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유연] 나의 소녀에게 02 : 소년의 잠못드는 밤
별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의 빈자리가 아들에게 이토록 큰지 몰랐던 선영은 그날 저녁 남편의 기일 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음날 올림픽이 시작되고 덕선이는 마다가스카르는 불참을 했지만 덕선은 우간다 피켓걸로써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기뻤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골목은 온 동네잔치를 하듯 덕선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축하해주었고 점심을 먹던 그때 벨이 울렸다.
“어? 막내삼촌인데?”
“있어봐라.”
선영은 욕실로 가서 목욕가방을 챙겨서 가지고 나오며 선우에게 이것저것 자세하게 알려주라며 삼촌이랑 가서 목욕을 하고 오라고 했지만 선우는 어제 씻었다며 거부했다.하지만 결국 삼촌에 의해서 붙잡혀 나가고 유연은 웃으며 점심을 먹고 난 후 아빠가 보내주신 귤과 사과를 가지고 동네에 나누어 주기 위해 바구니에 담아 골목집을 돌아다녔다.
“아저씨 무성아저씨-”
“어 유연이구나. 아저씨 방에 있어. 잠시만..”
“네 택이는요?”
“택이 조금 전에 기원 갔다.”
“아 그래요? 이거 아빠가 보내주신 거예요. 고모가 가져다 드리래요.”
“고맙다.”
고맙다고 말하는 무성을 보며 유연은 다시 집으로 향하며 귤이랑 사과를 챙겨서 문 앞을 나왔을 때 동룡이 서 있었다.
“너 뭐야 도룡뇽?”
“아빠가 귤이랑 사과 보내주셨다며..”
“어. 너 그걸 어떡해 알아?”
“택이 방에서 다 들었지.”
“뭐야 너 택이 방에 있었어?”
어- 하고 대답을 하고 이건 고맙게 먹겠다고 말을 하며가고 난후 덕선이네 집과 정환이네 집에 들려 과일을 가져다주기 위해 가지고 나와 먼저 덕선이네 주고 난 후 윗층으로 올라와 정환이네 집으로 들어왔다.
“아줌마-”
“아이고 이게 누꼬- 아이고 김사장!”
“아이고오- 김사장.”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성균을 보며 유연이는 그의 손을 잡으며 그의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기뻐하며 성균은 손에 들린 봉지를 보앗고 정환은 방에서 나왔다.
“어 니도 방에 있었나?”
“어- 근데 뭐냐 이건?”
“귤이랑 사과. 아빠가 묵으라고 한 박스씩 보내 줬는데 다 못 먹을 것 같아 가 동네 사람들이랑 나눠 먹을라고 쪼매 가지고 왔다. ”
“아유 뭘 이런 걸 가져와. 진주나 먹이지.”
“진주 먹을 것도 있고 그라고 아빠가 아줌마들 캉 고생하신다꼬 함께 묵으라 했어예”
“아빠한테 고맙다고 전해드려.”
네- 하고 말을 하고 음식을 나누어 주고 난 후 대문 밖을 막 나왔을 때 저를 따라나오는 정환을 보며 유연은 뭐꼬? 하고 물었다.
“뭐? 택이네 ”
“택이 기원가고 없다. ”
“어 알아- 도룡뇽이랑 비디오 보기로 했어. 야 선우 집에 있으면 오라고 해”
“선우도 없다. 목욕탕 갔다. 막내삼촌이랑.”
“아 그래? 그럼 너도 같이 비디오 볼 래? 우리 탑건 볼 건데”
“됐다. 느들끼리 봐라. 내는 진주랑 놀끼다.”
진주랑 놀아준다며 가는 유연을 바라보던 정환은 야- 하고 부르자 말없이 서서 돌아본다.
“내일 뭐하냐?”
“내일 아빠랑 엄마한테 가는 날이다.”
“그래? 그럼 다녀와.”
다녀오라고 말하는 정환을 보며 유연은 싱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나갈 차비를 하고 엄마아빠가 있는 남대문으로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서는 유연이 버스를 타고 가고 그 옆에 정환이 섰다.
“뭐꼬?”
“뭐? 나도 살 거 있어서 나가는 거야.”
“니 어데 가는데?”
“남대문”
“남대문에 와 가는데?”
