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준호] 에이스와 부주장의 육아사정 prologue
-태웅이와 준호가 육아(?)하고 썸도 타는 이야기-
북산의 에이스, 슈퍼 루키 서태웅. 농구 코트에선 무엇 하나 무서울 게 없는 그였지만 그런 서태웅에게도 대하기 어려운 존재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삼촌!"
자신의 조카였다. 거실에 있던 태웅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복도로 나왔고 현관에서부터 달려온 조카가 오락 하고 그에게 달려왔다. 외탁을 했는지 태웅과 쏙 닮은 6살짜리 조카, 세준은 태웅을 무척이나 잘 따랐다. 유전인지 어떤지 몰라도 세준 역시 농구를 좋아했다. 태웅을 보면 매번 농구하자고 조를 정도였고 신라중은 물론 북산고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하는 태웅의 모습에 눈을 빛냈다. 태웅은 그런 조카가 귀여우면서도 어려웠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들이 어려웠다. 학교나 농구부의 후배들은 괜찮았다. 뭔가 지시를 내리거나 알려주면 다들 거기에 금방 수긍하고 알았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귀엽지만 컨트롤이 되지 않는, 자신이 이해할 때까지 왜? 라는 질문을 하는 어린 존재가 태웅은 부담스러웠다. 그나마 세준은 태웅을 잘 따라서 아직까진 태웅을 곤란하게 한 적은 없었고 태웅 역시 아이가 부담스럽다고 해도 조카를 외면하는 모진 성격은 아니었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태웅은 종종 누나로부터 조카를 봐달라는 부탁을 받곤 했다. 물론 태웅이 혼자 보는 게 아니라 그의 어머니-세준에게 있어서는 외할머니-가 함께 했기에 별로 어려울 건 없었다. 조카를 '돌보는 일'은 대부분 태웅의 어머니가 했고 태웅은 조카와 농구를 해주는 게 전부였다.
"삼촌~ 오늘도 농구하자 응?"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 농구하자는 세준을 안아들며 태웅은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웅이 볼 때도 세준은 본인을 많이 닮았다. 무표정한 얼굴이 디폴트인 자신과 달리 세준은 표정이나 감정이 풍부했고 그 점은 자신의 누나를 닮은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누나보다는 매형을 닮은 거려나. 현관에 서 있는 제 누나를 향해 다가온 태웅을 보며 누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태웅아 엄마도 없는데 애 맡기고 가서"
태웅의 부모님은 오늘 지인들과 당일치기 여행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집에 없었다. 누나가 세준을 맡기는 것도 갑자기 결정된 거라서 태웅은 오늘 하루 종일 홀로 세준과 시간을 보내야했다. 어머니 없이 아이를 보는 건 처음이라 솔직히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 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말은 굳이 덧붙이지 않았다. 그의 누나는 세준의 짐을 한쪽에 내려놓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태웅에게 건넸다.
"내일 아침에 세준이 데리러 올게. 그걸로 세준이랑 맛있는 거 사먹어. 너 필요한 거 있으면 사도 되고"
"...그럼 운동화 사도 돼?"
"응, 사도 돼."
그래도 너무 비싼 건 안돼. 라는 누나 말에 태웅은 살짝 입술을 삐죽이고는 주머니에 카드를 넣었다. 세준은 태웅의 품에 안겨서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제 엄마를 배웅하고 있었다.
"엄마, 잘 다녀와!"
"응, 우리 세준이 잘 놀고 있어~ 그럼 부탁할게."
태웅의 누나도 세준에게 손인사를 하곤 문을 열고 집을 떠났다. 누나가 떠나고나자 조용한 집안에는 태웅과 조카 둘만이 남았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앞으로 태웅은 약 24시간 조카와 함께 있어야 했다.
"세준아, 점심 먹었어?"
"웅! 엄마가 토스트해줬어~ 삼촌이랑 바로 농구하러 갈거라고 했더니 엄마가 먹고 가야한댔어!"
세준은 태웅의 품에서 내려와 현관 앞에 내려둔 제 짐을 뒤졌다. 짐 가방에는 세준의 옷과 장난감 등이 있었고 당연히 아이들이 쓰는 작은 농구공도 있었다. 농구공을 손에 든 세준은 태웅을 올려다보며 농구하자 삼촌 하면서 웃었다.
"나 드리블 연습 열심히 해써! 슛 하는 것도! 삼촌한테도 보여줄게!"
드리블 하는 시늉을 하는 세준의 머리를 태웅은 가볍게 쓰다듬었다. 지금 시늉만 한 건 아마도 집에선 공을 가지고 놀면 안된다는 엄마의 말 때문일 것이다. 태웅도 누나에게 그렇게 혼나곤 했으니까. 태웅과 13살 차이 나는 누나는 누나이면서도 어쩔 때는 부모같았다. 아마 지금의 세준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싶었다. 누나에 비교하면 자신은 아직 서툴지만.
"응, 농구하러 가자. 삼촌 옷 갈아입고 올게. 먼저 신발 신고 있어. ...혼자 신을 수 있어?"
"당연하지! 나 신발 혼자 잘 신어!"
"그래, 그럼 신고 기다리고 있어."
세준을 혼자 두고 태웅은 자신의 방으로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에 자신이 쓸 농구공을 챙겨서 나왔다.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현관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 하지만 아이가 사고를 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준아?"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할 세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신발도 보이지 않았고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태웅은 뭔가 생각하기 전에 바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마당 문을 지나 아이의 걸음으로 10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세준은 공을 튀기고 있었다. 아마 태웅을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공을 가지고 놀려고 밖으로 나온 듯 했다. 세준아 하고 이름을 부르자 아이는 쪼르르 달려왔다.
"삼촌이 기다리고 있으랬잖아."
"그치만 삼촌이 늦게 나왔자나~ 계속 기다렸는데!"
세준은 오히려 태웅이 잘못했다는 듯 입을 쭉 내밀었다. 겨우 5분 걸렸다는 걸 아이에게 이해시키는 건 태웅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라면 여기서 뭐라고 하셨을까.. 라고도 생각해봤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기보다는 누나에게 얘기해 맡기는 게 좋겠다 라는 결론을 내린 태웅은 세준의 손을 잡고 앞으로 혼자 먼저 가면 안돼 라고만 얘기했다. 세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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