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이화, 오티로페, 정웅국화, 실바블랑, 염백준, 강우염성

마지막이라도 눈에 담았어야 했는데

정웅국화

복지사업 by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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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그 자리에 먹먹하니 잘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치켜뜬 눈초리가 사나운 게 도무지 정신 차릴 법한 성격은 아니다 싶었다. 신발이 없어서 쓸려가며 대충 아무 슬리퍼나 주워신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꼴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위를 향했던가. 느슨하게 입꼬리를 손으로 꾹 내리누르며, 신발을 찾았다. 네가 신기에 편할 운동화를 주웠다. 네가 멋대로, 또 그 모난 성격으로 혼자 뛰쳐나가고, 행동 하나 이해할 수 없이 구는 태도에 이 안에서 피가 흐를만큼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차마 감정의 정의를 하기도 전에, 네가 멋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눈 앞이 잠시 암전되듯 깜깜하게 죽고, 곧내 무의식이 부정하던 감정이 싹을 틔웠다. 멋대로, 아주 제멋대로 굴지. 언제나. 

반쯤 눈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흐린 시선 너머에 네 모습을 눈에 담는다. 그 사이에 네 성격을 닮았나, 나 또한 아주 멋대로 굴기 시작한다. 네 시간을 잠시라도 눈에 묻고 있노라면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아서 이 자리를 떠나기가 참. 

나는 따로 행동하지. 

제 입에서 나온 말을 다시 주워담고 싶었던 것은, 오로지 그 자리에 네가 머물렀기에. 그 말을 뱉음은 오직 네 안전을 위해서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끝은 어찌도 이렇게 지독한지. 네 마지막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조차 나는 잃었다. 그러면 적어도 네 모든 순간을 그저 눈에 담고 바스라질것을. 적어도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마지막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을. 

마지막, 자아가 사라지기 전까지 했던 모든 생각은 올곧게도 너 하나만이었음을. 모든 것을 부정했지만, 어쩌면 네가 조금은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것도 다 제멋대로 의지를 불어넣었을 뿐임을. 네 자아가 자신보다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았으면, 그냥 그 마지막이라도 보았어야 했는데. 어느새 가슴의 옷자락을 세게 그러쥐어 숨이 턱턱 막히는 그 모든 순간을 이악물고 버텼다. 네 이름이라도 제대로 한 번 부르고, 그 입술에 한번이라도 제 입술을 내리 눌렀다면 이런 후회는 없었을까. 욕심도, 후회도, 다 하지 못했음에 생겨나는 것이기에. 그렇다면, 그렇다면 하고 또 다른 욕심이 생기고 또 다른 후회가 생긴다. 


국화야, 지금 내 눈 앞에 네가 나타난다면. 

그러면 내가 지금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할텐데. 

네 마지막을 눈에 담았더라면.

도리어 네 마지막을 내가 주었을텐데. 

감정을 비로소 정의한다. 

사랑, 애정, 그런 달큰한 것들. 

지독한 외로움에 사무쳐 죽어갈 때에, 네가 곁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 어느새 나는 죽어 이 땅 어딘가에 고스란히 누워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에 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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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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