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시안/네브] 전생

전생 및 여러가지 썰

HEAVEN by 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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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네브는 실제 이름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름이 없으므로 쭉 네브로 지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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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의 전생은 어느 소수 일족의 후계자였음. 이 일족은 외양은 인간과 동일했는데, 대다수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이능을 타고 태어남.

하지만 이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음. 그들은 항상 얼굴을 숨기고, 가명을 씀. 태어나고서 부모에게서 진명을 받지만, 그들이 부르는 진명은 세상의 빛 아래서 밝혀질 수 없음.

<네브도 처음엔 자신의 진명을 받았으나 이름이 없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밀레시안’이 되면서 잊어버린 유일한 한 가지였으므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네브는 그가 ‘그’에게서 받은 가명이었고 생의 끝까지 불렸던 이름이었음. 유일하게 기억나는 게 그런 이름이라니, 하지만 네브는 다른 이름을 쓰지 않고 ‘네브’라고 불리며 살고 있음. 본인도 딱히 이 이름에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음.>

이들이 이렇게 극도로 숨어사는 이유는 그들의 선조의 죄 때문.

과거, 사람을 인지를 홀리는 이능을 가진 그들의 선조가 자신이 홀린 이들을 끌고 반역을 꾀려다 패배해 반역도가 되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이 선조와 같이 일반인들과 섞여들여서 살고 있었고 모두가 그들이 어떤 일족인지 공공연하게 다 알고 있었고 -일부는 그들을 신성시하기까지 했다- 그 반역의 죄를 물어 모든 동족을 참살당할 위기를 맞이함.

그 여파로 많은 수의 동족이 살해당하고, 살아남은 이들만이 남들의 눈을 피해 외진 지역에 자리를 잡게 됨.

단 한 명의 죄가 모든 일족 존속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세상의 눈은 자신들은 동등하게 보질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일족은 자신들의 존속을 위해 폐쇄 집단이 됨.

살아남은 일족의 우두머리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게 ‘네브’. 진실을 볼 수 있는 이능을 가진 아이였다.

* 진실을 볼 수 있는 이능: 상대가 생각하는 진실과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모든 진실이 참은 아니나, 상대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 더할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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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이번 주는 안 나가신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잘도 믿었네.”

네브가 후계자로써 무럭무럭 자라게 될 시점에선 그 선조의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에서 전해져내려온 일화가 되었음. 하지만 그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일족이 살아온 방식이 달라지진 않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존재를 극비로 붙이며 살아옴. 우두머리의 후계자, 네브 또한 태어날때부터 외부의 세상을 모른 채로 살아왔음.

하지만 아이가 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 들었다고요? 네브는 어느정도 머리가 큰 이후에는 밤마다 야행을 다녔음. 외진 지역에 터를 잡았으나 세월이 지나며 지척에 있는 마을이 발전해 큰 번화가가 된 영향도 있었음. 밤까지 야시장을 여는데, 이 도련님(네브)는 그때마다 탈출을 감행했으니, 그의 호위(어릴적부터 같이 자람)는 매번 죽을맛이었음. 그래도 호위를 빼놓고 다니지 않는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부분 아닐까. 어르신들이 알면 크게 경을 칠 텐데. (자신부터 죽지 않을까 걱정하는 호위)

사실 네브가 그 야시장에 가는 목적이 따로 있었음. 자신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음.

어떤 친구냐고 호위 청년에게 묻는다면, 그는 떨떠름하게 말할 것임. 도련님이 ‘탈출 청소년’이면 그 쪽은 ‘가출 청소년’이 아닐까요? 라고. 말 그대로 가족이 있으나 어떤 문제로 집을 뛰쳐나와 이 근교에서 살며 돈을 벌러 이 야시장에서 일하는 청년이었다.

상냥하고, 다정하고 사람이 좀 유들유들… 우리 도련님과 달리 매우 성실함!

사람이 호구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원체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아 보였다. 나이가 어린데도 일머리가 나쁘지 않은지, 일하는 곳에서도 나름 인정받는 모양. 발도 넓은지 수도나, 근교의 소식이나 지리도 잘 알기까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네, 라는 생각을 호위는 했더랬다.

