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d you came

로레하 르 모젤에게

Felix by River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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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을 꼽아보자면, 역시 호그와트에 온 일인 것 같아. 펠릭스가 속삭인다.

그는 언젠가 칠흑 같던 밤에서 당신을 안은 채 불러주었던 노래를 떠올린다. 그 때의 밤공기와 기억은 아직도 선명해서, 나는 한밤중의 비행을 좋아하게 됐고 남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노래 가사 속 ‘관객 속에 있을 당신’이 조모에서 당신들로 늘어나는 순간의 경험을, 그는 절대로 잊을 수 없을 테니까.

이 밤이 지나면 여명은 터 올 것이고, 새벽닭이 울지 않아도 세상의 섭리대로 반드시 아침은 온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점점 어른이 될 것이다. 정확히 같은 이치로 내 안의 슬픔과 어둠이 반드시 영원하지는 않으리라고 나는 믿어. 그리고 그건 여기에 와서 배운 거야. 나를 위해 울어주는 네가, 활자로나마 닿아 나를 위로하고자 한 너희가 가르쳐 준 거야.

“당연하지, 내 조모님께서는 윈저 왕조의···”

고귀하신 혈통을 제외하고서… 그 익숙한 미사여구를 붙이다가 그가 말을 멈춘다.

나는 이곳에서 그냥 펠릭스구나. 이튼도, 아너스차일드도, 윈저 왕조조차도 날 예법과 관습의 이름으로 속박할 수는 없어. 그러니 난 오롯이 나로서 마음껏 웃고, 울고, 노래하고, 좋아할 수 있어. 깨달음이 머리를 치고 지나가자 한 발짝 그의 세상은 또 넓어진다. 무대를 박차고 나온 가수가 관객들의 품에 안긴다. 이제 거기에는, 조모만이 서있지는 않다.

“··· 그 누구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세상에서 제일 멋진 분이신걸!”

조모를 떠나보낸 직후에는 그걸 받아들일 여력조차 없어 관성적으로만 움직였다. 울지 않는 자신을 대신해 울어주는 이삭을 보고 나서야, 그리고 더이상 방학에 그분이 있는 저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나서야 그도 비로소 울음을 터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기에 이 곳이 더 좋아졌다. 마음껏 울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까. 그럴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당신이 이미 훔쳐준 눈물 자국을 벅벅 닦고 그가 당신을 마주 끌어안는다. 그러니까 나 멋진 사람이 될래, 롤리. 친구를 위해 웃고 울고 용기를 낼 수 있는 자랑스러운 손자가 될래… 그분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 호그와트에 와서 다행이야.”

네가 여기 있어줘서, 너라는 행운을 잡을 수 있어서 기뻐. 세차게 문질러져 발개진 눈가를 하고서도 그가 활기차게 웃는다. 한참 이전부터 이 앞에 펼쳐진 운명이 우리를 어떻게 가혹하게 휘두를지 직감하고 있었음에도…

* 개인로그에 가까워 송구합니다. 멘션으로 대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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