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테르seter, 초혼招婚.

[준섭달재] 초혼招婚 00.

서장, 시선고착視線固着.

초혼招婚.

슬램덩크 2차 창작, 세테르seter 준섭달재.


시선고착視線固着.

무척이나 어여쁜 아이. 외면의 생김새가 아니라 내면에 품고 있는 선하고 깨끗한 영혼과, 누군가를 당연하게 배려할 줄 아는 마음씨가 오죽이나 어여뻐서 눈길이 갔던, 그 애. 때문에 송준섭은 그 애를 처음 본 순간 스스로의 본분도 잊은 채 그저 멍하니, 동생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아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울며불며 가지 말라고 붙잡던 동생을 내버려 둔 채, 친구들과의 약속을 핑계로 일상이나 다름없는 보트 낚시를 나갔다가 그 아비가 사망한 지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아비와 똑같은 선박 사고로 죽어버린 장남.

연잇는 불행. 줄지어 치르는 초상. 남은 가족들 사이에서 송준섭의 이름은 완전한 금구禁句가 되었고, 사정을 아는 동네 사람들, 유소년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조차 쉬쉬하며 처음부터 없는 사람처럼 변해버린 자신의 존재를, 송준섭은 차마 원망조차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여 가족들과, 동네와, 유소년 농구 관계자들의 반응에 가장 크게 상처를 입는 건, 하필 죽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 나이에 자신을 잃어버린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동생 송태섭이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앞세워 보트 낚시를 나갔다가 죽어버린 건, 온전히 송준섭 혼자만의 결정이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불러온 죽음이었을 뿐, 스스로가 죽은 걸 인정 하지 못하여 죽었다는 사실에 원망을 품어 원귀로 지낼 적에도, 가지 말라고, 같이 농구 하기로 했잖느냐며 떼를 쓰는 동생을 말을 들을걸, 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품었을 뿐, 태섭이를 원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보트의 모터 소리와 파도가 철썩거리는 소리에 묻혀, 귀여운 비속어를 쏟아내던 동생이 기어코 악에 받쳐 저주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내뱉은 줄도 몰랐다. 그저, 쏟아지는 바보멍청이해삼멍게말미잘, 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비속어의 향연에 어지간히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형이 미웠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뿐, 어린아이가 홧김에, 치기 어린 마음에 내뱉은 말 한마디에 정말로 자신이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섭이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거겠지. 송준섭 본인은 들은 적도 없는 말 한마디에 스스로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곯아 들어가는 동생을 바라보는 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곤 원망뿐이던 원귀조차도 정순한 영혼으로 되돌릴 만큼 커다란 충격을 동반한 고통이라서.

동생의, 송태섭의 수호령이 되어 스스로의 영혼을 태섭이의 영혼에 종속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도 그랬다. 일상에서의 느껴지는 허무하고 공허한, 가슴 한구석이 완전히 텅 비어버린 듯한 심정을 겨우 버텨내고서 처음으로 주전으로 출전한 공식 경기에서, 치료가 전혀 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무신경한 사람들에게 끔찍하게 헤집어져. 그저 가만하니 다정한 위로가 필요했던 동생에게 아무런 위로를 건넬 수 없고, 자신과 동생을 겹쳐보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으셨던 어머니께 괜찮단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는 처지가 그렇게나 비참할 수 없어서. 송준섭은 선조들의 걱정 어린 경고에도 불구하고 동생의 수호령이 되어, 동생에게 영혼을 저당 잡혀 살아가는 사바娑婆에서의 삶을 택했다. 다정한 위로 한마디, 괜찮단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는 삶이라면 하다못해 쭉,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동생과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영혼으로나마 보살핀다면 마음의 짐이라도 좀 덜 수 있겠지 싶어서.

 ―준섭이 너는 다정하니까, 언제라도 사바의 일에 물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구나.

이름조차 생소한, 몇 대조 할아버지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산신령처럼 길게 늘어트린 수염을 자랑스럽게 쓰다듬는 버릇이 있는 선조 한 분이 말하던 걱정을, 송준섭은 지금의 상황이 되어서야 겨우, 이해했다. 수호령이 되어 조상신이라는 이름으로 동생의 곁을 떨어지지 않고 머무른 지도 제법 시일이 흘러, 태섭이도 학년이 올라가 반이 바뀌었다. 작년 태섭이의 담임은 좋은 사람이긴 해도 매사에 꼼꼼하지는 못하던 사람이라, 준섭은 학기 첫날부터 이것저것 아이들의 성격이며 관계를 고려하여 밤새도록 자리 배정을 했다는 열정적인 성격의 동생의 새 담임 선생님이 마음에 들었다.