그것도 우리 도련님이 저리 가까이 한다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겠지. 호위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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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는 그 ‘친구’가 신기했다.

난생 처음 보는, ‘자신의 눈’이 통하지 않는 인간.

어느 날 만나게 된 그는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인간이었고, 생각보다 평범했고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친구였다.

그를 여전히 의심하지만 서스럼없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양새에 편히 맘을 놓은 것도 있었다. 평소 자신의 까칠함에 주변 이들은 그리 살갑지 못 한데 비해 이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헤프기만 하다. 그의 출처부터 지금 상황까지 제 입으로 술술 불어버리는 게 영 사기꾼들에게 한 번은 당할 것 같은 인상. 오늘도 자신을 붙잡고 자기 집에서 밥을 대접하겠다며 매달린다. 도대체 뭘 믿고 자기 거처를 부는 거야.

의심할 의지도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저렇게 사람을 많이 알고 넓은 세상을 아는 이라면, 혹시라도….

네브는 오늘도 깊어지는 밤, 그의 앞에서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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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가 자주 놀러다니는 마을에 큰 화재가 일어났다.

심지어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 물론 네브도 거기에서 술을 마시느라 있었음. 다들 크게 당황했으나, 네브가 뒤도 안 돌아보고 사람들을 인솔해 대피시키고 (많이 와서 지리가 익숙함) 몸 쓰기가 타고난 덕에 날랜 몸짓으로 어린 아이와 노약자들을 구해냄. (호위 청년가 말릴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라..) 그 덕에 건물이 좀 타긴 했으나 빨리 진압 되었고 인명 피해는 전무했음.

그 여파로 네브에게 감사해하는 인간들이 많았고, 그가 마을의 은인이라며 얼굴이 알려지게 됨.

여기까지 가면 도무지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죠. 일족 어르신에게 적발당하고 맙니다.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하는 마을이라 말이 한 번은 다 돌았고, 자연스럽게 마을을 넘나드는 일족에게 흘러가게 되었음.

그 날로 알게 모르게 그의 야행을 묵인해주던 사람도, 모르던 이들도 아무튼 일족 전체가 발칵 뒤집혀져서 네브를 찾게 됨.

이미 자신의 미래를 깨달은 네브는 현 일족의 우두머리인 부친에게 가서 잘못을 구함. 융통성 있게 모른 척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네브는 원체 일족의 후계자의 입장이 될 때는 딱딱하기만 한 자식이라 부친은 한숨을 쉬죠. 결국 잠시간 네브는 신변의 자유를 없애기로 합니다.

말만으로 일족의 불안을 잠재울 순 없으니 보름간 물 말고는 먹을 것도 주워지지 않고, 자신의 거처에만 머물 수 있게 됨. 거기에 호위 청년 하나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실력 좋은 호위(라고 읽고 감시가 목적인) 둘을 더 붙이는데 사실 이들도 다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친우들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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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이 풀리고 한동안은 정말 정말 반성했다는 듯 착실히 일족의 영역에서 생활하던 네브.

사실 평생 이 곳에서 살다가 죽을 입장이었지만 네브는 그럴 수 없었음. 그에 앞서 당장 소식도 없이 사라진 그 친구가 걱정돼 네브는 호위들에게 통보를 한 뒤 마을로 다시 한 번 나가게 됨. (호위1,2,3,4: ?)

다행히 그의 일터에 여전히 일하는 친구를 보고 안심을 했으나, 그 친구는 화들짝 놀라며 어디 갔었냐며 놀라고 맘. 그도 그럴게 네브가 그 사이에 가혹한 체벌을 받진 않았지만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은 여파로 좀 안색이 안 좋긴 했음.

그런 친구를 보며 네브는 담담하게 이제 전처럼 자주 못 올 것 같다고 잘 지내라는 말을 하게 됨.

친구는 그런 네브에 이유라도 알려달라며 애원했고, 어물쩡 거짓으로 말하는 걸 싫어하는 네브는 원래 자신은 이 곳 사람이 아니고 위에서 시킨 일이 있어 더는 이 마을로 오진 못 할 것 같다며 둘러둘러 얘기하게 됨.

