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프로메어] 알데빗 자매

날계란 맞고 들어온 에리스와 그걸 보는 아이나

※ 소재는 리퀘스트 받았습니다.

“언니이―? 늦었네?”

찰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이나는 몸을 젖히고 고개를 쭈욱 뺐다. 그래봤자 부엌에서 현관이 보이진 않지만, 자기도 모르게 매번 그러는 게 아이나 알데빗의 버릇이었다. 문이 닫히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불편한 힐에 통 익숙해지질 못하는 에리스는 매번 내던지듯 구두를 벗곤 했다.

“언니?”

“…어, 응! 다녀왔어.”

대답이 느린 것에 비해, 목소리에는 이상하게 힘이 담겨 있었다. 그 미묘한 조합이 어쩐지 불길해서 아이나는 방금 물을 부은 냄비를 흘끔 바라보았다. 아직 끓어 넘치진 않겠지……. 예전에 한 번 불을 낼 뻔한 이후로 요리 중엔 부엌을 떠나지 말란 잔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고, 자신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긴 했지만… 최근의 아이나에겐 그런 자신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이 언니였다. 발걸음이 자기도 모르게 빨라졌다.

“무슨 일 있어?”

현관은 평소보다도 한층 어질러진 모습이다. 괜찮아! 욕실 쪽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언니의 대답을 한 귀로 흘리며 아이나는 바닥에 나뒹구는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무늬일 리 없는 희끄무레한 자국이 보였다. 표면에 달라붙어 꾸물대는 채로 천천히 추락하고 있는 끈적한 액체로부터 눈을 돌려 뒤를 바라보면, 어색한 표정의 에리스가 서 있다.

“아…아이나.”

허둥지둥하는 얼굴은 방금 세수한 덕에 말간 듯했지만, 외투가 더러워진 것은 그대로인 채다. 가방을 내팽개친 게 생각나서 후다닥 돌아온 모양이었다. 다급하게 다시 쓴 동그란 안경에는 아직 덜 마른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게…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 저기, 아이나는 별일 없었지?”

“응.”

짧게 대답하며 아이나는 에리스의 코트 깃에 달라붙은 달걀 조각을 떼어냈다. 가까이 서자 풍기는 비린내에 신선한 걸로 던졌네,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손을 뻗는 순간 언니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 내가 할게. 저번에 해봐서 아니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에리스는 코트를 홱 벗어들곤 동생이 쥐고 있던 핸드백도 낚아챘다. 블라우스에 감싸인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다. 언니, 하고 부르려던 말이 아이나의 혀끝에 걸렸다. 자신이 지금 그녀를 부른다면 언니가, 에리스 알데빗이, 영원히 이런 모습으로 박제될 것만 같은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삐익!

부엌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소리가 얼어붙은 침묵을 깨트렸다.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린 자매의 시선이 서로를 마주 보는 순간 아이나의 입이 제멋대로 열렸다.

“아, 내 정신 좀 봐! 톤지루 하고 있었거든. 저녁 식사가 아직이라 배고프지?”

입술을 달싹이던 에리스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아이나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동생의 발에 밟힌 계란 껍질이 부스러졌다. 바깥의 냉기가 아직 약하게 남아있는 언니가 그곳에 확실히 있다. 재가 되지 않은 채로, 바람에 흩날려 부스러지지 않은 채로.

한 호흡만큼의 포옹을 하고 떨어진 아이나의 뺨에 생기가 어렸다.

“언니. 어디 가지 말고, 얼른 씻고 와.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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