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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를리] 토막글 모음1

생각나는 대로 써서 오류, 비문 있을 수 있습니다.

1. 출입패

태오는 흑익장군의 칭호와 함께, 황궁 출입을 자유롭게 허락하는 요패를 부여받았지만, 그와 함께 전쟁터에서 싸우던 오를리는 아스드 출신의 백마법사라는 이유에서인지, 황궁의 출입패를 받지는 못했다. 못마땅해진 태오가 황실에 추가 출입패를 요구하려 했지만, 오를리가 먼저 고개를 내저었다.

“태오도 알잖아. 출입패는 큰 의미가 없어.”

오를리에게는 아이사의 황실이 주는 관직이나 특혜가 필요하지 않았다. 오를리가 아이사 황궁에서 그나마 탐을 냈던 것은 황실 서고에 있는 막대한 서적 자료와 수장고에 있는 여러 가지 신비한 보물을 연구할 기회였는데, 그마저도 파괴의 전쟁 시절, 파괴의 힘을 연구하기 위해 황제의 허락을 받아 황실 서고와 수장고를 드나들었을 때 전부 살펴보고 연구를 마쳤다. 그보다 더 귀한 자료나 보물은 황실의 비밀 보관고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런 곳은 출입패만 가지고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태오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그리 말해도, 불쾌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군. 이래선 네가 수상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난 정말로 괜찮다니까.”

“아니, 내가 괜찮지 않다.”

태오는 고개를 저은 뒤, 자신의 요패를 반으로 부러뜨렸다.

“태오?! 무슨 짓이야?”

오를리가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지만, 태오는 태연한 표정으로 부서진 요패를 바구니에 버렸다.

“나 역시, 출입패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황실에서 알면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글쎄…. 뒷말이라면 이미 한 두가지 돌고 있는 게 아닐 테지.”

복잡한 표정으로 태오와 버려진 요패를 번갈아 바라보던 오를리의 뺨에, 미지근한 태오의 손길이 닿았다.

“걱정하지 마라, 오를리. 나 역시, 괜찮다. ”

자신을 향해 작게 웃어보이는 태오의 표정에, 오를리는 뺨에 피가 몰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지. 나때문에 곤란해지는 건 싫은데. 기뻐해야 하나.

끝.

* 그 뒤로 태오는 황실에서 부를 때가 아니면, 황궁에 들어가질 않다가, 백각이 수상해서 조사하려고 제멋대로 황궁에 들어갈 때는 병사한테 일일이 자기 이름 말하기 귀찮다고 담장 넘어다니고, 그 다음에는 아예 강시화된 병사들 조지면서 들어갔고, 린이 황제 자리에 오를 때도 또 몰래 담장 넘어서 들어간 걸로 보이니(심지어 오를리도 데리고) 말한 대로 출입패는 별 소용이 없었다…


2. 가르침

"스승님은 타카 님이나 달빛의 섬 영주 이외에…, 검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있습니까?"

갑작스러운 호기심에 질문을 던지면서도, 에반은 자신의 말투에 담긴 감정을 스승이 알아차릴까봐 내심 켕겼다.

타카는 존칭하면서 에이스만 구태여 ‘달빛의 섬 영주’라고 칭한 건, 사황에 대한 에반의 은근한 적개심 때문이었다. 에이스의 인물 됨됨이 자체에 나쁜 기억은 없었지만, 사황은 세븐나이츠와 동맹을 맺고 협력 중이었다. 카린을 희생시키려는 치들을 도와준다는 자를 친근하게 부를 이유 따윈, 에반에게 없었다.

태오는 에반을 바라보았다. 그런 것이 궁금한가, 라는 눈빛이었다.

크게 꾸짖는다거나 불쾌해하는 기색은 아니었지만, 엄격한 스승에게 저도 모르게 긴장한 에반은 머리를 긁적였다.

"별 건 아니고, 궁금해졌을 뿐입니다."

"…정식으로 가르쳤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타카 이전에도 다른 이에게 기초적인 검술을 가르친 적은 있다."

미묘하게 단서를 넣는 말투가, 에반의 담백했던 호기심에 약간의 자극을 불어넣었다.

"기초를 가르치셨다면, 검술을 전혀 몰랐던 사람이었나 보군요."

"그렇게 말하기도 애매하겠군. 이론으로서의 검술이라면 내게 배우기 전부터 잘 알고 있었으니…. 다만, 실제로 검을 쥔 건 내게 배웠을 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론으로만 검술을 배웠다고요?"

장군이었던 할아버지에게 이론보다는 실전 위주로 검술을 배웠던 에반에게는 태오가 말하는 인물의 형상이 머리 속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스무고개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한 사람처럼, 에반은 한참 알쏭달쏭한 채로 있었다.

그런 에반을 지켜보던 태오는 잠깐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가, 답을 말해주었다.

"오를리다."

