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방

강무강_불꽃놀이

한결이 생일축전(이었던 것)

팔월은 여름을 느끼기 좋은 달이었다. 중순까지는 한여름으로 푹푹 찌건만 하순으로 꺾이면, 이렇게 또 여름이 간다며 담뱃불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면 풀벌레 소리도 달리 들렸다. 매미 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괜히 따져보았다. 칠월로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불꽃놀이를 했다. 한마디로 지어두니 그럴싸했다. 여름이고 한데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 물었다. 그는 불꽃놀이를 하고 싶다 말했다. 그때가 벌써 8시였다. 지금의 8시와는 달라서 시간이 그리 된 줄 몰랐다. 가까운 초등학교를 찾고, 문구점을 찾았다. 철사에 화약이 붙은 걸 몇 개 샀다. 나중에 이름을 찾아보니 스파클러였다. 이름도 모르고 골랐으니 이유가 있었다. 텔레비전에서 종종 보았다. 이목을 끄는 소리는 없고 허공에 궤적이 남았다. 이 폭죽으로 하자는 말에 그가 동의한 것도 같은 이유겠다. 내 예전 일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감정은 낯설 때가 있었다. 내가 저랬던가. 그를 보고 참을성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놀라기도 했다. 불꽃놀이도 그랬다. 스파클러 끝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 시시해서 다시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운을 뗐다.

여름에 안 해본 일이 뭘까 하다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안 해본 짓을 하면 안되니까, 우선 이렇게.

그는 스파클러를 가만히 들고 있었다. 사방팔방 튀는 불꽃에 얼음을 넣은 사이다가 떠올랐다. 나는 슬렁슬렁 흔들었다. 궤적이라 하기엔 너무 짧은 것이 공중에서 깜빡거렸다. 무슨 성냥팔이 동화처럼 꺼지는 족족 새 폭죽에 불을 붙였다. 마지막에서야 그는 별을 그렸다. 처음 그린 별은 너무 느렸다. 그 다음은 서두르느라 모양이 우그러졌고, 제대로 된 별을 만들자 불꽃이 다했다. 그걸 구경하느라 불을 붙이지 않은 스파클러를 넘겼다. 나는 이게 있으니 괜찮네. 담뱃갑을 꺼내 보여주고 다시 집어넣었다.

별처럼 생겼으니 소원이라도 빌어보게.

소원이란 게 으레 그렇듯 그도 비밀로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스파클러를 내려봤다. 무엇을 빌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라면 아무것도 빌지 않았을 테고, 실제로도 그랬던 것을 기억한다. 내가 무얼 바라는지도 모르면서 그에게 소원을 빌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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