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커미션-샘플

사별 커미 샘플 2

사망 X(안매운맛)/사고(이능력 히어로물)

커미션 by 비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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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은 꿈을 꾸었다. 따사로운 벤치에서 햇볕을 받으며 졸고 있는 꿈이었다. 간만에 맞은 휴식은 너무나도 달았고 햇빛과 상쾌한 바람이 마치 미립자처럼 그녀의 뺨과 어깨에 와닿았다. S은 문득 세상의 모든 약이 쓸데없이 이름이 긴 화학 물질이 아닌 달콤한 햇빛과 바람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수면제의 기운 대신 모든 이들이 달콤한 햇빛과 바람 아래에 가물가물 잠드는 기운을 느끼며 잠에 드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리고 나서… 어라? 딱 한 톨의 온기가 부족했다. 이대로 편안하게 잠들기에 부족한 딱 한 톨의 미립자를 S은 찾아 헤매었다. 그리고 그 한 톨의 온기를 깨닫기 전에 S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누군가가 잠들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 같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리고 그녀는 의문의 축축함에 눈을 떴다.

Sunny- Sol side up

C x S

-아직 움직이시면 안 돼요!

아득히 그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S은 움직여야만 했다. 무언가 절박한 꿈에서 깨어난 건 아니었고. 절박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니었고… 그저 단잠에 침을 한 바가지 흘렸기 때문이었다. 소독약 냄새에 묘하게 섞인 이 쿰쿰한 냄새는 침 냄새렸다. 빌어먹을. 닦아야 하는데. ‘선생님, 저 일어나야 돼요. 침 흘렸어요-’ 그렇게 말하고 싶어도 입에서는 의미를 모를 웅얼거림밖에 나오지 않았다. 끙끙대던 S의 팔을 무언가가 찔렀다. 그리고 동시에 사지의 감각이 돌아왔다. S이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입을 닦아내는 거였다. 대강 강한 바람으로 입 주변의 물기를 날려 버리자 꾸짖음이 한 번 더 날아왔다. 환자분,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그럴 거면 침이나 좀 닦아 주지.

-여기 어디에요?

-병원입니다.

용케도 병원에서 푹 잤군. S은 병원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에 주사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건 둘째 치고. 주삿바늘과 온갖 검사들은 S로 하여금 과거의 플래시백을 드문드문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푹 잤던 것 같다. 침까지 한 바가지 흘려댔을 만큼. 그럼 대체 얼마나 피곤했길래 병원에서 푹 잤던 거지? S은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을 돌이켰다. 아하. 그녀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은 부하율이 95프로를 돌파했다는 알림이었으므로 아마 그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다행히 크리쳐는 전부 처리한 것 같고. 몸의 상처도 적었다. 이번에는 C을 고생깨나 시켰던 모양이었다. 잠깐. C?

-C은요?

-C이요?

-제 보호자… 아니아니, 가이드요! 등록이 되어 있을 텐데…

간호원은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 그분이라면 아직 안 돌아오셔서…

-재난 현장에서 안 돌아왔다고요??

-환자분. 진정하시구요…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환자분이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로 잠시 자리를 비우셨어요. 아마 숙소에 계실 거라고 d.a.v.d측에서는 그랬는데. 연락은 잘 안 되네요.

-...아하.

아무래도 재차 출동해야 할 사태는 아닌 모양이었다. 제 파트너의 소식에 무심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 S은 다시 얌전히 앉아서 이불을 덮었다. 그래그래. 진정하자. 진정…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점은 몇 가지 있었다. C은 왜 집에 갔는가? 그는 훌륭하고 헌신적인-물론. 동등한 관계 상정 내에서 상대방에게 헌신적이라는 이야기이며, S 역시 스스로 제 파트너에게 헌신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파트너였다. 서로를 아끼는 파트너로서 적어도 깨어 있는 건 확인하고 쉬러 갔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 혹시 C도 크게 다친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S의 상태가 아주 좋았다.

