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아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청려 드림주
(원작자 계정(트위터) : @AN_S_plash_)
자살/우울 소재가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은 열람을 피해주세요.
이름
강서아
나이
28세
성별
여성
직업
카페 사장
신장 / 체중
160 / 52
외관
루노에님 CM
카페 사장으로서의 현재 모습은 청순가련하고 다정한 미인의 이미지지만, 과거 레티 소속의 배우로 활동할 당시엔 처연하고 어딘가 냉소적으로 보이는 차분한 미인상으로 꼽혔다.
성격
현재(그녀의 원래 성격)
외유내강. 배려심이 넘치며, 타인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생각해주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천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또 차분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을만큼 올곧다.
7-11세 (키즈모델 선발대회 이후 중소 기획사 소속당시)
또래에 비해 의연하고 낯선 환경에도 금방 적응하고 긴긴 촬영 스케줄도 곧잘 소화해내며 관계자들 사이에서 '아기보살님'같은 별명이 붙기도 했다. 힘든 것을 억지로 참았다기보단 어린 마음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세트장이나 촬영용 소품등 신기한 것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촬영 자체를 즐겼다. 많은 스텝들과 출연진들에게 사랑 받은 덕에 붙임성 있고 애교많은 성격은 이때 만들어졌다.
12세-16세 (레티와 첫 계약했던 4년)
레티로 이적한 이후 대형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드라마를 넘어 영화계에서까지 러브콜을 받게 된다. 첫 스크린 데뷔작은 천만, 그 이후 출연한 영화 대부분 손익분기점은 무조건 넘기는 성적을 거두며 강서아는 뜻하지 않게 '영화 안 망하게 해주는 복덩어리' 같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얼떨결에 거둔 성과에 당황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대중에게 과분할만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린나이에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17세-23세 (몇 차례의 계약 연장과 은퇴를 결심하기까지)
'검증 된 명품 조연', '캐스팅하면 적자는 안 보는 배우' 라는 타이틀은 강서아를 점점 더 옳아멘다. 강서아를 배우로서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던 그녀의 필모그래피는 시간이 지날 수록 '주연을 할 깜냥은 안 되는 배우.' '조연으로서만 빛나는 배우' 라는 멸칭을 빚어내는데 이른다. 설상가상 그녀가 주연을 맡은 작품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거나 스크린 개봉이 아닌, 아예 vod공개로 유통되는 처절한 성적을 내어 주연으로서 연기할 기회를 놓친다.
이 시기에 강서아는 배우로 사는 삶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한없이 긍정적이고 부드럽던 성격마저 차갑고 비관적으로 변하게 된다. 촬영장에선 애써 웃으며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만, 홀로 있을 땐 자기비판적인 생각과 현실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청려와의 사소한 대화를 계기로 자신의 상태를 되돌아보게 된 강서아는 잃어버린 자신의 삶을 위해 큰 결단을 내린다.
L / H
L
밀크티, 동물, 하늘색, 한복
H
말이 통하지 않는 진상손님, 소란스러운 상황, 귀가 아플만큼 시끄러운 소음, 신 음식
특징
과거에는 레티 소속의 잘나가는 아역배우였으나,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에 부담감을 느껴 20대 초반에 배우의 길을 접고 아역시절부터 모아둔 돈으로 카페를 차렸다.
동물을 좋아하고, 요리 실력도 출중했던 덕에 첫창업이지만 무난한 수익을 얻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에게 평가받던 배우로서의 삶보다 유유자적한 지금이 더 행복한 모양.
VTIC 2집 앨범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여주인공으로 출연, 주연으로서의 대표작은 몇 없으나 굵직한 작품들의 조연으로 출연하여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그녀였으나, 은퇴 이후 약 5년이 흐른 지금은 그녀의 명성은 점점 잊혀가고 있다.
