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방

강휘무열강휘_2020년산 썰

컴퓨터를 오래 쓰면 이런 걸 발견하는 날도 옵니다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러 나온 김에 담배도 피움. 빗줄기 사이사이 틈을 물끄러미 봄.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건물주가 지나가다 말을 걸음. 청승 떠는 꼴을 보인 것 같아 언짢은 강휘 보고 싶다. 집안일로 이상한 소문까지 돌고 셋이 살던 집이다보 니 세도 혼자 살긴 뭐한데, 이사를 가자니 그것들을 치울 엄두도 못 냈음. 그 생각에 집에 못 들어감. 집주인 가고 계속 그자리에 선 강휘 보고 싶다. 문득 그게 더 청승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느릿느릿 집 들어갔으면. 어두컴컴한데 불도 안 켜고 식탁에 엎드려 앉았음. 밥 먹을 때 만큼은 단란해서 식탁을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강휘 주세요. 유리잔도 있고. 하무열도 그랬음 좋겠다. 아무래도 본인이니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아니까. 굳이 말할 필요가 없고 서로 말을 안 하지만, 내 과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크리스마스 트리 만드는 강휘무열 보고 쉽다. 하무열이 리본장식 강휘한테 붙이고 자네가 선물~~ 크하학! 웃음. 강휘 표정 다 썩고 리본에서 떨어짐. 그럼 내가 선물인가? 하고 하무열이 자기한테 붙임. 선물이라기보단 그.. (아직도 내가 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망스런 미래죠) 뒷말 삼키고 그냥 장난식으로 고개만 절레절레함. 꼭대기에 별까지 달고 둘이 소원 빌었으면. (내 행보로)자네가 행복하길 빌었네. 하무열 멋진 으른 미소 보고 쉽다.

애정캐들 꽃 한아름 안겨주고싶다. 강휘는 어정쩡하게 들고 서 있을 것 같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우선 고맙다고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한참 꽃 내려다봄. 꽃병에 꽂아두는 게 좋겠습니다. 한참 지나서야 저 말했으면 좋겠다. 가장 고운 한 송이를 골라 누나 사진 앞에 내려놓는 거 보고싶다.

사건 후 겨울이 된 여강휘가 하무열을 만나 여름이 되고, 시간이 흘러 둘 다 하무열이 되어 영원히 겨울에 사는 걸 보고 싶다.

그날은 초콜릿이 박힌 과자라 할 수 있겠다. 마흔이 훨씬 넘은 내가 그 과자를 먹는 꼴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색안경도 그렇지만 애초에 입에 맞지를 않았다. 하다못해 과자를 사줄 아들이나 조카딸도 없었다. 부재의 역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곁에서 아이가 좋고 싫고를 떠들 이는커녕, 같이 있을 사람도 세 손가락에 꼽았다. 손가락 중에 혈연이 섞이지도 않았다. 누나, 입천장과 떨어지는 혀가 어색했다. 두 살점 사이를 멀다고는 할 수 없었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도 비슷할 것 같았다. 엄지와 검지, 중지만 편 손을 닮은 우리였다. 한 손에 있으면 무얼 하나. 서로 다른 곳으로 뻗어서는. 표정 한 번 심각하구만. 남자는 검지와 중지에 담배를 끼고 나타났다. 내 손에 비해면 가지가 많이 앙상했다. 겨울이 참 깁니다. 나도 옛날에 비하면 손이 많이 상했건만, 남자와 마주하면 그때의 말투가 나왔다. 그런 들 해가 강하게 내리쬐고 내천에 이파리가 떠다니지 않았다. 각질이 내린 살이 뼈에 들러붙었다. 불이 붙지 않은 채 손에 달린 그의 담배를 무시하고, 내 손등도 소매에 숨겼다. 남자는 아주 오래된 악우였다. 나는 그의 과오, 그는 내가 실패했다는 증거이자 미래이니. 그덕에 우리는 스물 아홉, 혹은 훨씬 오래 전부터 운명을 낭만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다. 여강휘. 강휘. 하무열보다 세련된 이름으로 불릴 적엔 꽤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여기서 강서겸, 서태준을 쏴버리고 누나를 구하는 기사님이라도 된 것 같았다. 우유에 과자를 찍어먹는 조카를 상상하며 건물에서 나왔을 때, 손목에 수갑이 감기는 소리에 낭만 따위가 흩어졌겠지.

