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대만/파트너

동오대만/불길에 휩싸이다

파트너 (1)

  • 가이드 최동오 X 센티넬 정대만

  • 초단편 연작입니다(아마도)

검다. 자신의 파트너와 처음 만난 최동오는 생각했다.

 

동오대만/불길에 휩싸이다

 

검은색 복면이 얼굴의 반을 가렸다. 그 밑으로도 검은색의 향연이었다. 옷도 보호구도 전부 검은색. 검지 않은 것은 왼쪽 무릎을 감싼 보호대뿐이었다. 불을 다룬다는 그는 불보다 그을음에 가까워 보였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복면을 내리며 최동오에게 다가왔다. 무심결에 보호대를 착용한 무릎에 시선이 갔다. 똑바른 걸음걸이였다.

 

최동오는 복면을 벗은 그의 안색을 살폈다. 나쁘지 않았다. 그가 시원스럽게 웃으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대만입니다."

 

최동오는 마주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최동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대만은 최동오의 손을 잡지 않았다.

 

최동오는 정대만의 눈치를 살폈다. 센티넬은 임무에 나서기 전 가이드와 가벼운 신체 접촉을 갖는다고 들었다. 응원의 뜻으로 주고받는 가이딩이라고 했다. 첫 만남에는 악수가 적당하다고도.

 

정대만은 최동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뻘쭘해져 손을 거두려는 찰나 정대만이 급하게 장갑을 벗었다. 그는 손을 맞잡으며 변명했다.

 

"죄송합니다. 정중한 인사는 오랜만이라."

 

최동오는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대만이 직전 소속지에서 방치당했다는 것은 익히 아는 바였다.

 

정대만은 이번에는 손을 놓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최동오는 당황했다. 이미 나갈 시간이었다. 게다가 이 자리에 그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대만을 기다리는 연구원이 눈에 걸렸다. 최동오는 정대만을 채근했다.

 

"이제 가셔야죠."

"네, 가야죠."

 

정대만은 아주 느린 동작으로 최동오의 손을 놓았다. 마치 아쉬워하는 듯이. 최동오는 정대만의 표정을 살폈다. 덤덤한 얼굴이었다.

 

정대만은 목적지까지 걸어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최동오는 연구원이 이끄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커다란 모니터가 있었다. 화면 속에서 빨간 점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였다. 빨간 점은 오래지 않아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연구원이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외쳤다.

 

"눈 감으세요! 창문 쪽은 절대 보면 안 됩니다!"

 

그리고, 불길이 일었다.

 

세상이 온통 주황색이었다. 최동오는 반사적으로 광원을 찾았다. 태양 앞에 선 것 같았다. 눈이 멀어버릴 듯이 환했다. 녹아내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만약 태양이었다면 눈이 멀었으리라. 다행히 그건 불이었다. 최동오는 물 고인 눈으로 시야를 분간했다. 일렁이는 불길에 잡아먹힌 것 같았다. 높이 치솟은 불길 사이로 새파랗게 맑은 하늘이 보였다.

 

불길은 등장했을 때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순식간에 평화가 찾아왔다. 불길이 일었던 자리에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다 잦아들었다. 저 멀리에 있는 듯한 감각도 천천히 사라졌다.

 

최동오는 열기에 조금 몽롱해졌다가,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폭주다. 그런 불길을 사람이 의도했을 리 없었다. 최동오는 애간장에 불이 붙어 연구원을 봤다. 연구원은 태평하게 무전을 받고 있었다. 치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무전 소리가 들렸다.

 

“센티넬 정대만.”

 

정대만의 목소리였다.

 

“임무 완료. 복귀하겠습니다.”

 

투박한 음질을 뚫고 환희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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