비록 주연으로서의 히트작은 없지만, 아역배우 시절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존재하기에 엔터계 관계자들 몇몇이 그녀의 복귀를 바라는 눈치지만 강서아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며 배우로서 복귀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은퇴한지 5년이란 세월이 지난 탓에, 대중에게 그녀의 존재는 많이 잊혀졌으나 그녀와 함께 연예계 활동을 함께하던 그 시절의 연예계 지인들은 그녀의 카페를 자주 드나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연예인 목격담이 나오게 된 탓에 카페 손님이 늘어, 최근엔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생긴 현재 캠퍼스생활에 대한 로망이 생겨 대학진학을 고려 중. 현업(카페사장)에 도움이 되는 제과제빵과나 식품영양학과 진학을 진지하게 염두하고 있다.
애견 동반 카페에 걸맞게, 지인들의 반려동물을 카페에서 특별히 돌봐주곤 한다. 그중 제일 자주 오는 아이는 브이틱 청려의 반려견 콩이. 서아가 키우는 반려견 깜이와 절친이 되었다.
최근 가야금에 관심이 생겨 취미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동물은 잘 돌보지만, 식물은 잘 돌보지 못하는 편. 잘 죽지 않는 다육이나 선인장 외에 카페에 있는 식물들은 대부분 인테리어용 조화이다.
깜이는 믹스견. 검은색의 16살 노견.
생일
8월 12일
출신지(고향)
데한민국
가족
부모님, 오빠, 반려견 깜이
스테이터스
재력 ■■■■■■□□□□
(그럭저럭 여유있는 정도.)
지식 ■■■■■□□□□□
지능 ■■■■■■■□□□
친구 수 ■■■□□□□□□□
(오랜 연애계 생활로 친구가 많지는 않다.)
지인 수 ■■■■■■□□□□
가족과의 관계도 ■■■■■■■□□□
힘 ■■■■□□□□□□
건강 ■■■■■■□□□□
애교 ■■■■■□□□□□
(누적된 생활애교)
스킨쉽 ■■■■□□□□□□
(가벼운 손잡기, 팔짱 정도.)
연애경험 □□□□□□□□□□
사교성 ■■■■■■■□□□
공설외모 ■■■■■■■□□□
도덕성 ■■■■■■□□□□
배려심 ■■■■■■□□□□
욕설 □□□□□□□□□□
화술 ■■■■■■■□□□
공감능력 ■■■■■■■□□□
거짓말을 하는 정도 ■■■□□□□□□□
더위를 타는 정도 ■■■■■■■□□□□
추위를 타는 정도 ■■■■■■■□□□□
무언가에 대한 야망 ■■■□□□□□□□
집착 ■■□□□□□□□□
질투 ■■□□□□□□□□
양심 ■■■■■□□□□□
눈치 ■■■■■■□□□□
리더쉽 ■■■■□□□□□□
인내심 ■■■■■■■■□□
자존심 ■■■■■■□□□□
자존감 ■■■■■■□□□□
음주 빈도 ■■■■□□□□□
흡연 빈도 □□□□□□□□□□
마약 빈도 □□□□□□□□□□
청소 ■■■■■■■□□□
요리 ■■■■■■■■□□
깔끔한 정도 ■■■■■■■□□□
생물을 돌보는 정도 ■■■■■■■■■□
손재주 ■■■■■■□□□□
식욕 ■■■■□□□□□□
수면욕 ■■■■■■□□□□
성욕 ■■■□□□□□□□
캐릭터의 과거사
처음부터 배우가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네모난 작은 상자 안에서 제 모습을 뽐내는 예쁘고 멋진 사람들처럼 티비에 한 번 나와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었을 뿐이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소박한 바람을 계기로 연기자 강서아의 제 1막이 올랐다.
처음엔 어린이 모델이었다. 티비에 나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어린 딸을 위해 바쁜 어머니는 시간을 내어 키즈모델 선발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넣었고, 서아는 운이 좋게 대회에서 2등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어린이 모델로 발탁되었다. 과자부터 음료, 어린이 영양제나 학습지 등 다양하고 자잘한 광고를 찍다보니 어느덧 바라던 대로 티비까지 나올 수 있었다. 물론, 광고로.
