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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ena]2차창작 글러의 불운은 자기책임이 아니다

원제 : 「二次創作での字書きの不遇は自己責任ではない」

※일본 블로그 사이트 hatena에 올라온 게시글을 번역하였습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원문의 문장이나 표현을 수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쓰이는 표현을 한국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갈음한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 시 삭제됩니다.


어떤 글러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소설 동인지는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문제에 대해서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건 그 작품이 그 정도 수준 밖에 안된다는 소리 아냐?」라고 (조금 비약했지만) 발언한 것을 보고 굉장히 화가 치솟았다. 그녀가 실로 재능과 실력과 운을 타고난 글러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그녀는 분명 마이너 CP 판에서 활동한 적이 없기에 모르는 거겠지. 게다가 그녀는 무척 노력가이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었으니까, 모든 노력이 결과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다는 점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차이 앞에선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애초에 노력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재능이라는 것도.

노력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보답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도 운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각자 사정과 상황이 다르다. 피가 배어날 듯한 노력을 해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있는 법인데.

그녀는 그런 것을 상상도 하지 않고 (상상할 수 있으면서도 말하고 있는 거라면 더욱 안 좋지만) 「작품이 읽히지 않는건 작가의 노력이나 공부가 부족해서, 즉 자기책임」이라고 단언했다.

그 발언에 내가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단순한 질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내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나보다 아득히 문장을 잘 쓰고, 설레이고, 레벨도 높은 소설 작품이 그에 맞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걸 몇 번이고 봐왔다.

그 작품을 쓴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한 결코 노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고 (대부분이 글을 오래 써온 베테랑이었고 독서량이 많은 활자중독자에 매일 소설을 쓰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고, 문제의식이나 자신의 작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많이 읽히지 못한 작품이라고 해서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정말로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마이너 CP의」, 「소설이라서」 라는 2가지 밖에 없다.

만화나 일러스트라면 마이너 CP라도 조금쯤은 사람들이 봐주는 편이다. 소설이라도 지금이 흥하는 장르의 인기 CP라면 나름 읽어주는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이 2가지 불운이 겹쳐버렸다는 이유로, 아무리 좋은 작품을 써도 아무도 읽어주지 않고 평가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이 마이너 CP를 좋아하게 된 글러의 자기책임인가?

싫으면 최애CP 바꾸라고?

아니, 그렇게 말이라도 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다. 마이너 CP 파는 글러는 그런 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애CP를 계속 연성하는 있는 거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내가 화가 난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 글러가 「읽히지 않는 것은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이니까」라고 말한 것. 마이너 CP의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작품 자체를 폄하했다.

나는 그걸 용서할 수 없었다.

분명 픽시브에도 동인지에도 소설 초보자가 쓴 작품이나 정말로 레벨이 낮은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상업지와 달리 누구라도 자신만의 판단으로 공개할 수 있는 세계니까 당연하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그 안에는 프로 소설가에게도 밀리지 않는 레벨의 문장력, 표현력, 구성력을 가지고 그 CP가 가진 매력 포인트를 명확히 구사하여 그려내는 힘을 지닌 글러분도 있다. 그런 글러분의 멋진 작품이 픽시브 북마크 한 자릿 수거나 즉매회에서 동인지가 한 자릿 수 밖에 팔리지 않거나 한다. 그 현상을 두고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이니까」로 말한 걸 용서할 수 없다.

어쩌면 본인은 「그 사람의 실력이 그 정도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코 그렇지 않은데도.

글러에게 있어 픽시브 조회수나 북마크 갯수, 좋아요 갯수, 소설 동인지를 사가는 사람의 인원 수나 매상 부수는 작품 자체의 가치를 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만약 인기가 없거나 팔리지 않더라도, 그게 작품이 레벨이 낮아서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CP의 인기도와, 2차 창작 독자 안에서도 소설을 읽는 사람의 비중이 낮은 것. 이 두 가지가 「읽히지 않는」 이유의 큰 원인이니까.

