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사의 노래(上)
기린닭
230926
*사망소재 주의
"감사합니다."
그가 보통 사람들은 커녕 여행자도 잘 다니지 않는 초원을 가로 지르는 길을 홀로 걷고 있길래 농부는 그를 다음 마을에 도달할 때까지 수레에 태워주겠다며 불러 세웠다. 이 부근은 드문드문 인가가 있기는 해도 작은 동네끼리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걸어서 지나가기에는 지루하고 피곤한 구간임을 농부도 잘 알았다. 그는 정중하고 간결한 말투로 농부의 친절을 받아들이고는 별다른 도움닫기도 없이 높은 짐수레의 옆자리에 올라탔다. 이런 능선 없는 구간이 의외로 여행하는 사람에겐 더 힘든 법이지, 볼 거리도 없고.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말은 이 지역 사람인 농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인지도 몰랐다.
나귀가 터덜터덜 걸으며 목에 메인 방울 소리가 가끔씩 귀에 걸린다. 높은 산이 없어서 그런지 느긋한 능선들이 딱히 경계랄 것도 없이 길 양측에 가로로 펼쳐지며 끊임 없이 이어진다. 동쪽으로 큰 산맥과 산악지대를 끼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평원. 농부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으레 그렇듯이 이 지역의 전통주에 대한 설명을 세세히 늘어놓는다. 곡창지대에서는 역시 빠질 수 없는 주제이기도 했으니 술술 입담을 풀어놓는 농부에 여행자는 간간히 적당하게 흥을 돋운다.
"그래서, 여행으로 오셨나?"
"여행.. 이라기 보다는. 은퇴 후에 이곳 저곳을 떠돌고 있습니다. 찾아야 할 사람도 있고."
"흐음, 목소리로 보아 젊은 청년인줄 알았더니 보기보다 나이가 있나 보구먼."
넓은 모자 밑으로 귓가를 덮는 풀색의 머리칼이 보인다. 농부는 느긋하게 수레를 몰며 낮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는 몸가짐에 잔동작이 없어 아마 과거에 무력을 익혔거나 공직의 일을 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입고 있는 망토가 여행길의 흙먼지를 뒤집어 쓴 걸 보니 거친 길로 다녔음이 분명한데도, 단단한 직물로 되어 밖에서 밤을 보내거나 험한 숲길을 지나기에 적당한 옷이었고, 별달리 해진 곳도 없었다. 농부는 옆자리에 앉은 이를 심심풀이적인 호기심으로 건너보았다. 그는 내심 인적이 드문 초원을 홀로 걸어가던 사내가 궁금했으나 그는 그다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없어 보여 둘은 이 지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옆에서 보니 머리에 쓴 넓직한 챙 모자에 덮힌 밑으로 단단한 얼굴이 슬며시 보였다. 나이는 대략 30 중반 정도쯤 일까, 어려보이는 그가 짓는 덤덤한 표정에선 험한 바닥에서 구른 흔적이 느껴졌다. 살아온 세월이 보기만큼 짧지 않다는 느낌이다.
"어디로 여행하고 있나?"
"건넛편 마을인 메세타로 가고 있습니다. 인근에 유명한 숲이 있다고 들어서요."
메세타. 한 때 동남부에서 나름 번성했던 소도시이며, 곡물을 거래하는 대상인들이 머무르던 곳. 그러나 이제는 쇠락한 메세타와 산을 둘러싼 숲은 유명하다고 해봤자 가볼 곳이 많은 대륙에서 구태여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며, 은퇴한 사연은 모르겠으나 젊은이들이 그곳에 가서 할 수 있는 건 동남부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특이한 식생을 보고 길도 제대로 나지 않은 가시나무 덤불을 헤치고 작은 고대 촌락들의 유적을 찾아내는 정도다. 농부는 젊은 시절 수도에 두어 번 들린 경험이 있다. 수도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 생활과 놀음을 즐기는 지 설핏 구경해본 기억으로 미루어 보아 한창 수도에서 사람들 틈에 섞여야 할 나이의 사내가 이런 대륙의 외딴 곳으로 다닐 이유는 많지 않다. 어쩌면 그는 기사인지도 몰랐다. 기사란 산을 썰어낼 정도로 강한 무력을 가졌으며 수도 밖으로 다니는 일이 많다고 하니까. 그러나 시골 구석을 떠도는 소문 중에는 믿을 만한 게 하나도 없었고, 제국에서는 백 년 전에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온통 낡은 이야기들이었다. 사내는 건장하다고 할 만한 체격도 무기를 지닌 것도 아니라, 농부는 그에 대해 추측하는 것을 접어두고 요즘 수도 소식에 대해서 한 두 마디를 던졌다. 둘을 태우고 높게 짚을 실은 수레가 평원을 거치는 동안 그들 위를 지나간 태양이 반댓편 멀리 보이는 산맥사이로 숨는다. 사방이 어린아이 뺨 같은 분홍빛으로 물들고 이내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농가가 나타났다. 멀리 서쪽 접경을 표시하는 봉화가 피어오를 때즈음 수레가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농부는 적당한 곳에 사내를 내려준다.
