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D-5]

PARALLEL WORLD by Iy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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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부터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손을 들어 아침부터 우렁차게 울어대는 알람을 껐다.

그리고 시현이 다시 잠에 빠져들 때 즈음,

- ♬♪♩

끈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림이 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아니, 알람 끈 지 몇 분, 아니, 몇 초가 지났길래 또 울려. 끝날 줄 모르고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결국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박도영씨]

아침부터 자기주장을 마음껏 펼치는 알람을 끄기 위해 집어든 폰은 알람소리가 아닌 착신 화면이 반겨주었다. 알람이 아니라 벨소리였구나…. 잠깐, 그럼 아까도 알림이 아니었다는 소리가 되는 거잖아? 순간 아차 싶은 마음에 목소리도 가다듬는 것도 잊은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ㅅ…! 크흠! 여, 여보세요.”

“늦게 일어나는 편인가봐요?”

“늦게…요?”

도영의 말을 듣고 몇 신지 탁상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막 7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이 인간은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났길래….

“됐고, 오늘 시간 괜찮나 싶어서요.”

“그건 문자로 해도 충분하지 않나요?”

“전화가 더 빠르니까요.”

“아… 예. 그렇긴 하죠?”

그렇다고 이렇게 아침부터 전화를….

“아, 저 오늘은 알바가 있어서 시간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알바요?”

“네…. 특별한 일 없으면 10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데, 급한 일이신가요?”

“아뇨. 딱히 급한일은 아닙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네. 그럼 들어가세,”

- 뚝.

요….

어떻게 말하는데 확 끊어버리냐. 저번부터 보아 왔지만 본인 할 얘기, 정말 용건만 얘기하고 가차 없이 끊어버린다. 시현은 도영의 이 훌륭한 전화 매너에 감탄하며 간신히 침대에서 일어나 알바 갈 준비를 했다. 예정보다 조금 빨리 일어나긴 했지만 도영의 전화가 모닝콜 역할은 제대로 해주었다.

“본의 아니겠지만 모닝콜로 애인 대행은 제대로 해주셨네요, 박도영씨.”

잠이 확깨네 정말….

-

아침엔 괜찮았던 속이 시간이 갈수록 뒤집어지는 기분이다. 어제 체할까봐 소화제까지 먹었건만 강준과 때 아닌 치맥파티에 결국 속이 얹힌 모양이다. 시현은 불편한 속을 붙잡고 가게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 시현이 왔어?”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기우가 아침부터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뭐, 울상인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보기 좋으니까 시현도 그러려니 하며 기우에게 다가갔다.

“형,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어요?”

“암~ 좋지, 좋아~. 어제 매출이 최고치를 찍었거든. 어때 오늘?”

기우가 술마시는 제스처를 취하며 시현에게 신호를 보내왔으나 시현은 오늘도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는 몸상태를 가지고 가게를 온 상태이다. 역시 자본주의가 사람을 웃게 만든다니까. 난 곧 울겠지만. 돈이라고 다 좋은게 아니에요 형….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기우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가게 유니폼 앞치마를 두르며 오픈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같이 있는 사람의 기분이 좋으면 괜히 그 기분에 동화되어 같이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가. 불편한 속은 그대로지만 시현은 괜스레 업되는 기분에 비교적 가벼운 몸동작으로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시현은 속이 계속 좋지 안흐면 이따 손님이 없을 때 기우에게 잠깐 말하고 약국이라도 다녀올 생각이었다.

오픈 준비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커피 머신까지 점검한 뒤 마무리를 지었다. 오전의 카페는 나름 한가하고 평화로운 편이라 살짝 여유있게 해도 되었다. 실제로 손님도 아직까지 오지 않아서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지금이 적기일 것 같다는 생각에 시현은 기우에게 약국이라도 다녀오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 딸랑.

“어서오세,”

“아르바이트 한다는 곳이 여긴가요?”

도영이 타이밍 좋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 그 쪽이 왜 거기서 들어와…?

오늘은 아침부터 기우의 기분도 좋았고, 덕분에 시현의 기분도 덩달아 좋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 오픈도 상당히 여유롭게 마쳤고,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현의 기분을 단 한 순간에 바닥까지 깨부셔준 사람이 등장했다.

오늘내로 무조건 약국이든 병원이든 간다.

-

아니, 연락 주신다고 했지. 만나자고 안 하셨잖아요, 박도영씨!!!!!

시현의 이 소리없는 아우성을 들을리 없는 도영은 카페 안을 모델처럼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시현은 카운터로 가까워지는 도영을 멍하니 서서 쳐다보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했기 때문에.

“시현아, 주문 안 받아?”

가만히 서서 상념에 빠진 시현을 깨운 것은 기우였다.

“네! 지금 받아요. 어떤 음료 주문하셨죠?”

“에소프레소 한 잔이요.”

“네. 드시고 가시나요?”

“아마도?”

그 냥 가 세 요 . . . !

시현이 속으로 울면서 외쳐봤자 도영에게 들릴 리 만무하겠지만 그래도 손님으로 온 이상 웃는 얼굴로 도영을 상대했다.

“네, 그럼 계산할게요.”

“여기요.”

“계산 되셨구요. 앉아 계시면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도영이 내민 카드조차 빛이 나 보일 지경에 이르던 시현이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 도영에게 진동벨을 주는 대신 자리로 안내했다. 잠깐 주문만 받는 것 뿐인데도 아까부터 시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도영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커피는 형한테 갖다 달라고 해야겠다.

“저, 사장님….”