 ―수호령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의 운명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단다. 그러니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만 보아도 돼.

준섭의 결심이 굳건하다는 걸 깨달은 선조들 중 어느 분이신가가 그렇게 충고한 이유도, 이해가 갔다. 단순히 같은 반이기만 해도 다행스러울 일인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태섭의 옆자리로 배정된 아이는, 그때 그 아이였다. 언제인가 복도에서 태섭이 곁을 스쳐 지나가던, 보기 드물게 선하고 깨끗한 영혼 때문인지, 잔상처럼 공덕功德이 깃들어 신기한 마음에 시선을 빼앗겼더랬지. 내심, 저런 아이가 우리 태섭이랑 친하게 지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던 게 사바에 영향을 끼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작년에는 내도록 서로 엇갈리기만 하던 아이와, 봄학기를 맞았단 이유로 짝이 될 이유가 없으니까. 선조들이 조상신으로 쌓아온 자신들의 덕德을 나누어 줄 테니, 그만큼 사바에 영향이 갈 만한 일은 생각조차도 하지 말라며 단단히 언행 단속을 사던 순간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러나 준섭은 자신으로 인해 찾아온 변화를 기쁘게 맞이했다.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성격 때문인지 주변의 악의를 민감하게 느끼는 태섭이의 성정에 고스란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의 처지로는, 동생의 곁에 저토록 선하고 깨끗한 아이가 머물러 준다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봄. 새학기의 첫날, 새롭게 반을 배정받고, 열정과 의욕으로 가득 찬 담임의 손에 나란히 앉게 된 아이들은,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벌써 친해져서 웃고 떠드는 사이에서도 묵묵하게 할 일을 할 뿐, 그럴싸한 대화 한 마디 건네지 않는다. 태섭이처럼 소극적인 성격인 건가? 원래 과묵한 성격이니, 설마? 그렇다기엔, 영혼 가득히 공덕이 흘러넘쳐서 주변을 적실 정도인데. 준섭은 동생의 앞자리 의자의 등받이에 대충 엉덩이를 걸친 흉내를 내며 말없이 아이들을 관찰한다. 운동부 남자아이답게 꾸민 더블 컷, 살짝 날카로운 기미가 있는 반듯한 눈매와 아래로 부드럽고 느슨하게 휘어진 눈썹은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을 준다. 전학을 온 첫날에 점심시간에 태섭이가 남몰래 학교 농구부를 훔쳐보며 입부 할까 말까 망설이던 순간을, 송준섭은 아직도 어제처럼 기억한다. 하필 그날, 같은 반 불량 학생의 폭력과 맞닥뜨리며 입부를 체념했던 순간도…… 그러고도 며칠을 미련이 남은 듯, 체육관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스쳐 지나간 사람이, 지금 동생의 곁에 앉아서 성실하게 교과서에 이름과 반, 번호를 적고 있는 아이였다.

“있지. 너 가끔 농구부 보러 오던 애 아냐?”

외면만큼이나 단정하고 나직한 목소리에 태섭이 깜짝 놀란 듯 고개를 퍼뜩 돌린다. 놀란 순간의 얼굴을 숨기지 못해 땡그랗게 뜬 눈매가, 어린 시절 함께 농구를 하거나 아라와 셋이서 여름방학을 지내던 시절에나 보여 주었던, 어리광 섞인 표정이다. 이젠 어리광을 부리지 않겠다는 듯, 어머니 앞에서도 아라 앞에서도 더이상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서, 준섭도 죽고 나서는 영영 본 적이 없는 표정이다. 그걸, 이렇게 다시 볼 날이 찾아오다니. 여전히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던 태섭이 서둘러 표정을 가다듬고, 그럼에도 여전히 망설임이 남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이다가 묻는다.

“날 알아…?”

“가끔 와서 구경하던 거 봤어. 나는 농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석에서 기초 훈련만 하고 있거든.”

아이의 대답에 태섭이 아…. 하고 앓는 소리를 뱉는다. 끝끝내 농구부에 입부 하지 않고,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야외 농구코트에서 저 홀로 하는 농구가 지치고 힘들어질 때면, 태섭은 도둑처럼 슬그머니 체육관을 찾아가 찔끔찔끔, 운동부치고는 제법 단란한 팀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농구부 아이들을 구경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농구부 부원에게, 그것도 오늘부터 짝으로 지내야 하는 아이에게 들켰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겠지. 사실은 이 형아도 재미있게 구경했단다. 태섭이 네가 도둑 흉내 내는 모습 말이야. 들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준섭은 생글생글 웃으며 아이들의 대화에 끼어든다. 그런 준섭의 목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그 애가 똑같은 타이밍에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마저 잇는다.