결국 다시 못 만난다는 얘기에 친구가 흐린 눈으로 제 이야기를 털어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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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신은 단순히 가정의 불화로 집에서 가출한 것이 아니고, 자신과 피가 이어지지 않는 동생의 혈육을 찾으러 이 마을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네가 내 동생과 닮아서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난데없이 멀쩡한 네게 내 동생을 아냐고 물어보기 힘들어서 여태껏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너와 이제 작별을 해야 한다니 지금이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말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얘기한다며 친구는 너무도 미안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봄.

그 순간 네브가 생각한 건, 저 말이 진실일까? 하는 의심 그리고 동시에 머리를 내려치는 듯한 충격에 입을 뗄 수조차 없었음.

사실 네브에겐 남동생이 있음. 아주 오래전에 실족사로 사망처리된. 하지만 시체도 찾지 못 해 네브에겐 살아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잊지 못 한 자신의 동생이었음.

그런 동생이 진짜 살아 있다고?

네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친구의 얼굴을 보며 웃으며 말함.

- 내 동생을 만나게 해주는 대신 난 너한테 뭘 해줘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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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는 사회에 섞여들어 살아오진 않았지만, 인간사의 순리는 알고 있음. 또한 이 친구를 특별히 탓하는 것도 아님. 정말 그 동생이 자신의 동생이라면, 이 은혜는 평생에 걸쳐서라도 갚아야 할 몫임.

허나 눈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 할지라도 네브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재고 파악하는 데는 남들보다 더 기민한 사람임.

소중히 여기는 동생이 몸 멀쩡히 있다면. 이 친구가 아닌 동생이 직접 찾으려 다녔겠고, 지금 동생도 아닌 타인인 이 자가 이렇게 찾아나선다는 건 동생의 신변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뜻일 테지. 네브는 싸늘해진 손 끝을 느끼며 친구에게 물었음. 오로지 피가 안 이어진 동생을 위해서 저리 나서는 가족이 얼마나 많을진 모르겠지만 네브는 그리 쉽게 생각하지 않았음.

친구는 평소의 여유 넘치는 웃음을 지우고 슬프고 초조한 기색으로 사과를 꺼냄.

미안하다고. 동생이 있다는 것도 진실이고,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 해 미안하다고.

진실은 그의 입에서 짧지 않게 흘러나왔고, 네브는 인상을 찌푸렸음.

그는 본래 평민이 아닌, 이 나라 왕가의 네 번째 자식이라고 얘기를 함. 동생은 지금 궁에 거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고 얘기함.

그리고 지금 동생은 실어증으로 말을 할 수 없고, 자신은 제 동생에게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들었다고 함.

하지만 어머니는 지금 궁에서 나올 수 없는 몸이고, 만나지 못하는 자식인 너를 만나고 싶어 매일 쇠약해지고 있다. 그래서 직접 네가 둘을 만나러 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함.

어머니?

네브는 여기까지 듣고서 이 이야기는 그냥 거짓말이라고 넘길 수 없음을 깨달음. 빌어먹게도 이 자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조차 파악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정말이라면 이건 기적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말이 없다고 생각함.

과거, 네브와 동생의 어머니는 실족된 동생을 찾고자 일족을 떠나 사라져버렸음. 어머니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이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족 모두 그녀의 의지를 강하게 거부하지 못 했고, 사라진 자식의 시체라도 찾고 돌아오겠다고 말한 어머니의 발을 막지 못 함. 하지만 그대로 어머니마저 생사불명으로 사라졌던 일이 있음. 그런데 궁에 있었다니. 네브는 탄식했음.

그리고 저 자가 말하는, 어머니의 호칭이 지금의 어머니 신분을 어렴풋이 추측하게 만듦.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음. 죽었다 생각한 이들이 살아있었다니. 네브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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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브는 이 일을 일족에게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었겠죠?