“운동화 사러-”
운동화를 사러 남대문으로 간다는 정환의 말을 들은 유연이는 의아했지만 그대로 따라가듯 갔다. 남대문의 청과물시장 쪽으로 가서 유연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부모님을 도와주는 유연과 함께 가게의 일을 도와 주었다.
“정환이는 여기 우째 왔노?”
“남대문에 운동화 사려고 왔어요.”
“운동화? 여 매장 많다 뭐 살라꼬?”
“그냥 뭐 무난하게 사려고요.”
“그래도 메이카 신을 거 아니가? 맞제?”
유연의 엄마의 말에 정환은 네 라고 대답을 했고 가는 길에 돈 3만원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주면서 유연이에게 운동화도 하나 사라고 말했다.
“됐다 엄마. 내 운동아 아직 괜찮다.”
“그래도 하나 사 신어라.”
운동화를 하나 사서 신으라고 말하고 엄마에게 받은 돈 3만원을 가지고 와서 나이키 운동화 매장으로 들어왔다. 정환은 자신의 신발을 좀 골라달라고 말을 하자 유연은 귀찮은 내색은 하지 않고 그의 신발을 골라 주었다. 유연이 골라준 신발이 나쁘지 않았던 정환은 신발을 보고 있는 유연을 바라보았다. 여자 아이들이 신을만한 운동화가 뭐가 있을까 싶어 점원에게 물었다.
“여자아이들은 보통 이런 걸 좋아해요.”
점원이 추천해준 운동화를 살펴보던 정환은 유연을 불러 신발을 신어보라고 하자 괜찮다며 여는 비싸다고 안 살 거라고 했다.
“야 누가 사래? 그냥 신어 보라고..”
“싫어.”
“신어 보면 뭐 안 돼? 신어 봐-”
신어 보라고 말을 했지만 이미 유연의 손에는 운동화 하나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점원은 그녀가 들고 있는 디자인 역시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라며 요즘 잘 나가는 디자인이라며 4만원 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살며시 내려놓는 유연이었지만 정환은 그냥 신어보라고 말하며 운동화 사이즈를 내어 주었다.
정환의 말을 듣고 살며시 신어 본 유연이는 말없이 스니커즈 운동화를 보았고 제 발에 꼭 맞는 운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슬그머니 제 운동화를 내려놓았다.
“왜 사 마음에 들면-”
“됐다. 내 돈이 어딨노. 그라고 니 운동화 사러 온 거 아니가.”
유연이는 그대로 운동화를 내려놓고 가자고 했고 정환은 점원에게 3만원에 해주시면 안되는지 물어보자 점원은 당황했다.
“안돼요. 이건 해외 직수입 운동화라..”
“그래도 두 개나 사는데 만원정도는 빼 주실 수 있잖아요. 해주세요.”
당황해하는 점원을 보며 정환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운동화를 사면서 제 운동화 가격에서 만원짜리를 하나 더 올려 놓아주며 말했다.
“3만원에 부탁드립니다.”
그 돈을 본 점원은 웃으며 네 그렇게 하죠. 라고 말을 하고 유연에게 3만원에 해주신다고 했다며 계산을 하도록 했다. 유연이 정말인지 물으며 계산을 하고 나오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정환은 피식 웃었다.
“고마워. 네 덕분에 만원 싸게 샀어.”
“뭐 고마우면 떡볶이라도 사던가.”
“맞나? 여기 식빵튀김 맛난다 사주까?”
“그러던가.”
유연은 정환이와 함께 남대문 시장 안에 있는 식빵튀김 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떡볶이와 어묵도 순대도 먹고 난 후 계산을 하고 저녁쯤 집으로 돌아왔다.
***
택이가 우승을 하고 돌아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택의 집에 반찬을 가져다 주던 유연이는 방에서 자고 있는 택이를 보며 이불을 덮어주고 나오려는데 ‘유연아-’ 하고 부르는 택이의 목소리에 돌아보았다.
“자고 있던거 아니었어?”
“조금 전에 일어났어.”
“아 그래? 이거 계란말이야. 오늘 아침에 먹어.”
“응 알았어.”
“고생했어. 쉬고 있다 오후에 어른들이 파티한다고 하던데 그때 봐.”
“어- 이제 학교가?”
“응 밥 먹고 가려고. 있다 봐 택아. 좀 더 누워 있어.”