(그 외에도 또 한 가지, 2차 창작 소설은 「R-18(19금)밖에 읽지 않는」 타입의 독자가 많다는 문제도 있지만, 이건 별개의 이야기다)

애초에 2차 창작 소설은 「만화나 일러스트와 비교했을 때」 잘 읽히지 않는다, 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작품이 그 정도니까」, 「실력 부족, 노력 부족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마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상하다. 만화나 일러스트는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도 「소설보다는」 많이 읽히는데도.

분명 픽시브를 보면 만화나 일러스트보다 독자를 만들기 어려운 소설 작품 중에서도 군계일학처럼 북마크 수가 많은 작품이 있다. 그게 만약 R-18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로 실력과 매력을 갖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북마크가 많은 작품」 이외에도 좋은 작품은 있다. CP명으로 검색하면 제대로 검색결과에도 표시된다. 거기에 존재하는데도, 읽히지 않으므로 좋은 작품인지 어떤지도 평가받지 못한다.

마이너 CP의 소설인데도 「다른 것과 비교했을 때 북마크가 많은 작품」에는, 그렇게 된 이유가 있다.

사실 이것도 「운」에 의한 요소가 크다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의 매력이나 문장의 레벨, 작가의 실력만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내가 만약 소비러의 입장에서 최애CP의 소설작품을 픽시브에서 읽어본다고 한다면, 우선 어떤 작품들을 읽기 시작할 것인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단 읽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오래된 순이나 신규 순으로 읽는 방법이 아니라, 몇 가지를 조건으로 골라내어 읽는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작품을 고를 것인가.

물론 작품의 내용이나 시츄에이션에 따른 취향은 있겠지. 하지만 그걸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선은 인기있는 것부터 읽어보자고 생각하지 않을까. 당신이 만약 그러지 않는다 해도,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실제로 북마크 수가 많은 「인기작품」을 골라 읽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마이너 CP 소설에서 다른 것과 비교하여 많이 읽히기 쉬운 것은 R-18을 제외하면 「흥미를 끄는 타이틀이나 한줄 설명」, 「만인에게 잘 먹히는 시츄에이션」 같은 특수한 것 외에도 「북마크가 많아서」, 「애초에 그 작가를 좋아해서」 등의 이유로 고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전자의 2가지는 작가가 공부를 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후자의 2가지는 작가가 「적어도 한 작품은 인기 작품을 만든다」, 「단골독자(리피터)를 늘린다」는, 창작공부 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실력만으로는 독자가 늘지 않는」 세계인데, 「한 작품을 인기작으로 만들어 단골독자를 늘린다」는 것이 얼마나 난감한 일인지.

멋진 작품을 쓰면 자연스레 독자가 늘어나는 바닥이 아니라는 건, 이 글을 쓰는 처음부터 게속해서 말하고 있다. 그러면 단골독자가 있는 글러는 어떻게 그렇게 된 것일까.

그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메이저 CP를 좋아하게 된 것 뿐. 혹은 그 CP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우연히」 2차창작 소설을 읽기 좋아하는 사람의 수가 많았던 것이다.

혹은 「우연히」 팔로워가 많고 영향력도 있는 사람이 그 글러의 작품을 읽고 마음에 들어해서 작품을 소개해주었다.

어쩌면 「우연히」 작가 본인이나 혹은 팔로워가 가진 커뮤니티력과 확산력, 전달 능력 등이 탁월하여 픽시브에 스스로 검색하지 않는 타입의 독자에게도 작품의 존재가 알려졌다.

그 정도다. 전부 「우연」이다. 아무리 멋진 작품이라도, 그것을 확산시켜줄 사람이 없으면 독자는 늘지 않는다. 그건 한 사람의 전달력으로는 한계가 있고 애초에 전달력은 소설을 쓰는 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소설작품은 일러스트나 만화와 비교했을 때 읽는 시간이 걸린다. 읽기 시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제대로 시간이 생기면 읽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러니 픽시브의 북마크나 좋아요 갯수가 늘어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북마크 갯수가 많은 작품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늘어난 케이스로, 숫자가 안정되기까지 수개월이나 반년은 걸린다.

다시 말해 적어도 한 작품을 북마크 갯수가 많은 대표작으로 만들고, 「이 작가가 쓴 글이라면 다른 것보다 재미있겠지」라는 이유로 읽어주는 사람이 생기기까지 수개월에서 반년은 걸린다는 이야기다.