네브는 고심 끝에 혼자서 그 ‘왕자’인 친구를 따라가 제 잃어버린 가족을 눈으로 확인하고자 함. 하지만 그렇게 곧이곧대로 얘기할 수 없는 처지였으므로 편지를 남기고 새벽에 사라지기로 결심함. 위험한 선택인 건 알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다른 일족이 휘말리면 안되니까. 하지만 호위의 눈마저 피할 수 없으므로, 결국 호위 청년 한 명은 같이 데리고 가기로 함.

그렇게 왕자와 네브, 호위까지 셋이서 수도까지 멀고 먼 길을 떠나게 됨.

그 여정 속에서 왕자와 네브는 더 솔직히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게 되고 더욱 친해지게 됨.

- 왕자는 자기 자신은 왕의 자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왕자라고 했지만 사실 뒷배도 뭣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 목숨 붙이고 살아가고 싶었떤 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편이 되어준 게 후궁으로 들어온 어머니와 동생이었다는 이야기. 그들을 위해 너를 찾아온 것. 사실 확신도 없이 떠나온 길인데 너를 만난 게 이 세상에게 자신에게 내려준 유일한 천운이라는 것.

그리하야 수도에 도착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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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에 도착한 그들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마주하게 됨.

좀 기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왕의 둘째 자식이 반역을 일으킨 것. 첫째 왕자의 입지가 너무 공고하고 세가 너무나 강력하니, 이를 막고 자신들이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사병을 끌고 궁에 쳐들어온 것. (개난리입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얼른 궁으로 향하고, 반역도들을 처단하며 나아갑니다.

네브는 기본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지만 후계자로서 힘든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 검술에 능하고, 궁술에 특히 큰 재능을 가짐. (일족의 거처를 빠져나올때 무기도 챙겨나왔음)

그리고 제 가족들 이전에 가장 목숨을 위협을 받고 있다는 강력한 세를 가진 첫째 왕자를 만나게 됨.

네브는 거기서 위화감을 느낌. 첫째 왕자는 자신들을 보며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도망가고 싶은 얼굴을 했지만, 억지로 웃으며 자신들에게 몸을 피하라 친우인 왕자에게 몸을 조심하라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말을 마치고선 몸을 피해야한다는 신하들에게 이끌려 사라짐.

저 첫째 왕자는 듣던 것과 달리 너무나 허약해보였고 재목이 아닌 것처럼 느껴짐. 그리고 자신의 눈에 따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진실이지만 거짓 투성이었다. 왜?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짐.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아는 넷째 왕자에게 말하니, 왕자는 씁쓸한 얼굴로 사실 첫째 왕자는 소문과 달리 병약한 성정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힘듦을 겪고 있다 얘기함. 심지는 곧으시지만, 겁이 많은 성격이라 자신들이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저러시는 거라 얘기함.

네브는 왕가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 이내 고개를 끄덕임.

결국 첫째 왕자를 구하고자 한 군 병력이 둘째 왕자를 진압해 폭동이 끝나 다행이 큰 사상 없이 끝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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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왕자의 손님으로 궁에 거하게 된 네브. 이때 네브는 왕자에게서 ‘네브’라는 가명을 얻게 됨. 가명을 달고 사는데 거기에 궁에서의 흔적이 남으면 안되니까 왕자의 제안으로 가명을 바꾸게 됨.

바로 어머니와 동생을 찾고자 했지만, 왕자의 말로는 그 사이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함에 별궁에 휴양을 보내러 갔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됨.

도착하자마자 연통을 그 쪽으로 넣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네브는 잠시간 궁에 머무르게 됩니다.

하지만 왜 가면 갈수록 네브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을까.

자신들을 보필하는 궁의 시종, 시녀들에게서 볼 수 있는 건 적었으나 거짓말이 섞일 때가 많았다. 특히 친우인 넷째 왕자를 얘기할 때.

거기에 여태껏 의문을 가진 게 하나 있었는데, 왜 친우에게는 자신의 눈이 통하지 않을까?에 대한 것. 우리 일족같이 그들에게도 다른 능력이 있는게 아닐까 했지만 첫날 만난 첫째 왕자가 그것은 아니라고 증명해주고 있었음. 왕족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궁을 배회하며 만난 다른 왕족이나 왕가의 친척들도 하나같이 똑같은 평범하게 읽히는 인간일 뿐. 왜 유독 자신의 친우만?