"이 마을에 괜찮은 숙소가 있습니까?"
"두더지의 모자라는 가게에 가보게. 밑은 주점이고 위층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지."
둘은 인사를 나누고 농부는 다시 수레를 몰았다. 그는 곧 오고 가는 인파 중 하나가 되어 사라진다.
그는 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가게의 이름은 특별한 것이 없었으나 왜인지 마음에 들었다. 바냐 에일 한 잔과 적당한 식사를 시켜두고 망토 안쪽을 열어 작은 연초갑을 꺼낸다. 거친 여행을 위해 입은 색바랜 망토 안쪽으로는 지퍼가 달리고 허리춤에서 몸에 붙어 기장이 길게 내려오는 푸른 겉옷이 살짝 드러난다. 챙모자를 벗자 뒷목을 덮는 녹색의 머리가 뻗쳐있었다. 지우스는 망토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 쓰고, 갑 안에서 연초 하나를 꺼내들어 익숙하게 말아 물고는 주인에게 불을 부탁했다.
메세타 주변의 숲은 수도에서 보낸 전령에게 지정한 다음 접선 장소였다. 지우스는 여전히 별천지에서 일을 맡아 하고 있었으나 이전처럼 수도에 머물지는 않았다. 푸른색에 가까운 매캐한 향연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는 연초 끝에 입을 댄 채로 옆에 앉은 손님에게 물었다.
“혹시 주변에서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까?”
“기사라면.. 글쎄?“
“이런 차림을 한 자입니다. 차림이 달라도 같은 무장을 했을 겁니다.”
그는 품 안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 건넸다.
“글쎄... 최근에 이 주변에 기사가 나타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런 자가 있다는 얘기는 없던 것 같네. 직접 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좋으련만. 자네는 이 사람을 찾으러 다니는 건가?”
“아뇨..”
지우스는 길게 말끝을 흐리며 연기를 내뱉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그저 다니는 곳마다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찾던 사람이라서요.”
“으잉, 설마하니 자네도 기사인가?”
손님은 시골구석에서 꽤나 진기한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손가락질을 했다. 그 반응이 순진하게 느껴져 지우스는 살짝 웃음기를 담아 대답한다.
“지금은 아닙니다.“
“자네 유명한 기사인가~? 숲색 머리를 한 노란 눈의 기사가 누구지?”
“말해도 모르실 겁니다.”
꽤나 점잔빼는 양반이구만, 손님의 타박에도 그는 구태여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기사일을 하면서 겪은 모험담 몇 가지를 풀어놓았다. 여전히 전설이 살아있는 남동부의 시골마을에서는 무엇이든 반응이 나쁘지 않고 외부에 대한 관심도 많다. 이윽고 다른 손님이 들어오고, 이야기는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 • •
임무에 나간 새까만닭은 실종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가 사라진 산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신이 찢긴 시체가 한 구 발견됐다. 180이 조금 넘는 장신의 키,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
투구는 없지만 그건 분명 새까만닭의 시신이었다.
“나린기인, 론누는?”
“그게.. 다른 무장은 없었습니다. 그 주변을 샅샅이 뒤졌어요.”
“흙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나린기는 애초에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 무기라서요. 론누가 없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를 따라온 무기관리국의 직원이 말했다.
“그래도 론누를 회수하지 못한 건 조금..”
