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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예쁜가보네..." 하긴, 그래서 제가 이러나저러나 다 받아주는건가- 싶어 괜히 짗궂게 되물었다. 예쁘다는 말이 일평생 한번도 칭찬인적도 저를 향한 적도 없었으나 주인한테 예쁨받는것이 나쁜 게 아님은 자명하지. 제 목에 휘감은 팔에 이왕 부려본 애교가 먹힌 듯 하니 조금 더- 조금 더는 괜찮겠지. "떨어지지 말라니까..." 빠지는 허리
짙은 흉터위로 당신의 잇자국이 남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음에 들었다. 살아남았다는, 그 긴박함과 도취감에 취해 전장을 배회하면서 훈장마냥 늘어난 상처였으나 저에겐 별 의미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 잇자국이 희미해질때쯤엔, 다시 당신이 새겨주겠지. "... 별 수 없네. ..노력은 해보지" 퍽, 곤란하지… 다른 누가 그랬다면 재고의 여지조차 없는 요
대답이 되었을까, 어쩐지 쉽게 수긍하는 듯 하면서도 기분 나빠 보이는 건 착각인지. 보통은 제 직업을 듣고나면 조금은 놀라는 반응인데- 쉽게 납득하는 모양에 예상은 했나 싶었다. " ... 글쎄... 타고난거면. " 어느 새 익숙해진 잔소리. 영 싫지많은 않았다. 사리라고, 본인이 해야할 말이었다... 그러곤 제 옷소매를 멋대로 걷어올리더니 간
뭐 하던 놈이라, 당신의 질문에 한동안 말 없이 눈만 깜빡였다. 쉘터에 입주 후 숱하게 들어온 질문에 대강 대답했던 저였다.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고 부러 주목받지 않으려 했던 탓이었다. ..다만 당신이 원하는 답은 그런 것이 아닐 테지. 이제와서 딱히 숨길 것도 아니었고. "… 사설, 용병.. " 그리 대답하는 와중에 제 아래를 자극해오는 손길에
어차피 딱히 미련도 없던 삶이었다. 마지막은 나로써 마무리하고싶었다. 그 정도. 온몸으로 기대어오는 당신을 어렵지 않게 받아냈다. 되려 그 무게가 만족스러웠다. 온전히 가진 기분- 드물게 당황한 당신의 얼굴을 씩 웃던 얼굴로 바라보다가 볼 쓸어오는 손길에 부빗거렸다. 왜 그리 얼빠진 얼굴이야. 언제는 빈틈, 보여보라며. 남의 빈틈 따위 평소같으면 관심
마지막으로 바라본 일출은 눈부시기만 했다. 생명이 끊어져가는 감각에도 귓가에 선명히 울린 저를 부르는 소리에. 눈 부시게 빛나던 일출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이대로- 너를 데리러 가야지. - 전부 주겠다는 당신의 어깨에 고개를 부빗거리고, 저를 끌어안아오는 품을 내게로 더 옥죄다가 성에 차지 않은 듯 대번 안아올렸다. 저를 보는 시선이 위로 올라가면.
“ …부족해” 입 맞춰오면, 다시 제 입술을 맞댔다. 언제나처럼 그랬듯이. 이 갈증이 감염때문인지 당신 때문인지- 당신이 돌아오지 않음을, 그것이 그에게 주어졌던 그나마의 선택지 중에서 최선이었음을. 짐작하지 못할 리가 없었으나 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겠거니 했다. 어찌됐건 기다림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었으니. 그저 이 온몸을 잠식하는 불
미쳐가는걸까. 주인잃은 개새끼마냥 당신의 마지막 자취가 남았던 쉘터 입구에서 기다리기를 몇 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수 번을 반복하더니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손길도, 입 맞춰오는 온기도- "...." 평소처럼 뭐든 해주겠다는 냥 구는 당신이 너무도 평소와 같았다. 이젠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았
점차 시간이 흐를 수록 정신이 몽롱해져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은 돌아올 조짐이 없었다. “ 혼자 산책가더니 길이라도 잃었나 손이 많이 가는 주인이야, 데리러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