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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라같은 거!

그랑블루xFGO 크오 드림 (그블 지크프리트 드림, FGO 지크림)

잠깐 by 션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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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까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최근도 아닌데 언제였더라? 언제 한 번 마스터가 칼데아를 소개 한 적 있었다. 특수한 사정과 기이한 환경이 맞물려 생긴 곳이다 보니. 특이한 일이 가끔 생기거든. 그래서 미리 당황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거야! 

특이한 일이라, 여기에 현현한지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충분히 특수성으로 인한 특별한 경험을 한 지라 그 충고가 새삼스럽게 들렸다. 국적도 시대도 꼬이고. 살아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것이 만나는 곳에서 평범한 것이 있을까?

크림힐트의 의아함이 표정으로 티가 났는지. 아니면 이어진 회로를 따라 감정도 흘러간 건지 잘 모르겠지만. 후지마루는 살짝 머쓱한 태도를 보이며 손으로 작게 네모를 그렸다. 

그, 그 있잖아. 어딘가 어색한 모습과 긴장한 목소리를 보아하니. 크림힐트가 뭘 해서 굳은 게 아니라, 생각할 때는 그럴 듯 했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니 좀 그래서 머뭇거리는 모양이다. 그런 거라면 기다릴 수 있지.

이따금 오해 받지만 크림힐트의 고지식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은 단 한 사람, 이름을 대는 것도 사랑스럽고 미워 쉽게 담지 못하는 그 사람 한 정이고. 마스터를 대하는 크림힐트는 버서커치고는 온화한 태도로 대화가 가능했다. 말이 통한다. 대화 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서번트쪽에서 일방적으로 떠들고 있었다. 처음부터 하나도 이야기가 되질 않았다. 아예 다른 주제로 오인 했다. 뭐 그런 상황 없는 평범한 회화가 가능한 게 버서커 크림힐트다. 그에 따른 상호작용 또한 당연히 되는 지라. 쑥스러움과 머쓱함을 곧 이겨낸 후지마루가 조금 더 크게 네모를 그리고 웃었다.

“온갖 곳에 초대장을 보내는 연회장이라서. 초대장을 가지고 있고, 내용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칼데아에 올 수 있는 거야!”

이게 그렇게나 용기가 필요한, 쑥스러운 비유인가? 크림힐트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스터의 용기도 꺼낸 비유도 마음에 들어 흡족하게 웃었다. 그래? 응!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자 리츠카는 더 크게 미소를 짓더니.

인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올 수 있으니까. 누구랑 만나도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아이는 이런 것 까지 다 알아서, 그런 말을 한 걸까?”

“아 네?”

“혼잣말이랍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아, 그쪽에 있는 차 한 잔 더 받아도 될까요?”

“물론이죠. 크림힐트씨.”

크림힐트는 지금 기이한 만남을, 아마도 꿈 속에서 이어가고 있다. 확증은 없지만 이건 꿈이겠지. 환상 또한 꿈이니까.

서번트는 잠을 잘 필요가 없지만 수면 습관은 많은 걸 보장한다. 규칙적인 생활은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칼데아의 백업 시스템이 얼마나 잘 구비 되어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이 칼데아는 평범한 인간이 소수지만 분명히 존재하기에, 칼데아 서번트 일동 대부분은 그들에 맞춘 일정한 루틴을 따른다.

납득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거면 모를까. 타당한 구실이 있고, 나름대로 구축된 시스템이 있는 걸 보고 크림힐트도 그 루틴에 순응했다. 어떤 휴식을 하더라도 신호가 울리면 바로 전투 태세에 들어갈 것. 비상시나 유사시가 아니라면 최대한 살아있는 것처럼 평범하게 행동할 것.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눈을 감았을 텐데. 정신 차리니 이상한 공간에 있었다. 잘 손질된 정원치고는 군데군데 산만하게 솟아올랐지만. 야생의 숲으로 보긴 오묘하게 정돈되어 있는 칼데아가 아닌 공간. 

레이시프트 한 건가? 가끔 이런 식으로 의식만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숨을 들이마시고 주변을 둘러보자 쓸데없는 부분을 쳐낸 것처럼, 일부만이 선명한 길이 되고 나머지는 흐릿한 잔상이 되어 시야에서 흩어졌다.

이대로 여기서 기다릴까. 나아갈까. 

고민할 필요도 없어. 다른 서번트면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웅크려 우는 것보다 칼을 쥐는 걸 택한 영웅이다. 막상 만났는데 아무런 정보도 쥐고 있지 않다면, 있으나 마나지. 선명하게 앞을 보여주고 흩어지는 수상한 길 안내를 따라 크림힐트는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산 능선은 하나 넘지 않았을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자 그곳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티팟. 그리고 선객이 앉아 있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행동하고 눈을 감았더니. 정신 차린 순간 이상한 공간에 있었다. 손질된 정원치고는 산만하게 솟아올랐지만. 야생의 숲이라 하긴 오묘하게 정돈되어 있는 칼데아가 아닌 공간. 레이시프트 한 건가? 가끔 이런 식으로 의식만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숨을 들이마시고 주변을 둘러보자, 쓸데없는 부분을 처내듯, 일부만이 선명한 길이 되고. 나머지는 흐릿한 잔상이 되어 흩어졌다.

