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정환유연] 나의 소녀에게 01 :봉황당 골목

택이가 봉황당 골목에 이사를 오고 그 이듬해 여름방학 아이들 여전히 소독차를 따라갔다 돌아 왔을때 선우는 시끌벅적한 집안을 보면서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왔을때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그곳에는 태용이 삼촌과 숙모, 사촌 유연이도 함께였다. 

선우는 반가운 마음에 ‘김유연-’ 하고 제 사손을  부르자 말갛고 까만 유연의 눈동자가 선우를 잠시 응시하다 대문 틈으로 쏙쏙 내민 얼굴들을 확인하고 그 틈에 끼어 있는 택이를 보며 ‘택아-’ 하고 큰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베시시 웃었다. 


“어 택이구나.”

“안녕하세요.”


어리숙하고 어벙하게 보이며 고개를 숙이는 택이를 보며 유연은 붉은색의 구두를 신고 그의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택아 잘 있었나? 아푼데는 없제?”

“응 잘 지냈어. 너는?”

“내도 잘 지냈다. 택아 있지 내도 인자  오늘부터 서울에서 살기다. 울 아빠야가 인자 서울와  살아가 내도 서울 서 살 기다.”

“그렇구나.”


서울에서 산다고 말하며 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유연을 보며 정환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고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의 앞으로 다박다박 다가와 와- 니 와 웃는데? 라고 말하자 정환이 멈칫했다.


“어? 아니 나는 그런게 아니고.. 너가 웃겨서..”

“와? 내 와 웃긴데? 내 코미디가? 니가 뭔대 내를 보며 웃노?”

“아니 나는 너가 사투리를 쓰는게 웃겨서.”

“웃지마라. 내 하나도 안 재밌다. 니 나쁘다. 와 사람을 보고 웃는데.”



택은 당황했고 덕선은 그저 애는 무시하라고 아무 생각이 없는 애라고 말을 했고, 정환은 으르렁 거리듯 덕선을 향해 야- 나도 머리 있거든? 저는 바보가 아니라 설명을 하려는듯 했지만 동룡은 그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다가온 선우는 자신의 사촌이라고 유연을 소개하며 말했다.


“택이랑은 김해에서 같은 동네 살았으니까 이미 알지? 그리고 얘는 김정환이고 쟤는 류동룡. 그리고 얘는”

“나는 덕선이야 성덕선..반가워”


자신을 소개하고 반갑다고 인사하는 덕선이를 보며 유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반가움을 표현했다.  제 또래의 여자친구를 처음 보게 되엇으니 당연히 좋을 수 밖에,  그렇게 유연은 쌍문동 아이들 속에 스며 들며 친구가 되었다.





****


1988년 9월 간만에 대국을 마치고 집에 온 택이와 함께 그의 방에 모여서 영웅본색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한참 영화에 빠져 들듯이 집중하던 아이들 속에서 영화 감상이 한창이었다.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과자 봉지가 터지고 정환의 머리 위로 과자가 떨어지고 택의 바지 아래로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그리고 짜증이 난듯 정환이 투덜 거렸다.


“아- 미친새끼 이따 좀 쳐먹지.”

“미안”

“야 도룡뇽. 너는 진짜 이 방 니가 치울것도 아니면서 먹을 거면 있다 먹어. 어? 이 게 진짜 맞을라고.."


하아- 택은 한숨을 쉬었고 유연은 그런 택을 보며 옷이랑 머리를 털어주며 괜찮은지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택을 보며 정환이 말했다.


“야 가서 걸레 좀 가지고 와.”

“부엌에 술빵 남은것도 있더라. 우유도..”


걸레를 가지고 오라는 말에 택이가 일어나 나가고 동룡은 남은 술빵과 우유를 가지고 오라며 심부름까지 시키자 유연이 확 동령을 노려 보며 그의 팔을 때리고 꼬집으며 말했다. 


“니가 갖고 온나. 니가.. 와 택이 시키는데? 니가 가져와라 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동룡은 대꾸하지 않고 손으로 이리저리 저를 때리는 유연을 막았고 정환은 아 시끄러- 하고 두 사람에게 말을 하자 이번에는 유연이 그를 노려 보며 말했다.


“뭐 시끄러운데? 니도 시끄럽다. 그라고 니도 걸레는 니가 가져와라. 와 택이 시키는데? 어? 니도 손이 없나? 어 걸리 니가 갖고 와라.”

“야 뭐 그거 가지고 그래. 택이 집이고..”

“그래 야 니들이 갖다 먹어. 간만에 택이 집에 왔는데..”

“아 못들었어 못들었어-”


이번엔 덕선이 정환을 때리기 시작햇고 당황한 그는 왜 저한테 지랄인지 물으며 화를 내었다. 


“아 몰라- 너 때문이야. 아 애이름이 뭐냐고-”


덕선이 버럭 화를 내며 정환에게 소리쳤다.  그 말을 정환이 역시 언성을 높혀 소리쳤다.


“아 우리도 못들었어.”

“ 시끄럽다 고마 해라. 너들이 그래 소리치는데 들릴 것도 안 들린다.”