네브는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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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는 본래 그리 참을성이 좋고, 상냥한 성격은 아님. (간단히 말하자면 싸가지가 없음)

하나씩 아귀가 맞지 않는 걸 보았는데 아무리 궁이라 해도 계속 성미 좋게 기다리는 것도 제 성격이 아니고, 결국 제 발로 궁에서 제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것을 찾기로 결심하는데.

결국,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인 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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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네브. 결국, 넌 날 못 믿었구나.”

네브가 의식이 끊어지기 전 들은 마지막 말.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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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는 넷째 왕자였던 친우를 레오라고 알고 있었고, 그리 불렀다. 하지만 그의 진짜 이름은 시오 엔 메스데이아. 그 이름은 첫째 왕자의 이름이었다.

첫째 왕자인 그가 왜 넷째 왕자의 행세를 했을까?

첫 번째 거짓말을 시작으로 네브는 침착하게 진실을 파헤쳤고, 끝내 그는 어머니와 동생의 행방을 찾게 됨. 별궁이 아닌, 궁의 지하 감옥에서.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니었으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

그의 어머니는 왕의 후궁이었으나 애시당초 납치되듯 왕의 손에 끌려온 것이고, 동생은 어머니의 아들로써 들어온 것이 아니라 애시당초 궁에서 연 사냥 대회에서 시종이 발견한 넝마가 된 동생을 궁으로 끌고 와 숨만 붙여놓은 뒤 첫째 왕자의 놀이감이 됨. 불행인지, 행운인지 납치되어 후궁의 자리에 올랐지만 여전히 아들을 찾고자 한 어머니는 첫째 왕자의 손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제 아들을 구하게 됨.

왕은 이 사실을 알았으나 별로 개의치 않고, 어차피 있는 수 많은 자식들 중 하나를 더한다 해도 괜찮다 생각해 동생을 왕자로 만듦.

그 사실에도 첫째 왕자는 아쉬운 기색없이 그들 모자를 반김. 그에게는 같은 왕자이든 아니든 장난감이 아니게 될 일은 없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함.

하지만, 항상 인생은 자기 맘대로 안 흘러가죠?

궁의 예언자가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밤에 예언을 받음. 그 내용은 과거 세상을 홀렸던, 이능을 가진 일족의 후예가 현세의 왕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첫째 왕자에겐 웬 미신에 홀린 헛소린가 싶었지만 궁의 예언은 무시할 수 없었음. 단 한 번도 예지를 틀린 적 없는 예언자가 확언을 내린 예언이었으므로 궁이 발칵 뒤집혀짐.

무시할 수 없는 판세에 왕자는 이능을 가진 일족에 대한 기록을 이 잡듯이 파헤치게 되고, 그들 일족의 특징을 하나 알게 되죠. 그들의 눈동자 색.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는 그 색을 찾을 수 있게 됨.

그 모자(母子). 그 사실을 알게 된 왕자는 왕의 시야를 가리고 그들을 지하 감옥에 가둠. (왕이 네브의 모친에게 흥미가 떨어진 시기, 그리고 왕자의 뒷세가 거의 이 나라의 지배 권력과 맞닿어 있어 가능했음.) 그리고 사람을 시켜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은 뒤, 그들이 정말 그 ‘일족’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됨. (이 쓰레기!)

왕자로 온 이 쓰레기와 여자만 처치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변수는 또 있었죠.

고문당하는 아들이 정말 죽을까봐 어머니는 끝에 다다라서야 제 아들은 이능을 가지지 않았다고 토로하게 됨.

실제로 네브의 동생은 같이 자라면서 이능이 보이지 않은 타입이었음. 당연하게 모두가 이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건 아니었으니 별 상관이 없었음. 하지만 이능을 가지지 못한 후계자가 말이나 되는가. 그런 후계자가 예언에 해당하는 이가 아닌 것을 눈치 챈 첫째 왕자가 또 다른 자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됨.

(끝나지 않는 비극의 전말)(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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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우연은 누군가에게는 불행이었고 기적이었다.