직원이 아쉽다는 듯이 흐리는 말끝을 지우스는 못 들은 체 했다. 지우스는 수습에 자원하여 니젤서부터 날아왔다. 막사 한 구석에 들것이 놓여 있었다. 위를 덮은 천의 군데군데가 물들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을 뻗어 조심스레 천을 걷어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 야생동물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닥에 질질 끌려간 것으로 보여 몸의 반면이 온전치 않았다. 시체를 담아온 병사의 말로는 몇 십미터는 족히 혈흔이 있었다고 한다. 팔과 몸통에 붉게 드러난 뼈와 물컹한 살이 보기 흉했다. 지우스는 시신을 뒤집으며 곳곳을 살펴보았다. 기사의 몸은 살아온 증표나 마찬가지라 그의 신분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이름은 몸이 아닌 얼굴에 쓰여 있으므로 이 시신이 정말 새까만닭의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지우스의 능력 밖이다.
그의 얼굴을 안다고 해도 확인할 도리가 없었을 테지만.
“딱히 달리 실종된 기사도 없는데, 그게 새까만닭이 아니고 누군가?”
“글쎄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졌다잖아. 기사들 사이에서도 그 근방 산세는 유명하단 말일세.”
“그렇다 해도 왜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거지. 누군가 보복을 했을 수도 있지 않나.”
“무슨 보복 말씀입니까? 그리고 담청색기린이 왠만한 조사는 끝냈다던데요. 근처에 기사는 없었답니다.”
“그 담청색기린이야말로 새까만닭에게 제일 휘둘렸던…”
수도로 시신을 가지고 복귀한 뒤 동료들 사이에선 언쟁이 일었다. 죽은 뒤에 그 얼굴을 처음 마주한 이를 대체 뭐라고 봐야 한단 말인가? 그와 알고 지내는 평생 새까만닭은 둥근 금속을 머리에 이고 있던 것을. 지우스가 아는 새까만 닭의 전부는 그것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시신이 온전하여 이제와 일방적으로 그의 맨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해도, 지우스와는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완전히 모르는 이와 다를 바 없었다. 기사 신분은 장례를 치르지 않으니, 어색한 영안도 영정도 준비할 필요가 없는 것을 그는 다행으로 여겼다.
지우스는 번잡한 회의장을 지나쳐 새까만닭에게로 갔다. 그를 머리 끝까지 덮은 천을 걷어놓고 이미 수없이 해온 대로 생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시선이 가닿은 형태가 남은 손가락이 죄다 부러져 있었다. 마치 손을 잡을 때 내미는 모양 같았다.
그 후로도 지우스는 몇 년 간 새까만닭에 대해 수소문했으나 아무 정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우스가 생각하기에 새까만닭이 정말 그때 죽은 거라면, 사고사를 당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새까만닭에겐 론누가 있고, 가능한 만큼 조사를 해댔던 주변의 수많은 낭떠러지는 실수로 굴러 떨어진 흔적 없이 깨끗했다.
다음으로 떠오른 건 누군가와 결투를 벌였을 가능성이었다. 근처 마을과 도시에서 새까만닭과 다른 기사들을 목격한 이가 있는지 조사했다. 근방에 새까만닭과 체구가 비슷하며 실종된 병사나 용병들이 있는지도 모두 알아보았다. 그러나 니젤의 책상에서 지시하는 일에는 진척이 없었다. 그는 책상을 짚고 두 손에 이마를 묻으며 호흡을 내쉬었다.
정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아니면 그건 역시 네가 아니었나?
지우스는 물음을 뒤로 하고 직접 그를 찾기로 했다. 그들 사이에는 아직 약속이 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들간의 약속. 당사자가 아니라면 알지 못하기에 지켜내라며 재촉할 이는 없다. 새까만 닭의 죽음이 의도적이라면 그 안에는 분명 이런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더 이상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다.'
계약은 끝났다,고. 그러나 닭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신을 그냥 둘 리 없는 인물이었고, 지우스는 그의 의사에 관계없이 떠넘겨진 자유는 필요 없었다.
몇 년에 걸친 조사 끝에 지우스는 산 속에서 투구를 찾아냈다. 투구는 바위 밑에 홀로 버려진 듯 비뚤게 묻혀 있었다. 투구 안으로 역시 많은 양의 혈흔이 말라붙은 자국이 있다. 둥근 철갑의 여기저기가 우그러들어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뒹군 것으로 보였다.
