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시리즈

사탕을 주는 나무

과거 날조 스펙아오미유 논컾

연전 by 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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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10월 31일 할로윈 기념 연성 재업

* 과거 연성이라 현재 문체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요즘, 지금보다 조오금 옛날. 저 언덕 넘기 전 우뚝 선 나무에는 어떤 전설이 하나 전해졌어요.

커어다란 나무 밑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하면 땅굴에 사탕을 뚝 떨어뜨려 준다지 뭐예요?

"나무의 요정님, 사탕 주세요!"

크으게 외치면, 꼬마 친구들의 곁에 요정님이 살포시 왔다 갔답니다!

*

빼쭉 솟은 모자를 쓰고 강을 머금은 망토를 한 마녀. 그 옆에는 푸른 눈물을 흘리는 양갈래 천사. 제 앞에 초롱초롱 관심을 기울이는 모르는 꼬마들에 소년이 슬금 뒤로 몸을 뺐다.

"너 거기서 뭐해? 나무가 사탕 준대?"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데. 미유와 아오이는 졸졸 따라붙어 도망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에게는 찡그린 눈썹도 맛난 걸 혼자 차지하려는 욕심쟁이로 보일 뿐. 묵묵히 등을 지켜주는 이 나무 한 그루만이 그의 편이었다.

"말 없는 거 보니 정말 주나 봐!"

"혼자 다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끄덕끄덕도 절레절레도 하지 않았다. 이 이상 '어머니'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을까 바짝 긴장한 채. 어떻게 해야 저 아이의 입을 열 수 있을까? 경계심은 오히려 꼬마들에게 파고들 기회만을 노리게 만들었다. 미유와 아오이가 무언의 사인을 결연히 주고 받았다.

"우리 거랑 합치는 게 어때!"

"어엄청 귀하고 맛있는 걸 갖고 있는 게 분명해!"

주머니에서 한 뭉탱이 설탕 산이 끄집어내졌다. 두 꼬마가 여지껏 열심히 모은 비장의 카드. 이걸 보고도 아무 말 없을 순 없을걸! 둥글둥글한 알, 납작한 도넛, 말랑말랑한 네모네모. 각양각색의 포장지가 번쩍번쩍했다. 달콤한 산등성을 타고 흘러내린 돌멩이 하나가 또르르 바닥에 굴렀다. 미유가 눈으로 쫓으며 탄식을 흘렸다.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 사탕은 저리로 가면 되잖아."

무리에서 낙오된 외톨이 바라보며 처음으로 꺼낸 말. 검지로 시설쪽을 가리켰다. 나름 할로윈이라는 건지 호박과 박쥐, 우스꽝스러운 해골로 조촐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웬일인지 외부인에게도 사탕을 퍼주는 듯 하니, 아마 이 둘은 사탕을 받으러 왔다가 다른 길로 빠진 거일 터였다.

이제 가겠지. 떨어진 건 개미가 가져가려나. 확인하고도 한참은 남을 시간이 지나 팔을 내렸다.

"그럼 왜 여기 앉아 있어?"

"정말 하나도 없는 거야?"

소년의 눈이 당혹으로 휘었다. 예상과는 반대로 떠나는 이는 없었다. 두 쌍의 손바닥 위에 핀 색색깔 언덕도 우뚝 선 그대로였다.

"정말 없다니까?"

"그럼 이건 너랑 나무 먹어! 우리 건 아직 많아."

오히려 더 다가오기까지 하다니, 더 강하게 말했어야 했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더욱 날을 세웠다.

"왜 안 받아? 혹시 싫어해?"

"사탕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 아오이! 아아니 블루 엔젤!"

"아오이로 괜찮은데, 미…."

"물의 마녀!"

블루 엔젤이라는 호칭에 댕그랗게 눈을 뜬 아오이가 볼을 붉혔다. 오늘 하루는 너는 블루 엔젤이고 나는 물의 마녀라니까! '너'와 '나'를 오가는 '물의 마녀'의 손가락이 바빴다. 격한 움직임 탓에 미유가 들고 있던 것들이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졌다. 으악! 두 꼬마가 동시에 소리를 내질렀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극을 소년은 빤히 지켜봤다.

