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시리즈

스펙터 떠보기

집사 AU 스펙아오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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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10월 16일 연성 재업

* 과거 연성이라 현재 문체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 스펙터가 자이젠가(家) 집사라는 설정


"있지, 스펙터. 우리 대화 좀 할까?"

아오이가 자릴 비운 새 미유가 입을 열었다. 주방 뒷처리가 거의 끝나가던 참이었다. 뒤를 돈 스펙터가 말씀하시라는 듯 가만 섰다. 미유가 갓 구운 쿠키 하나를 집어들고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다.

"아오이 좋아한다고 그랬나?"

시선 한 톨 변함 없이. 손에 들린 간식만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음에도, 주어도 목적어도 불분명한 주제에 스펙터가 얕게 움찔했다. 손가락 하나 꿈틀했을 뿐인 미세한 흐트러짐이었다.

"이 쿠키 말이야."

늦은 흐름에 나긋하게 덧붙인 소리에 맥락을 연결했다. 아, 쿠키를 좋아하시냐고 여쭤본 거던가. 마음 한 폭에 안도의 숨을 뱉어냈다.

"네, 잘 드시는 듯 하여 종종 구워내고 있습니다."

"아오이가 또 뭐뭐 좋아한댔더라. 오랜만이라서 말이야."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제야 와작 파인 과자는 한번에 먹기 좋은 크기였다. 베어문 공백만큼 미유의 눈이 스펙터를 향했다.

"왜 본인께 직접 묻지 않으시고. 어떤 종류의 대답을 바라시는지요? 디저트 종류라면 시폰 케이크, 스콘이나 타르트 같은 것도 선호하시고…."

"미리 알아두고 나중에 쨘 하고 맞추는 게 더 극적이잖아? 디저트는 그 정도면 됐어. 색깔은 푸른 색 계열이겠고.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카페나기 핫도그도 좋아하는 거 같던데?"

"맞습니다. 집에서도 같은 재료를 준비해 봐도 막 사온 쪽을 더 반기시더군요. 커피와 함께."

집 안에 식물을 들인 이후로는 물 주는 것도 즐거워하시는 듯 합니다. 웃음기 섞인 농담과 함께 자랑과 같은 일상이 줄줄 새나왔다. 시큰둥하게 들으며 식어가는 디저트를 야금야금 해치운 미유가 하나를 더 집어들었다. 되게 세세하게 기억하는 구나. 금방이라도 물어버릴 거리에서 쿠키는 가볍게 부유했다. 흔들흔들 손을 따라 그네를 타다, 바로 멈춰서는 말소리를 마주했다.

"아오이 좋아해?"

그제야 콱 머금는 반쪽. 스펙터가 고갤 기울였다.

"쿠키라면 좋아하신다고 아까."

"그거 말고, 네가 아오이를 좋아하느냐고."

밀가루 덩어리가 바삭바삭 공기를 메웠다. 반응은 정확히 삼 초 늦었다. 얼빠진 목소리로 '네?' 소릴 뱉어버린 스펙터가 고갤 돌려 목을 가다듬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뻔히 다 알아들었으면서 모르는 척은. 설마 싫어할 리는 없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오이인데?"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 억지가 급한 반박을 튀겨냈다.

"당연히 그럴 리 없─."

"아, '당연히' 나왔다. 당연히 싫어할 리 없다. 그럼 역시 네가 아오이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구나. 그거 알아? 아오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

차례차례 치고 들어오는 공격. 주방 문틀 뒤로 덜그럭 비명이 흘렀다.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정황 상 저 뒤에 있는 건 누가 봐도…. 물러설 길 없이 드물게 당황한 스펙터가 눈을 크게 떴다. 숨을 멈추고 모퉁이를 돌자 아오이가 스펙터를 올려다 봤다. 기존 위치에서 완벽한 사각지대. 설마가 식은 땀이 되어 철철 흘렀다.

"아, 들켰다."

침묵을 가르는 미유의 목소리가 나머지 과자 부스러기를 묻혔다. 들켰다? 이 모든 게 미리 짜둔 판이었단 사실에 낭패가 끼워 맞춰졌다. 아, 속았다. 아오이가 스펙터의 눈을 피해 새침하게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덩그러니 남겨진 스펙터가 침음을 삼켰다.

"평소 같으면 안 걸려들었을 텐데 동요하긴 했나 보다."

"그러니까 말이야. 아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단 말에 저렇게까지 반응이 큰 걸 보면. 아오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나 보지?"

"그 말은 너무 짓궂었어, 미유."

"그치만 제일 효과 좋았잖아?"

아오이와 미유가 도란도란 투닥대는 틈에 스펙터는 끼어들 수 없었다. 저 두 사람이 쳐둔 거미줄같은 함정에 잡혀 옴짝달싹 못하며 붉게 물들어 갈 뿐. 아오이의 옆 얼굴에서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한번 무너진 침착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어정쩡한 스펙터의 자세를 보며 미유가 눈을 날카롭게 치켜떴다. 지켜보겠다는 눈빛을 몰래 아오이에게 숨기며. 아오이의 저 표정은 부끄러움일까, 다른 감정이 덧붙여진 걸까? 이 일의 주최자인 미유가 겉으로 웃었다. 이 쿠키를 혼자 다 먹어버릴까 싶은 장난스러운 구상이 잠깐 흘렀다. 와작, 새 쿠키에 구멍 하나를 더 만들었다.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를 굳이 두 번 갈라 먹는 것도 분명 괘씸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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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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