캌+리

: 반강제 고민상담

뭐야. 집에 간다더니 왜 저러고 있어? 소란의 주인공은 그대로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나무 위로 몸을 숨긴 누구와는 달랐다. 후텁지근한 대지를 식히느라 분주한 바람. 그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나뭇잎 사이의 햇빛. 나뭇잎 마을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이루는 요소들 중 가장 시끄러운 요소의 등장이었다. 카카시는 라이벌을 봤을 때처럼 모르쇠 책을 읽는 시늉에 빠져들었다. 나는 책을 읽고 있다. 읽는 중이다. 그러나 초록 덩어리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놓진 못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숫자의 나열이 점점 세를 불렸다. 듣고있던 닌자의 본능이 자연스레 패턴을 분석하고 대조질을 해댔다. 언제쯤 이곳을 지나겠구나와 같은. 나루토가 사륜안으로 애독서의 내용을 스포했던 것처럼 알고싶지 않아도 얻는 정보는 괴롭기만 할 뿐이었으나. 정보값으로 얻은 결론이 라이벌의 애제자이자 나뭇잎 마을에 속한 닌자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사실로 흘러간다면 그건 호카게의 문제와도 관련있었다. 한시도 조용할 일 없는 마을답게 닌자의 정보라면 다 들어있는 창고는 먼지 쌓일 일 없이 분주했으므로. 리에 대해 생각하느라 간만에 펼친 애독서는 눈 앞에서 팔락팔락 흔들리는 명상의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록 리는… 대략 4시간 전에 임무의 완료를 알렸다. 이제 막 임무를 끝낸 자 특유의 꼬질함을 달고 완수를 알린 팀에게 잠시의 휴가를 주었다. 대체 인력이 없어 연속으로 보낸 임무의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쉴 필요가 있었다. 한창때의 청년이라 체력이 남아도는 일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하여간 그렇게 쉬라고 보내쓸 터인데. 휴가라고 칭했으나 완벽한 자유시간은 아니었다. 모든 휴가에는 다음 임무에 지장이 가지 않을만큼 컨디션을 회복하고 오라는 함의가 포함되어 있었다. 닌자라면 모르지 않은 사실이니 작금의 상황은 자격의 문제로 갈 수 있는 사안인데. 물론 카카시는 실로 리- 라는 소년이 얼마나 몸을 혹사시키는지 봐왔던 이들 중 한명으로서 신뢰에 바탕이 된 관계를 구축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엇다. 카카시가 아는체를 하겠다 결심한 까닭이 오로지 상사와 부하의 관계라서가 아니라는 소리다.

카카시는 방황하는 청년의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나눌 의지가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므로. 결국 이러니저러니해도 여러 수식어로 묶인 사이라는 핑계 하에 몰려드는 귀찮음을 손으로 후드려 치웠다. 마스크 위로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 내던 종이를 탁-소리나게 덮고서 그의 친구에게 하는 것마냥 앞길을 막고섰다.

“저기, 리.”

“리군~”

“카카시 선 아니 호카게님!”

“지금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편이 좋은데.”

“아, 네...! 카카시 선생님.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그러니까 휴식시간이지? 휴식시간.”

방해했냐는 물음이 나오자 그렇지 않다 고개를 젓는다. 가이의 제자라 그런가 눈치보는 일에 영 서툴렀다. 굳이 두번이나 강조한 이유따윈 거들떠도 보지 않는 점이 답다면 그다웠다. 그나마 내가 너에게 준 휴식시간이라는 말따위를 뒤에 붙이지 않아 다행이지. 카카시가 안도를 다 끝낼 때까지도 정적이 끝나지 않았다. 소리의 연쇄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아 생긴 틈으로 인영이 끼어든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카카시가 리의 앞으로 이동했다.

“내가 부른 이유 알겠어?”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그럼 임무 끝나고 가이가 자주 하는 말은 기억해?”

“으음, 도움되는 여러가지 말씀을 자주 해주신 걸로 기억합니다!”

“…그중에서 ‘휴식도 중요한 임무다!’ 라는 소린 못 들어봤을까.”

카카시는 가이만큼 우렁차게 말하는 재주는 없어서. 그를 따라한답시고 나름 큰 소리 낸 문장을 완료하고 나면 찾아드는 정적에 몸서리칠 수밖에 없었다. 민망함을 숨기려 뱉은 헛기침소리가 다행히 들어봤다는 답에 가렸다. 스승이라면 내가 언제 그렇게 흐느적거렸냐며 호통쳤을 어설픈 모사따위를 잠자코 듣던 청자는 의혹을 제기하는 눈빛에서 확신을 가진 눈빛으로 변했다.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행을 게을리해선 안 됩니다!”