“송호연이래 송호연-”


선우가 송호연이라고 이름을 알려주고 난 후 6시를 알리는 시계소리가 들려왔고 익숙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저녁을 먹자고 아이들을 하나둘 부르는 목소리  목청껏 외치는 쌍문동 치타여사님의 목소리였다.


“김정환 밥먹으라고오-”

“선우야. 유연아 밥묵자”

“덕선아 밥 묵으라”


아이들에게 밥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부모님의 목소리,  가장 먼저 정환이 일어나며 택이가 가지고 온 술빵을 하나 집었다. 나도 간다며 덕선이 역시 술빵을 하나 집에 들고 나가고 간다 최사범- 하고 선우가 나가고 나도 가야겠다 라고 말하고 우유 두개를 잡는 동룡을 보며 유연이 말했다.


“니 우유 하나는 내려 놔라. 내끼다 그거.”

“싫은데 안 줄긴데.”

“무디야 내 놔라..내 끼다.”


유연이 나가며 동룡의 머리채를 확 잡아 낚아챘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으악 하고 넘어지는 동룡의 손에서 우유를 하나 빼서 가지고 나가는 유연을 보며 동룡이 말했다.


“저건 진자 쪼꼬만게 힘음 왜 이렇게 쌔.”


동룡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고 유연은 고모를 도와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차려 놓고 고모와 함께 만든 카레라이스를 선우는 동네에 배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고저곳을 돌아다니다니며 반찬을 나르며 오는 아이들을 보며 유연의 집 밥상에도 한상 가득 차려졌다.


“여는 항상 반찬이 매일 저녁은 푸집하게 먹는다 고모야.”

“맞다. 우리 유연이 많이 묵으래이.”

“고모도. 진주도. 선우니도 많이 묵으라.”

“어 많이 먹어-”


저녁을 먹으며 진주까지 챙겨주는 유연을 보며 자신의 아들 선우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덕선이의 올림픽 피켓걸 이야기부터 처음 들어본 마다가스카르 라는 나라의 피켓걸이 된 이야기를 하며 선영은 제 조카인 유연을 바라보았다.


“근데 우리 유연이도 하제 피켓걸..와 안했노.”

“내는 못한다 고모야.”

“와? 고모는 덕선이보다 우리 유연이가 더 이뻐서 하면 달 할것 같은데.”

“얘는 키가 안돼서 못한다고 그랬다. 적어도 160이상인데. 유연이는 158이잖아.”

“아니거던? 내 159거든? 1cm모자른 기거든?”

“그게 그거 아냐?”

“다르거든? 내 키 막 주랴지 마라.”


알았어. 라며 선우는 어서 먹으라며 볼에 붙은 밥풀을 떼어주자 그를 노려보며 하지 말라고 했고 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


담임선생님이 결혼하신다고 학급비를 모아 선물을 사주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천원을 선우에게 주고 난 후 자신에게도 1000월 주는 고모를 보며 괜찮다고 했지만 아빠가 니 용돈도 주고 필요한것 사 주라고 이번달 생활비를 고모한테 입금해줬다고 하며 주는 고모에게서 돈을 받아 도시락을 들고 선우와 함께 골목을 나오던  유연이는 파란 대문에서 나오는 정화늘 보며 말했다.


“뭐꼬? 덕선이는 안나오나?”

“몰라- 야 늦었어 빨리와.”


빨리오라며 뛰어가는 정환이를 보며 선우는 가자며 유연의 손을 이끌었다. 그때 막 대문을 열고 나오는 택을 보며 유연이 웃으며 손을 그에게 흔들며 말했다.


“택아 내 학교 간다.  당겨 올게.”

“응 다녀와.”


택은 멀어지는 유연을 한참 바라보며 우유를 뜯어 한 모금 마시고 미소를 지었다.




***


“덕선이는 오늘도 피켓걸 연습 간거야?”

“어- 아까 2교시 하고 갔어. 유연아 우리 떡복이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맞나? 안 그래도 내 도봉상가에  이문세 테이프 사러 갈라 했는데 그라면 테이프 사고 떡볶이 묵자.”



그래 하고 웃으며 도봉상가에 들려 이문세 테이프를 사고 떡볶이를 먹고 나오던 유연이는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동룡이와 정환이를 보았다. 뭐지? 쟤들이 왜 여기 있지 싶어 자현이와 미옥에게 재빠르게 먼저 인사를 하고 다급히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며 둘을 불렀다.


“야 김정환. 도룡뇽 -”


두 사람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 보았고 반대편에 서 있는 유연을 보며 멈칫했다.


“뭐꼬? 너들 와 저 짝에서 오는데?”

“어 아니 그게 말이지 유연아 우리가..”

“뭘 그냥 우리가 어딜 다녀오던 신경 꺼- 뭘 다 알려고 그래..”

“여 불량배들 다니는거 모리나? 큰 길로 다니라 겁도 없다. 근데 정환이 니는 오늘 아침에 그 신발 신고 간기가? 니 오늘 아침에 나이키 운동화 신지 않았나?”

