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해줘.
커뮤캐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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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가는걸까.
주인잃은 개새끼마냥 당신의 마지막 자취가 남았던 쉘터 입구에서 기다리기를 몇 시간- 정신이 몽롱해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수 번을 반복하더니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머리칼을 쓸어넘기는 손길도, 입 맞춰오는 온기도-
"...."
평소처럼 뭐든 해주겠다는 냥 구는 당신이 너무도 평소와 같았다. 이젠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았는데. 그게 너무 이질감이 없어서, 저도 모르게 입맞춰오는 당신을 한참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 목을 한손으로 쥐었더랬다. 그다지 힘이 들어간 손길은 아니었다. ..다만 원망 한자락 담아서.
"...날 두고갔어. 네가"
감흥도, 미련도, 욕심도 없던 세상에 당신이 그것들을 자처해 들어앉아놓고서는. 저만 바라보라고 목줄을 채워놓고서는,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버렸다. 잡을 시간도 없었다.
"부탁, 그래. 그런게 있었지.."
다만 이제 그런게, 의미가 있으려나. .. 죽어도 저 바깥의 어슬렁거리는 것들과 같은 게 되긴 싫었다. 제 목줄을 쥔 것은 당신이었으니 끝내는 것도 그 몫이었으나.. 부질없지. 몽롱한 정신에 그저 웃어버리고는, 흐릿한 시야에 담긴 당신을 바라봐.
"... 예뻐나 해줘. 착하게 기다리고 있잖아."
당신 이마에 툭, 제 이마를 맞댔다. 그래.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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