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7106자, 악귀멸살 타입

시나즈가와 겐지는 자신의 바로 밑 동생인 시나즈가와 스미와 '사진을 많이 찍어오겠다'는 약속을 하며 카메라를 챙겼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사진 찍는 일을 좋아했고, 그렇기에 귀멸 학원 사진부에 입부 신청서를 넣은 것도 당연한 절차였다. 물론 시나즈가와 스미도 오빠가 찍어오는 사진이 좋았다. 스미는 사진에는 풍경만 담기는 게 아니라는 오빠의 말을 기억한다. 사진을 찍으면, 그때의 냄새, 기분, 추억도 같이 담긴다. 그래서 시나즈가와 겐지는 사진이 좋았다. 시나즈가와 스미 또한 사진이 좋았다. 

교토로 가는 열차 안에서도 시나즈가와 겐지는 계속 웃음을 입에 머금은 채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아예 열차 안에서 한 장 찍어버릴까? 이것도 다 기록이잖아. 시나즈가와 겐지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카메라를 만지작댔다. 시나즈가와 겐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딴지를 걸었다. 시나즈가와 겐지가 싫어서라기보단,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필름 낭비 아냐?"

"낭비라니. 나는 허투루 찍는 게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겐야의 말이 맞다. 필름은 한정되어 있고 풍경을 찍기에도 바쁘다. 스미에게는늘 보던 다사한 형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보단 예쁜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에, 시나즈가와 겐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손에 들었던 카메라를 자신의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시나즈가와 겐야는 예상했던 반응이 아닌 탓에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내 겐지는 시선을 카메라에서 시나즈가와 사네미에게로 옮기며 물었다.

"사네미 형, 교토에는 언제쯤 도착한댔지?"

"곧이야."

"아까도 그 말 했잖아."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겐지는 처음 가는 교토가 퍽 기대되는 듯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자리에서 들썩거리고, 겐야에게 교토에는 뭐가 있을지 예측하는 놀이를 하자며 제안하고... 방금처럼 사네미에게 언제쯤 도착하냐는 질문도 무려 네 번째다.

확연히 애답다. 전생과는 다르다.

시나즈가와 사네미와 시나즈가와 겐야는 그게 안심됐다. 그들에게는 전생의 기억이 있었고, 전생에 시나즈가와 겐지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이번 생에서야 헤아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몰래 약속을 했다. 시나즈가와 겐지가 이번 생에는 정말 아이답게, 행복하게 지내게 해 주자고. 사실 교토 여행도 학기가 시작되기 전 사진 찍기 좋아하는 겐지를 위해 겐야가 제안한 것이었으니까. 

셋은 지금 교토로 가는 열차에 타고 있다. 창밖을 바라보면 빠르게 주변 풍경이 바뀌어가며 스쳐지나가는 중이다. 계속해서 변해가는 바깥 풍경. 그걸 지켜보고 있는 우리. 시나즈가와 겐지는 순간 이것이 영화를 빨리감기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슈야가 보면 신기해하겠지, 같은 생각은 덤이었다.

"도시락 안 먹어?"

"헐, 맞다. 나 그거 먹고 싶었는데."

"아까 출발하기 전에 사 놨잖아."

시나즈가와 겐야와 시나즈가와 겐지는 약속이라도 한 듯 사이좋게 도시락을 꺼냈다. 형인 사네미의 몫도 있었지만, 그는 피곤하니 나중에 먹겠다며 겐지와 겐야가 먹는 모습을 구경만 하기로 했다. 겐야와 겐지는 그런 형을 의아하게 바라보면서도 도시락의 포장을 뜯었다.

"한 입만."

"아, 형!"

이러려고 자기 건 안 꺼낸 게 분명하다. 셋은 서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더니 결국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교토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일본의 전통을 유지한 도시. 흰 눈이 쌓여 있는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만 시나즈가와 겐지는 아쉽지 않았다. 겨울임에도 거리는 모노톤이라서 꼭 흑백 카메라로 찍어 인화한 사진 같았고, 교토의 겨울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맑은 '회색'이라서.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찬 공기. 시나즈가와 겐지는 카메라를 들었다. 