“사실은 나도, 초등학교 때는 그냥 지나가면서 구경만 했거든. 중학교 올라와서 용기를 내 봤어.”

여태까지 보아왔던 그 애는 단정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는데, 웃으니까 무척이나 순하고 동글동글한 인상으로 변했다. 뺨을 부드럽게 늘어트리고, 눈매는 몹시도 가늘어지면서 위쪽으로 삐죽하니 치켜 올라간 모양새가 새앙쥐를 닮아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인상을 남긴다. ……약간, 태섭이랑 분위기가 닮은 구석도 있고, 둘이 정말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준섭은 기대감에 젖어 양손을 꾹, 움켜쥐었다.

“……그래?”

“응. 내 주변에는 농구 하는 애들이 없어서… 집에서 좀 멀리 가면 야외 농구코트가 있거든. 거기서 동네 형들이 하는 거 구경하다가, 나도 직접 해보고 싶어서 중학교 입학하자마자 농구부에 들었어. 달재라고 해. 이달재.”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낯선 사람에게는 여전히 말 한마디 붙이지 않는 태섭이에게, 동생이 애착을 가진 거라는 걸 분명한 농구를 대화 주제 삼아서 차분히, 서로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로 물꼬를 튼다. 아주 당연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다정한 화법에, 태섭이도 낯선 사람을 향해 으레 내세우던 따끔따끔한 경계심을 슬쩍 누그러트리곤, 쑥스러운 기색을 애써 숨기며 제 이름을 밝힌 아이를 향해 통성명을 한다.

“나는… 송태섭이야.”

아, 내 동생 너무 귀엽다. 준섭은 태섭이의 말랑말랑 다람쥐 같은 볼따구를 마구 주무르고 싶은 욕구를 애써 억눌러 참으며, 동생과 그 애, 이달재가 하는 서툴고 사랑스러운 담소를 코앞에서 당당하게 훔쳐 들었다. 사실, 송준섭은 자신이 이렇게 일찍 죽을 줄 알았다면,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그 며칠 후, 형제간의 비밀기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그 날의 바닷가에서 태섭이에게 내가 주장이고, 너는 부주장이라고 했던 책임 무거운 말을 건네지 않았을 거다. 아니, 하다못해 자신이 죽은 게 아니라 식물인간이라도 좋으니 살아만 있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태섭이에게 그때 그 말은 자신의 말실수라고, 너무 크게 신경 쓸 것 없다고 전했을 텐데. 죽어서는, 신기가 있거나 귀안이 트인 사람이 태섭이 주변에 있는 게 아닌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뜻을 전할 방도가 없다. 아버지에 이어 장남인 자신까지 잃은, 마음씨 여린 어머니를 지탱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 송준섭도 동의하는 바였지만, 그게 어머니를 쏙 빼닮은 태섭이라는 건,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은가.

태섭이도 아직은 여전히 누군가가 퍼부어주는 위로가, 누군가의 다정한 쓰다듬음이 필요한 나이인데, 어머니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를 배려하여 저 홀로 마음의 상처를 삭이고, 어리광을 부리지 않게 되면서, 자신이 살아있던 시절의 뽀야니 해맑고 귀여워 몽글몽글하던 송태섭이 점점 단단하게 움츠러들어, 뾰족한 성정만을 겉으로 드러내며 지내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이대로 영영 내 사랑스러운 동생의, 어리광 가득히 몽글몽글하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까 봐 걱정하던 차에, 그 애, 이달재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태섭이에게 다가와, 당연하다는 듯 배려와 다정함을 퍼부어 송준섭에게 다시금 동생의 몽글몽글하던 어리광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게 해준, 은인이나 다름없다. 첫인상이 워낙 좋았던 점도 있지만, 오직 동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 하나로 원귀에서 벗어나 끝끝내 수호령이 되어 조상신 반열에 오른 송준섭으로선, 응당 달재에게 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 호감.

정말로 그저, 고마운 사람을 향한 호감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준섭은 초조한 마음에 엄지손톱을 물어뜯는 시늉을 한다. 생전에는 없었던 버릇이다. 근래에, 다정하고 상냥하게 웃으며 태섭이 곁을 지켜주는 달재를 마냥 하냥 응시하면서 생긴, 새로운 버릇.