교관은 가이딩을 바느질로 표현했다. 만약 에스퍼가 인형이라면. 그 인형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손을 타며 실밥이 닳고 터져 솜이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이때 인형의 구멍을 꿰매어주는 행위가 바로 가이딩이며. 가이드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인형을 꿰매는 실이 낡거나, 바느질이 서툴거나. 맞지 않는 바늘을 사용해 말끔하게 바느질되지 않은 헌 인형처럼 너덜거리며. 심하게는 더 많은 솜이 빠져나와 인형의 형태가 붕괴할 수도 있다- 는 것이 교관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S의 상태를 인형으로 비유하자면. 터진 곳이 어딘지는 기억했지만 굉장히 감쪽같이 꿰매어져 아무도 그곳이 터졌었다고 알아보지 못하는 새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S의 상태로 미루어 보아 C의 상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신체적/능력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다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S의 입장이었지만 C은 너무 소심했다. 그는 꽤나 많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악습관이 있었으며 자존감이 낮았디. 덕분에 상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이 입버릇처럼 말해줘야 할 정도는 되었다. ‘네 잘못 아냐. 어깨 피고. 내 파트너 답게. 그렇지!’ 어쩌면 C은 자신의 부재로 우울감에 빠져들었을지도 몰랐다.

S은 단말기를 들어 만지작대다가 단축번호 1을 눌렀다.

-

광풍.

그것은 실로 광풍 狂風 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찢어발길 수 있는 공기의 흐름이었다.

…교관은 가이딩을 바느질로 표현했다. 만약 에스퍼가 인형이라면. 그 인형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손을 타며 실밥이 닳고 터져 솜이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C이 느끼기에는 어땠는가. C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인형과 되려 제 손을 찔러대는 바늘을 잡고 바느질을 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질질 새고 있는 게 솜이었는지 S의 생명이었는지도 이제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마 틀림없이 후자겠지만. 어쨌든 거기에서 S을 구할 수 있는 건 C밖에 없었으므로, 그는 간신히. 정말 간신히 그 ‘바느질’ 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문제였는지 알 수 업섰다.

일반적으로 부하율 90% 이상을 폭주 상태라고 규정하지만. 부하율 90% 이상의 세계는 미지에 가까웠다. 그 상태에서 장시간을 버티는 사람이 없으니 그 상태에서 장시간 버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건 당연했다. C은 생각한다. 만약 내가 너무 늦어버렸다면 어떨까. 어느 시점을 넘어버려 S이 고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렸다면 어쩌지? 가이딩과 바느질이 다른 건 한 가지다. 바느질은 몇 번이고 고칠 수 있지만. S은 고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

찢어지던 공기의 흐름이 잦아들 때까지 C은 그런 생각에 잠겨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검사 결과는 무사하다고 나왔지만 C은 차마 제 파트너를 볼 수가 없었다. 이성적으로는 병원에 가서 S을 간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만약 1위의 에스퍼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적어도 그는 더 이상 S의 파트너 자리를 맡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S이 자신을 내치지는 않겠지만,그렇지만… 내가 망가뜨렸다면 내가 떠나는 게 맞잖아… C은 얼굴을 싸매고 혼잣말을 하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울리는 전화벨에 그는 고양이처럼 튀어올랐다. 얼떨결에 눌러버린 통화 버튼에서는 그가 그토록 고대하고도 듣고 싶지 않아 미뤄왔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C. C!!

-...

-어디 갔어?? 나 일어났어!

그는 침묵으로 응수했다. 한참을 침묵으로 응수했던 그였지만 S이 몇 번이고 제 이름을 불렀을 때는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C!! 듣고 있어?

-미안,

-그래. 미안해야지. 파트너가 이런 비상 상황에 없다는 게 말이 돼? 얼른-

-아니. 그게…아니라. 네가 그렇게 된 건 전부 나 때문이야.