이대로 여기서 기다릴까. 나아갈까. 고민할 필요도 없지. 다른 서번트면 고민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걸. 웅크려 울기보다는 칼을 쥐는 걸 택한 영웅이다. 막상 만났는데 아무런 정보도 없으면 있으나 마나야. 선명하게 보여주고 흩어지는 수상한 길 안내를 따라 크림힐트는 걸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산 능선은 하나 넘지 않았을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자 그곳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과 티팟. 그리고 선객이 앉아 있었다.

마스터인 후지마루 리츠카는 아니다. 보고 있으면 절로 따듯해지는 햇살보다는 쨍하게 내리쬐는 여름볕을 닮은 머리카락. 소박하지만 시원시원한 눈동자 대신 어떤 때라도 빛을 잃지 않는 자수정. 누구지? 누굴까.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눈앞에 있는 상대는 낯익었다. 

누구지?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럴싸한 후보가 없어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낯익은 기색은 계속 맴돌았다.

아!

살아있는 사람도 움직이기 위해서 영양소를 섭취 해야 하듯. 기계도 작동하기 위해서 연로를 넣어야 하듯. 영령 또한 필요한 에너지가 있다. 마력을 잇는 회로가 똑같아. 그렇다면 선객도 영령이다. 그것도 칼데아의 서번트. 만나 본 적 없는 서번트인 건 신경 쓰이지만. 칼데아는 넓어서 스탭이 아닌 이상 영령끼리도 안면이 안 트인 경우가 허다했다. 동료를 만난 건 꽤 큰 수확이지. 마스터에 대한 걸 알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적어도 이 공간에 대한 걸. 그런 마음으로 한 걸음 내딛자 그제야 인기척을 눈치 챈 선객이 크림힐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림힐트가 근접하자 같은 회로로 이어진 걸 눈치챈 것처럼. 선객도 크림힐트의 회로를 깨닫고 대응하겠지. 여유 있게 기다리자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적의를 가지거나 경계한다면 알기 쉬웠을텐데. 커다랗게 눈을 뜬 선객은 당황한 티를 내면서도 살갑게 응하는 게 아닌가. 처음 만나는 사이에, 원래 이러는 성격도 아니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하듯이 선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레이디. 이런, 제가 인사가 너무 늦었네요. 아니 이게 정말 이뤄질 줄 몰라서…. 성배라는 건 정말 대단한 물건이네요. 다른 걸 홧김에 빌지 않아서 다행이야…."

"성배를 아는 걸 보아하니 역시 당신도 서번트? 칼데아의?"

"아 칼데아. 그건…… 흐음, 칼데아의 임시 용병에 가깝죠."

아리송한 대답에 크림힐트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자, 선객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레이티. 저는 페드랏헤 백룡 기사단의 소대장. 발키리 크림힐트 린드그렌. 당신……, 크림힐트씨를 만나고 싶어서 찾아온 이방인이랍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사정이 있고,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걸 이야기할 지면은 허용되지 않으니. 요약해서 말하자면 크림힐트 린드그렌은, 기사 힐트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한 번 특수한 과정을 거쳐 칼데아에 소환 된 이방인이다. 닮았지만 많은 게 다른 일상. 엉망진창이지만 일정한 규칙이 느껴지는 14일 동안 '크림힐트'로 칼데아 생활을 즐기고 원래의 고향, 푸른 하늘 밑으로 돌아왔다. 

그 모든 나날을 근사한 추억이자 하룻밤의 꿈으로 여기고 지내던 어느 날. 단장이 창고에서 처음 보는 걸 발견했다면서 예쁘게 세공된 작은 잔을 가져왔다. 기공선 창고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언제부터 들어가 있었는지도. 어디서 받은 건지도 뭔지도 잘 모르겠어. 평범한 컵이면 그냥 넘겼을텐데. 아름다운 세공과 함께 왠지 값 나가 보이는 생김새가 더해져서, 자꾸 신경 쓰여 주인을 찾고 말았다고….

그 요상한 잔의 정체는 성배였다. 고차원에서 떨어진 마력을 담은 리소스, 아니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준다는 만능의 원망기. 칼데아에서 본 성배보다는 작았지만 섬세한 세공과 지금 당장이라도 일렁일 것 같은 신묘한 느낌은 똑같았다.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알 수 없는 현상에 기사 힐트는 놀랐지만. 차근차근 이게 무엇인지, 어디서 봤는지 단장한테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단장은 루리아를 바라봤고, 그 시선을 받은 루리아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아! 큰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다.