찰칵.

첫 번째 사진이다. 스미가 좋아할 것이다. 

사진을 찍자마자 시나즈가와 겐지는 분주하게 일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침으로는 에키벤을 먹었으니까, 점심으로는 교자노오쇼를 먹고... 아, 신사 가서 오미쿠지도 뽑을 거야. 기념품점에서 기념품도... ... ...어?

눈 내린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일정을 정리하다 말고 하늘을 보았다. 시나즈가와 겐지를 흐뭇하게 보고 있던 사네미와 겐야도 문득 겐지의 시야가 궁금해서 고개를 들었다. 밝은 회색을 머금은 하늘은 어느새 구름이 가득 끼어 작고 어린 함박눈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눈이 쌓였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여행 도중 눈이 내리는 건 내 예상에 없었는데."

"그러니까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 않겠어?"

"교토는 특히 더 일찍 문 닫는 곳이 많다며."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던 시나즈가와 겐지는 겐야와 사네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겐지는 앞장서며 이야기했다. 

"응, 추억 많이 만들어야지. 빨리 와."

낯선 여행지에서도 겁 하나 먹지 않고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게, 어른들이 보면 장군감이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네미는 이것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어쩌면 겁까지 났을지도 모른다. 이번 생의 네가 또다시 기억해버리진 않을까. 우리를 과하게 위하다가 또 해를 입지는 않을까. 또 어리광 하나 부리지 못하고 자신이 혼자 책임지겠다고 멀리 가버리진 않을까.

"형."

문득 들려오는 겐야의 목소리에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겐지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얼른 따라가자. 놀러왔잖아. 지금만큼은, 아무 걱정 하지 말자...... 겐야의 눈빛은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사네미는 숨을 내쉬었다. 흰 입김이 허공에 생겨나더니 갈 곳이라도 있는 양 빠르게 사그라든다. 사그라드는 입김을 보면서 사네미가 다시금 깨달은 게 있었다.

"그래, 놀러 왔지. 즐기려고... 온 거지. 셋이서."

시나즈가와 겐야와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서로를 한 번 마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겐야는 사네미보다 먼저 겐지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같이 가."


도쿄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교자노오쇼를 먹은 직후 시나즈가와 겐지는 버스로 갈 수 있는 유명하지 않은 신사를 찾았다. 이왕 온 거 그래도 유명한 곳에 가지 않으면 섭하지 않겠냐는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말에 시나즈가와 겐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곳은 사람이 많잖아. 나는 온전한 풍경을 찍고 싶어."

'사람이 많은 곳은 무섭다'던가, '시끄러운 것이 싫다' 같은 아이다운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동생들에게 온전히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오빠이자 형의 마음이리라. 그 나이에 성숙해질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동생들이 괜스레 안타까워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엔 다정함이 서려 있었다.

"그래. 가고 싶은 곳 가자."


찰칵.

이름 모를 한 신사에 도착했다. 주차장조차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신사였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몇 번 뒷걸음질을 하더니 시야에 토리이가 온전히 담기자 목에 걸려있던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 사진이다. 이 또한 스미가 기뻐할 것이다.

아까 내리던 눈이 많이 쌓여 토리이와 근처 땅, 신사 건물에는 흰 눈이 한가득 쌓인 채였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한껏 들뜬 얼굴로 신사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중간중간 감탄사에 가까운 탄식도 내뱉고,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찰칵. 

찰칵.

찰칵.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 사진이다. 흰 눈이 쌓인 토리이와 신사는 단조로운 색이라서 사진에 담겼을 때 제법 볼만했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이 중에서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골라 인화해서 스미에게 주기로 했다.

정원 가운데엔 신사가 비치는 연못도 보였다. 얼핏 여러 색의 잉어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목격하고, 시나즈가와 겐지는 근처를 둘러보았다.

"잉어 밥 사는 곳은 없나?"

"있겠냐. 명색이 신 모시는 곳인데."

"알고 있긴 하지만 아쉽잖아."

