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방

강무강_보통이라면 여름과 바깥은

한결이 생일 축전(이었던 것)

여름은 꽤나 더웠다. 음료수를 꺼내면 금방 병에 물방울이 맺혔다. 앉아만 있어도 오금부터 시작해 뒷목까지 땀이 스며나왔다. 수박을 베어물어 허기와 갈증을 달래고 싶었고, 그 생각에 더운 기운이 더했다. 여름이 꽤나 더우므로. 당연한 생각을 하면서 당신을 보았다. 현실감이 없었다. 딱 십 년 후의 나라는 것. 이다지도 변모했다는 점. 속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러면서 어느 구석은 그대로일지 모른다는 사실에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당신은 내게 곤란했다. 내가 현재가 아닐 수 있다는 발상은 곤혹스러웠다. 과거를 지칭하는 말 중에서 내게 걸맞는 단어야 뻔했다. 추억이니 반추니 먼이야기였다. 돌아보라는 말이 지금도 달갑지 않건만 당신은 자꾸만 물끄럼 쳐다봤다. 눈꺼풀도 어째 가끔씩, 서둘러서 꿈뻑이는 듯 했다. 나는 주변을 마구 둘러보다 커피숍 간판을 골랐다. 날이 너무 더우니 저기라도 들어가자고. 당신이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럼세, 보통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던가. 정말로 목이 탈 지경이라 서둘러 들어갔다.

밖과 다르게 사람이 많았다. 바깥과 다르다는 건 시원하다는 뜻도, 사람이 많다는 것도 맞았다. 구석이나 기댈 벽이 있는 자리는 만석이었다. 복도이면서 외곽인 애매한 테이블 밖에 남지 않았다. 밖은 나와 당신도 없으니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냉수를 한 잔 얻어왔다. 얼음까지 띄운 물을 마시니 간사하게도 커피는 상관 없었다. 그렇다고 뙤약볕으로 돌아가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입장료를 내고 커피를 사은품으로 고른 셈이었다. 당신은 등받이에 푹 기대곤 용무를 물었다.

카페는 미팅 장소 아니던가. 이 시대에 남자 둘이서 아메리카노면.

혼자 웃는 걸 보아 농담인 모양이었다. 따라 웃는 체를 하다 유리잔으로 입을 가렸다. 그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길에 서 있는 걸 피할 용무였다. 이대론 몸이 편해졌을 뿐이었다. 당신은 테이블에서 잔을 떼지 않고 휘휘 돌렸다. 얼음이 잘그락거리다 커피 속으로 사라졌다. 윤곽만 대강 보였다. 참 당신 같다. 무엇을 보든 한 사람을 생각한다면 애정이 있는 관계여야 보통일 텐데. 내게서 애정을 느낀다니 밖을 내다봤다. 창문이 멀어 현수막 글씨도 가늠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한눈에 보이는 게 있었다. 안과 다르게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상대방에게 말하는 장소에서, 굳이 조용한 더위를 생각하던가. 옆 테이블은 엿듣지 않으려 해도 대화가 다 들렸다. 이불을 털다 바깥으로 떨어트렸다나. 털으려던 이불을 아예 세탁기까지 돌렸고, 이젠 여름이불이 없으니 춥다고. 말복이 지나선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하긴 했다. 고개를 끄덕일 뻔한 걸 당신이 불러세웠다.

모기 물리는 줄도 모르고 담배를 피우다 이리 되었지 뭔가.

당신이 울긋불긋해서는 붓기까지 한 팔목을 내밀었다. 살살 긁다가 손톱으로 꾹 눌렀다. 십자를 만들고는 거뒀다.

같은 사람인데 자네는 두고 왜 나만 무는지 원.

보통이라면 같은 사람이란 말은 동류 정도겠다. 한 발 더 가까운 사이를 두고 당신은 가볍게, 보통처럼 말했다. 어떻게 이리 다른지. 혼잣말인지 헷갈리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꿈에도 모를 테다. 그새 커피가 묽어졌다. 테이블에서 살짝 들고 잔을 빙빙 돌렸다. 절그럭 달그락 얼음이 돌아갔다. 섞인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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