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를리] 토막글 모음2
생각나는대로 써서 오류, 비문 있을 수 있습니다
1. 가장 갖고 싶었던 구슬
어린시절 태오는 구슬을 꿰어 만드는 장신구 겸 장난감을 선물받았다. 구슬은 다들 아름다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태오의 마음에 드는 색채로 반짝이는 구슬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태오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가장 마지막에 고르고 싶어서, 다른 구슬을 먼저 줄에 꿰어넣었다. 하나씩, 하나씩.
마침내 태오가 자신이 가장 원했던 마지막 구슬을 집어들려고 하는 순간,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구슬이 무엇에 닿았는지 또르르 굴러가,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태오는 당황하면서 구슬 줄을 놔두고, 사라진 구슬을 찾기 시작했다.
방 구석구석을 찾는데도,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 해가 지면서 실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태오는 애가 탔다.
그때부터 슬슬, 태오의 마음 속에서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구슬 하나쯤은 없어도, 지금 만든 구슬줄만으로 충분히 매듭을 지어 장식줄로 가질 수 있었다. 그러니 이만 포기하자는, 그런 생각.
하지만 어린 태오는 유난히 색채가 아름다웠던 그 구슬을 가장 갖고 싶었고, 바로 그 구슬을 갖고 싶어서 구슬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잊지 못했던 태오는 아버지가 말릴 때까지 밤 늦도록 구슬을 찾아 다녔다.
태오는 결국 구슬을 찾지 못했다. 구슬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책상 앞으로 돌아온 태오는 자신이 만든 구슬줄을 놓아두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아뿔사, 구슬을 찾다가 책상을 건드렸는지, 먼저 꿰어놓았던 구슬이 전부 다 줄에서 빠져나와 엉망이 되어 있었다.
태오는 그제야 자기의 미련스러움을 깨달았다.
다른 구슬도 마음에 들었고, 줄에 꿰어놓은 구슬을 갖지 못한 것도 아쉬었다. 그렇다가도, 역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 구슬이 없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엉망이 된 구슬줄도, 잃어버린 구슬을 마지막에 꿰어 구슬줄을 완성하겠다는 계획만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태오 자신은 그 구슬을 갖기만 한다면, 다른 구슬은 다 포기해도 될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구슬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걸, 태오는 마음 한구석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가, 태오의 어린시절 기억에 대한 꿈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태오는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는 오를리를 바라보았다.
꿈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비몽사몽한 기분으로, 태오는 오를리의 상체 위에 팔을 두르고 가볍게 끌어안았다.
‘찾고 있었던 구슬은 이것이었던 건가….’
태오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런 미련스러운 마음은 어린 시절과 조금도 달라지질 않았다고, 태오는 자조적인 감상에 빠졌다.
가장 아끼는 것은 언제나 가장 뒷전으로 미루다가, 없어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찾았다.
그러다가, 갖고 있던 것마저 잃어버릴 것만 같아서, 결국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끝내 미련을 놓치 못했다.
'가장 갖고 싶었던 것부터, 가장 먼저 손에 넣었으면 되었을 일을-.‘
의식이 잠의 어둠 속으로 차차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태오는 새삼 자신의 미련스러움에 혀를 찼다.
끝.
2. How sweet of you
바람의 힘을 쓰는 검사답게, 태오는 공기의 성분과 흐름을 예리하게 감지했다.
그런 태오에게 있어, 자신의 흰 새와 입맞춤을 나누는 동안 그 맞닿은 입술 사이에 들어있는 공기가 세상에서 가장 달았다.
그 단 맛이란 아이사의 꿀과 아스드의 설탕을 함께 맛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달아서, 때때로 태오는 자신의 흑도마저 날이 썩어 이가 빠질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었다.
3. 대마법사의 위험한 연구실
밤까마귀 단원들은 마물 소굴이나 위험한 함정이 도사리는 던전도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강자들이지만, 그들조차 둥지 내에 있는 오를리의 연구실에는 함부로 발을 들이지 않았다. 대마법사의 연구실은 그만큼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위험한 구역이었다.