……정말로 그냥, 나는, 달재가 좋은 아이라서.

동생과 함께 있는 그 애를 바라보며 행복할 뿐이었는데.


상대를 편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실없는 이야기만 자꾸 하게 되는 건, 저희들 세 남매가 타고난 말버릇이다. 다르게 본다면 자신들의 나이 터울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어서 더더욱 그런 버릇이 길든 걸지도 모르지만. 태섭이와 그 애는 다른 아이들처럼 금방 허물없이 야 너 하는 사이는 아니어도, 학기 초에 처음 말을 튼 사이치고는 꽤나 친해져서, 원체 내향적인데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배척하는 동생의 성격에도 느닷없이 실없는 이야기를 흘릴 만큼 그 애를 친숙하게 여기게 된 건 분명하다.

……고향을 떠나온 이후로는 특히나 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던 아이가 불쑥, 제 이야기를 꺼낼 만큼. 반듯한 눈매가 깜짝 놀라 휘둥그렇게 커졌다가, 슬쩍 고개를 숙여 태섭이의 표정을 살피고는, 금세 들었던 말을 모른 척 한다. 이번 주 당번은 운동부인 너희 둘이니까, 하는 이유로 잔뜩 떠맡겨진 교보재를 한 아름 떠맡아, 손에 한 짐 끌어안은 걸 떨어트리지 않고, 앞을 보지 못해 넘어지지 않도록 애쓰느라 태섭이도 정신이 없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불쑥, 자신의 이야기가 튀어나온 걸 테지만…. 준섭은 괜히 초조한 마음이 들어, 연신 손톱을 물어뜯는 시늉을 한다. 원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태섭이다. 어쩌다 한두 번, 내년이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될 아라의 이야기를 꺼낸 적은 있어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입에 담은 적이 없는 아이. 무엇보다…… 아라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항상 어제, 그저께, 혹은 아침에, 하고 일상 속에서 있는 일이라는 걸 여지없이 드러내는 가까운 시간 감각과 달리, 방금 전 실없이 흘린 자신의 이야기 속에는 그런 게 없다. 밑도 끝도 없이,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순간의 일인 양 꺼낸 이야기는 관찰력 좋은 그 애에게 지나치게 많은 걸 알려준 셈이다.

이따금 저 멀리…… 서해 바다 너머 수평선 어딘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늘, 무언가를 찾는 듯 보였더랬지. 태섭이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게 무엇인지, 누구인지 아는 준섭의 눈에도, 철이 들고 나서야 자신이 사고로 죽었다는 걸 인지하게 된 아라도, 말없이… 그저 자신을 추억할 뿐인 어머니도 태섭이의,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시선을 알 정도이니 어쩌면 그 애도…… 이따금 자신을 찾아 헤매는 태섭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바다를 낀 동네에서 살다 보면 누군가는 당연히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니, 인천에서 태어나 쭉 인천에서 살았다는 달재에게도 비슷한 경험을 귀동냥했을지도 모르고.

다만 확실한 건, 그 애, 이달재는 태섭이의 실없는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간 탓에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태섭이를 위해서, 그 애는…….그, 애는.

어쩜 그토록, 어여쁜 영혼에 그리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져서. 송준섭은 반짝반짝, 달재의 영혼이 새로이 공덕을 품은 채 빛나는 모습을 하염없이,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볼 뿐.

시선을 뗄 수 없다.

송준섭은 이달재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공미포 5,584자.

원래는 최대한 뽕빨물 느낌이 나도록 시간순으로 다양한 레퍼토리의 침대사정 에피소드(...) 물에 스토리 약간 첨가로 가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스스로도 불만과 아쉬움이 남아서... 사실 맨 첨에 구상한 것도 그렇고 이후에 해홍기와 연결되면서 생긴 여러가지 요소가 사회적으로 상당히 부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어서 안 쓰려고 했어요.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욕망에 패배했습니다. 적당한 부분에서 적당히 뭉개고 다듬어서 쓰려구요. 덕분에 올해(2023년) 안에 소장본으로 내려고 했던 계획은 허사가 되어버렸습니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아무튼 상기한 여러가지 요소로 인해 초혼은 해홍기와 달리 서장 제외 연재분 전체에 성인물과 트리거 체크를 걸고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거 바로 다음 내용부터가 귀접이라서(이하생략) 준섭달재 메인이지만 준섭달재를 제외하면 송태섭보다는 정대만의 비중이 아주 쪼끔 더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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