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집 검사니는 답을 알고 있다
도검난무 닛카사니, 만바사니
일주일에 세 번 연련에 참가할 것. 지켜도 지키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지만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한 번도 빼먹은 적 없는 규칙이었다. 연습이라고 해도 다른 도검남사와 날을 맞대고 싸우는 건 좋은 경험이 된다. 이겨도 져도 큰 문제 없으니 실전에서는 위험성이 커 시도하지 못한 전술을 해볼 수 있다. 다양한 근거로 연련에 가자 주장했지만, 사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품은 이유는 더 간단했다.
박수도 양손이 있어야 소리가 나고. 전화도 받을 상대가 있어야 통하는 법 아닌가. 연련도 다른 혼마루가, 타인이 필요했다. 과도한 교류는 피곤하게 만들지만 적당한 교류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잔뜩 피곤을 쌓는 주인을 두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가.
검을 휘두르는데 인간의 육체가 적합하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나. 통증이나 감각도 재현할 필요가 있는 건가? 현현 당시 품었던 의문을 그렇게 해소할 줄은 몰랐지. 겉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무서운 상황인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이 혼마루의 초기도로 살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주인은 얌전히 있다 전조도 없이 확 터진다. 아니 전조는 많지만 끝까지 올라오기 전까지 티를 내지 않아서 마늘 하늘에 날벼락이 친다. 주인이 뭔가 고민이 있는 거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 물건으로는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았지만 사람으로는 수년밖에 살지 못한 도검남사가 기미를 잡으면 사니와는 폭발한다.
위험한 걸 알고도 그러는 건지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 건지. 줄이 뚝 끊긴 인형처럼 가만히 늘어져 있다가 과격한 언행을 내뱉기도 하고. 전부 원정을 보내더니 혼마루 내부에서 문제가 되던 고민거리를 싹 태워버리거나. 누가 이기는지 볼까? 어 해보자고. 허공에 소리를 지르면서 싸움을 걸거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다양한 사건을 겪고 완전히 학습했다. 주인은 우리가 눈치채기 어렵고 둔한 부분에서 근심이 쌓이고. 일정 부근에 도달하면 폭탄처럼 터지니 환기 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오사후네 두 태도와 함께 하는 과자 만들기. 반죽이나 그런 걸 준비하는 데 힘을 많이 쓰기도 하고. 일정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반듯한 결과물이 나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한다. 그렇게 만든 과자를 카센과 우구이스마루가 직접 고른 차와 함께 먹고 쉬고. 마에다와 함께 정원을 산책하고 연련에 나가 다른 혼마루와 교류하고.
다른 혼마루와 교류라, 모르는 타인과 접한다는 점은 걱정 됐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이젠 만나지 않으면 조금 허전한 상대가 생길만큼. 저 멀리서 인사하러 오는 낯익은 사니와를 확인한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주인에게 가라며 손짓했다. 연련 보고라면 내가 하고 올테니, 인사 하고 와라.
아니 괜찮아 작게 인사 하고 앞장서거나. 그, 그래도 돼? 살짝 머뭇거리더니 아니 그치만, 응 으응 괜찮아. 담소를 포기하던 사니와는 초기도의 꾸준한 배려와 권유로 그럼 부탁할게. 필요하면 ㅂ바로 불러. 업무를 맡기고 만남을 우선시하게 됐다.
저렇게 즐겁게, 기쁜 듯이 뛰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잠깐 호기심이 솟았지만 특별한 일이 있으면 돌아가는 길에 그 사니와님이 있잖아. 아까 얘기했는데. 그랬다는 거야 이런 일이 있었대. 묻지 않아도 주인이 말해 줄테니 끼어들지 않고 얌전히 발걸음을 돌렸다.
연련 보고야 얼마 되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상대라 들뜬 주인을 떠올리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주변을 서성였다. 적당히 시간 때우다가 찾아가면 되겠지. 잠깐 휴계실로 갈…까?
"뭐지 그 눈은."
속으로 남은 시간을 재고 있으니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이 주변을, 아니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만을 지긋이 응시하는 닛카리 아오에를 발견했다.
"나한테 무슨 용건이라도 있는 건가?"
주변을 살피고 인파를 훑는 눈빛이라기엔 지나치게 협소하고 강렬하기에,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닛카리 아오에는 어깨를 작게 으쓱이더니 턱을 괴었다,
"이런 너무 달아올랐나봐. …내 시선이, 말이지. 후후 무심코 쳐다보게 된다니까."
"무슨 용건이지? 연련장에 관련된 일이면 안내 데스크로 가는 길을 알려주마."
"으응 괜찮아. 다른 걸 찾을 필요는 없거든. 그냥 네가 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맞는지 궁금해서 살펴봤어."