1차창작이라면 그 정도 시간이 걸려도 괜찮겠지. 하지만 2차창작은 원작(공식)의 인기에 좌우되는 것이다. 그 반년을 견디는 사이에 원작의 연재나 방송이 끝나고 인기가 식어버릴지 모른다는 염려가 있다.

원작의 인기가 많을 무렵에 자신의 2차창작이 인기의 절정에 오를지 어떨지는, 운이다.

그러니 픽시브에서 북마크 갯수가 적은 작품을 「그 정도 수준의 작품」이라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다.

여기서는 픽시브의 이야기를 했지만, 동인지에서도 인기작가가 되는 비결이 「단골독자를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다. 여기서도 세월이 걸리는 것은 같지만, 동인지의 경우 이벤트에 맞추면 발행부수가 인터넷 작품 조회수 보다 적어지고 마니 더욱 큰일이다.

물론 인기가 없다, 읽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어떤 글러라 한들 인기가 없으면 먼저 자신의 문제점을 돌아볼 것이고, 좀 더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엇보다 초심자라면 처음부터 잘 읽힐 수는 없다고 생각하겠지.

허나 많은 글러들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것을 생각하고 공부하여 실력을 쌓아왔는데도 노력이나 공부로는 어찌되지 않는 벽에 부딪치고 만다.

「어쩌다보니」, 「운 좋게」 벽에 부딪치지 않은, 혹은 벽을 간단히 뛰어넘어버린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이유로,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에게 노력이 보답받지 못할 환경에 있는 인간이 실력을 과소평가당하며 헐뜯기고 싶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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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존경받는 돌고래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늘 하던 여러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글이네요. 아주 공감합니다. 번역 글이니 일본의 상황을 나타낸 것일텐데 한국의 동인판도 같다고 말할수 있을정도로 흡사한 형편입니다. 제가 글러로 인기 장르의 팬덤 내에 있으면서 느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영향력 있는 누군가(주로 해당 장르내의 팔로워가 많은 그림러)를 통해 소개되는 상황입니다. 모든 후기도 동등하지 않습니다. 영향력있는 계정의 평가가 '글 창작'의 기준점을 만들어냅니다. 팔로워가 많고/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몇마디 평가가 해당 팬덤 내의 이차창작 글의 주류 평가가 됩니다. "ㅁㅁ를 하면 이 글은 무조건 읽어야한다" "이 글은 ㅇㅇ의 고전이자 캐해 바로 그 자체이다"같은 단정짓는 말들 말이죠. 그리고 이런 소개와 평가가 또다시 좋은 감상과 후기를 낳고(이미 남들이 그렇게 말했으니 거기에 몇마디 덧붙이는 일은 심리적 장벽이 낮습니다), 강화되고, 결국 어떤 서열이 부여되어 가뜩이나 읽히지 않는 2차창작 글은 "상위 몇개"만이 "읽어줄만한" 글이며 나머지는 그 이하, 읽을 가치도 없는 글이 되어 외면당합니다. 특히 19금이 아닌(소위 '노딱이 아닌')글들은 대놓고 배척당하지만 그 노골적인 풍조를 아무도 문제삼지 않습니다. 글 창작의 가장 큰 불운이자 비운은 본문에도 나왔듯 글을 읽는 사람이 아주 드물며, 글을 좋아하는 사람조차 완독에 도달하는 글은 목표량보다도 적다는 것이겠죠. 읽는 사람이 적으니 피드백/감상은 그만큼 더 드뭅니다. 물론 창작의 동기 중 하나는 즐거움이지만, 오로지 즐거움만을 느끼고자 한다면 굳이 공개된 장소에 올릴 필요가 없죠. 특히 2차 창작의 경우는 함께 나누고자 하는 목적이 크기 때문에 반응이 없으면 금방 시들고 맙니다. 물론 이 모든 슬픔과 고통에서 비껴난 글러도 계시겠죠. 반응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들이요. 대단한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초탈할 수가 없네요. 이 고통도 이고지고 가야하는 글의 동반자겠죠..... 좋은 글 번역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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