“아니. 전혀 모르잖아-. 넌 지금 쉬어야 한다고.”

카카시는 에둘러 말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언제까지고 같은 방식을 고수할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리는 카카시의 튀어나온 진심을 듣고 뜨거운 돌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굴었다.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어올린 탓에 미약한 시선의 차이는 사라졌다. 그제사 제대로 마주한 얼굴에는 터져나오려는 불안이 가득했다. 눈치 빠른 카카시는 불러세우길 잘했다고 여겼다. 어느샌가 리의 어깨에 올라있는 손은 무언의 압박이자 권유였다. 자, 호카게의 무료 상담시간이다. 아까 분명 쉬어야한다고 하셨…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잠깐만. 나랑 한 고민상담은 휴식이 아니라는 소리야?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니기는. 오랜만에 부린 오지랖은 시작도 전인데 후회가 밀려왔다. 평소의 담당자에게 넘겨버리고 싶지만 여태껏 3반만큼 자주 만나는 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고민을 해결하지 못해 미련 떨고 있다는 말은 곧 3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3반이라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숨기는 데 재능 없는 이가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했을 수도 있다. 심지어 별 거 아닌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경우의 수를 뒤로 하고 카카시는 가이에게 상담료 대신 밥이나 얻어먹어야겠다 결론지은 채로 친구 제자의 몸을 벤치로 밀어넣었다.

리는 어깨가 잡히지 않았어야 했다고 깨달았다. 이제사 도망가기엔 늦었고, 상대가 카카시라면 더욱 곤란하다. 도망갈 수 없을 땐 부딪혀라! 언젠가 스승에게 하사받은 말이 뇌리를 강타했다. 리는 기회가 왔음에도 부딪히지 않는 이의 제자로 살아오지 않았으므로 한숨대신 짧은 숨을 흡입하여 공기뿐만 아니라 의지도 차오르게 만들었다. 다만 단단히 맺힌 것이 의지인지 고민인지는 본인도 분간하기 쉽지 않았다. 평소처럼 허벅지 위에 자리 잡은 리의 손은 놓칠세라 꽉 붙든 모양새와도 같았다. 어쩐지 절실하고 절박해보였다. 비록 카카시만이 그렇게 느꼈을지언정. 불확실한 손짓과는 달리 카카시는 리의 표정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가이가 마주했을 표정. 슬픔과 상념과 회한과 모든 불확실함이 깃든.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카카시가 자주 짓던 표정이기도 했다.

“네지의 일이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지? 열렸다 다물리기만 반복하던 입매가 제대로 열렸다. 놀라운 독심술에 어버버거리고 있자 독심술사가 리의 입으로 동그란 무언갈 던져넣었다. 작고 달았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시카마루를 보러 온 쵸지에게 엉겁결에 받은 사탕이었다. 다시 돌려주자니 웃긴 이야기여서 누구에게 구색좋게 주려던 틈에 기회를 노린 것뿐이다. 감사합니다! 필요없던 인사를 주워든 리는 정성스레 고개까지 숙였다. 반응을 예상하긴 했으나 인사한 목소리가 생각보다도 정중했던 탓에, 카카시는 사제의 고지식함을 다시금 상기하며 속으로만 웃었다.

사탕을 얼마간 우물거리자 상큼한 맛이 입으로 퍼져나갔다. 기분을 위로하진 못했지만 정신만은 일차원적 감각에 몰렸다. 복잡한 생각이 조금은 정리된 것만 같았다. 정리라기보단 입을 뗄만큼 기운을 차렸단 의미에 가까웠지만.

“저번 임무에서 환술에 갇혔습니다. 가장 두려운 것을 보게하는 환술이었는데. 거기서… 네지가……나왔습니다. 다행히 동료들이 풀어주었습니만.”

“여전히 가끔… 네지가 보입니다. 술법일 가능성이 있어 사쿠라양에게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이상은 없다더군요.”

“심지어 꿈에서도 네지가 자주 나옵니다. 평소엔 보고싶어도 안 보여줬으면서……”

“치사합니다. 이런 건…”

리는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 중간중간 입술을 감쳐물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딸려온 흔들림을 감추려 애썼다. 마치 흔적으로 밖에 남지않은 누군가를 애써 감추려는 것처럼.