"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칼인 시절에도 공적을 세우거나 다른 것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그에 관련된 이름이 생겼듯이. 도검남사가 된 지금도 여러가지 기준으로 이름이 생긴다. 저기가 그 혼마루래 전투광만 있는 곳 있잖아. 저기 그 혼마루래, 실적이 시원치 않아서 골칫덩어리인 거기. 우리한테 올 이름은 무엇이 될까. …이름이 생긴다면 주인이 전조도 없이 세게 튀어나가고 꺼지니 급발진 혼마루가 될지도 모르겠군. 시작은 나름 건설적이나 끝무렵이 되면 아니 도대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당사자는 어이없어할 생각에 잠겼다.
"주인과 그런 관계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맞지?"
"그런 관계?"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며? 우리 주인한테 자주 듣거든."
"아아. 그럼 너는 그 혼마루의 닛카리 아오에인가. 항상 신세를 지고 있군."
"후후 이쪽이야말로…… 예의상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데. 신세를 지고 있따고 생각하면, 한 가지 부탁해도 괜찮을까? 어려운 건 아니야."
"부탁?"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만바야, 너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해. 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너만 할 수 있다는 일 중에 진짜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없더라. 그냥 시키고 싶어서 말하는 거야. 아니 정말, 나도 좀 일찍 알았으면 거절하고 살았을텐데. 주인의 술주정이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
"네 솔직한 의견이 듣고 싶거든 너는."
사람은 사람끼리, 만나는 게 좋다고 생각 안 하니?
아니? 주인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했다만?
질문을 듣자마자 자동 반사적으로 문장이 튀어나왔으나, 닛카리 아오에의 어딘가 어색한 웃음에 삼켜졌다. 역시 네가 정답이구나. 응 찾아오길 잘했어. 이야기 좀 들어줄래?
사람은 사람끼리 물건은 물건끼리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 지금 우리가 도검남사란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어도 본질은 칼이고 사니와는 인간이니까. 완전히 맞물리는 건 힘들어. 어딘가 삐걱거리는 부분이 반드시 생길 거야. 그건 사람끼리여도 생긴다. 완전히 맞물린다면 역사는 순탄했을 거고, 우리 주인은 더 평온하게 살았겠지.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굳이 떠오르는 감상을 꺼내지 않고 얌전히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사람한테 이끌리게 돼. 어째서일까? 인간이 철을 두드려 날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칼을 사용해 나라는 존재를 탄생시켰으니까. 이 이끌림은 어쩔 수 없는 걸까?
"사니와에게, 네 주인에게 마음이 이끌리는 건가?"
학교 다닐땐 학교 집 학교 집. 맨날 그런 건 아닌데 행동 범위가 엄청 협소했거든? 대학 가서는 그나마 나아졌는데. 그래도 좀 그래서. 내가 외국으로 취업하게 될 줄 몰랐어. 사기 취업이지만 사기 취업도 어엿한 취업이니까. 주인은 사니와가 되고 나서 세상이 넓어졌다고 했지만.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보기엔 그런가? 혼마루와 만물상, 연련장 그리고 그 외 다른 장소로 가고 싶으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이 삶이 더 협소하게 느껴졌다.
사니와는 그래도 밖으로 나가기라도 하지. 도검남사는 임무로 과거로 가는 걸 제외하면 사니와보다 더 좁은 행동 범위를 자랑한다. 그러니 인간에게 이끌림을 느꼈다고 하면, 범위는 순식간에 좁혀진다. 거기다 주인과 그런 관계인 야만바기리 쿠니히로, 너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서두를 뗐으면 좁힐 필요도 없지.
당연한 추론인데도 닛카리 아오에는 사니와에게, 네 주인에게. 정답이 나오자마자 정말 알아보기 쉽게 당황했다. 아닌가? 아닌 건 아니야. 아니긴 한데. 이런, 생각보다 더어…. 응 그러네. 나는 주인한테 그런 마음을 품긴 했지만……. 닛카리 아오에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런 이끌림은 아니야. 흔히 말하는 달짝지근한 그런 감정과는 달라. 이건 그래, 감각에 가까워. 감각의 정의를 아나? 시선이 마주치면 가슴 부근이 울리는 감각도 사랑의 신호다. 충고하려고 하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일단 듣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니까.