겐지는 아쉬운 대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에는 연못에 비친 신사를 찍었다. 

찰칵.

여섯 번째 사진이다.

카메라의 화질이 좋아 물 밑을 돌아다니는 잉어들도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사진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셋은 충분히 구경한 후 돌아가기 위해 토리이 옆으로 모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는 사진에 집중하느라 발견하지 못했지만, 오미쿠지 뽑는 곳이 존재했다. 한 번당 100엔. 타인의 단조로운 글씨체로 코팅된 종이 안에 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겐지는 사네미에게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형. 여기 오미쿠지 뽑는 곳 있어."

형제 아니랄까 봐 단숨의 겐지의 말 뜻을 알아들은 사네미가 말했다.

"기념품점 있는 곳에서 뽑아야 예쁘지."

"여기에서 뽑고 싶은데... 우리, 네 개 뽑아서 하나는 스미 주자."

"오미쿠지는 직접 뽑아야 의미가 있는 거야."

"에이. 운세 점치는 게 아니라 선물용으로 생각하면 되지."


겐지의 끈질긴 설득 끝에 셋은 결국 총 400엔을 내고 오미쿠지 네 개를 뽑았다. 그중에서 겐지가 두 개를 뽑아 하나는 스미를 주기로 했다.


[대흉]

[대흉]

[흉]


...결과는 처참했지만. 

아니, 이렇게까지 흉이 나올 건 또 뭔가. 이러다 스미한테 선물할 오미쿠지도 대흉이 나오면 그건 선물이라고 부를 수 없을...


[대길]

...셋은 조용히 오미쿠지를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원래 이런 건 믿는 게 아니랬어. 운은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거야. 알지? 겐지가 괜히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겐야의 곁에서 그들을 위로했다. 시나즈가와 겐야는 가만히 웃음을 참고 있었다. 전생에서도 대흉이 적혀 있는 오미쿠지를 보고 자신을 위로해 주던 시나즈가와 겐지가 생각나서였다. 시나즈가와 겐지가 웃음을 참는 겐야를 슬퍼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겐야에게 위로의 말을 한번 더 건네자 시나즈가와 겐야는 가까스로 참던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뭐야, 왜 웃어!"

"아니...... 너는 기억하든 기억 못 하든 똑같구나 싶어서."

"엥?"

"예전에도 오미쿠지를 뽑을 때, 네가 그랬었거든..."

가족들끼리 운수 제비를 만들어서 뽑으며 놀았던 기억은 있지만 정식으로 오미쿠지를 뽑았던 적은 없다. 시나즈가와 겐지가 어리둥절해 하는 도중 겐야는 계속 폭소하고 있었다. 지속되는 웃음에 잘못한 게 하나도 없음에도 뭔가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어, 시나즈가와 겐지는 인상을 찌푸리고 충동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시나즈가와 겐야의 웃는 얼굴을 찍었다.

...

......찰칵.

일곱 번째 사진이다. 이 또한 스미가 좋아할까. 좋아하겠지. 스미는 오빠들을 정말 좋아하니까.

"뭐야? 왜 찍어?"

"웃는 게 어릴 때랑 똑같아서."

이걸로 쌤쌤인 거다. 시나즈가와 겐지는 그렇게 말하곤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옆에 딱 붙어 섰다. 어느 부분에서 쌤쌤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 안 들은 척 가만히 둘의 대화를 엿듣던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피식 웃고 다시금 숙소로 가는 것에 집중했다.


눈은 여전히 내린다. 어느새 하늘은 시원한 잿빛에서 어둑해지며 숯이 연상되는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나즈가와 형제들은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 눈을 맞지 않도록 우산을 펼쳐 쓴 후 계속 걷고 있었다. 숙소는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했지만, 눈이 오니 어쩐지 조심스러워진 바람에 료칸까지 가는 시간이 지체되는 중이었다.

"많이 춥다."