"오를리님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듣게 되자, 에반은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죠? 오를리 님은 마법사가 아닙니까? 그것도 대단한…."

"그래서다. 마법사들은 뛰어날수록 여러 분야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더군.“

태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오를리는 달빛의 섬에서 나와 동료가 된 이후, 아스드와 아이사식 검술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게 아이사식 검술의 특징을 알려달라고 했지. 현실적으로도, 오를리는 아이사의 무사들과 자주 싸워야 했기 때문에, 아이사의 무술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오를리는 내게 검술을 포함해서, 아이사의 무술 전반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다. 실제로 검을 잡고 검술을 배우기도 했지. 한편으로 나 역시 오를리를 통해, 아스드의 검술에 대해 이론만이라도 접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스드식 검술을 실제로 보고, 상대할 기회를 얻은 건…, 그 뒤로 파괴의 힘을 정화하기 위해 만난 동료들을 통해서였다."

"제 목걸이의 전 주인과 그 동료들 말이죠? 그래서 스승님께서는 제가 익힌 아스드의 검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잘 알고 계셨던 거군요."

"음…."

태오는 애매하게 긍정한 뒤, 에반에게 등을 돌렸다.

***

"오를리 님, 이 책 제가 가져도 괜찮을까요?"

"그 책을? 그 책은 마법교재인데?"

오를리는 유리를 바라보았다.

"딱히 마법사가 되려는 건 아니고요. 상당히 잘 팔리는 책이거든요. 이거.“

유리는 둥지의 공용 서재에서 가져온 책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실제 수요에 비해 마법학회에서 발간하는 책의 수량이 부족해서, 매년 봄철만 되면 이 책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우리 사막의 정보상들한테까지 들어오곤 했어요."

"그 책이? 그 책은 아이사 유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만들어졌어. 그래서 아주 적은 양만 만들지."

"하지만 이 책을 원하는 사람은 실제로 더 많아요.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이 마법에 대처하고 싶을 때, 마법의 기본적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니까요."

"유리도 그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 거니?"

"뭐…. 다들 찾길래, 궁금해서요. 의뢰인에게 넘겨주기 전에 읽어보곤 했죠."

"그랬니? 도움이 되었다니 보람이 있구나. 학회에 좀 더 출판 수량을 늘려달라고 말을 해봐야겠네."

"으음, 그렇게 하면 희소성이 떨어지니까 우리 삼미호의 정보상들에게만 몇 권 더 유통해줄 순 없을까요?"

"미안하지만, 그 책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니라서 말이야.“

오를리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스드를 처음 방문한 아이사 사람들이 아스드의 마법을 쉽고 빠르게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단다. 그러니 마법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어."

"알겠어요, 뭐…. 하는 수 없죠."

유리는 아쉬운 표정으로 책을 든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책을 쓰게 된 거에요?"

"이 책 말이니? 그러니까…."

오를리는 잠시 회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태오 때문이야. 세상에서 가장 처음으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태오였단다."

"네?"

유리는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그럴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불세출의 천재라는 명성과 언젠가부터 행적이 묘연해졌다는 소문만으로 알고 있던 아스드의 대마법사와 유리를 이어주는 유일한 접점은 에반이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바로 그 하프엘프 검사였다.

한때 아이사의 영웅이었다는, 그 냉정하고 과묵한 검사와 오를리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라고 들었지만…. 유리가 보기에, 둘 사이에는 언제나 그 이상의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런 모습은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곤 하던 에반과 카린을 떠올리게 했다.

그립지만 한편으로는 괴롭기도 한, 유리의 회상은 오를리의 이어지는 말소리에 의해 중단되었다.

"태오가 처음으로 아스드 대륙으로 향했을 때, 나는 사정이 있어서 함께 할 수 없었단다. 하지만 그 때는 태오의 일족 사람들이 아스드 대륙으로 원정을 간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무렵이었어.

아스드에 도착한 태오가 아이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 받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단다. 검술이나 무술이라면, 내가 태오에게 아스드의 검술 교재를 선물한 적도 있고, 비슷한 무기를 다루는 태오가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

하지만 마법은…, 주술과 비슷하긴 해도 실제론 전혀 다른 점이 많아. 그래서 태오가 혼자서도 마법 공격에 잘 대처해주었으면 해서, 그런 책을 써서 아스드로 떠나는 태오에게 전해 주었단다.

그러는 김에 마법학교에도 아이사 유학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도움이 되라고 기증을 했고. 그 뒤로 마법학교에서 이 책을 아이사 유학생들을 위한 교재로 쓰고 싶다고 해서 매년 최신 마법 이론에 맞게 수정해서, 마법학교에 원고를 보내고 있었지."

"흐음.... 그럼, 태오 님은 그 책을 마음에 들어했나요?"

'에반이라면 책을 선물받고 좋아할 리가 없지만.'

유리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도움이 되었다고 고맙다고는 했지.“

오를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끝.

* 스승의 날 기념으로 썼던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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