규칙하게 뛰던 심장을 더 벅차게 만들었고, 뺨을 살짝 감싸며 괜찮을까? 라고 묻는 배려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으나 이번에도 몸이 안 따라주는 게 문제였다.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다거나 상대의 몸 적당한 곳에 손을 올리면 될 텐데. 팔뚝을 쓸고 내려간 테시마의 손이 제 손을 잡을 때쯤에야 아, 또 떨고 있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 기분 탓일진 몰라도 평소보다 빨리 떨어진 테시마의 입술이 심장을 내려앉게 했다. 손에는 자전거 핸들을 쥐고, 눈으로는 테시마의 등을 쫓으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무슨 말을 해야...

테시마의 시선이 다시 아오야기에게 꽂힌 건 뒤에 따라오던 발걸음과 바퀴 소리가 멈춘 때였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묻는 얼굴과 목소리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다정해서 아오야기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언제쯤 난 너를 거창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준타 네가 과분한 존재라면 난 언제쯤 그에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표정을 관리한다고 했지만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 얼굴에 테시마의 얼굴도 덩달아 살짝 일그러졌다. 잠깐 얘기하다가 갈까? 겨우 뱉은 말에 테시마는 아무 말 없이 자전거를 세우고 벤치에 앉았다.

“준타, 미안해.”

“뭐가?”

“난 항상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사과할 쪽은 나인 것 같은데?”

“준타가 왜?”

“그냥 축하 인사만 하고, 잡담이나 나누려고 찾아간 거였는데 말이지.”

막상 아오야기의 얼굴을 보니 이때다, 싶어서 저질러 버렸어. 테시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다. 어느새 가까워진 틈 사이 살짝 맞닿은 새끼손가락이 뜨거웠다. 아오야기는 마음이 놓임과 동시에 무거워졌다. 말이 끊긴 사이 테시마는 괜히 다리를 흔들었다.

“준타는 날 너무 많이 알아.”

“너도 날 잘 알고 있어.”

“나도 준타에게 익숙해지고 싶어.”

“그래?”

테시마의 얼굴이 가까워진 건 순식간이었다. 아오야기는 눈을 크게 떴다가 테시마가 물러나지 않자 용기를 내어 눈을 감았다. 닿는 건 입술이 아니라 테시마의 목소리였다. 이미 익숙해진 것 같은데?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이제 눈도 감고 말이야.”

“이건...”

“걱정하지 마. 아오야기가 나의 모든 걸 알고, 나에게 완전히 익숙해질 때까지 옆에 있어 줄게.”

생일 선물로 줄 테니까. 아오야기는 차마 테시마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이렇게 테시마는 또 숨을 멈추게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스치는 팔뚝 아래 저를 두드리는 테시마의 손가락을 확 잡았다. 이것마저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잡았다. 감당할 수 없는 욕심을 부려도 괜찮을까. 어느새 두 사람의 발치만큼 다가온 햇빛이 다리를 간지럽혔다. 언제든 너를 잡을 수 있는 이 거리만큼은 놓지 않도록 할게. 아오야기는 먼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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