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양생물
저번에 트위터에서 찌끄린 썰 백업 겸 더 풀어보기. 스포일러는 당연히 가득하니 조심하십시오. 우선 이전 썰을 좀 정리하겠삼. 격벽에 갇힌 하무열을 감옥에 갇힌 한니발, 햇병아리 경위 여강휘를 스탈링으로 생각했음. 영화처럼 하무열이 강휘를 꿰뚫어보며 가르치는데, 그 기반이 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10년 전의 자신을 아는 메타포로. 서태준은 버팔로 빌이라 생
내게선 담배 냄새가 났다. 그뿐이라 생각했는데 가려진 냄새가 있었다. 수증기를 먹은 빳빳한 피륙 냄새도 났었다. 누나는 아침마다 내 셔츠를 멀끔히 다려주곤 했다. 그에서 밴 냄새겠다. 어릴 적엔 그게 그저 옷 냄새인 줄 알았다. 세탁소 앞을 지나면 늘 그 냄새가 뿜어져 나온다는 이유에서, 모든 옷에서 조금씩 나는 줄로 알았다. 빳빳하게 다린 셔츠를 처음 입
거울의 상은 발밑에서 바뀐다 -양수연과 여강휘 《검은방》의 이야기는 완성되었다. 완성도도 좋지만 시리즈가 고정되고 마무리를 지었다는 의미이다. 간간히 디렉터의 블로그에 조각글이 올라오긴 하나, 그를 정식 게임이라 할 수는 없다. 트리비아 또는 비하인드 같은 어떤 연장선의 영역이 아닐는지. 후속이라 부를 것이 나오지 않고서는 이제 인물들의 온전한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러 나온 김에 담배도 피움. 빗줄기 사이사이 틈을 물끄러미 봄.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건물주가 지나가다 말을 걸음. 청승 떠는 꼴을 보인 것 같아 언짢은 강휘 보고 싶다. 집안일로 이상한 소문까지 돌고 셋이 살던 집이다보 니 세도 혼자 살긴 뭐한데, 이사를 가자니 그것들을 치울 엄두도 못 냈음. 그 생각에 집에 못 들어감. 집주인 가
가산점 간만의 단잠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별 생각 없이 창밖 풍경부터 살필 정도였다. 구름은 붉거나 보랏빛이 돌았다. 최후의 날 운운하는 재난 영화에서 본 적 있었다. 하이틴 영화에서도, 시가전을 하던 느와르, 서부영화에서도. 곱씹을수록 구분하는 의미가 없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그와 담배를 나누어 피웠다. 폭염에는 돛대도 나눠준단 비아냥에, 그는 자네이니
영화 속 형사들은 서에서 주로 숙식을 해결했다. 양치질을 하고 나와 늘어진 티셔츠에 입가를 닦기도 했다. 몸으로 뛰는 그들 뒤에서 로비를 하는 검사가 내 행색에 가까웠다. 흰 셔츠를 검은 슬랙스에 넣어 입었다. 조폭도 그러던가. 집에 들어가면 틀어두고 잠든 텔레비전을 껐다. 어제의 영화는 형사와 조폭이 분간이 안 됐다. 비슷한 대사를 들어본 것 같다. 늦은
검은방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샜다. 돌아보지 않아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소리로 적막을 알아채다니 영 생경했다. 강성중, 어때. 만족했어? 둘은 오랜 친구였다. 이단의 간부와 악마라고는 하나 세간에 떠도는 영혼의 거래라느니, 거창한 일은 없었다. 일화며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흡사 친우 같았다. 교리며 배교자란
오후가 되면 눈이 슬슬 책상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배가 고프거나 달리 먹고 싶은 게 없어도 입이 근질거렸다. 민 소장은 능률이란 걸 알아서 사무소 사람들이 산책 몇 번 나가는 것쯤 아무렇지 않아 했다. 비용에도 빠삭해 탐정사무소로 간판이며 상호를 바꿔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인근 공원에 나갔지만 나는 멀지 않은 곳에 머물렀다. 담배를 물고 길을 걷는 시
퇴근 후 돌아오거든 물을 썼다. 손발을 씻고 쌀을 안쳤다. 다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벗은 옷가지를 챙겨 세탁기를 돌렸다. 요란한 소리가 생겼으니 베란다 문을 닫았다. 그런들 커다란 유리창 같은 문이었다. 텔레비전을 틀어 소리를 키웠다. 식탁에 저녁상을 차렸다. 그러면 이제 세탁기와 텔레비전, 수저가 귓전에 부딪혔다.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번지