좀 더 누워 있으라고 말하고 제 집으로 돌아와 학교갈 차비를 하고 나오는 유연이는 대문에서 막 나오는 정환이를 보았다. 선우는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간다며 먼저 가라고 했고 혹여나 버스를 놓쳐 늦을까 뛰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유연이도 뛰었다. 힘겹게 숨을 몰아 내쉬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막 도착하는 버스를 보며 올라가라고 말을 해주고 정환이 타고 선우도 뒤 따라와서 겨우 버스에 탔다.
이 시간이면 항상 밀려드는 만원 버스에 작은키의 유연이 이리저리 치이지 않게 선우는 잘 잡아 제 옆쪽으로 세워 주었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차 안에서 유연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유연은 왜 정환이 제 옆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슬쩍 그를 바라보았다.
양쪽에 선우와 정환이 서 있는 불편한 사이였지만 흔들리는 버스에서 유연은 넘어지지 않고 학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연이 학교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덕선이 들어왔다. 물론 지각을 해서 혼이 나긴 했지만, 덕선은 아무렇지 않은 듯 했다. 유연은 친구들이 변진섭과 톰크루즈가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그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야 근데 김유연 넌 좋아하는 사람 없어?”
“응 없는데 왜?”
“하긴 너 그 쌍고회장 만날 보고 사는데 ..”
“그런가? 근데 나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 없어.”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유연을 보던 미옥은 하이틴 로맨스처럼 운명같은 사랑은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CA를 앞두고 수학여행장기자랑에서 하기로 한 소방차를 연습하는 덕선을 보고 있던 그때 다급하게 들어온 노을이가 누나- 라고 부르며 옷을 흔들었다.
순간 청 자켓이 생각난 덕선은 놀라며 자신의 가방을 좀 부탁하고 다급하게 집까지 뛰었다. 덕선이 떠나고 CA까지 하고 난 후 덕선의 가방까지 챙겨 집으로 오는길 정환이와 아이들을 만났다.
“뭐야 너 왜 혼자와 덕선이는?”
“덕선이 먼저 갔다.”
“왜? 무슨 일 있어?”
“그러게 아까 노을이도 어디 급히 가는 것 같던데-”
“뭔 일은 없고 언니 옷을 입고 왔는데.”
걸렸구만- 이라고 말하는 정환을 보며 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보라누나 화 많이 났겠네. 하고 웃음지었다. 유연이 가방 두 개를 다 들고 가는 것을 보며 선우는 하나 들어준다고 하며 가방을 들었고 골목에 들어와 가방을 두고 온다는 유연에게 그냥 오라고 했지만 가방 두고올게- 라고 말하고 가방을 두고 난 후 택이네 집으로 향했다.
“어? 덕선아 여기 있어네. 근데 택이는?”
“만화책 빌리러. 아 맞다 내 가방은?”
“선우가 집에 둔다고 가져갔어.”
“알았어. 우리 먼저 점심 먹으러가자.”
“너 먼저가 나 택이 오면 같이 갈게-”
택이랑 같이 가겠다고 말을 하고 나와서 먼저 안으로 들어간 덕선이를 보며 기다리던 유연이를 보며 택은 대문 앞에서 ‘유연아-’하고 부르며 다가와 웃음지었다.
“뭐야 무슨 만화책이야.”
“덕선이기 빌려오라고 해서...”
“갈채네. 나도 안 봤는데 이거..”
“그럼 덕선이 보고 봐. 들어가자.”
들어가자는 택이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자 그를 반기며 서로 자신의 아들이, 사위다 말하는 어른들을 보며 무성은 웃음지으며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택이는 유연이랑 결혼시켜야죠. 태용이랑 그렇게 약속 했습니다.”
“뭐고 언제 둘이 그런 약속을 했노.”
선영이 서운하다고 했지만 무성은 조금 전 둘이 같이 오는 모습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심 둘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택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아는 사람은 유연이었고 택이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
정환의 방으로 들어온 택은 안쪽으로 유연을 먼저 보내며 앉으라고 했다. 동룡의 옆자리를 잡고 앉고 막 앉으려는 택을 보며 동룡이 물었다.
“아 맞다 택아 너 이번에 상금 얼마 받았냐?”
“5천만원”
오천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다들 놀라고 덕선이는 떡볶이를 사라고 말을 했다. 그 말에 택은 알았다고 말하고 유연의 옆자리에 앉았고 통닭을 좀 먹으라고 말을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연이는 제 손에 든 통닭의 살점을 떼어 택이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그래도 먹는 시늉은 해야지. 이거라도 먹어.”