일족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순 없었던 그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 얘기하고 자결을 함. 다행이 주변 사람들이 찾아 급히 응급처치를 해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그 충격으로 말을 잃은 동생은 벙어리가 됨.

그 사실에 혀를 찬 왕자는 직접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일족을 찾으러 나서게 됨. 어떤 목걸이를 하나 차고서.

끝끝내 그는 기적처럼 그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네브를 만나게 됨. 처음에는 익히 알고 있던 눈색을 기점으로 안면을 트게 되며, 그 이능을 가진 일족의 하나라는 가정을 하게 되지만 이내 그 가정은 깨지게 됨.

화재 사건. 어떠한 가르침도 없이 타고난 것만으로 저렇게 완벽한 지도자의 기질을 가질 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던 왕자는 그가 후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됨. 하지만 그 사건으로 그와의 인연이 끊겨질 수 있다는 사실에 왕자는 급히 수를 쓰게 됨. 아마 그렇지 않은 듯 보이나 정이 많은 그는 아직 자신의 동생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의 표정을 본 왕자는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확신을 하게 됨.

왕자는 네브를 만나면서부터 목걸이를 하나 차고 있었는데, 이건 자신들의 선조가 그들에게서 뺏은 하나의 보물. 그들의 이능에게서 몸을 보호해주는 목걸이었음. 그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같이 길을 떠나며 그와 친분을 다지는 노력을 통해 그의 진실을 듣게 됨. 그때가 되어서야 그는 완벽히 자신이 승리했음을 알 수 있었음. 진실을 알 수 있는 네브의 능력이 자신에게 통하지 않는다니, 이것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있을까.

왕자도 궁에서 들어선 순간부터 네브의 눈을 오래 속일 순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

시간 문제였을뿐. 형이 동생을 위해 이 곳까지 온 것처럼. 벙어리가 됐다는 머저리 동생 쪽에도 형의 존재를 각인시켜 진실을 토하게 하는 것.

조금 안일했던 것은, 형이 왕자의 예상보다 훨씬 더 일찍 진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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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범위라 지하감옥에서 자신의 동생을 발견한 네브의 뒤통수를 쳐 기절하게 만들고, 그 호위는 쉽지는 않았으나 네브를 인질삼아 협박해 정신을 잃게 만듦.

정신을 차린 네브는 거기서 죽은 줄만 알았던 어린 제 동생이 피투성이가 되어 자신을 보고 울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죽은 듯 쓰러져 묶여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합니다.

진정한 비극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동생은 제 눈 앞에서 네 어미가 죽은 것처럼 네브를 죽이겠다 얘기하는 왕자의 세력 앞에서 결국 자신들의 거처를 실토했고.

왕자는 맨 먼저 네브의 오른쪽 눈(이능을 품은 눈)을 실명하게 합니다.

네브와 왕자가 만나던 마을 근처에 병력을 준비시켜놓은 왕자는 그들에게 연통을 넣어 그들이 살고 있는 거처 주변의 산을 모두 불태우게 만듭니다. 비라도 한 점 왔으면 좋았으련만, 구름 한 점 없던 밝은 날 네브의 일족은 모두 불에 휩쌓여 도망치지 못 하고 죽게 됩니다.

거기까지 왕자의 입으로 듣게 된 네브는 머리를 박고 자신의 동생만은 살려달라 애원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딱하기도 한 자신의 유일한 친우의 부탁에 그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웃습니다.

- 내 친우여. 이건 모두 나쁜 꿈에 불과해. 이제는 좋은 꿈만 꾸길 바라.

넝마짝이나 다름 없는 자신의 동생의 수갑과 족쇄가 풀리고 지하 감옥을 나가는 걸 확인한 네브는 그에게 고맙다고 웃습니다.

그리고 네브는 제 호위가 무사히 제 몸을 이전시키는 것을 느낌. 호위 청년은 공간 이전의 이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몸을 다친 후라 바로 이능을 쓰지 못 했으나 네브가 주위를 끄는 동안 그의 전언을 듣고 겨우 탈출을 함.

전언은 간단했음. 동생이 빠져나가게 되면, 자신을 밖으로 이전해달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동생이 무사히 궁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네브는 그제서야 속 시원하게 웃음. 아, 정말 빌어쳐먹게 속아버렸다고.