타카는 연구실 문을 가로막고 서서, 잔뜩 안달이 난 오목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타카는 어린 시절 자신이 어머니를 찾으러 연구실에 들어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소년은 그곳에 보관되어있던 수정구슬에 홀려,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가 갇혔다. 이야기를 듣자, 오목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타카를 되찾아야 했던 태오는 연구실 깊숙한 안쪽에 있는 휴식 구역에서 명상에 빠져 있던 오를리를 깨우러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연구실을 지키던 마법 피조물은 물론이고 연구실에 보관되어 있던 온갖 마도구를 제압해야 했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오를리는 태오에게서 상황 설명을 듣고는 혼비백산해서 수정구슬로 달려가 타카를 빼냈다.
그 뒤로 타카는 결코 오를리의 허락 없이는 연구실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타카는 오목에게 장난기 심했던 칼 헤론이 이 위험천만한 연구실 탐험에 도전했던 일화도 들려주었다.
오를리가 외출을 나간 틈을 타서 벌어진 일이었다. 칼 헤론이 연구실로 들어가고 나서 십여분이 지났을 무렵, 단단히 문이 잠긴 연구실 안에서는 처음 듣는 음성들의 기이한 웃음소리와 칼 헤론의 울음인지 웃음인지 구분되지 않는 비명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덕분에 외출에서 돌아온 오를리에게 칼 헤론의 무단침입이 곧바로 들킨 것은 새삼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오를리는 화를 내며 연구실에 들어갔다가, 녹초가 된 칼 헤론의 한쪽 귀를 잡아 끌면서 문 밖으로 나왔다.
잔뜩 지친 칼 헤론은 화를 내려는 오를리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그대로 기절했고, 한참 뒤에 다시 깨어나서는 그런 곳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니의 연구실은 나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연구실의 문지기에게 네 말을 전달했으니, 돌아가서 기다리자."
타카가 달래듯 말했지만, 오목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나간다고요. 선생님이 걱정돼요."
"아버지가 계셨다면 부탁드렸을텐데…."
타카는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오목은 신기하다는듯 물었다.
"그런데 태오 님은 마법사도 아닌데 어떻게 선생님의 연구실을 마음대로 다니실 수가 있는 거죠?"
"그거야 아줌마한테 대장은 특별! 하니까. 대장한테는 뭐든지 언제나 허락해주는 거겠지~."
복도 저편에서 칼 헤론이 걸어오며 말했다.
"그런 건가요?" 오목이 확인하듯 타카를 바라보았다.
타카는 고개를 저었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 연구실의 문지기들은 아버지만이 아니라 너나 칼 헤론이나 밤까마귀의 단원들 모두에게 연구실 출입을 허락하고 있지. 하지만 어머니의 마도구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것들은 그저 아버지에게 제압당한 뒤 얌전해지는 것뿐이다."
"그럼 대장은 아줌마의 연구실에 들어갈 때마다 마도구들하고 한바탕 벌이는 건가? 힘만으로 제압이 되는 녀석들이 아닐 텐데?"
"아버지는 너처럼 바보인 척하는 마도구들의 속임수에 그리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역마인 연구실 문지기들이 아버지를 도와주기도 하지."
"뭐야, 내가 들어갔을 땐 전혀 도와주지 않았는데? 도와주긴커녕 내가 마도구한테 붙잡혀서 고문당하는 걸 옆에서 구경하면서 깔깔대기만 했다고!"
"네가 무단침입을 한 게 잘못이다."
"그럼 대장은? 늘 아줌마한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들어가잖아. 그건 무단침입 아냐?"
"…그건 다르다."
"뭐야, 역시 대장만 특별취급인게 맞잖아?"
"일단 아버지는 너처럼 쓸데없는 이유로 어머니의 연구실에 들어간 적이 없다."
"그건 그렇긴 하겠네요."
"야, 오목. 너까지 그러기야?"
끝.
* 초안에서는 연구실을 지키는 오를리의 마법피조물(패밀리어)을 정령이라고 표현했는데, 아무래도 정령술하고 혼동이 될 것 같아서(오를리는 정령술은 이론만 안다는 설정) 사역마로 변경
* 처음에는 연구실 문지기들이 오를리 외에는 무조건 연구실 출입 금지라고 막았는데, 타카 사건 이후로 오를리가 태오와 타카…부터 시작해서 밤까마귀 단원들은 출입 자유라고 사역마들한테 명령함. 하지만 칼 헤론은 딱 봐도 허락도 안받고 몰래 들어온 거 같았죠? 주인 닮아서 심술맞은 구석도 있는 사역마들이 요녀석 골려주고 싶었겠죠?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대충 넘겼네. 뭐 그런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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