누군가의 슬픔을 보듬어주어야만 하는 자리에 올랐어도 카카시는 여전히 누군가의 슬픔이 자신에게 전이되는 순간이 어색했다. 눈이나 턱에 힘을 준다고 울음을 참을 순 없을 텐데. 할 수 없는 것을 하려니 되레 전신에 힘이 들어간 게 보였다. 건드려도 떨어지지 않을만큼만 고인 애수가 퍽 애처로웠다. 평소엔 그렇게 나뭇잎 마을 온 나무를 키워낼만큼 울더니, 정작 지금은 울지 않는 모습이 누구랑 똑 닮으셨군. 카카시는 이 정도면 제자가 아니라 도플갱어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였던 것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눈 앞의 이는 울기 일보직전이며, 상황은 빈정거릴 여유가 없었지만서도. 마땅치 않게 여긴 친우의 버릇을 다시 마주한 카카시는 입 안에서나마 쓴맛을 삼켰다. 아까의 사탕이 절실했다.

물론 본의아니게 사제지간의 처음 순간에도 역할을 배분받았던 카카시는 지독한 인연으로 엮인 이들을 관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것은 비슷하며 그외의 차이는 무시로 일괄해도 좋을만큼 근소했으나 타고난 기질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라 기저에 잠든 본능은 각자 고유의 것이었다. 마이트 가이가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이라면 리는 물과 같았다. 모든 것을 제것으로 만들어 똑같이 재만을 남기는 불과 상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물은 다르다. 그러니 리에게 타인을 수용하는 일은 영원히 자신을 바꾸는 일이었다. 채 삭지 못한 슬픔이 투명하게 비쳤다. 네지의 죽음은 아직 리의 마음에 그대로 잠겨있었다.

“잠을 못 자겠으니까 훈련이라도 하려고?”

“아뇨, 아뇨. 아닙니다! 하지만 임무에 같이 갔던 텐텐은 괜찮은데 저만 이상증세가 나타난다는 건…”

……

“그저 제가 나약한… 탓 같아서… 가이선생님도 텐텐도, 네지의 죽음을 지켜본 동료들은 진짜 네지를 품고 살아가는데 저만 그러지 못해 자꾸 가짜 네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습니다.”

카카시는 어느날의 마이트 가이를 떠올렸다. 술을 잔뜩 쳐마신 그날. 소위 위장에 꼴아박았다고 해도 무방한 날에 그가 했던 말들을 속속들이 건져냈다. 물론 건강을 회복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더 빨리 취한 감이 있었다. 본래 청정구역에 오염물은 빨리 번지기 마련이니까. 위장에 술 퍼지는 속도만큼 취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쭉쭉쭉, 한잔을 더할 때마다 3반의 이름이 돌아가며 나왔다. 술 한 잔에 록 리, 또 한 잔에 텐텐, 다른 잔엔 네지. 나의 사랑스런 제자들 어쩌고. 자랑스럽다 저쩌고. 한참이나 치우친 애정을 드러낸 주정뱅이는 결국 술상에 머리를 박고 최후의 저항을 시전했다. 네지, 너는 대단한 녀석이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이니 앞으로 더욱 발전하겠지. 앞으로도 청춘을 즐긴다면 나는 네가… 제정신 넘어가기 일보 직전에 나온 네지의 미래를 찬란히 수식하는 말이 나왔다. 전부를 불살라버리기엔 가이 안의 귀여운 제자는 그 존재가 너무나 컸던 탓이다. 그날따라 달리는 분위기였던 덕에 카카시를 제외한 모두가 기억의 단편만을 가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결국 감정이란 여기서 막으면 저기서 튀어나오는 법이라 구체적인 형상화 과정을 거쳐 밖으로 풀어놓아야만 비로소 사그라드는 것이었다. 가이도 리도 혹은 아직은 괜찮아 보이는 텐텐도 정작 같이 나눌 이들은 차단한 채로 홀로 각자의 무게를 견디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카카시는 가이의 심정을 절실히 이해했다. 스승된 도리로 장성한 제자든 어린 제자든 붙잡고 청승을 떨 수는 없는 노릇이니.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지.”