상기想起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람들은 그런 말로 내 사별을 상기시켰다. 왜 이렇게 얼이 빠졌는지 묻기도 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겠다며 다독였다. 그네들 말대로라면 편했을 테다. 빠졌다면 채우고 무너졌다면 세울 것이 있으니. 홀로 사별을 인식할 수 없었다. 계속 같은 자리에 걸린 아내의 옷,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멸치볶음, 내 빨래로만 가득 찬
트리거 워닝 : 살해, 자살 검은방 2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상기, 관성 https://glph.to/hyagwi 흙을 끌어다 봉분을 쌓았다. 땅이 좁아 크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기를 꽂으면 어린 아이들이 와 모래뺏기를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천진함이 무섭다, 그런 말로 털기라도 한다면 낫겠다. 누군가 파헤친다면 나는 아주
창문을 밀어 닫았다. 창틀에서 부드럽게도 미끄러졌다. 잘 닦은 덕이었다. 비누가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땟물이 수챗구멍으로 흘러들어갔다. 세면대도 새시처럼 하옜다. 자꾸만 미끄러지는 심상을 뒤로 하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따로 문이나 벽이 없으나 들어왔다. 전기 주전자에 물을 받아 단추를 눌렀다. 이런 이야길 하면 남편이 웃었다
봄자리 신수 훤한 날이었다. 길에 사람이 없거늘 그런 날이었다. 양지는 물론이고 그림자 진 응달도 깨끗하고 환했다. 어제 내린 비 덕분이었다. 구름의 결마저 뚜렷이 보였고, 담배 연기까지도 분명한 경계를 가졌다. 보고 있는데도 언제인지 모르게 연기의 끄트머리가 사라졌다. 그러니 기화보다는 승화였다. 개화 소식은 아직이니 향기가 덮이진 않았다. 집에서 입
여름은 꽤나 더웠다. 음료수를 꺼내면 금방 병에 물방울이 맺혔다. 앉아만 있어도 오금부터 시작해 뒷목까지 땀이 스며나왔다. 수박을 베어물어 허기와 갈증을 달래고 싶었고, 그 생각에 더운 기운이 더했다. 여름이 꽤나 더우므로.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 당신을 보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딱 십 년 후의 나라는 것. 이다지도 변모했다는 점. 속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팔월은 여름을 느끼기 좋은 달이었다. 중순까지는 한여름으로 푹푹 찌건만 하순으로 꺾이면, 이렇게 또 여름이 간다며 담뱃불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면 풀벌레 소리도 달리 들렸다. 매미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괜히 따져보았다. 칠월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불꽃놀이를 했다. 한마디로 지어두니 그럴싸했다. 여름이고 한데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 물었다. 그
난간에 고인 빗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빗속에서 내리는 비였다. 그 너머 가로등 불빛이며 건물의 형체가 빗물에 번지고 흘러내렸다. 그래, 저 속을 헤맨 소감이 어떠신가. 비꼬는 말처럼 담배연기가 입김과 꼬여 흩어졌다. 다시 저녁공기와 섞였고 형사의 옷에 배었다. 셔츠 소매가 살에 쩍 달라붙었다. 손에 쥐자 빗물이 배어나왔다. 종일 입었으나 물비린내가 냄새를
간만의 단잠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별 생각 없이 창밖 풍경부터 살필 정도였다. 구름은 붉거나 보랏빛이 돌았다. 최후의 날 운운하는 재난 영화에서 본 적 있었다. 하이틴 영화에서도, 시가전을 하던 느와르, 서부영화에서도. 곱씹을수록 구분하는 의미가 없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그와 담배를 나누어 피웠다. 폭염에는 돛대도 나눠준단 비아냥에, 그는 자네이니 주는
여강휘와 하무열의 호칭 사실 하무열이 여강휘라 부르는 거 존내 시비터는 거잖아. 그래서 연성할 때 자네 같은 2인칭으로 퉁침. 여강휘가 하무열을 부르는 건… 자기가 자기 이름 부르는 게 어색하니 형사님이라 쓰고. 호칭 생략은 자기가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 공연히 들어서 싫은 강휘를 상상하지요. 시비 걸 때나 선 긋고 싶을 땐 경사님이라 부르는 걸로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