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in the ABYSS
유료

Hope in the Abyss _ Part. Noctyx (2)

1. 새파란 하늘 아래에서

Writing Note by YOU
14
0
0

문이 열렸다. 다른 수감자들이 출소할 때와는 달리 축하의 말 한 마디 없는 교도관들의 싸늘한 배웅을 받으며 유고 아스마는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같은 날에 그와는 달리 정식으로 출소한 몇몇 수감자들이 마중 나온 가족들이나 종교 단체를 향해 달려가는 반면 유고는 완전히 혼자였다. 순간 아주 잠시, 그냥 도망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여기 있는 녀석들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테고, 그냥 도망쳐 버리면 안 될까? 정부의 추적을 피해 다니고 있을 동료들과 어떻게든 합류해서 다시 우리만의 활동을 시작하는 건 안 될까?

그러나 그 충동은 조만간 불식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석방된 이들을 데리러 온 몇몇 승용차 사이에 명백히 이질적인 군용 차량이 섞여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고, 하나는,

「유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상냥하고 따스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유고는 문제의 군용 차량으로 다가갔다. 짙게 선팅이 된 차 안에 대체 몇 사람이나 타고 있는지 알 도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운전석과 조수석에 한 명씩은 앉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에 타 있던 남자도 접근하는 유고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서야 유고는 운전석의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남자의 이름을 떠올리기도 전에 차 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끔찍하리만치 덤덤한 눈초리로 유고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임시’ 라지만 일단 석방된 터라 처음 체포되었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었고, 자르지 않아 더 길어진 머리와 몇 년의 교도소 생활이 가져다 준 초췌한 모습을. 감정을 마친 남자가 짧게 한숨을 뱉더니, 타라, 하고 짧게 명령했다. 예, 예. 탑지요, 타. 뒷좌석의 문을 열고 배낭을 차 안쪽에 거칠게 던지자 백미러를 통해 째릿 하고 시선이 쏘아졌다. 물론 그래봐야 유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만.

“안녕~”

1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오간 실랑이가 끝나고 유고가 뒷좌석에 몸을 싣자마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몸을 빙글 돌리더니 의자 등을 끌어안으며 유고를 마주했다. 양쪽 색이 달라 특이한 눈동자. 복실복실해서 만지면 기분 좋을 것 같은 갈색 머리카락. 환하게 웃을 때 보이는 고양이 이빨. 전체적으로 귀여운 인상이었지만 저 귀여운 외모 뒤에는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가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는 있지만 왠지 유고를 경계한다는 느낌이 진하게 풍긴 것이다. 그래서 유고도 굳어진 얼굴로 안녕, 이라고 대답했다.

“알반, 똑바로 앉아서 안전벨트 매. 이제 출발할 거야.”

제대로 된 자기소개를 듣기도 전에 선수를 쳤다. 네에~ 하고 밝게 대답한 고양이가 얌전히 돌아앉자 운전석의 남자는 아무 설명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유고로 말할 것 같으면, 그 급발진에 몸이 거칠게 흔들려 짜증 섞어 혀를 차면서도 운전석의 남자가 조수석의 고양이에게 건넨 말투가 그와 얼굴을 마주한 이래 처음 들어 보는 ‘상냥한’ 목소리였음을 깨닫고 오싹해진 상태였다. 나한텐 시종일관 무지막지하게 고압적이었으면서. 그런, 어린애의 투정 같은 생각을 떠올리며 유고는 뒤늦게 안전벨트를 맸다.

그리고 사흘 전 운전석의 남자, 써니 브리스코가 자신을 면회하러 찾아왔을 때의 일을 돌이켜본다.

카테고리
#2차창작
추가태그
#녹틱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