그러고보니 힐트씨한테 예전에 아름다운 돌을 받은 적 있어요. 일곱 빛깔로 빛나는 돌인데. 이거랑 그게 한 세트인 게 아닐까요?

그 한 마디와 함께 존재를 안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나타난 성배는 힐트의 소유가 됐다. 주인이 누군지 모르는 물건을 발견했을 경우, 그 물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주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긴 한데.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어 있고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는 만능의 잔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말했는데. 이렇게 소유권을 간단하게 넘겨도 되나? 황당한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게 진짜 거기서 본 성배인지, 아니면 가품인지 알 수 없었다. 느껴지는 신묘한 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이고. 세공은 확실히 공을 들였지만 유일무이한 장식까지는 아니다. 나만 알고 있는 지식을 검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힐트는 장난스럽게 잔을 쥐고 속으로 소원을 골랐다. 이건 리소스라도 만능의 원망기라도 확실하게 소원을 들어줄 수 있으니까. 꿈은 가진다면 크게, 포부는 거대하게. 그런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크게 잡아서 페드랏헤의 멸망. 

영웅이 된 내 사랑에게 안식과 평온을.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행복을!

이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터무니 없네. 실실 웃은 기사 힐트는 제대로 잔을 잡았다. 그러고보니 그 당신 나는 '크림힐트'라는 동명이인의 공주님 대신 소환 된거였지. 공주님의 준비가 제대로 되질 않아서 비슷한 인과를 가진 내가 소환 된거라고. 진짜 크림힐트 공주님은 어떤 사람일까? 그 세계 지크프리트는 만났는데. 공주님은 만나지 못한 게 퍽 아쉬웠다.

"한 번 만나서 티타임이라도 가지고 싶었는데."

아쉬워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에 있던 잔이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 

어어? 어?

어?

그리고, 중간으로 돌아가시오!

"…다른 세계의 '나'에 대한 거라면 나도 궁금했어. 의사 서번트 형태로 일시적으로 소환에 성공했다고 들었거든. 그게 당신이라니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라, 변변찮은 인사지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사님."

"영광입니다 공주님."

"만남을 축복하는 차를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그거라면 제가 아주 좋은 생각이 있는데요."

"나랑 똑같은 생각이면 재밌겠네."

하나 둘, 하면 동시에 말할까? 제안한 공주님은 기사의 시선이 닿자마자 어린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레이디 이야기하세요. 어머 고마워요. 힐트가 어깨를 으쓱이자 과장스럽게 감사 인사를 한 크림힐트는 마시던 찻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이게 시작의 신호고.

"그쪽 지크프리트는 잘 지내나요?"

"제가 있어서 잘 지낸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힐트까지 찻잔을 놓은 순간 이미 티파티는 뒷전으로 밀렸다.

지크프리트란 누구인가?

베품의 영웅으로 온화하고 인자한 성품을 가졌지만 무너지지 않는 강함을 가진 라인의 황금과 용 살해가 관련된 비극적 이야기의 주역이며.

죽지만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되살아나는 강인함과, 잠재운 거친 성미를 가지고 살아가던 페드랏헤의 흑룡 기사단의 단장으로. 선왕 살해와 관련된 비극적 이야기의 주역이지.

"지크프리트란 이름에 마가 낀 거 아닐까?"

"맞아! 분명 이름에 문제가 있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안 그러면!"

무시하는 게 말도 안 돼! 두 사람의 속을 갈가리 찢은 주범이었다. 내 사랑을 무시해. 내 마음을 무시해! 내가 평범한 여자인 줄 알았나보지, 내가 얼마나 슬플지 그러면 얼마나 끔찍한 나날을 보내 어떤 마음을 품게 될지 몰랐나보지! 광화가 조금 진행 되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말이 지나갔지만. 힐트는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라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건 알지만, 정말 그러면 다야? 얼마나 걱정했는데! 반역죄가 어떤 죄인지, 아니 제일 마음 고생한 게 누군지 내가 다 아는데 이 사람이 정말!

상황은 다르지만 둘 다 비극의 주역이고. 그 누구보다도 비극이 아니길 원했던 사람이라. 말을 맞춘 것도 아닌데 울분과 함께 자꾸만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좋아하니까 그러지 말아, 내 사랑을 무시하지 말고 제대로 알아주길 바라. 제발 다치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자기 자신도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고 아주 조금 달콤한 생활을 함께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얼마나 좋을까!

"지크프리트는 바보야."

"바보로는 안 돼, 최악의 남자! 끔찍한 영웅. 영웅 같은 건 정말 싫어!“

”영웅같은 게 필요한 나라같은 건, 멸망 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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