-...무슨 소리야?

-...나는 너를…

지키지 못했어.

그 마지막 한 마디를 뱉지 못했다. 그 한 마디가 목에 턱. 걸려 있었다. 어서 사과해야 하는데. 그러던 그의 생각을 끊고 낭랑한 목소리가 통화 너머로 들려온다.

-나, 네가 해 준 서니 사이드 업 토스트가 먹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

-아니. 확실히 죽어. 응급 토스트 수혈 상황이야! 켁. 콜록. 콜록…

-S! 잠깐. 장난은 그만둬. 의료진분들이 놀라실 거야!

-여기 의료진들을 전부 놀래키기 전에-

-알았어…

C은 전화를 끊고 프라이팬 앞에 선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는 익숙하게 서니 사이드 업을 요리한다. 팬에 버터를 녹이고 베이컨을 올린다. 차르르르르륵, 하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마치 플래시백처럼 그를 아무 일도 없던 날의 아침으로 돌려놓는다. 달걀은 알맞은 리듬으로 싱크대 모서리에 두어번 톡톡. 친다.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뒤집지도 않고. 그저 노오란 원과 굳어가는 흰자를 바라보자면 토스터기에서 띵, 소리가 들려온다… 언제나처럼의 일상이다. 언제나처럼…

-

파삭.

적당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킨 식빵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진다. 베이컨의 짭조름함과 노른자의 부드러움이 입 안에서 섞여 황금비율의 염도를 자랑한다. 녹진하고 고소한, 언제나처럼의 아침이다. 역시 이걸 먹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순식간에 토스트의 절반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S이 입 안에 토스트를 물고 중얼거린다.

-어쩌면, 이 필승의 S 사이드 업 토스트를 먹지 않아서 부하율이 오른 걸지도 몰라.

-...?

-봐. 먹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물론 그 메뉴는 전혀 건강하지 않았다. 버터에 튀기듯 구운 탄수화물과 가공육류 그리고 계란의 조합이라니. 아마도 d.a.v.d의 몇몇 영양사들이 보았다간 뒷목을 잡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으레 과학으로 밝혀진 부분은 많지 않은 법이다. 정말로 서니 사이드 업 토스트가, 아니, S 사이드 업 토스트가 부하율 하락에 좋은 음식일지도 몰랐다. 잠깐. 그럼 가이드 교육은 무슨 쓸모람?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휘말리는 것마저, 병원에 있다는 것 말고는 평범한 일상 같아 웃음이 나온다.

-C 말고 토스트를 파트너로 삼아야겠어.

-뭐…? 그, 그렇지만 그 토스트는 내가 한 건데… 애초에. 내가 했는데 왜 ‘S 사이드 업’ 토스트야…

-농담이야. 농담.

-농담도 참…

-그나저나. 막상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서운해?

C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그렇게 제 잘못인 것처럼 땅굴 파도, 너도 사실은 그만두기 아쉬웠던 거지?

-...으음, 그게…

-이제는 네 탓으로 돌리려고 해도 약간은. ‘내 잘못 아니지 않나.’ 싶지 않아?

그래.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C은. 그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고 S의 탓도 아닌, 그저 일상에 언제나 따르는, 잘못해서 노른자를 깬 날이나 다름없는 운이 없는 날일 뿐이라는 걸. 그는 그저 도망치고 있었을 뿐이다. 불안을 돌릴 곳이 자신밖에 없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 탓에.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것도 C이었다. C은 대답 대신 얕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다친 데는 없지? S은 팔을 걷어보이며 웃는다. 비록 링거 밴드가 붙어있긴 해도. S의 팔은, 아니, S의 모든 것은 건재했다.

서니 사이드 업이 어디서 온 이름인 줄 알아?

글쎄…

구름 너머로 빼꼼 나온 해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래.

그는 스스로 만든 토스트를 한 입 베어문다. 녹진한 금빛 햇살이 녹아 흐르는 것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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