그리고 고통으로 욱씬거려 무엇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는 제 몸을 비웃으며 제게 남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고자 함.

이 일족의 후계자에는 단 하나. 일족의 위기에게서 구하기 위해, 하나의 능력을 몸에 품고 태어나게 됨. 그건 바로 자신의 생명을 태워 주변 일대의 목숨을 다 앗아갈 수 있는 능력이었고.. 피 흘러 뜨지도 못 하는 제 눈에게서 흘러 나오는 금빛 힘을 손에 힘껏 쥔 그는 그 능력을 쓰게 됨.

16 (完)

네브가 그 능력을 쓰고 살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그의 일족에게 개만도 못한 죽음을 준 이들에게 죽음을 선사하기엔 아주 긴 시간이었고 … 결국 네브는 복수에는 성공합니다.

다만, 네브에게 더 없이 상처가 된 순간이 찾아오게 된 건 막을 수 없었죠.

네브는 끝까지도 한 구석에선 왕자를 믿었다는 점. 왕자는 동생을 살려주겠다 얘기하고 지하감옥을 벗어나는 순간 죽였고, 호위가 발견한 건 쓰러진 동생을 옮겨주는 시종이 아니라 그의 시체를 운반하는 시종이었던 것.

궁에 이변이 생긴 걸 깨달은 왕자는 동생의 시체를 끌고 네브의 앞에 나타납니다. (안타깝게도 호위 청년도 동생을 데리러 가다 감옥에서의 상처가 너무 깊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털썩)

- 예언이고 나발이고, 속은 건 나였나.

왕자도 어이가 없었죠. 예언 하나만을 믿고 이 사태를 이끌어냈는데, 돌아오는 건 죽음이라니.

그래도, 난 즐거웠어. 친구. 라는 말을 남기고 왕자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때, 네브의 앞에 나타날 때 당시에는 목걸이를 빼고 나타나서 네브는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압니다)

왕자를 지나쳐 그의 어린 동생에게 다가간 네브는 떨리는 손으로 아직 따스한 체온을 가진 동생의 뺨을 쓰다듬고 꼭 껴안습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네브도 품의 동생의 마지막 온기를 느끼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못 다 푼 설정

  • 네브의 모친은 원래 몸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유독 몸이 아팠던 그 날. 동생이 혼자서 깊은 산 속으로 약초를 찾으러 나섰고, 길을 잃고 실족하게 됨. 사실 그 내면에는 좀 다른 얘기가 있는데, 일족 안에서 예지의 이능을 가진 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예지를 받고선, 행운을 줄 수 있는 일족에게 부탁해 네브에게 행운을 빌게 함. 그가 받은 예지는 짧았는데, “지도자의 피를 가진 이가 일족을 멸하게 만들 것.” 이라는 예지였음. (뭐 진짜 망해버렸죠?) 그런데 이 자는 내심 진정한 후계는 네브라고 생각해서 그 멸하게 만드는 이가 동생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계자의 모친을 아프게 하고, 그 해독 약초가 깊은 산속에 있다고 동생에게 말을 흘리고, 날씨가 좋지 않던 날 동생이 사라졌다고 형에게 말을 흘리되 사전에 미리 형에게 행운을 빌어줍니다. 그래서 형은 발이 미끄러져 절벽에 매달려 있던 동생을 발견하지만 구해내지 못 합니다. 대신 자신은 상처 하나 없이 돌아올 수 있게 되죠. 그가 바라는 대로 된 겁니다.

  • 왕자, 그러니까 시오도 사람이다 보니 네브에게 정이 들었었고… 동생이 좀 더 일찍 실토했다면, 동생만 죽이고 형인 네브는 살려줄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뭐 네브가 눈치채고, 그의 적대감을 마주한 시오는 결국 그에게 진실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죠. 네브에게 의문의 배신감을 느끼면서 말입니다.