“학교에 벗어 두고 왔어. 축구하다 젖어서 빨아서…”


축구하다 젖어? 무슨소리야 싶어 이상하다 싶은 유연이었지만 정환은 슬쩍 옆에 있는 동룡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이듯 말했다.


“너 입 다물어라 도룡뇽. 유연이가 알면 죽는다. 걔 알면 특공도 아니까 조용히 해”


유연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가 싶어 두 사람 앞으로 달려 갔지만 정환은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골목의 아줌마들은 언제나 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환이와 동룡이 뒤에 오는 유연을 보며 말했다.


“우리 유연이도 왔네.”

“안녕하세요. 어? 진주는요?”

“진주 벌써 선우랑 들어갔다.”

“네-”


네 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유연아-’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 보았고 선영은 혹시 요즘 선우한테 무슨 일 없는지 물어보자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말햇다.


“혹시 나쁜 아덜이랑 어울리고 그라는거 아니가?”

“그런건 없고. 그냥 학교에 미친개로꼬 재수없는 선배는 하나 있다 하던데요. 와요?”

“아니 그냥 고모가 선우 걱정 되가지고..”

“고만 해..좀- 아들 피곤하게. 유연아 들어가. 별일 아냐. 고모가 괜히 그러는거야. 있다가 저녁에 아줌마 집에 와. 오늘 감자샐러드 할 거야. 빵이랑 같이 발라 먹어. 유연이 그거 좋아하잖아.”


네- 라고 말하며 웃으며 집으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미란은 슬쩍 선영에게 물었다.


“잰 아직 남자친구 없지?”

“남자친구는 무슨 성님..쟈는 쑥맥이어가 남자 앞에 가면 한 마디도 못한다..낯도 엄청시리 가린다.”

“참말이가? 우리 덕선이 말로는 쪼만해도 여서는 동룡이한테도 정환이 한테도 안 진다고 하던데..동룡이도 억수로 맞는다 카고..”

“쟈는 여서만 대장노릇 하는기다. 그라고 야들을 소꿉친구 아니가…다른 남자들이랑 눈도 못 마주칠기다 저 가시네.”


그래? 하고 미란은 미소를 지었고 선영은 저래서 누굴 만나고 시집이나 갈지 모르겠다고 난중에 중매라도 시켜줘야 하나 싶다고 말했지만 어딘가에 다 짝은 있겠지. 라고 하는 말을 듣던 일화가 말했다.


“정 안되면 우리 노을이랑 결혼 시키면 되는거지 뭐. 안 그래? 그래도 노을이랑은 좀 친하니까.”

“우리 집에도 아들 둘이야. 하나 골라도 돼.”

“하기사 쟈가 울 언니야 닮아가 그라는데 그래도 뭐 언니캉 오빠캉도 동네 소꿉친구 아니가.”

“맞나? 사람일은 모르는 기제.- 혹시 알아? 여기 집들 중에 한 사람이랑 사돈 맺을지?”


그대로 베시시 웃으며 동네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는 담장 밖으로 넘어 갔고 주말이 지나고 난후 올림픽 까지는  보충수업이 없다는 말을 듣고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오며 미란은 그 동안 자신이 알지 못하던 일들을 선영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불량배에게 돈을 빼앗기고 신발을 빼앗긴 일 , 학급비를 천원이 아닌 3만원을 가져간 일 , 전교1등을 했지만 말을 하지 않은 정환이- 그렇게 아들과 대화를 하지 못하는건가 싶어 괜시리 사춘기 아들을 예민하게 건드리는거이 좋지 않은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다른 엄마들은 아들이나 딸이 다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집은  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저에게 관심이 없는것 같아 속상햇다.



다음날, 보라의 생일 당일 유연이는 식용유를 사다 달라는 고모의 말을 듣고 사서 돌아오다 울면서 나오는 덕선이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덕선아- 하고 그녀를 보며 말을 시키니 ‘유연아-’ 하고 말하며 와락 저를 껴안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나는 진짜 우리 집에서 필요 없는 딸 인가봐..내 생일만 맨날 언니랑 같이 해주고..내 이름만 덕선이고..”

“아니야 그럴리가…생일파티? 음 그럼 우리끼리 생일파티 할까? 케이크도 사고 초도 불고..올림픽 당일에 덕선이 생일이잖아. 그러니까 그 전날 어때?”

“응…고마워 유연아…”


유연은 웃음지으며 덕선에게 과자를 하나 사주고 마다가스카르가 불참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실망은 하지 말라고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잇다고 말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선우와 고모가 부둥켜 안고 울고 이는 것을 보았다.


“고모..선우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야 별 일 아니야.”


너무도 서럽게 우는 고모를 보며 유연은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그 울음의 의미를 알게된 유연이는 어쩌면 고모부가 안계시기에 마땅히 해줘야 할것들을 해 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 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부재가 자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 잘 알앗기에 미안 햇을 것이다. 그리고 고모부의 제사를 지내며 우는 고모를 옆에서 달래주며 다독여 주는 유연의 손길에 선영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모든것이 자신의 잘못인것 같아서 자신이 부족한 엄마인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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