고통을 지는 방법도 여러가지고. 자신의 일부가 영원히 떨어져 나가는 고통은 카카시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비극을 앓던 시대에 태어나 여러차례이별을 겪었다. 성장을 위한 양분으로 삼기엔 지지대마저 잃은 꼴이라 다시 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리처럼 환상을 보기도 꿈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것들이 죽은 오비토와 린이 보내는 원망처럼 느껴지던 날이 있었다. 환상을 보기 시작핳 쯤의 카카시는 부쩍 혼잣말이 늘었다. 혼잣말이 서서히 대화가 되어갈 무렵에 사라졌는데 기억이 정확하다면 가이와 개판으로 싸웠던 사건이 기점이었다. 닌구, 인술, 심지어 체술이라 불리기도 민망한 싸움이 치열하게 오갔다. 전투라기보단 서로를 향한 폭력에 가까웠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대에게 올라타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다가 뒤집혀 맞기의 반복이었다. 손에서 올라오는 통증에 정신을 차린 카카시는 그제서야 아래 깔린 가이의 얼굴을 제대로 살폈다. 뺨은 부어터졌고 입술도 쥐어터졌다. 카카시는 보지 않아도 똑같은 꼴임을 알았다. 조금 더 많은 상처를 단 주제에, 마이트 가이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릴 올렸다. 지지않기 위해 다문 입술이 위를 향해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카카시는 불쾌함이 꾸역꾸역 등줄기를 타고 역류하는 기분을 느껴야했다. 멱살을 잡던 손의 힘을 풀자 무겁던 몸뚱이가 바닥으로 쓰러지며 흙먼지를 날렸다. 내가 이겼다. 가이의 입에선 정말로 확고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이 어떤 공격보다도 내리꽂혀버려 카카시는 가이와 눈이 마주치기 전에 도망쳤다. 당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대하기 귀찮다는 이유였고,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두려움’이라고 정의내린 감정을 마주하기 싫어서였다고. 카카시는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환상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다. 매번 시야의 귀퉁이를 차지했던 부피감이 사라지자 허전한 것도 모자라 공간을 메우려는 것처럼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모여들었다. 이젠 내가 꼴도 보기 싫어 갔나. 그런 생각도 히닜다. 정작 귀신이 되어 나타난 오비토는 목숨을 부지했으니 그저 마음의 투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카카시는 과거가 실제가 되어 들이밀어질 때까지 알지 못했다.

상실을 겪고 힘들어 한, 방금까지 넌지시 공감하기 위해 정리하며 고른 말을 폐기했다. 첫째론 개인에게 개인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허울로 묶든 특별하기 때문이었고 둘째론 그렇기에 리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우중충한 경험을 공유하기엔 날이 너무 좋았다. 구름 몇 점 유유히 움직이는 곳 빼고는 온통 새파란 하늘에는 열기 못지 않은 빛을 쬐는 태양이 존재를 뽐냈다. 그래서 그들의 주위는 더위의 서막처럼 주변이 온통 뜨끈했다.

“결국 네지를 그리워하는 리군의 마음인 셈이잖아? 그걸 보는 이상 리군은 언제고 네지를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까-.”

“오히려 그 마음을 소중히 여겨도 된다고 생각해.”

“나약하다거나 그런 게 아냐.”

이제는 카카시도 그때의 싸움이 가이 나름의 다정이었다는 사실을 안다. 지금까지 그를 살게 만든, 여러 섣부르고 서투르고 엉성한 어떠한 다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오비토와 린이 남긴 상냥함과 각오가 그를 비참하게 만들어도 결국 그들로 인해 살아야할 이유를 얻은 셈이다. 그건 불의 의지가 가진 일각이었다. 여전히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호카게는 받는 일보다 주는 일이 익숙해져야 했다. 카카시는 이제 제가진 몫을 나눠야하는 위치였다.

“정말 그럴까요?”

리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카카시를 바라봤다가 또 전방을 응시했다. 질문만 호수에 던져놓고 답을 건질 생각은 없으니 행동하는 양도 마음처럼 숨김이 없었다. 카카시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는 이의 상념을 붙잡아 잊은듯이 보이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약점일 리가 없잖아. 느슨한 속도로 내뱉은 말엔 불확실함이 끼어들 공간따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나 피했던 답을 들은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그렇군요! 그렇대도. 마음 속에 잠자던 무언가 분연히 일어난 까닭인지, 벌떡 몸을 일으킨 이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달려나갈 듯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반복했다. 덕분에 어깨를 두드리기 위해 뻗은 손만 멀거니 남았다. 두 주먹 꼭 쥐어 태양을 향하던 몸이 빙그르 돌아버려서 카카시는 손을 회수할 틈도 없었다.

“…전 여전히 네지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요!

+

“다른 사람에게는 말했어?”

“그게… 걱정하실까봐 말하지 않았습니다.”

“배려심 넘치는 것도 좋지만…뭐! 휴가도 받았겠다 오랜만에 모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럼 호카게 명령이니까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가서 잠부터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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