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는 없다
라이에 루 모젤에게
기억해, 네가 나의 행운이듯 나도 너의 행운이 되어 줄 수 있어. 펠릭스가 조용히 속삭인다.
“네 말은 너무 다정해서 듣기 좋은데, 그래서 가끔은 좀 아파.”
“··· 미안, 잘 안 들렸어. 뭐라고 했어?”
펠릭스는 차분한 낯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되묻는다. 조용한 목소리에 실린 라이에의 기도가 닿은 것일지, 단순히 모르는 체 하는 건지는 모를 이 태도는 같은 기숙사의 배우마저도 그의 소질을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곧 나긋한 목소리로 진실과 아픔을 번갈아 말하는 목소리에 그 역시 숙연해진다. 맞아, 언제나 내가 네 곁에 있어줄 수는 없지. 뼈아프게도 네 말이 맞아. 그리고 아마··· 그 누구도 그럴 수는 없겠지. 그렇게 대답하듯이.
눈 앞의 소녀는 언젠가부터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여러 아이들에게 졸업 이후에도 너와 나의 우정은 건재할 거라 확언하던 펠릭스도, 그에게만큼은 감히 미래를 단언하지 않았다. 아니, 유일하게 하지 못했음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건, 너와 내가 ‘펠릭스’와 ‘라이에’로 있을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으니까, 친구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어서, 구태여… 우리의 막힌 미래를 타인이 보기에 좋다는 이유로 환한 북극성이라 포장하기 싫어서. 당신은 정해진 순리 쫓아가는 순례자처럼 부모가 정해준 길을 걸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방학 중의 너와 나처럼 우리는 서로를 미소만 띄운 채 스쳐지나가는 사람 취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당신도 나도 알고 있다.
너에게는 늘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네 동생에는 이미 해 준, 그러나 아직도 네겐 말하지 못한.
그는 이 순간마저 지나면 다시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맞잡은 손이며 황금빛 눈에서 도피하듯 그가 허니듀크스의 매대를 바라본다. 말을 할까, 말까··· 결국 눈을 맞추는 건, 머쓱함을 숨기기 위해 매대를 뒤적이던 손 위로 온기가 또 한 번 겹쳐졌을 때다. 하지만 라이에, 그건 네 부모님도 마찬가지야.
이미 호그와트에 들어오기 전부터 몇 년이나 마주한 이들이니 제가 알아보지 못할 리 없는 형상의 ‘두려움’을 떠올린다. 정해진 길의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네 삶이 비틀리는 것이 너는 두려웠던 걸까. 알 수 없다. 다만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쥘 뿐이다. 이 온기가 제 친구에게 이정표가 되기를 속으로 바라며.
“맞아. 우리는 언젠가 성인이 되겠지.”
펠릭스 리버포드는 피터 팬이 아니므로 언제나 열한 살로 지낼 수 있는 네버랜드로 당신을 데려갈 수는 없다. 라이에 루 모젤 역시 웬디 달링이 아니므로 피터 팬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분명 어른이 될 거고 운명은 우리를 집어삼키기 위해 시계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숨통을 조여오겠지.
“네가 만일 빠져나오고싶다면, 그리고 그 일에 약간의 핑계와 행운이 필요하다면…”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난기류에 올라타서라도 날 수 있는 방법을 익혔잖아.
“그 땐 내가 너의… 너희의, 행운이 되어줄게.”
어른이 됨은 더이상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음이고, 그는 곧 법적으로 당신을 옭이맬 근거 없음 아닌가. 팅커 벨의 마법 가루가 없어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그도 안다.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조금의 용기와 약간의 행운이 따른다면 당신 또한 그리 될 수 있으리라.
퍽 상냥한 투로 제가 준 향수를 다 쓸 때까지만 알려달라 속삭이며 그가 손을 빼낸다. 당장의 선택이 당신에게 가혹함을, 당신을 되려 벼랑 끝까지 몰고갈 수 있음을 알기에.
“그게 내가 걸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마법이야, 라이에.”
* 말하려는 대사에 이 로그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뒤늦게나마 달고 갑니다… 다른 대화에서 마저 이어주시고 해당 로그는 스루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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