“알았어.”
“나도 조금만 먹을거야. 떡볶이도 먹으려면 많이 못 먹어.”
택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고 동룡은 얼굴이 하얀 택을 보며 맨날 기원에만 있지 말고 운동이라도 좀 하라며 타박했지만 되려 택은 ‘했어-’ 라고 말했다.
“뭐 숨쉬기 운동 그게 운동이냐?”
“왜 그래 했어.”
“야 도룡뇽 너 그 기름 묻은 손으로 택이 찌르면서 은근 옷에 기름 묻히지마 손 닦아.”
“넵-”
네 하는 대답에 선우는 다음에 중국 또 가지? 언제 오는지 생일 전에 오는지 물었다. 그 물음에 유연이 궁금한 듯 바라보았고 덕선이 물었다.
“왜? 택이 생일파티 해주려고?”
“아니 술 한 병만 뽀려오라고..”
술 한 병만 가지고 오라는 말을 듣고 덕선은 엄마- 하고 소리를 치려했지만 선우가 손가락을 입에 물리며 입을 막았다.
“애가 왜 이래-”
“그걸 왜 택이한테 시켜 니들이 사먹어.”
“얘는 사이즈가 다르잖아 얘 중국 갔다오면 항상 비싼 술 받는 단 말이야.”
“야 최택- 너 이번에는 아빠 드리지말고 우리한테 넘겨라.”
술을 넘기라는 말을 듣고 택은 미소를 지었고 덕선이는 만화책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하자 선우가 어딜 가는지 물었다.
“주스 가지러-”
“야 너 말하지마.”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선우를 보며 덕선이는 안한다고 말하고 그대로 방을 나서듯 나가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유연이를 보며 물었다.
“야 너는 또 어디가.”
“나 화장실에 손 씻으러 기름 묻었잖아.”
“그냥 저기 휴지에 대충 닦아.”
싫다고 말하고 일어나 나온 유연이는 화장실에서 나오다 소시지를 먹고 있는 진주를 보았다.
“우와 진주 뭐 먹어?”
“소세지.”
“맛있어?”
“응 맛있어-”
많이 먹으라고 말을 하고 유연은 그대로 화장실에 갔다가 나왔을 때 신나 보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을 보았다. 언제나 즐거운 쌍문동 식구들을 보니 왠지 일만 하시는 우리 부모님이 안쓰럽기는 했지만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호강 시켜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입구에서 춤을 추고 있는 진주를 보았다.
“우리 진주 신났네.”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진주, 유연이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방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 시끄럽다며 정환은 문 꼭 닫으라고 말했다.
“너 노래는 듣냐?”
“이 새끼 들국화 노래 밖에 안 듣잖아. 아 맞다. 전인권 솔로 앨범 나왔는데 그거라도 사다줄까?”
택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룡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브라질 떡볶이 문 닫는 거 아니냐? 토요일은 일찍 닫잖아.”
토요일은 일찍 닫을지도 모르는 브라질 떡볶이 아이들은 일어나 하나둘 밖으로 나오다 시끄럽게 춤을 추고 노는 어른들을 보며 멈칫했고 가자 택아 유연아- 라고 말하며 나갔다. 덕선이는 택이를 데리고 나가고 ‘유연아 빨리와-’ 라고 말하고 나가고 선우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유연에게 가자고 했다.
“그래-”
선우는 나오며 진주의 볼에 입을 맞추었고 유연이 역시 이뿐 우리 진주라고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추고 올 때 과자 사올게 라고 말하고 가버렸다. 떡볶이를 잔득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진주가 먹을 과자도 사가지고 와서 주니 좋아했다.
***
덕선의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급히 곡성으로 내려가야 했던 덕선이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며칠 동안 학교를 오지 않아서 유연은 오늘도 혼자 야자를 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골목에서 정환이,동룡이와 마주했다.
“뭐고 니 얼굴은 또 와 그라는데? 누구랑 싸웠는데?”
“안 싸웠어.”
“그라면 맞았나? 와 지난번 니 신발 뺏깄다는 불량배들이가?”
“그건 또 어떡해 알았냐? 도룡뇽 너냐?”
아니라고 말했고 정환은 선우네 하고 짐작을 했지만 덕선이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하긴 뭐 이 골목에 비밀이 어디 있겠냐? 싶은데 유연이는 집에가서 약 발라- 하고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한쪽에서 밥을 먹고 있는 선우를 보았다.