춥다는 겐지의 말에 사네미와 겐야가 동시에 겐지의 쪽을 돌아보며 반응했다. 초록색 우산과 보라색 우산이 빙글 돌았다. ...전생엔 겐지가 꽤 질병에 취약했었다. 하현의 1 사건의 후유증이었다. 그 때, 시나즈가와 사네미와 시나즈가와 겐야는 많이 속상했다. 세상의 어떤 누구가 자신의 동생이 아픈데 신경쓰지 않겠는가. 적어도 우애가 좋은 형제라면 속상해하지 않는 형은 없을 것이다. 겉으로 티내든, 티를 내지 않든. 

감기에 한 번 걸린 것만으로도 정말 심하게 고생했던 기억이 전생에 남아 있다. 겐야가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둘은... 어쩐지 과민반응 하는 요소가 확실한 것 같아."

시나즈가와 겐지가 당황한 눈치로 먼저 말했다.


사네미는 머쓱하게 다시 앞을 보았고, 겐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억지로 휘파람을 불며 겐지의 얼굴이 위치하는 곳의 정 반대를 응시했다. 하지만 겐지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혈귀가 없는 세상인데도 사네미와 겐야는 겐지가 조금이라도 허약한 기색을 보이면 과민 반응을 하며 당장 눕히곤 했다. 겐지는 이번에도 자신이 춥다고 했기 때문에 여행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봐 말을 돌렸다. 벌써 돌아가기엔 아쉬웠다.


"그나저나 눈 진짜 많이 온다."

아까까지 보기 좋게 조금씩 떨어지던 눈은 어느새 폭설로 바뀌어 있었다. 옷을 제대로 여미지 않으면 겉옷이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금방 발목까지 쌓인 눈을 헤쳐가며 그들은 료칸에 도착했다. 료칸의 직원이 살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던 분이시죠?"

"예, 어른 하나 아이 둘이요."

"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묵기로 한 료칸의 직원은 살가운 얼굴로 방을 안내 후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직원은 시나즈가와 사네미를 보호자로 인식하고 사네미에게만 이야기했지만,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겐야와 눈치가 빠르고 어른스러운 겐지 또한 직원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석식도 맛있으니 배고프시다면 언제든 주문해주세요."

"어, 그러고 보니. 우리 저녁 안 먹었잖아."

"그야 세 시만 돼도 닫는 곳이 많으니까..."

"바보. 형한테 주문해달라고 한 거거든."

투닥거리는 겐지와 겐야를 뒤로하고 시나즈가와 사네미는 석식을 주문했다.


차완무시, 된장국, 생선 조림, 아귀간, 모듬 튀김, 후토마키, 따뜻한 청어국수. 세 사람 몫의 음식을 주문했고 한 사람 분의 쟁반에는 이런 구성으로 담겨 있었다. 다 못 먹겠으면 형한테 남겨. 사네미는 그렇게 말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시나즈가와 사네미의 남기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오늘 일정을 소화하느라 많이 배고팠는지 겐야와 겐지의 쟁반 위 접시와 그릇들은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벌써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겐야와 겐지를 뒤로하고 그는 접시와 그릇들을 바깥에 내놨다. 

그리고 시나즈가와 사네미가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시나즈가와 겐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른 우주에 있는 것 같다구. 나랑은 다른, 어딘가에...... 사네미 형이랑 네가 하는 말은 가끔 알아들을 수가 없어. 너무 붕 떠 있고 막연한 무언가라서.

하지만 그게 싫지는 않아. 어쩐지 나를 지켜줄 것 같아. 참 웃기지, 겐야? 나도 모르게 너에게 의지하게 되어버려서. 나도 결국 아이구나, 싶고......"

사네미는 계속해서 잠자코 들었다.

"그래도 있지, 겐야. 힘들 때는 너도 나한테 기대도 돼. 사네미 형은 지금 듣고 있지 않지만... 사네미 형한테도 마찬가지야. 힘들 때는 기대도 돼. 나는 아직 한낱 아이일 뿐이지만 책임질 수 있어.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할게. 아버지가 상을 치른 후 다들 힘들어하는 거, 나는 알고 있으니까. ...눈치 빠르지? 슬슬 졸리다. 사네미 형 늦는 것 같으니까 얼른 자자. 밖에서 담배라도 피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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