  • 호위 청년의 이름은 티에리. 티에리는 네브를 강하게 믿고 있는 설정이라, 그의 위험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까지 그의 도련님을 걱정하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 어떠한 이변이 없었다면, 정말 네브의 동생은 왕이 됐을 겁니다. 네브의 동생은 이능이 있었습니다. 그건 기억의 이능.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습니다. 다만, 이걸 눈치채기엔 일족의 어르신들도 궁의 사람들도 무지했습니다. 그 ‘이변’이라 함은 왕자가 네브에게 느끼는 ‘배신감’이었겠죠. 그대로 동생이 살아서 나갔다면 동생은 살았을 거고, 네브가 궁의 병력 대다수를 죽여버렸으니 그 여파로 왕의 후계들도 다 죽었을 거고 명목상 왕자더라도 왕자인 ‘동생’이 왕이 됐을 겁니다. 왕자는 자각하지 못 하지만 네브에게 어떠한 감정(사랑X)을 느끼며 자신의 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동생이 왕이 된 시간선에서… 동생은 미쳐버렸겠지만 말이에요.

  • 일족은 죽음을 맞이할 때, 이미 ‘그 예언’을 알고 있었습니다.

  • 네브의 이름은 Nev. Heaven의 철자를 뒤집어 엎은 Nevaeh에서 따왔습니다.


외전. 벨과 네브.

“…나한테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네. 네브를 만나기 전에 만난 사람인데, 네브처럼 착한 밀레시안이에요.”

착한 밀레시안. 네브는 그 단어의 조합에 설핏 웃었다. 트라가 말하는 사람이니 예의는 바르겠고, 심성도 괜찮겠고. 그런데 밀레시안이라. 하지만 네브는 조금 곤란한 듯 웃었다. 그의 인간 관계에 밀레시안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밀레시안을 한 분류의 존재로 묶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착한’ 사람의 분류에 넣는 트라의 눈인데, 그 밀레시안은 어떠려나. 만나지 않을 생각은 없었기에 네브는 트라에게 선선히 웃었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좋아하는 게 있으려나.”

“다행히도 벨님이, 아 그러니까 오기로 하신 밀레시안님이 직접 이 곳으로 와주기로 하셨어요!”

“미리 호감 사기는 안 되겠네. 직접 물어봐야겠다. 아쉽네.”

“…벨님은 먹을 건 뭐든지 좋아하시긴 했죠?”

밀레시안이 먹는 걸 좋아해? 뭐 밀레시안이 되기 이전에 족히 먹지 못 했다거나, 그럴 수도 있겠지. 아무래도 첫 만남에서 호감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네브는 트라에게 말을 하고 근처의 식료품점을 방문했다. 거기에서 먹기 좋은 과자 세트를 사선 가벼운 발걸음으로 트라가 기다리는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미 트라와 말을 하는 키가 작은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보여 벌써 왔구나 생각을 하고 네브는 가볍게 웃었다.

“안녕?”

이제는 누군가의 참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따윈 없었다. 실제로 있지도 않거니와, 그런 눈은 이미 이 세계에 와서 제 손으로 없애버렸으니. 이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건, 그들이 보여주는 선의를 가장한 욕구와 그것을 믿지 않는 자신. 네브는 그 작은 뒷통수에 인사했다. 아무리 봐도 낯선 옷차림(등짝에 커다란 디바인 블레이드를 차고 다니네…)에 자신이 지나쳤던 이들은 아니라 생각했다. 자신을 향해 뒤도는 밀레시안의 얼굴이 궁금해 시선을 주었고, 이내 마주했다.

그리고 네브는 아주 오랜 시간 그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던 웃음을 지우고, 넋을 잃었다.

“안녕하십니까. 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계십니까?”

“…■■.”

그가 숨 쉬던 모든 순간에 한 번도 잊지 못 한 제 동생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평생 제 목을 옥죄는 악몽이 왜 제 앞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까?


* 벨의 얼굴은 네브의 동생과 성별은 다르나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끝.

약 14,000자.

특별 출연 허락해주신 트라의 캐 오너인 묘눙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네브의 이름을 정하다가 이런 과거사를 짜게 됐는데, 이 스페이스의 이름도 HEAVEN이죠. 짜잔.

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문장 정리는 나중에 차차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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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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