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언제나 by 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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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있지?”

맞은편에 앉은 검은 머리의 여성의 날카로운 지적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는 노트북에 고정해두었던 시선을 옮겨 상대방을 바라봤다.

“아, 아니야. 제대로 듣고 있었… . ”

“거짓말. 보나마나 뻔하지, 뭐. 내가 말도 안되는 헛소리나 한다고 생각하던 거 아니야?”

“아니래도… .”

여전히 불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약한 기색을 내비쳤다.

벌써 몇 번이나 진행된 상담이었다. 명목은 아마도 정신 건강 회복, 친구 간의 사소한 상담, 그 정도. 매번 상대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허무맹랭한 것들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괴물이나, 차원 이동, 죽음이나 부활에 관한, 그런 것들. 문제라고 한다면 이 이야기를 말하는 상대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망상이나 환각도 아닌 것 같고… . 덕분에 그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 외에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기껏해야 상대를 안심시키고 심적으로 긴장을 풀게 도와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는 없었다.

“나 이제 가봐도 되지? 저녁에 친구들이랑 밥 먹기로 했거든.”

“어? 어…, 그래. 가봐도 괜찮아.”

카페 문을 열고 나가는 상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몇 년 전, 우연한 계기로 말문을 트게 되었고 용케 그 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원체 숫기 없고, 말수는 더욱이 없는 자신의 몇 안 되는 친구라 정의할 수 있는 인물. 객관적으로 그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주변에 사람도 여럿 있는 것일 테고 제법 사이가 가까워 보이는 친구들도 있는 것일 테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어떤가. 무언가 도움이 되고는 있는 걸까. 직업 탓에 상담, 진료 같은 것들을 해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그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도.

그는 끝이 하얗게 바란 머리 끝을 만지작거렸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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