세상물정 모르는 서아는 티비 광고 몇 번 출연한 걸로 만족했다. 가족들도 서아가 즐거웠다면 됐다는 입장이었지만, 선발대회를 통해 알게 된 에이전시의 입장은 달랐다. 강서아는 보기 드물게 촬영장에서 '울지 않는' 아역 배우였다. 낯선 환경을 무서워하지 않고, 긴긴 촬영과 어수선한 촬영장의 분위기도 곧잘 버티는 어린아이는 방송계에서 드물었다. 소속사는 그런 서아를 고작 광고 몇 편에 썩히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TV단편선부터 일일연속극,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드라마에 아역 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건 10살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소속사가 바라던 대로, 강서아는 의연하고 말 잘듣는 아역배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소화했다. 광고에 맞춰져 있던 경직된 연기실력도 다양한 작품을 접하면서 나날이 발전했다.
12살 생일이 지났을 때 쯤 그동안 함께하던 소속사와의 계약이 만료되었다. 대형 기획사 레티와의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아역배우 시절을 보냈던 전 기획사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레티는 강서아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퍼부었고 대형기획사의 힘으로 강서아는 12살에 스크린 데뷔를 하고 첫 영화는 관객수 천만을 찍는 기염을 토한다.
배우로서의 필모는 더욱 탄탄해지고 어린 나이에 명성은 치솟았지만 강서아는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쁜 연예계 생활로 학교 생활은 커녕 제대로 된 친구 한 명 사귀지 못한 채 십대 시절을 보냈다. 풋풋한 청춘 드라마속 서브 커플을 연기하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정작 강서아 본인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중고등학교 생활을 해보지 못했다. 웃음이 가득한 하교길에 분식집에 들리는 아이들을 '연기'할 순 있어도, 그런 삶을 살 순 없었다.
제 삶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무렵부터, 강서아는 '레티상'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처연하고 어딘가 냉소적인 차분한 이미지를 일컫는 칭찬이었지만, 강서아는 그 칭찬이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해맑게 웃으며 엄마 손을 잡고 키즈 모델 선발 대회에 신청서를 내러 가던 그 아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있었다.
나는 정말, 평생 이렇게 살아야할까?
스타로서의 제 삶과, 진짜 강서아로서의 삶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무렵 같은 소속사의 남자 아이돌 그룹 'VTIC'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의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철야는 기본이고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된 스케줄의 촬영이었다. 고된 일정 속에 지친 스텝들과 멤버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살려보려 애썼다. '울지 않고 의젓하게 구는 아역'이라는 평으로 본격적인 연기자 생활을 하게 된 강서아의 기질에서 나온 일종의 강박이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요, 힘들어보이는데."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제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에 강서아는 멈칫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고개를돌리니, 차분하게 미소 짓고 있는 브이틱의 리더 '청려'가 거기에 있었다. 같은 소속사여도 말을 쉬이 섞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얼굴을 마주치는 일도 드물었고 같이 작업하게 된 건 이번 뮤직비디오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강서아는 그에게 미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저를 아는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그의 태도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 괜찮아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강서아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답했다. 힘들지 않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언젠가부터는 정말로 힘들지 않게 느껴졌고 지금도 그랬다. 뮤직비디오 촬영이 빡빡한 스케줄이긴 했어도 강서아에게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녀의 대답에 청려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그녀를 응시했다. 입꼬리만 올라가 있을 뿐, 그의 표정은 웃고 있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참동안 그녀를 바라보던 청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촬영 말고도요. 그냥, 꽤 힘든 것 같아서요."
"저는 괜..."
"그래요. 알아요. 그래도 촬영 끝나고 생각해봐요, 힘든지 아닌지."
저를 다 아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그의 말에 불쾌감을 느꼈어야 했다. 애초에, 말 한 번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괜찮니 아니니 이상한 참견을 받으면 기분나쁜게 당연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강서아는 이상하게, 그의 말이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 강서아가 아닌 '사람' 강서아가 느끼는 고뇌를 처음으로 알아주는 누군가를 마주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기이한 감상은 뒤로 한 채 뮤직비디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 이후로 청려와 말을 섞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잡답을 나눌 만큼 한가로운 촬영도 아니었으니까.
