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방

강휘무열_한숨

2018년에 쓴 글

영화 속 형사들은 서에서 주로 숙식을 해결했다. 양치질을 하고 나와 늘어진 티셔츠에 입가를 닦기도 했다. 몸으로 뛰는 그들 뒤에서 로비를 하는 검사가 내 행색에 가까웠다. 흰 셔츠를 검은 슬랙스에 넣어 입었다. 조폭도 그러던가. 집에 들어가면 틀어두고 잠든 텔레비전을 껐다. 어제의 영화는 형사와 조폭이 분간이 안 됐다. 비슷한 대사를 들어본 것 같다. 늦은 귀가도 내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업무를 나한테 돌렸다. 그걸 쉬쉬하는 건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게 쌓이다보면 이렇게 남아있는 날이 생겼다. 부러 일을 밀어놨다 떠넘기는지도 모르겠다. 스물여덟 살 11월 23일 3시 17분. 분할 시기도 시간도 지났다. 그냥 허기가 들었다. 나는 영화 속 형사가 아니니 쟁여둔 간식이나, 같이 배를 달랠 동료가 없었다. 그러고보면 공복감이 든단 말도 우스웠다. 배가 비어서 그런 기분이 들어온다니. 빈곳에 들어오는 것들을 생각하기 전에 서둘러 찬바람을 맞았다.

이 시간에 열린 가게는 당연 눈에 띄었다. 죄 똑같이 24시라고 써놓아도 괜찮은 이유겠다. 25시라 쓴 가게도 더러 있었다. 편의점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다. 컵라면을 먹자니 배가 불러 잠이 올 것 같았다. 막대과자를 집었다. 깨가 박힌 비스킷을 길게 늘인 맛이 아닐까. 어릴 적엔 빼빼로나 초콜릿이 같이 붙어서 찍어먹는 걸로 골랐다. 당을 핑계로 초코바도 하나 골랐다. 계산대에 오니 과자가 원플러스원이었다. 편의점에서 나오자마자 과자를 뜯었다. 남는 하나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편의점이 서에서 코앞인지라 오는 동안 다 먹지는 않았다. 가루가 날리지 않고 맛도 그저그랬다. 맛있다면 신경이 쏠리니 서류나 읽으면서 먹긴 좋았다. 그래서 이 맛없는 과자가 계속 매대에 있나. 유년시절 누나는 부모님께 늘 맛있는 걸 먹고 싶다 했다. 몇 살이었는지 유추하려면 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시기를 따져보면… 급하게 서류를 한자한자 읽는다. ‘급하게’와 ‘꼼꼼히’의 어폐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껏 일을 끝냈건만 곧 출근 시간이었다. 마음 놓고 배를 채우고 돌아오는 게 나았다. 돌아올 곳, 돌아갈 곳, 중얼거리다 국밥 생각이 났다. 아까 간판을 봐두었다. 그걸 봐서 생각이 났나 보다. 국밥은 아침이 대목인지 사람이 많았다. 그래봤자 국밥이라 금방 나왔다. 휘휘 저어도 팔팔 끓는 게 잦아들기만 하지 뜨거운 건 마찬가지였다. 순대국도 머리도 식히자고 창밖을 봤다. 해가 뜨는지 슬슬 하늘 색이 하늘색이 돌았다. 몸이 으슬으슬했다. 내가 먹기에 너무 뜨거운 음식이었다. 후후 불어 머리가 멍해져서야 먹을 수 있었다.

값을 치루고 나오자 다들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주욱 지나쳐 뒤를 한 번 돌아보고 과자를 꺼냈다. 이 맛없는 과자는 별 생각 없이 씹기 좋으니 팔리는 게 맞겠다. 남자가 딱 지나는 길목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들고 양손이 바빴다. 라이더자켓을 걸친 남자는 나보다 훨씬 그 형사들 같았다.

자네 국밥도 먹던가. 과자도?

하 형사님 구름과자랑 비슷하죠.

남자가 담배를 주욱 빨았다. 담배 끝이 벌개지는 게, 뒤쪽에서 뜨고 있는 해 같았다. 빨아들인 만큼 뱉는 연기도 길었다.

담배 그렇게 피우면 머리 안 아프십니까.

한숨만 뻑뻑 쉬느니 이게 낫다네. 금방 피워버리기는 한데.

남자가 말한 대로 금방 담배가 다됐다. 나는 아직 과자가 남았다. 내밀자 웃으면서 하나를 빼갔다. 모양새가 담배와 크게 다르지 않단다. 남자가 피우는 시늉을 하다 먹다가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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