나는 주인한테 끌렸지만 그건 칼이라서, 칼의 츠쿠모가미라서 생긴 현상이야. 우리 주인은 조금 특수하거든. 우리를 다루고 일깨우는 사니와니 일반인과 다른 건 당연한 거지만. 원래라면 우리 주인은 다른 신을 섬기고 있었을 걸? 이런 피비린내 나는 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신검과 함께했을 거야. 본디 나기를 그런 체질이거든. 우리와 비슷한 것들이 사랑하기 쉬워. 그리고 삿된 것이 꼬여서 팔자가 꼬이기도 쉽지. ……그런 사람일수록 똑같은 사람을 만나야한다고 보거든? 인간이 아닌 것은 무서우니까. 우리 주인은 크게 데인 적이 없어서 그런 걸까, 그 무게를 잘 모르는 거 같지만.
사람이 사람한테 품는 마음과 인간이 아닌 우리가 사람한테 품는 마음은 다르잖아? 너는 그런 적 없니? 상대가 있으면 무척 흥분 되고 고양 돼. 검고 시커멓고 말도 안 되는 꿍꿍이가 떠오르기도 하지. 저 체질이 탐나서. 영력이 탐스러워서…….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 그렇지 않아? 그릇된 욕이 생기는 건 정말 심각한 일인데. 주인은 아직 그 깊이를 몰라 무서움을 몰라.
이렇게 빠르고 불안한 태도로 떠드는 닛카리 아오에는 혼마루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없어 놀라긴 했으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차분하게 속으로 정리했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감각을 감정을 안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빠졌을때 어찌할 바를 몰라서 스스로의 진심이나 생각을 왜곡하게 되는 상황도 안다. 언어로 표현하려고 해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으며. 이럴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없는지 판단할 기능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저 닛카리 아오에, 사니와한테 마음이 동했군.
그리고 그 사니와도 닛카리 아오에한테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어서 그걸 나쁘게 보지 않아. 그게 당혹스러운 거겠지. 우리는 칼로는 몇천 몇백 년을 살았지만 인간은 수십년도 지내지 못한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어서.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은 걸 이상하게 여기고, 상상과 다른 반응이 튀어나오면 이해가 안 돼,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고 말아. 지식이 짧아서 길고 짧은 걸 대봐야 아는데. 대보지 않아도 알 방법이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멀리 돌아가려고 하고.
마음이 동했다. 사랑한다. 사모한다.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닛카리 아오에는 자연스럽게, 인간인 주인이 알아서 거절할거라고 예상했지만. 인간인 주인은 그러기는 무슨 받아들이는 걸 택해 사고가 고장나고 말았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직 미숙해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마음을, 감정을 어떻게 네가 받아들인다는 거야?
야만바기리 쿠니히로가 보기에, 사니와의 체질이 탐이 나고 영역이 탐스럽다면 전부 집어 삼키고 싶다는 식욕과 비슷한 욕구가 차오르지. 옆에 있고 싶다는 미지근한 바람이 불리가 없다. 부정적이고 반대할만한 이유를 줄줄 꺼내다가 중요한 순간에 미지근하고 어딘가 어설픈 소망을 뱉는 꼴을 보아하니……. 자기가 주인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군.
옆에도 이런 피비린내 나는 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신검이, 인가. 왜 나는 신검이 되지 못한 걸까? 혼마루에서 닛카리 아오에와 이시키리마루가 나누던 담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아직 수행을 가기 전, 거적데기를 꾹 눌러쓰고 다니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런가. 그 당시 내가 '사본이라서'를 입에 담고 낮추며 살아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너도 그러고 있는 거군. 그러니 분수에 맞지 않는다고. 주제를 모른다면서. 분명 나중에 후회할게 틀림없다면서.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대가 후회했을때의 충격이 깊어서 일부러 몇 걸음 뒤로 물러났던 시절이 떠올라 웃음이 샜다. 너도 그런 이유로 그러고 있는 건가.
그렇게 빠지고 깎아내리고. 맞물리지 않는다고 거부해도 사니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다가오니까. 너는 아직 몰라서 그런거다. 알게 되면 달라질게 틀림없다는 구실을 최후의 보루 삼았군. 그대로 있어도 될텐데. 굳이 너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미 이어진 나한테 솔직한 의견을 들려달라며 찾아왔다는 건……. 꾸준한 사니와의 전진에 마음이 흔들리고 만 건가. 도망칠 수 없는 곳까지 사니와가 들어와서, 등에 벽이 닿아버린 건가.
솔직한 의견이 듣고 싶다고 했으면서 중얼중얼, 대답을 바라는 건지 아닌건지 판단하기 애매한 화제만 떠들고 있는 닛카레 아오에를 보고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는 화사하게 웃었다.
한 달. 아니 추진력이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니, 이 주 정도 잡으면 넉넉하겠지. 이주가 지나면 지겠군.
"닛카리 아오에. 흔들린 이상 우리는 결국 이끌려 진다."
야만바기리 쿠니히로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예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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