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다 보여주고있는데 뭘.
짙은 흉터위로 당신의 잇자국이 남으면 그건 그것대로 마음에 들었다. 살아남았다는, 그 긴박함과 도취감에 취해 전장을 배회하면서 훈장마냥 늘어난 상처였으나 저에겐 별 의미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이 잇자국이 희미해질때쯤엔, 다시 당신이 새겨주겠지.
"... 별 수 없네. ..노력은 해보지"
퍽, 곤란하지… 다른 누가 그랬다면 재고의 여지조차 없는 요구였으나 하필 말한게 당신이다. 심지어 거부할리 없다는 저 당당한태도가. 이런 성정으로 살아온게 37년이다. 쉽사리 바뀌진 않겠지만 노력정도는 해 볼 만 하지. 그리 생각하며 느리게 눈을 데굴 굴렸다. 어떻게든… 되겠지. 손 휘적이다가 목덜미를 긁는 모양에 고개 기울여 바라보면, 아- 했다. 그래, 제대로 됐구나. 슬슬 아무는 모양이 다시 새겨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 짖궂게 물어오는 질문에는 옅게 웃어버렸다.
"... 하,.. 여기 있지"
잘게 입맞추면, 제 품안에 당신이 바르작 움츠리는게 느껴졌다. 애교라... 애교라면 애교긴 하다. 몇 번의 경험으로 이러면 넘어가주더라고. 손해보는 성격은 아닌지라.
" 써먹을 수 있을 때 써먹어야지"
그렇게 웃으며 내려다보면 이내 보이는 것은 제가 흩트러뜨린 모습이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것 마냥 당신과 저 사이에 열기가 그득했다. 그 모습을 새기듯이 하나하나 뜯어보다 이내 제가 유일하게 남겼던, 이젠 아물어가는 상처 위에 다시금 입을 맞췄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모두 제가 만든 것들이지. 저는 이렇게 조급하게 만들어놓고 당신의 여유있는 얼굴은 얄밉기 그지 없었으나, 어쩌겠나.당신이 하는 말이나, 이런 가벼운 손길에도 미루어 짐작하면 저와 당신의 경험이 달랐다.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라곤 손에 꼽을 정도인 저이니… 급한 사람이 지는 거였다.
딱지 앉은 자국 위로 입을 잘게 맞췄다. 이내 이전과는 다르게- 느릿하게, 이를 박아 파고들었다. 느릿한 고통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허릴 붙잡고 끌어당겨- 열기오른 뒷목을 덮고 닿은 손끝들로 머리카락을 문질거리며 헤집었다. 어느 새 입안에 비릿한 피맛이 돌면 다시금 제 흔적을 남긴 것에 기꺼워 상처를 느릿하게 햝아올리고 그 근처를 목선을 따라 여러번 입맞췄다.
" .. 항상 참고있는데-"
그건 알아줘야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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