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 1. 메리 크리스마스, 친애하는 나의 동반자

K님의 리퀘입니다.

버섯숲 by 양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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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고, 안드로이드가 자아를 갖고, 인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지구와 멀어지고 또 발전해온 지금, 한 종교의 기념일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종교의 축일은 오랜 시간동안 삶의 일부분, 축복을 나누는 날이 되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크리스마스, 12월 25일… 태고의 태양으로부터 멀어진 지금으로부터도 오랜 태양신의 날이었고 또 한 시대를 다스렸던 종교의 기념일이자 이제 축복 그 자체가 된 날짜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것일텝니다.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모든 것이요. 수없이 셀 수 없는 루프를 겪으면서 스스로가 끊임없이 변했음을 우리는 압니다. 알 겁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철학 속의 배 처럼 원형을 유지하고 서로를 확인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고 또 상대방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A, B.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이 우주와 수많은 우주, 그 순환 속에서 얼마나 다행인 일일까요? 우리는 감히 그 행복의 크기를 잴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거쳐온 우주의 합 보다도 크기 때문이겠죠.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은 새로운 국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그래요, 이제 정말 안정만을 추구하면 되는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그 시작이 두려울지라도 분명히 서로의 손을 잡으면, 어쩐지 앞으로의 긴 미래도, 불확실한 행복도, 혹시나 앞으로 있을 다툼도 모두… 모두 해결될거예요. 분명히. 

그래서 이 글을 쓰는 건 크리스마스를 앞 둔 어느날입니다. 그래서, 우리 앞길에 항상 축복을 내려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더 힘이 날 것도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축복의 날이잖아요. 모든 함의와 의미를 떠나, 그 자체로 축복이 된 그 날이요. 어때요,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줄 날,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행복할 것이라는 예언의 날. 그 자체로 축복이요, 행복인 날. 

그런 날인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거쳐온 모든 우주보다도 훨씬 큰 행복 속에서 살 것이고, 그 행복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축복의 날. 그래서, 그래서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또 하늘을 바라보며… 드넓은 우주, 우리가 지켜낸 그 곳을 바라보며, 행복을 되뇌이고 있는 걸텝니다. 아니, 되뇌이는 게 아니에요. 확신을 하는 거죠.

메리 크리스마스, 친애하는 나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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