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이름

뼈테로로 소문난 청우 X 뼈게이로 소문난 문대... 미완

DDD by 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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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거절할 때 내 이름 대는 구나."

"그게 제일 잘 먹히니까요."

"...그럼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어떻게 할 거야?"

"...선배 남자 안 좋아하시잖아요."

"좋아하는데. 너."


"나랑 사귀자."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나 싶은 무렵, 박문대는 벌써 세 번째 고백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박문대에겐 조금 스트레스였다. 고백한 사람들이 전부 대체 어디서 뭘 보고 고백을 하는 건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사람들 뿐이었으니,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박문대가 모르는 박문대의 이야기가 돌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으므로 그럴 수 밖에. 그 탓에 질린 얼굴로 상대방을 바라보던 박문대는 벌써부터 입에 붙어버린 답을 말하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죄송합니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연애는 좀..."

"뭐? 야, 고3인 나도 공부를 안 하는데 1학년이 무슨 공부 핑계를 대냐."

자랑이냐?

상대방의 반응을 보아하니, 공부 이야기로 길게 끌고 가봤자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선 박문대는 아예 방향을 틀었다.

"...사실 제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뭐? 어쩐지... 그래, 1학년이 공부는 무슨 공부야. 그래서?"

"...네?"

"아, 누구냐고~ 좋아하는 사람. 우리 학교야?"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아니, 뭐... 다른 학교면 나랑 잠깐 사귈 수 있잖아. 안 그래?"

...이거 완전 미친 놈 아냐?

상대방의 말에 얼굴을 살짝 찌푸린 박문대는 아무렇게나 댈 수 있는 수많은 이름 중, 좋아한다 둘러대도 곤란해지지 않을 법한 이름을 골랐다. 물론 입학한 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은 탓에 같은 반 학생들 이름 말고는 도저히 적절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눈만 굴리는데, 순간 등교할 때 본 교문 위에 걸린 현수막에 쓰여있던 이름이 머리를 스쳤다.

[ ……학년 류청우 (금) ]

다행히 답지 않게 잘 달고 있는 명찰을 훑은 결과, 앞에 있는 미친놈의 이름은 아니었기에 박문대는 그 이름을 냉큼 뱉었다.

"류청우...요."

"뭐? 류청우?"

상대방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야, 걔 여자 좋아해. 넌 무슨 너 좋다는 남자 놔두고 그런 앨 좋아하냐? 그냥 접고 나랑 만나지 그래?"

쓸데없이 끈질기다. 그 집착력은 내가 아니라 공부에나 좀 써줬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을 돌려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대화 주제에 박문대는 그냥 막 나가기로 했다.

"...못 생겨서 싫다면요."

"...뭐?"

"선배가 못생겨서 사귀기 싫다면 어쩌실 거냐고요."

일그러지는 얼굴에 꽉 쥔 주먹. 박문대는 다음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이게...!"

탁.

그러나 이어진 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 후배 괴롭히는 거야?"

사복으로 보이는 체육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도와주는 상황 같은 건, 박문대로선 정말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몇 마디 던진 것만으로 미친놈을 돌려보냈다.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남자가 누군지 생각하느라 잘 못 들었지만, 별 상관은 없을 것 같으니 넘어가고.

"...그, 괜찮아?"

"아...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뒷머리를 긁적이며 안부를 물어오는 남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한 박문대는 슬슬 돌아갈 생각을 하며 숙인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보인 자신을 도와준 남자의 명찰에 적힌 이름이 발목을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분명 그랬을 터였다. 박문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아니, 류청우의 눈치를 살폈다.

...설마 아까 한 말 들었나?

"저기, 혹시... 나 좋아해?"

들었군.

박문대는 저절로 떨떠름해진 표정을 지워내며 차분하게 진실을 말했다.

"...아뇨. 거절하려고 둘러대느라 교문에 걸려있던 현수막에서 봤던 이름 중 아무거나 하나 댄 거였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냐, 괜찮아. 다음에도 이런 일 있으면 내 이름 대고 거절해도 돼."

성격도 좋다. 하지만 굳이 남자 안 좋아하는 사람을 끌어들여 고백 거절하는 데에 쓰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거절하려는데,

"...뭐, 내가 싫으면 굳이 안 써도 상관은 없지만."

...저렇게 말해오는데 어떻게 거절을 하겠냐고.

차마 자신을 도와준 류청우에게 거절을 말할 수 없던 박문대는, 결국 실제로 고백을 거절하는 데에 쓰지 않더라도 일단은 류청우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

뭐, 만약 쓰게 되더라도 본인이 허락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그래. 다음에 보면 인사하자."

"네."

고개를 끄덕인 박문대는 류청우를 지나쳐 학교 뒤편을 빠져나왔다. 다음에 보면 인사하자는 말은 어차피 다들 하는 가벼운 인사치레일 테고, 학년도 다른 만큼 더 이상 마주칠 일도 없을 테니 이 일은 이쪽에게도 저쪽에게도 가벼운 해프닝 정도로 남겠지.

...그러나 그게 박문대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다음 날 오전이었다.

"어? 안녕, 문대야."

"...안녕하세요."

뭐야? 왜 인사해? 어제 한 말이 진심이었나?

고층에 위치한 음악실로 향하는 길에 마주친 류청우는 친구가 많을 것 같은 인상과는 다르게 홀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마침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잘 됐다."

"...예?"

날 왜 만나.

박문대가 어리둥절해하든 말든, 류청우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사탕 두어개를 꺼내 내밀지도 않은 박문대의 손을 끌어다 쥐여주었다.

"이거 먹어."

그러더니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저 아래로 사라지는 류청우의 뒷모습을 박문대가 여전히 의문 가득한 마음으로 보고 있자,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아래층에서 올라 온 같은 반 녀석들이 다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뭐야? 너 저 형이랑 친해? 대박."

아니. 이제 두 번 봤는데.

그러나 박문대가 정정할 틈도 없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빌어먹게도, 박문대가 친한 형 류청우를 짝사랑한다는 소문이었다.

X발,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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