“닌 또 뭐고 와 여기서..”
쉿- 하고 조용히하라며 검지를 입술에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그의 앞으로 가서 정환이는 왜 맞았고 니는 와 여기서 밥을 먹는건지 물었다.
“정팔이는 미친개한테 맞아서 그런거고 저녁은 못 먹었다.”
“와? 와 못 먹었는데? 미친개한테는 와 맞았는데.”
“도룡뇽이랑 정팔이랑 삼양극장 갔거든 그러다 학주 만났고 근데 그 미친 개가 괜히 목걸이 가지고 시비 걸어서 정팔이가 한 대 쳤다가 맞은거지?”
“미친거 아니가.”
“야 조용해.”
그 순간 누고? 유연이가? 하는 고모의 목소리에 그녀는 네 하고 대답하고 선우는 먼저 들어가라고 말했다. 엄마 깨면 들 킨다고 했고 그녀는 선우를 노려보며 말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고모 자고 있었나? 선우는?”
“선우 아직 안왔다.”
“맞나? 아 고모 도시락 맛있었다. 오늘 소시지 엄청 만났다.”
“그라나? 다음에는 뭐 해줄까?”
“뭐 내는 다 좋다 고모가 해주는 건 다 좋다.”
뭐든 좋다고 말을 했고, 며칠 뒤 덕선이도 할머니의 발인을 마치고 돌아왔고 택이도 우승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택이의 생일날 이었다. 친구들은 생일파티를 해주기 위해 기다리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택을 보며 노래를 불러 주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택이 생일 축하 합니다.”
형식적인 생일 축하 파티 같아도 아이들은 택이 생일은 꼭 챙겼다. 덕선이는 모자를 씌우고 정환이는 사진을 찍고 유연이는 예쁘게 포장된 선물 위에 카드를 올려 놓아 주었다.
“정환이가 사온거 내가 포장했어 택아. 아 그리고 이건 카드..”
“고마워.”
택이 미소를 지었고 옷을 다른 것 좀 입으라고 했지만 선우는 빨리 불 끄라고 말했고 케이크의 초를 불었다. 초가 꺼지고 하나둘 초를 빼내며 케이크를 자르는 덕선이와 다르게 정환이와 동룡이는 빨리 술을 내놓으라고 난리였다.
“야 나 토요명화 본다.”
토요명화를 보겠다며 티비를 켠 선우로 인해 크게 들리는 소리에 시끄러운 택이 귀를 막았고 유연 역시 시끄러워 귀를 틀어막았지만 술은 어디있내고 말하는 정환의 목소리에 유연이는 가방에서 술을 꺼내어 주며 말했다.
“여기 여기 있다. 고마해라 택이 정신없다.”
“오오 타이주-”
술을 보고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을 뒤로 하고 유연이는 모자를 벗겨주고 선우에게는 텔레비전 소리를 좀 술이라고 말했다. 케이크를 가져가서 먹는다는 덕선이 먹고 있었고 유연이는 슬쩍 과자를 먹으며 남자아이들이 먹는 술을 보면서 옆에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술은 독한 것이었는지 몇잔 마시지도 않고 남자아이들은 그대로 상을 뒤로 하고 자리에 누워 버리고 나와 덕선이는 그런 남자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유 니들..꼴랑 이거 먹고. 난 또 엄청 잘마시는 줄 알았네.”
“그러게 마시지도 이기지도 못하는 술은 왜 먹냐?”
유연은 못 마땅한 듯 남자아이들을 바라보았지만 정환이는 피식 웃으며 못마땅해 보이는 우리 둘을 보며 말했다.
“야 먹어봐. 니들 죽어.”
“사람을 뭘로 보고- 야 니들보다 우리가 더 잘 마실걸? 그치 유연아.”
“그럴 수도. 내가 먼저 먹어볼까?”
자신이 먼저 먹어보겠다며 술을 조금 따라 마신 유연이는 아주 쓴 약을 먹은 것처럼 한 순간에 표정이 일그러지고 남자아이들은 그런 유연을 바라보았다. 바르르 몸을 떠는 모습에 덕선이 왜? 하고 물었다.
“아- 무슨 맛이 이래. 소독약 먹은 느낌이야.”
“진짜 그렇게 맛없는거야?”