긴긴 촬영이 끝나고, 강서아는 청려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회사에서 몇번 마주친 적은 있었어도 그와 말을 섞은 것은 뮤비 촬영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그가 건넨 말이 맴돌고 있었다.
'생각해봐요, 힘든지 아닌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맹랑한 열애설이 터졌을 무렵이었다. 스캔들의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강서아의 머릿속에 의문을 툭 던지고간 장본인, 청려- 신재현이었다. 같은 소속사에서 터진 스캔들이었기에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은 금방 사그라들었지만 강서아를 향한 근거 없는 헛소문과 비방은 끊임 없이 휘몰아쳤다. 저를 향한 악플과 이유 없는 비판을 가만히 마주하고 있던 강서아는 신재현이 건넨 말에 비로소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힘들어. 하나도 안 괜찮아.
티비 한 번 나오고 싶다는 어린 아이의 소박한 꿈에서 시작된 이 길이, 강서아 자신을 점점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었다. 연기가 즐겁지 않았다. 대중들 앞에 서서 억지로 웃는 게 힘들었다. 친구 없이 작품에만 몰두하며 사는 삶이 피곤했다. 강서아는 혼잡했던 제 머릿속을 정리하며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많은 생각들 사이로 해답이 나왔다.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 머릿속에 있었던 답이었다.
레티와의 계약 만료까지 3일을 앞둔 시점에 나온 해답이었다.
"매니저 언니, 저 이번에 재계약 안 하고 은퇴하려고요."
지난 8년간 지어본 적 없던 해맑은 미소를 띤 채 후련하게 내뱉은 말이었다.
관계
신재현(청려)
강서아와의 '진짜' 첫만남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첫인상은 어땠는지 그녀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질 않았다. 그럼에도 신재현은 그녀를 의식하고 있었다. 회귀를 할 때마다 그녀와 열애설이 생겨서? 스캔들이 다소 껄끄럽긴 해도 '리셋'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스캔들이 터지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뒀을 때보다 그녀와 열애설이 터지는 쪽이 앨범 흥행에 도움을 주었다. 노이즈 마케팅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신재현이 강서아를 의식하고 있던 건, 매 회차 그녀가 '자살'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자살 시점은 항상 똑같았다. 2집 앨범 타이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열애설이 터지고, 악성 팬들이 그녀에게 몰려가 유언비어를 터뜨리고, 주연으로서 활약한 작품이 흥행에 처참히 실패하여 소속사의 지원이 서서히 줄어들고, 그녀에게 쏟아지던 영화계의 러브콜이 시들어가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친상까지 치루게 된다. 그리고 정확히 25살 생일이 되던 해에 그녀는 스케줄도 내팽겨친 채 홀연히 잠적해버리고, 얼마 안가 외딴 섬마을에 위치한 그녀 소유의 작은 별장에서 시신으로 발견 된다. 무수한 회귀 속에서 그녀의 죽음은 늘 같은 시기에 벌어졌다.
브이틱의 성공을 위해 무수히 많은 '자살'을 택했던 신재현도 죽음이 주는 공포는 알고 있었다. 숨이 막히는 고독함과 눈앞까지 다가온 회의감이 주는 압박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회귀자'인 자신도 그 순간만큼은 달갑지 않은데, 아무런 능력도 없는 그녀는 오죽했을까 라는 연민이었다. 누가 누굴 불쌍히 여기는 건지. 신재현은 자조적인 생각을 하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두 번 정도 그녀의 자살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회귀할 때마다 자살하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순 없었다. 매 회차 죽는 여자를 한 번이라도 살려보고 싶었다. 알량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도 있었지만, 브이틱의 완벽한 성공을 위한 강박과 비슷한 욕심이었다.
하지만 알량한 동정심과 기이한 욕심으로는 살릴 수 없는 목숨이었다. 오히려 신재현의 노력은 식어버린 열애설을 재점화했고, 강서아의 죽음을 앞당겼으며 브이틱의 평판마저 깎아내렸다.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 소속사를 통해 그녀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해보았지만 강서아는 오히려 '저는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어요.'같은 말만 되풀이 할 뿐, 결국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택했다.