 

하무열 집이 텅텅 비어서 여강휘가 마트 끌고갔으면 좋겠다. 강휘는 집에서 미리 목록 써갈 것 같다. 아니면 전단지에 동그라미 쳐서 가져가거나. 세제/섬유유연제 코너에서 강휘가 하무 열한테 코 킁킁댐. 경사님 그 자켓 언제 빨았습니까? 세제도 없던데 혹시... 얼마 전에 다 써서 없는 거라네. 강휘가 늪늪 이런 표정으로 세제 챙겼으면. 채소 고를 땐 하무열이 활약(?)할 듯. 어허 이렇게 단단한 게 좋다네. 강휘가 들고 있는 거 뺏어서 내려놓고 자기가 고른 거 현란하게 봉투에 담음. 애호박 보면서 저녁은 된장찌개 어떤가? 이럼. 오늘은 김치찌개입니다. 집에 있는 거라곤 김치뿐인데 그마저도 쉬게 생겼습니다. 강휘가 하무열 손에 든 호박 뺏으려함. 하무열이 재빨리 카트에 넣으면서 호박무침도 있잖는가. 김치찌개만 덜렁 먹고 그런 편식하지 말게^0^ 이러는 거 보고싶다. 바디워시 사러가서 하무열이 강휘랑 진열대 번갈아가면서 물던 골랐으면 좋겠다. 이런 향을 자네한테 맡아보고 싶네. 그거 성희롱입니다. 하무열이 뇨룡.. 같은 표정 지음. 강휘가 그런 식으로 넘어가지 마십쇼. 자꾸 그런 식이면.. 이러면서 탈모방지 샴푸 고름. 하무열이 뺏어서 도로 갖다놓으니까 양손에 하나씩 들고 카트에 넣는 거 보고싶다. 하무열은 눈눈 강휘는 늪늪. 강휘가 샴푸 들고 후다닥 계산대로 가버림. 하무열 계산대에 눈_눈... 이러고 서서 담배 고름. 강휘가 안 된다니까 하무열이 아니 자넨 그 샴푸 샀잖는가. 이러고 따짐. 그거야 경사님이 쓰는 거잖습니까. 탈모방지 샴푸는 경사님이 쓰셔야죠. ...같은 걸로 한 보루 주게.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하무열이 강휘한테 샴푸 얘기 꺼냄. 자네, 탈모방지 샴푸는 과연 나부터 써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지일세. 방.지. 그렇게 차 안은 비통의 공간이 되었다.

 

여강휘가 하무열한테 키스해도 되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이미 하무열 위에 올라타서 두 팔로 하무열 가두고서. 눈 못 마주치고 "키스해도 됩니까." 이러면 하무열이 "무슨 그럴 걸 묻나?" 허허껄껄 웃고. 우리는 우리보다는 '나'이지 않습니까. 때론 이게 자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육체적인 것부터, 저 사람은 나니까 나를 이해하겠지 하는 생각까지.

 

수혁수연 밀실 끌려오기 전. 강수혁은 팔 빌려주고 잘 자는데, 수연이는 뜬 눈으로 고민하는 게 보고싶다. 이렇게 가까이서 잠든 얼굴을 보이는 남자한테, 내가 철붙이를 찔러넣을 생각인가. 살을 가를 때도 이렇게 가까이에 있겠지. 이러다가도 죽은 연인 떠올림. 그 사람도 칼에 살이 갈라지고 장기들이 뜯겨나갔을 텐데. 울컥 눈물이 터지려는데 깨면 또 안 되니까 필사적으로 참음. 가까이서 이런 생각들이 스치고, 숨겨야 할 게 많아서 비통함을 느꼈으면. 원래는 강수혁 총살할 계획이었으면 좋겠다. 멀리서 땅땅땅빵하려고 했는데 가까이서밖에 각이 안 나와서 뚜까뚜까.. 부지깽이 내리칠 때 팔베개했던 밤 떠오르고. 내리치는 감각이랑, 연애 중에 손으로 강수혁 머리 쓰다듬었을 때의 감각도 교차했음. 아 사고당시 운전대 잡고 있던 그 감각도 같이 떠올랐으면.