“사라졌던 투구마저 발견되었군.”
그건 지우스가 새까만닭을 추적할 수 있는 마지막 단서였을지도 모른다.
“기린님.”
“그래.”
“새까만 닭을 보았다는 자는 없습니다. 이젠 포기하심이 어떤지..”
그는 아마.. 이어지지 못한 뒷말은 지우스도 알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기사를 그만두고 사라졌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오던 것이다. 기린은 자신이 기사로서 죽지 못할 많은 상황을 생각했지만, 그가 아는 새까만 닭이라면 죽는 날까지 기사로서 죽을 자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기사, 기사가 싫다고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기사다운 자였다. 지우스는 새까만닭의 사건에 대해 수 백가지 가설을 세워냈지만 그가 약속이고 자신이고 내팽겨치고 사라질 이유만은 찾지 못했다.
버려진 투구가 여전히 그를 보며 말없이 웃고 있었다. 투구에서는 늘 시끄러운 소음이 흘러나오고 여기저기가 깨지고 자잘한 흠집이 새겨지곤 했다. 전투가 끝나면 닭은 그것을 닦아 기름칠을 해두어 표면만은 반질하게 윤기가 돌았다. 그럴 때는 투구를 끼우는 소리부터가 부드럽게 달랐다.
이제는 정말 받아들여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끼릭,
기린은 주인 없는 투구를 들어올렸다.
투구가 기대어진 바위에는 어떤 메모가 남아 있었다.
술이 좀 과했던 건가,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려는 마음을 접을 정도로 지역의 맥주는 맛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지우스와는 잘 맞는 술이 아니었는지 유달리 쉽게 취해버렸다. 테이블 위로 한 팔을 올려 느리게 머리를 기댔다. 어지러운 숨과 함께 지난 감정들이 자꾸 올라왔다.
새까만 닭의 죽음은 의문 투성이였지만, 기사가 아니라면 누구의 시신에 그런 단련의 흔적이 남을 수 있겠는가? 흉터로 가득했을 맨살은 거의 뜯기고 사라졌어도 몸을 사용한 방식만으로도 그들은 시체가 새까만닭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건 창병의 몸이었다. 명백한 사망을 끝내 인정하지 못한 건 직접 선고를 내린 지우스였다.
어쩌면 내 눈으로 볼 때까진 받아들이지 못할 지도 모르지. 난 너에 대해서는 뭐든지 그랬으니까. 기사사냥도, 네가 명예를 배신했다는 일도. 심지어는 너에게 당해 쓰러진 동료를 내 눈 앞에 두었을 때 조차도.
지난 일을 보고자 하는 마음은 스스로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바 테이블의 어두운 자리에 앉아있는 여행자에게 누구도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잠시만 있다가 위로 올라가야지, 흐린 금빛을 내던 눈을 감았다.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그의 옆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지우스는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다. 순간 내일 접선하기로 한 별천지의 직원이 그를 알아보고 미리 찾아온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곁으로 다가온 기척이 너무나 낯익어서,
수십 번을 살펴보았던 검은 시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부정하면서도 그의 마지막 모습으로 눈 뒷편에 박혀있는 참혹한 죽음이 드리운 장면이.
몇 번이고 기억 속의 그와 대조하며 떨리는 손 안에 간신히 검은 머리카락을 쥐던 일이.
올려다 본 옆에 앉은 사람은 어깨 위로 온통 터번을 감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척봐도 장신인 그는 체구가 다부졌다. 주인장이 그의 앞으로 내려놓은 잔의 손잡이를 잡으며 흰 손으로 터번의 한끝을 내렸다.
손 끝의 색깔이 미묘하게 어두웠다. 마치 오랫동안 장갑을 낀 사람처럼.
지우스는 그것이 가리키는 사실을 도출해내려 눈을 크게 떴다. 머리가 무거웠으나 금방이라도 답이 입 밖으로 쏟아질 것 같았다. 터번 안 쪽으로 옅은색의 머리가 사락거렸다.
“…새까만 닭?”
맥주를 들이키던 시선은 맹수같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