“쓰고 맛없어.”
쓰고 맛이 없다는 말에 덕선이는 정말인지 아니면 자신을 못 먹게 하려는것인지 궁금했고 유연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그대로 머리를 감싸며 잠시 정환이의 옆에 기대듯이 엎드렸다. 그리고 덕선이가 술을 마신 것인지 갑작스럽게 으아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고 바둥거리며 입을 헹구려는 것인지 나가는 소리에 엎드려 있던 유연이가 걱정된 선우는 괜찮은지 물었다.
“유연아 너 괜찮아?”
“자니? 우리 쪼꼬 자니?”
“아니 안자 근데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집에가서 잘래.”
“어 자. 난 택이네서 자고 갈게.”
선우가 택이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고 그대로 몸을 일으키려던 유연이는 몸을 반쯤 일으키기도 전에 옆으로 풀석 쓰러지며 제 옆에 있던 정환이의 위로 쓰러지며 그의 가슴위로 얼굴이 떨어졌다. 놀란 선우가 유연을 불렀다.
“유연아 괜찮아?”
“힝- 아야 머리 아파 누가 여기에 돌맹이 가져다 놨어.”
애교가 섞인 목소리에 남자아이들은 놀랐고 동룡은 돌이 아니라 정환이라고 했지만 살짝 고개를 들어 정환이를 바라보고 생긋 웃으며 말했다.
“어? 정환이네? 요기 옆에는 우리 택이도 이꼬 선우도 이꼬 너네 여기서 뭐해? 나도 같이 놀자 근데..나 졸려. 조금만 자고 놀자. 여기 따듯하고 포근해..”
“야..유연아 자니? 거기서 자면 어떡하니 정팔아 괜찮은 거니..”
정환은 말이 없었다. 아니 제 위로 털썩 유연이 넘어지는 그 순간 제 몸에 닿는 보드라운 살결에서 나는 비누향은 정환의 머릿속을 헤 짚었다. 술 기운 때문인 건지 아니면 유연이 제 위에 있어서 인지 몸이 점점 달아오르는 것 같았고 제 품에 기대어 자는 유연이 쌔근거리며 숨을 쉴 때마다 정환은 숫자를 거꾸로 세어야 할지 애국가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정팔이 자니? 왜 말이 없니?”
“도룡뇽 미친새끼야 닥쳐.”
“정팔아 옆에 유연이 눕혀봐.”
선우의 말에 정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내리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게 슬쩍 몸을 돌려 품에서 유연이를 내려놓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아야 - 아파. 힝”
아프다고 말하는 유연의 목소리에 바라보니 상에 머리를 부딪 힌 것 같아 미안했다. 조심하라는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가만히 화면을 응시하던 동룡은 왕조현이 예쁘다 말하고 단발에 얼굴 하얀 20-2버스 타는 정의여고 다니는 여자애 이야기를 하다 독서실 가디건 누나로 넘어가서 끝내 덕선이까지 오게 되었지만 정환은 아무말도 들려오지 않고 제 옆에 누운 유연을 보았다.
단발에 얼굴이 하얗고 붉은 빛이 감도는 입술을 보고 있지나 술 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유연이 때문인지 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팔아 너는?”
“뭐?”
“덕선이 말이야. 요새 조금 예뻐진 것 같지 않냐?”
“아니. 김유연이 더 예쁘지...”
뭐? 하는 물음에 정환은 아차 싶었다. 저도 모르게 한 말에 놀라는 아이들을 보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덕선이보다는 유연이가 더 났다고 그거라고 그거..조금 났다고..어? 야 그리고 다들 취했냐? 호박이 거기서 거기지 뭘 따져 물어 어이구 비싼 술들 쳐먹고 한다는 소리가..뭐냐”
정환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키득 거리고 웃었다 그때 뿡- 하는 소리와 함께 동룡이 방구를 끼고 아이들은 야-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 냄새가 방안에 가득해지는지 유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환의 품으로 파고드는 탓에 그는 멈칫하고 놀라서 움찔하며 바라보았다. 손으로 제 옷자락을 꼭 잡으며 가슴에 얼굴을 계속 파묻어 난처했지만 아이들에게 크게 티는 낼 수 없이 돌아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까부터 얼굴 뿐 아니라 아래쪽이 뜨거워지고 있었지만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정환은 아직 18세의 혈기 왕성한 소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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