 

과자 먹는 강휘 보고 싶다. 서에서 밤샐 일 생겼다는 설정으로 시작하자. 서태준 일까지 하려니 시간이 부족하겠지... 책상에 앉아서 서류 보다가 허기짐. 잠도 오겠다 편의점 다녀오기로 함. 컵라면 먹으려다 배 부르면 또 졸릴 것 같았음. 초코바랑 사루비아 같은 거 먹었음 좋겠다. 막대과자 물고 일하는 강휘 보고 싶다. 혹시 몰라서 두 개 샀다가 하나는 남았음. 안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나중에 또 먹어. 어차피 몇 시간 있으면 출근해야겠지. 새벽이라 춥기도 하니 국밥이나 먹고 다시 서에 들어가기로 함. 아 순대국 먹고 싶다. 뜨거운 국물 마시면서 창밖 봄. 저 채도 낮은 하늘색처럼 색이 바랜 자켓 소매 문지름. 국밥 먹고 몸은 뜨끈한데 어딘가 추웠으면 좋겠다. 국밥집 나와서 남들은 안주머니에서 담배 꺼내 피우는데, 강휘는 과자 오독오독 씹으면서 걸어감. 뭐라도 물어야 한숨이 덜 나오지. 여기서 좀 변형해서, 하무열은 한숨 나오니까 담배 피웠으면 좋겠다. 강휘가 무슨 연기를 그렇게 길게 뱉느냐 빈정대고, 하무열은 과자 먹는 것보단 낫다고 놀렸으면 좋겠다.

강휘는 주로 일 끝나고 집 가다가 마트 갈 듯. 딱히 메모 안 해도 집에 뭐 있는지 다 알 것 같다. 어제는 뭘 먹었고, 뭐 남았고, 어떤 게 유통기한 임박했는지 머릿속에 다 있고. 반찬은 좀 사먹더라도 국이나 찌개는 직접 끓였으면. 간 보고 양념 추가하는 강휘 보고 싶다. 맛있어서 고개 끄덕이면서 뿌듯해하는 강휘. 은성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밥 먹을 땐 울지 말고 싸우지 말고 맛있게 먹자고 가르쳤음 좋겠다. 큰소리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 숟가락으로 팍팍 퍼먹는 강휘 보고 싶다. 그러다 주말에는 편한 옷에 야구모자나 후드티 모자 뒤집어 쓰고 가고. 평일엔 늘 셔츠에 슬랙스 차림이었음. 오늘은 쉬시냐고 정육점에서 인사함. 모처럼 고기 먹을 땐 정육점 가서 사라. 정육점 주인분이 오늘은 쉬시냐고 인사함. 서비스 좀 받아서 조용히 웃으면서 돌아오는 강휘 보고 싶다. 강휘 잘 먹고 잘 웃는 거 보고 싶다.

 

강휘는 넥타이만 안 했지 차려입은 게 참 좋다. 양말도 발목 긴 걸로 신을 것 같다. 양말에 서스펜더도 했음 좋겠다. 거기에 셔츠만 입은 강휘 보고 싶다. 용의자랑 실랑이하다 입술 터졌으면 좋겠다. 조금만 움직여도 다시 터지는데 담배 피워서 필터에 피 묻었으면 좋겠다. 아프겠지마는... 하무열한테 담배연기 입에서 입으로 옮겨주는 거 보고 싶다. 하무열이 입술 핥고 후볐으면 좋겠다. 실제로는 굉장히 위험하겠지마는. 강휘가 하무열 애무하는 자리마다 피 찍히는 것도 보고 싶다. 말그대로 도장이군. 로맨틱하시네요. 하무열 슬쩍 보고 다시 고개 숙이는 강휘 주세요. 강휘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엉덩이만 높이 들고 떡쳤으면 좋겠다. 바닥에 침 질질 흘리면서 좋다고 교성흘리는 강휘 주세요. 딸꾹질하듯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다 부르르 떠는 강휘도 주세요. 안 그래도 바닥에 침이며 눈물 범벅인데 정액까지 튀어라. 셔츠로 대강 닦고 버렸음. 다음날 쓰레기통 보고 끙, 한숨 쉬고 옷장 열었으면. 나가면서 보니까 걸레질도 제대로 해야 하고. 퇴근 후에 걸레질해. 하다 말고 전날처럼 혼자 바닥에 볼 붙이고 엎드렸음. 그대로 딸치고 또 바닥에 사정함. 이번엔 걸레로 잘 닦겠지.

 

강휘무열 아침에 이부자리에 나란히 누운 거 보고 싶다. 마주보기만 하다 강휘가 하무열 손 꼭 잡았으면 좋겠다. 하무열이 남는 손 강휘 손등에 얹음. 손가락에 입맞추고, 강휘도 같은 자리에 입맞추는 거 보고 싶다. 웃는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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