“왜? 우리 시현이는 꼭 뭐 부탁할 때만 나한테 사장님~ 사장님~ 그러더라. 뭔데 이번엔?”

“그게, 이거 사장님이 저 분한테 가져다주시면 안 돼요?”

“뭐. 못 할 건 없지만, 왜? 저 사람한테 무슨 죄라도 지었어?”

“아니요, 그냥요.”

빨리 나오는 커피를 골랐기 때문에 시현은 기우를 툭툭 쳐가며 얼른 갔다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기우는 얘가 왜 이래, 오늘따라.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정확하게 따져 묻지 않고 시현의 부탁대로 도영에게 커피를 가져다주기 위해 움직였다.

커피를 가져다주는 기우의 뒷모습을 보던 시현이 안심하고 있는데, 함흥차사도 아니고 돌아와야할 기우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왜 안 오지? 시현이 슬쩍 도영의 자리쪽을 목을 빼고 살펴보는데 기우와 도영이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즐겁게? 박도영씨와? 즐거울 것이 있던가? 강한 의구심을 들고 있던찰나 때마침 손님이 들어와 시현의 신경을 분산시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현의 신경은 온통 도영의 자리로 쏠려 있어 하지도 않던 주문실수까지 범하게 되었다.

시현이 주문받은 커피를 내리고 있을 때 쯤에야 기우가 언제왔는지 아침에 봤던 얼굴에서 조금 더 음흉한 얼굴로 시현에게 달라붙었다. 이 형이 왜이러나 싶어 곁눈질로 흘겨보던 시현이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그런 시현을 못 본척 하며 주위를 맴돌기만 한다.

“형. 왜그래요, 아까부터? 신경쓰이게.”

“우리 시현이, 역시 내 복덩이라니까~ 어디서 저런 거물을 물고 왔어?”

“…네? 무슨 소리세요?”

무슨 얘기가 오갔길래 자신에게 이런 소리를 내뱉는가. 싶은 시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기우를 바라보았다. 기우는 그런 시현의 반응에 더욱 더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시현의 팔을 콕콕 찔러온다.

“저 사람, 네 애인이라며? 시현이 너 이놈! 면접 준비 하는 사이에 애인도 다 만들고 아주 장하다, 장해.”

“네에????? 저 사람이 직접 저렇게 얘기 했어요?”

“응. 너는 부끄러워서 말 못 할 거라고 하면서 그러던데? 그래서 내가 서비스~도 가져다 주려고. 너 잘부탁 한다는 의미로 말이야.”

아니. 무슨 얘기를 한 거에요 박도영씨…. 아마 시현이 물을 마시고 있는 상태였다면 단번에 기우의 얼굴에 뿜어버렸을 것이다. 하하호호 웃으면서 이야기 하던게 다 이런 얘기들을 한 거였어?

시현은 기우의 손에 들린 케이크를 빼앗아 직접 도영에게 가져다 주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기우는 그런 시현을 흐믓하게 바라보다 진동벨을 울리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딱 봐도 돈 많아 보이는데, 알파나 되려나?

-

“박도영씨!”

“오셨습니까, 앉으세요.”

“앉긴 뭘 앉아요. 사장형한테 애인사이라고 말하셨다면서요!”

“맞잖아요. 애인사이. 물론 대행이긴 하지만. 이것까지 말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그렇긴한데….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특별한 일 없으면 풀타임 근무 하신다길래, 특별한 일을 만들러 왔습니다만.”

“특별하긴 하네요…. 다들 여기만 쳐다보고 있는 것 보니.”

시현의 말 그대로 도영의 얼굴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너도나도 안 그런 척 하며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해서든 도영을 내쫓을 방법을 찾으려 기우를 바라보는데 기우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놀다 오라는 입모양과 함께 해석하기 어려운 제스처를 취한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 젓자 기우는 나름 무서운 표정으로 거기 있으라는 눈빛을 보내온다. 허망한 표정으로 도영을 바라보니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시현과 기우의 바디랭기지를 관전하고 있었다.

“시현씨 사장님은 오늘 하루 시현씨 빌려도 된다고 그러던데요.”

“네…? 제가 물건도 아니고 빌리긴 뭘 빌려요?”

시현은 기우를 향해 살짝 노려본 뒤 도영에게 장화신은 고양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은 안 했지 가라는 무언의 간절함을 호소하였지만 그 간절함은 도영에겐 전해지지 않았는지, 시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가볍게 무시하며 시현에게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 의문을 가지며 도영을 쳐다보니 도영이 앞치마를 향해 조용히 고개로 가리켰다. 아…. 이 사람 사전에 진심밖에 없나보구나…. 기우도 허락했겠다, 도영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죽치고 여기 앉아 있을 기세였기 때문에 시현은 울며 겨자먹기로 앞치마를 살살 푸르며 도영에게 건네주었다.

도영은 커다란 보폭으로 카운터로 건너가 기우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이내 기우가 신이나서 도영의 카드를 받아들더니 카운터로 가 신나게 뭔가를 계산했다. 불안한 마음에 당장 카운터로 달려가 확인하니 카페에 있는 모든 메뉴들을 긁은 모양이었다.

“박도영씨, 뭐하시는 거에요?”

“시현씨 하루 빌리는 값 계산하는 건데요.”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기우는 시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데이트 잘 하고 오라며 등떠밀며 카페 밖으로 내쫓아냈다. 오늘 하루 여기 오면 혼난다는 말을 남기며 기우는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오늘 특별한 날이니 데이트라도 할까요, 현시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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