"안 되겠다. 우리 이거 어디 내려놓고 얘기하자."

"여기 나무 밑에 굴이 있어!"

아오이가 발견한 구멍에 미유가 쏙 얼굴을 들이밀었다. 진짜다! 바로 옆에 소년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깨끗한 낙엽을 깔아다 달달한 눈을 와르르 쏟아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이없다는 눈빛이 미유와 아오이를 번갈았다. 두 환상의 짝꿍은 곁에 둘러앉아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손뼉을 맞추고 있었다.

"이제 다 됐으니 물을게! 넌 이름이 뭐야? 이 나무랑 친구야?"

"친구 따위가 아니야. 내 어머니야."

소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친구 같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란 말야. 급변하는 태도에 미유와 아오이가 멀뚱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 나무랑 있으면 엄마처럼… 마음이 편해진다는 거지?"

"그럼 이 나무가 네 블루 엔젤이구나!"

퍼뜩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똥해진 눈빛에 소년의 고개가 갸웃 기울었다. 시선이 슬금 옆으로 돌자 그 끝에 닿은 아오이가 뒤늦게 손을 허우적댔다.

"아, 그, 지금 내 이름을 말하는 게 아니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 제목이랑 주인공이야."

동화를 너무 좋아해서 그 주인공처럼 꾸몄다는 걸까. 그런 이야기엔 감흥 없었다. 단지 그런 것과 같은 취급을 당했단 게 껄끄러웠다.

"어머니는 동화같은 게 아니야."

"블루 엔젤도 나한텐 상상 속 세계만은 아니거든."

퉁명스레 던진 말이 상냥하게 돌아왔다. 생소한 친절이 기분 나빠서, 또 외면한 틈에는 미유가 끼어들었다. 나무젓가락보다 짧고 뭉툭한 잔가지를 소년의 양 귀에 쏙 걸치는 모습으로.

"나무가 어머니라면 너는 나무의 요정인 거야! 이 나무의 든든한 둘째 자식이지!"

나무 밑동이 팡팡 가볍게 두드려졌다. 설마 지금 나까지 저 놀이에 참여하라는 건가? 소년이 기겁하며 빼들려 움직였다.

"안 돼! 그걸 빼면 너는 더 이상 이 나무의 자식이 아니게 되어버린다고!"

처음 보는 애가 하는 헛소리일 뿐일텐데. 놀랍게도 효과는 있었다. 귓가에 오르던 손길이 흠칫하며 그 자리에 멈춰섰다. 미유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첫째는 사탕 벌러 나가서 지금은 없어. 너는 첫째가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를 지키는 사명을 가진 거야!"

"그럼 물의 마녀인 미유는 나무의 요정하고 친척이야?"

"어? 응? 그게 그렇게 돼?"

이리저리 갸우뚱거리는 통에 미유의 마녀 모자가 삐뚤어졌다. 기울어진 챙 사이로 진심으로 고민하는 듯 꼭 닫은 눈꺼풀이 보였다. 이게 뭐라고 저리 열심인지. 역시 쓸데없다는 한숨을 섞으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아! 빼지 마! 사탕 먹을래?"

어느 틈에 포장지를 벗겼는지 채 다물지 못한 입 안으로 쏙 낯선 무언가가 들어왔다. 저도 모르게 받아먹어버린 사탕. 금세 녹아버리는 느낌이 당황스러우면서도 달았다.

"어때? 맛있지?"

"이렇게 된 이상 물의 마녀와 나무의 요정과 블루 엔젤은 사실 한 가족이었던 걸로…!"

"사탕을 줬더니 갑자기 가족이 된 거야?"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제멋대로 흘러가는 무대에 더 이상 별 생각은 두지 않기로 했다. 그냥 달달한 거에 마음이 풀린 걸지도. 허술하게 꽂은 탓에 나뭇가지 스스로가 땅에 퉁 뒹굴었다. 반사적으로 얼른 주워 꽂는 소년에 미유와 아오이가 충격을 짓다 말고 반짝 웃음을 터트렸다.

이제 너도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깔깔대는 두 꼬마의 웃음소리가 나무줄기를 타고 하늘 높이 솟았다. 제게 놀란 소년도 그에 작게 합세하니, 오래도록 달콤한 꿈에 잠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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