그 이후로 신재현은 그녀의 죽음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무수한 회귀로 인해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무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실 감각을 잃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브이틱에 대한 광기어린 집착에 눈이 멀어 '타인의 죽음'에 무관심해졌기 때문일까. 어쩌면 전부 다 해당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성이라는 것을 잃은 신재현에게 강서아의 죽음은 어차피 벌어질 하나의 사건이 되버렸다. 마지막 회귀 전까지는 그랬다.
이제 회귀를 할 수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신재현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 과정에서 저와 비슷한 처지인 후배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심지어는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신재현은 이 상황을, 현실을 더이상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보니, 잊고 있던 강서아가 떠올랐다.
회귀를 할 때마다, 늘 같은 시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여자. 배우로서 온전히 성공하지 못한 채 이도저도 아닌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다 생을 마감한 여자. 그녀는 지금 살아있었다. 더이상 회귀할 수 없는 이 마지막 '회차'에서 강서아는 자신의 삶을 찾아 배우로서의 생활을 완전히 접고 떠났다. 무수한 회귀 속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강서아의 결말'이었다.
흥미로우면서도, 참 다행이었다.
적어도 지난 회차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회귀를 하지 않아도 좋은 결말을 맏이할 수 있음을 박문대에 이어 강서아가 보여준 것이니까. 신재현은 자신이 예측할 수 없고,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어머,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나요?"
"네, 저는 잘 지냈어요."
몰라볼만큼 이미지가 달라진 강서아를 마주한 신재현은 조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형식적인 안부인사에 답을 건넸다. 어색함을 떨쳐내기 위해 그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주로 신재현이 데려온 콩이에 관한 질문들이었지만 신재현은 그녀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좋아보이네요. 은퇴 전엔 힘들어보이셨는데."
"하하, 맞아요. 그때도 재현씨가 힘든지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그랬나요?"
신재현의 물음에 강서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신재현을 바라보고 답했다.
"제 속을 훤히 다 아는 것처럼 말하셨는 걸요. 조금 놀랐지만, 재현씨 덕분에 제 삶을 되돌아보고 은퇴를 결정할 수 있었어요. 늦었지만 이제라도 감사드려요."
신재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그랬었나. 이번 회차에- 나도 모르는 새에 그런 얘길 건넸었나. 솔직히, 기억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그녀는 살아서 제 앞에 있었다. 그 무수한 회차에서 일어났던 그녀의 불행은 강서아의 죽음처럼 없던 일이 되어 있었다.
"잘 됐네요."
형식적으로 들릴 수 있는 단순한 말이었지만, 진심이었다. 그 한마디를 살아있는 그녀에게 건네기까지 꽤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머릿속을 정리한 신재현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제 발치에서 꼬리를 흔드는 나이든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재현→강서아: 흥미롭고 신기하네요. 이번엔 살아남아 다행이에요.)
(강서아→신재현: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분. 그래도 덕분에 잘 살고 있어요.)
배세진
촬영장에서 울지 않는 보기 드문 아역배우 강서아와 달리, 배세진은 어린아이 답지 않게 호소력 짙은 연기실력을 갖춘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업계 라이벌이라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어린아이들이 무얼 알겠는가? 배세진과 강서아 모두 서로에게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같은 작품에 출연할 땐 둘이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어른들 사이에서 느꼈던 부담을 덜어냈던 모양.
아역시절부터 쌓아온 우정은 여전한지, 배세진은 종종 강서아의 카페에 들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아주사' 촬영 당시, 강서아는 친한 동료 배우였던 배세진에게 투표했다는 메세지를 보내곤 했다. 배세진이 성을 바꾸고, 무사히 테스타에 데뷔했을 때도 강서아는 크게 기뻐하며 축하 메세지와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방송 업계 사람들이 복귀를 제안할 땐 시큰둥한 강서아도, 배세진이 부탁하는 까메오 출연은 흔쾌히 받아줄 정도다.
최근, 강서아의 카페에 신재현이 자주 드나드는 걸 보고 불안해하며 그녀에게 청려를 조심해. 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의 걱정어린 주의에도 강서아는 웃어 넘기고 있다.
(배세진-강서아: 아역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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