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사람

2116자, 악귀멸살 타입

스즈메 유미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싫어한다'에 가까웠다. 하지만 겉으로는 늘 그 사실을 숨겼다. 겉모습과 내면이 충돌하며 스즈메 유미카의 속은 점점 곪아갔다. 사람이 싫지만 사람을 보며 웃는 가식적인 모습은, 징그럽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스즈메 유미카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귀살대의 기둥, 코쵸우 시노부.

그녀는 아름답다. 자유롭고 친절하며 무엇 하나 세심함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없다. 스즈메 유미카는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라며 막연히 꿈을 꾸곤 했다. 부족한 나도, 당신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사람을 온전히 사랑해서 친절을 베풀 수 있다면. 유미카는 그렇게 시노부에 대한 감정을 서서히 키워가고 있었다. 

나비 저택에 드나드는 날이 잦아졌다. 코쵸우 시노부와 만나기 위함이었다. 일부러 다쳐오는 횟수도, 꾀병을 부리며 코쵸우 시노부를 마주하는 일 또한 잦았다. 이런 유미카가 질릴 법도 한데 코쵸우 시노부는 부드러운 어조로 꼬박꼬박 스즈메 유미카를 달래며 돌려보내곤 했다. 스즈메 유미카는 그것이 좋았다. 오로지 날 위한 다정. 나만을 위한 친절. 조금 음침해 보일지는 몰라도, 잠깐이나마 코쵸우 시노부의 눈동자에 '스즈메 유미카'라는 존재가 담기는 것이 기뻤다. 


​그녀가 어김없이 나비 저택으로 놀러온 날이었다. 나비 저택에 자주 드나든다면 모를 수 없는 츠유리 카나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곁에는 코쵸우 시노부가 있는 듯 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려던 스즈메 유미카는 수상한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기고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만약 언니를 죽인 상현2를 만나, 나와 카나오 둘이서 싸우게 된다면, 우선 첫 번째 조건으로 나는 그 혈귀에게 잡아먹혀 죽어야 해요."

​쿵. 

만약 마음에도 소리가 있다면 방금 스즈메 유미카의 마음에서는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입을 양 손으로 꼬옥 막고 스즈메 유미카는 계속 둘의 대화를 들었다.

"왜요? 같이 싸우면 틀림없이 이, 이길 수..."

"그런 어리숙한 생각은 당장 이 자리에서 버리세요. 상현의 힘은 적어도 기둥 세 사람 몫에 필적합니다. 하지만 언니의 정보에 따르면, 이 상현2는 여자를 잡아먹는 것에 기묘한 집착이 있고, 탐욕스러운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잡아먹을 경우, 그 혈귀가 먹는 독의 양은 내 전체 체중인 37kg 분량. 치사량의 약 700배죠."

스즈메 유미카는 여전히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발소리 하나 내지 않으며 조심조심 나비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코쵸우 시노부의 각오가 얼마나 대담하고 진심이 담겼는지. 아니, 그 전에. 코쵸우 시노부의 강단 있는 목소리에는 익숙한 감정 또한 같이 담겨 있었다. 스즈메 유미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감정이었다. 

분노, 괴로움, 오랜 시간 묵혀온 시꺼먼 무언가. 그건 스즈메 유미카의 자기혐오와도 닮아 있었으며, 염세주의와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어쩌면 단어로는 설명하지 못할 감정들이 같이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스즈메 유미카는 나비 저택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벗어나자 발걸음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숨이 찰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다. 

​그녀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다.

자유롭고 친절하며

자유롭지 않다. 괴로움 속에 갇혀서 힘을 쥐어짜내 친절을 베푼 것이다.

무엇 하나 세심함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으니까.

​​

겁이 났다. 아름다운 당신도, 이런 괴로운 마음을 감추고 있었던 거면. 나와 같아 속이 완전히 새까맣게 곪아버린 사람이라면. 아아, 최악이다. 무엇이 최악인가? 속내를 숨기고 있었던 독충 같은 코쵸우 시노부가? 남의 이야기를 멋대로 들어버린 스즈메 유미카가? 그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잠자코 있었던 츠유리 카나오가?

전부 아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코쵸우 시노부에 대한 감정이 깊어져만 가는 자신의 얄궂은 마음이었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다. 스즈메 유미카는 숨이 차 한참을 까딱, 까딱...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이런 건, 최악이다. 동경하고 사랑하던 상대가 나와 같다는 것을 알고 더욱 사랑하게 되어버렸다니. 그것도 일방적으로 몰래 알게 된 사실로 인해! 

스즈메 유미카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웃는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참으로 괴이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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